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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천 칼럼

    신학박사
    캐나다크리스챤컬리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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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단 한 편의 설교

 

그리스도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주님의 제자들이지만 그들 중 누구도 선뜻 예루살렘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들은 수천 년 동안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의 땅”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던 유대인이다. 그들에게 십자가에 처형 당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위대한 지도자 모세를 배반하고 유대 지도자들조차 외면한 예수를 따르라는 것과 같았다. 다른 말로 모세가 준 율법을 버리고 대신 십자가에 흘리는 그 피의 의미를 받아들이라는 것과 같았다.

그 예수가 가르치기를, 이제 율법없이 오직 믿음만으로 누구나 구원을 얻을 수 있으며 영생을 누리게 되고 심지어 거룩한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을 값없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은 제자들 입장에서조차 정말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자신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그 복음을 들고 땅끝까지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는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라는 것은 중과부적, 어불성설이었다. 이처럼 복음이 퍼뜨려지기에 불가능한 환경과 상황을 과연 누가 돌파하고 복음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모두들 숨죽이며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일순간에 바꾸어 놓는 사건이 예루살렘에서 일어난다. 교회의 성도들을 돌보고 구제하는 사역을 위해 선별된 일곱 명의 집사들 중에 한 사람, 스데반은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설교를 통해 그 놀라운 물꼬를 터낸다. 스데반 집사의 설교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스데반의 설교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복음은 영영 예루살렘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가 목숨과 맞바꾼 그 한 편의 설교가 가진 특별한 다섯 가지 면모를 살펴보면 그 설교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설교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첫째, 스데반은 설교를 통해 자신을 변호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둘째, 그는 자신의 믿음을 자랑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셋째, 지금 스데반 집사에게 피고는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정죄하고 있는 장로들과 종교지도자들이다. 넷째, 그의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가르치는 설교가 아니고 당시 모두에게 익숙한 구약의 이야기였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스데반 집사가 설교의 핵심 테마로 삼은 것은 화평과 평안, 안정과 연합이 아닌 이스라엘의 위대한 선조들이 어떻게 동족 이스라엘 백성에게 배척을 당해왔는가 하는 부끄럽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역사였다.

스데반 집사의 설교는 주님의 산상수훈(마태복음 5장)에 버금가는 최고의 명설교다. 하지만 천국의 음성과 같은 불후의 명설교를 세상은 감당할 수 없었다. 그의 설교를 들은 이들의 마음에는 날카로운 하나님의 찔림이 있었고(사도행전 7:54) 급기야 돌을 집어 그에게 던지려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스데반 집사는 “성령이 충만하여. 하나님의 영광 및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선포한다: “보라 하늘이 열리고 인자가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내가 보노라.”

오늘날 인터넷과 강단에서는 “명설교”가 홍수를 이룬다. 그런데도 좀처럼 세상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그 명설교들이 스데반 집사의 설교처럼 “세상을 바꾸는 설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설교는 한 편의 설교 앞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설교다. 그리고 들었을 때 당장은 기분이 좋지 않을 지도 모르는 설교다.

오늘 만약 스데반 집사와 같은 설교가 행해진다면 성도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약 2000년 전 돌을 집어들었던 백성들과 같이 반응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비록 돌을 맞을지도 모르지만 용기를 내어 스데반 집사의 편에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군중에서 멀어져 그에게로 걸음을 옮길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비록 그때는 깨닫지 못하더라도 훗날의 사울처럼 갈등하며 회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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