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HNCHO

    조준상 (로열르페이지 한인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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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시간들(The rest of our journey)(36)

JC칼럼 165

 

(지난 호에 이어)

 

필자는 가끔씩 아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는데 어찌 보면 부모나 자식들보다도 더 많은 세월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이다. 처음엔 남으로 만나 님으로 평생을 약속하지만 결국은 서로가 다시 남처럼 오십보 백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별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한국의 트롯가사처럼 떠날 때는 서로에게 한과 슬픔을 남기며 떠나는 사람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의 창조주 하나님은 참으로 짓궂은 분이란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살면서 문제가 많았고 정말 한가지도 맞지 않는 로토(Lotto)처럼 살아왔어도, 아니면 매일의 인생이 연애시절 때 같이 깨소금처럼 달콤했어도, 우리는 언젠가 서로에게서 헤어져야 하는 상대다. 물론 나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거의 노년이 된 부부의 경우는 상대를 보면 우선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수십 년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의 단점과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본인의 배우자일 수 밖엔 없는데 우리는 매일 살면서 상대가 먼저 가든 내가 먼저 가든 상상만 해도 눈물이 앞서는 것은 서로에 대한 우리 인간의 정이 사는 동안 그만큼 두터워졌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우리 자신들이 그 만큼 약해졌다는 말도 된다.

 

 젊었을 땐 딴생각도 해보고 한사람과 평생을 산다는 것이 짜증날 수도 있다. 다툼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는 세월과 시간이 갈수록 나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을 발견하면서 주제를 배워가고 따라서 몰랐던 상대방을 배우고 또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철이 든다는 말인데 철이란 어느 한 순간 100% 드는 것이 아니고 평생 깨달으며 살다 죽는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아직도 가끔 아내와 다투고 또 삐치고 할 때가 있는데 지나고 보면 아직도 철이 덜 들고, 덜 익은 것만 같아 씁쓸한 때가 있다. 그 옛날엔 헤어져도 살 수가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헤어져서 산다는 것이 나를 두렵고 약하게 만들고 또 상상이 가질 않는다. 철이 든 건지 아니면 약해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내란 누구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의 아픈 가시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공연히 가슴이 아프고 또 미안한 생각과 함께 눈시울이 적셔지니 뭔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 트롯 노래 중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란 노래를 들으며 나이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결국 노래의 내용이 특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보통 평범한 부부 사이의 삶과 헤어짐을 노래한 것이고 그것이 슬프게 들리는 것이다. 바로 그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라서 슬픈 것이다.

 

 그것이 사랑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누구든 간에 남남끼리 만나서 오랜 동안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다. 결국은 그것이 누구의 인생이었든 결국 또 하나의 슬픈 이별의 이야기를 만든다.

 

 필자의 친구들 중에는 나이가 나이인만큼 부인과 사별을 하고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가끔씩 뒤늦게 새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볼 수가 있는데 필자 입장에서 때로는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한다.

 

 물론 혼자 지내기가 적적하고 또 외롭고 생활 자체가 불편은 하겠지만 이제 우리 나이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또 한편으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분들에게 물어보기도 그런 것이 자칫 실수라도 할까 말은 못하지만 이제 와서 새 결혼을 한다면 자식들이야 다 커서 찬성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또 한 명의 모르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며, 남은 여생의 큰 도전이고 다시 한번 새 인생에 큰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가끔씩 새로 만난 사람들이 서로가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또 궁금하기도 하지만 보기는 좋다. 늙어서 새 사람을 만난다 해도 육체적 또 사회적으로나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만나면서 헤어짐을 약속하고 언젠가는 이별의 길을 걷게 되는데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은 만남의 기쁨이 클수록 헤어짐의 아픔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새로운 만남이란 또 하나의 상처를 약속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절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내란 평생 아이들과 남편만 보면서 울고 웃다 떠나는 사람이란 말이 맞다. 지금은 자식들이 다 성장하고 또 그들의 자식까지 있지만 어쩌다 아이들에게서 무슨 소식이라도 들리면 금방 울고 또 웃는 그 얼굴이 마치 늦가을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느껴진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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