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의 생각
바람 부는 날
노끈에 매달린 명태 몇 마리
젖은 몸을 말리고 있다
자맥질하던 수초 속
내달리던 꼬리며 붉은 내장들 다 내어주고
바람에 저항하듯
환한 비린내 풍기며
이따금씩 흔들리는데
그물에 걸려 뭍으로 잡혀온 날
자책감으로 가만 지느러미 꼼지락거려도
더는 헤엄 칠 수 없는 물고기
바다로 돌아갈 수 없는 물무늬가 되었건만
동해 흰 파도를 가르며
깊고 푸른 물길 잘 아는 물고기로 남아
그물에 걸리는 법 없이
바람앞에 저리 흔들리지 않았을텐데
자조 섞인 넋두리가 들리는 듯
물구나무 선 명태에게
나를 먼저 들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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