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늘 웃던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요즘 사는 재미도, 의미도 없고 외롭다고 했습니다. 토론토에서 두 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살다 보니 마땅히 삶을 나눌 사람도 없고 감성적인 자신을 가족도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속을 끓이고 사는 듯 보였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글을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말을 건넸습니다. 본인도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안난다고 했습니다. '백지를 친구 삼아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풀어놓고, 일단 계속 써내려 가보라'는 것 밖에는 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단지 그녀만의 고민일까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 이민자들은 책 한 권을 쓸만큼의 사연과 외로움을 가슴에 안고 있을 것입니다. 친구와 헤어지면서 자기 같은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행사가 있으니 꼭 참석해보라는 조언을 덧붙였습니다.
북 콘서트. 문학이 있고 음악이 있고,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향취까지 담고 있는 단어입니다.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사모하는 분들, 그리고 그리움과 추억을 공감하고 나누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김영수 수필가는 캐나다로 이민을 온 후, 한국에서 같이 교편을 잡았던 친구들과 편지를 나누게 되었고, 편지 글에 감동을 받은 친구들의 권유로 글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 길은 신춘문예 입상으로, 한국 수필계의 등단으로 이어졌고, 수필가로서는 제일 큰 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수필문학상을 받음으로써 중견수필가로 자리잡게 되었지요.
'물구나무 서는 나무들', '먼 길 돌아 돌아온 바람', '시간의 기차여행'에 이어 이번에 발간된 네 번째 수필집 '어느 물고기의 독백'으로 내일 북 콘서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녀 자신의 모놀로그이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출판기념회 형식을 벗고, 이민생활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를 김영수 작가와 진솔하고 깊이있게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참가비는 없으며 추억을 맛볼 수 있는 다과도 나누게 됩니다. 단지 문학과 음악으로 촉촉하게 적셔갈 빈 마음만 가져오시면 됩니다.
10월 12일(토) 오후 3시에 노스욕 Edithvale Community Center(131 Finch Ave. West)로 관심 있으신 여러분 모두를 초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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