페인트공
사내는 어스름 시간에
페인트를 칠하자고 했다
지독한 편두통 때문에
빛과 부딪히면 녹슨 나사못처럼 숨이 차오른다고
먼저 어둠이 몰려와서
마을 아래 집들을 덮으며
발톱을 세운 고양이가 골목을 빠져 나가는
빛이 묻어 있는 것들을 잠식한 한날의
적막한 시간대가 좋겠다고
뒷등을 보이며
희고 높은 벽을 바라 보다가
페인트롤이 닿을 수 없는 생의 모서리
발끝으로 밀어올린 붓질은
목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니
흔들려 넘어지는 걸 막으려는
누군가 내밀어준 의자로
저녁은 따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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