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과 정해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 ‘베테랑2’가 개봉 사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5년 개봉했던 ‘베테랑’은 주인공인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재벌 3세 빌런 조태오(유아인)의 숨막히는 사투를 그렸다. 서도철은 갖은 방해와 난관을 뚫고 결국 살인미수와 마약 등 혐의로 조태오를 체포하는데 성공한다.
1,300만 관객을 동원했던 ‘베테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조태오가 했던 대사 “어이가 없네”다.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그걸 어이라고 해요. 맷돌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지면… 어이가 없네, 지금 내 기분이 그래."
물론 ‘맷돌 손잡이’가 ‘어이’는 아니다. 어법에는 맞지 않는다. 감독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황당하잖아. 아무것도 아닌 손잡이 때문에 해야 될 일을 못하니까”라는 조태오의 이어지는 대사에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핵심이 들어 있다. 세상의 주인공(신)으로 자신을 추켜 세우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유하고, 쟁취하면서 마음대로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가로막는 것은 모두 ‘아무것도 아닌’, 그저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취급해 버린다.
이런 인간의 본성이 마구 분출됐던 곳이 십자가 아래다.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함께 의논하고 결박하여 끌고 가서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 주니라(마태복음 27장1~2절)”.
대제사장과 장로들, 유대인 무리들은 합심해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빌라도 총독에게 요구했다. 잠시 고민했던 빌라도 역시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예수를) 넘겨” 주었다.
예수께서 강도 두 명과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로마의 군병들뿐만 아니라 대제사장과 서기관, 장로들이 모여 들었다.
그때 지나가던 자들이 예수님을 모욕했다.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27장40절).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장로들과 함께 희롱하여 이르되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로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
예수를 조롱하는 데는 십자가 양쪽에 못 박혀 매달려 있던 강도들도 합세했다.
“그가 하나님을 신뢰하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실지라. 그의 말이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였도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에워싸고 낄낄거리던 자들의 면면을 보면,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있었다. 자칭 여호와 하나님의 믿는, 택하심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제사장과 유대교 지도자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자부하는 자들이 메시야를 죽이는데 앞장 섰다. 심지어 세상으로부터 죄인으로 정죄된 살인강도들도 십자가에 매달려 예수를 욕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십자가 아래서 예수를 죽이는데 동참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공생애 동안 죽은 사람을 살리시고, 각종 병든 자들을 고치시고, 물 위를 걸으시고, 오병이어 기적을 행하셨다. 십자가 아래 모였던 사람들 중에는 그 장면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힘을 모아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놓고,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조롱했다.
모든 사람들이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향해 “어이가 없네”라고 했던 것은, 또한 예수를 죽이는데 동참했던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제사장과 서기관, 바리새인 등 종교지도자들에게 수시로 욕을 해대던 예수는 당시 죄인으로 취급 받던 세리, 창녀들과는 어울려서 먹고 마셨다. 유대인들 기준으로, 예수는 율법도 모르는 죄인이었다. 심지어 그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신성모독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열심을 다해 내놓은 종교적 행위를 부정했다. 여호와 하나님의 선택 받은 백성이라는 자부심으로 쌓아놓은 ‘종교적 자산’을 가치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예수,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을 부정해 버리는 그런 예수를 도저히 메시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마땅히 저주 받은 자만 매달리는 십자가(나무)에 매달아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죽여야 했던 것이다.
이들이 했던 말 가운데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이다. 마태복음 4장에서 예수께서 광야로 나가 40일 금식하고 마귀에서 시험을 받으실 때, 악마는 정확히 같은 말로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하고 조롱했다. ‘돌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 등 두 차례 시험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예수가 누구신지 악마가 몰라서 그러지는 않았다. 무덤 사이에 있던 귀신 들린 2명을 고치는 장면에서 마귀들은 “하나님의 아들이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때가 이르기 전에 우리를 괴롭게 하려고 여기 오셨나이까”(마태복음 8장29절) 하고 말했다.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마귀들을 멸하는 권세를 가진 분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거짓말하고, 속이고, 시험하는 것이 마귀들의 본성이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향해 악마는 늘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십자가 곁에 섰던 유대인들은 사탄이 하던 이야기,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을 그대로 되풀이 했다. 스스로 ‘우리 아비는 마귀’라고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로마군대의 백부장과 예수를 지키던 몇몇 사람들이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한 것이다.
세상 죄를 대신 담당하신 어린양 예수는 하나님께 버림을 당했고,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예수의 피, 은혜 때문에 로마 백부장의 눈이 열린 것이다. 그 백부장처럼 예수를 향해 ‘어이없다’고 혀를 차고, 침을 뱉고, 창으로 찔렀던 자들은 평생 “내가 하나님의 아들을 죽였다”는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 자들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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