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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의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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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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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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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23)


  
46. 종달새의 지각(知覺)
     

종달새가 수수밭에 새끼를 두었는데, 날개가 나기 전에 일꾼들이 와서 수수를 베러 올까 염려하여 막을 것을 구하려 나갈 때마다 새끼들에게 당부하여 밭 임자가 오거든 무슨 말 하나 자세히 들어두라 하고 나갔다. 하루는 어미가 집에 돌아온 즉 새끼들이 무서워 벌벌 떨며, “어머니, 어머니, 큰일 났소. 아까 밭 임자가 그 아들더러 내일은 동네사람들을 청하여 수수를 베이라고 하니, 오늘 밤이라도 곧 이사합시다” 하거늘, 어미새가 웃으며, “걱정 말고 잠이나 자거라. 동네사람을 청하려면 내일은 일 못한다” 하고, 그 이튿날 어미새가 또 여전히 나갔더니, 밭 임자가 일찍이 밭에 와서 동네 사람을 기다려도 오지 않더라.
그가 아들더러 말하기를, “이것 보아라. 동네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 내일은 우리 일가 사람들을 좀 청하여 일 좀 하여 달라고 하자” 하고 가거늘, 저녁에 새새끼들이 그 어미를 보고 밭 임자가 하던 말을 다하고 밤으로 떠나자고 조르자, 어미새가 태연히 저녁을 먹으며 하는 말이, “일가도 쓸데 없느니라. 아무 염려 말고 내일 또 밭 임자의 말이나 잘 들어두어라”하고, 그 이튿날 또 벌이 하러 나갔더니 밭 임자 부자가 와서 종일 기다려도 일가사람 하나도 오지 않는지라. 
밭 임자가 분하여 아들더러 이르되, “동네 친구도 쓸데없고 일가 사람도 믿을 수 없으니 내일은 낫 둘만 잘 갈아가지고 나하고 너하고 둘이 이 수수를 베여버리자” 하거늘, 어미새가 돌아와 그 말을 듣고, “어린 것들아, 인제 우리가 이 밭을 떠나야 살겠구나. 누구든지 제 일을 제가 하려 들면 다 되나니라” 하고, 다음날 날이 밝자 일찍이 다른 밭으로 이사하였더니, 과연 그날 밭 임자 부자가 수수를 다 베이더라. 네 일을 잘 하려면 네가 하고, 잘 못하겠거든 그때 남을 시켜라.
 
  

 

엮은이의 글
 “스스로 돕는 자는 하늘이 돕는다”는 격언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보통사람들이 관심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여 볼 수 있지만, 우선 인간에게 공통된 몇 가지 욕구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사람이 먹고 입고 자고 등 최소한의 생존 단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예술, 문학, 과학 등을 통한 미의 추구와 고급도구의 사용에 의한 생활수준의 향상에 관심을 갖게 되는 단계가 온다. 그 중에도 과학과 같이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거나 기술과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창출하는 분야에서 남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것은 문명인의 기본적 자격요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우수한 두뇌, 연구시설과 지원, 합리적 사고가 존중되는 사회 환경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따라서 과학자나 기술자나 정책 입안자가 아닌 보통 사람이 과학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이러한 사회 제도와 국가 정책의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합리적 사고를 존중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윤창구 수필집[뱀의 발] p.134)
       
 윤치호 일기   
“애국심만 있으면 흉악범들도 면제된다는 잘못된 사조가 있다. 경제, 도덕적 독립과 자기신뢰가 없으면 정치적 독립은 쓸모 없을 것이다.
조선사람들은 애국심이 수많은 범죄의 면죄부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한다. 결국 모든 애국심은 확대된 이기심이다. 다른 덕목들처럼 애국심이란 것도 오용될 수 있다. 애국심의 목적이나 정수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참된 행복을 깨뜨릴 수도 있다. 조선인에게는 단순한 정치적 독립보다는 경제적 도덕적 독립과 자기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경제적 도덕적 독립과 자기 신뢰가 없다면, 정치적 독립은 사실상 쓸모 없을 것이다.”- 1920년4월9일

 

47. 여우와 신 포도 
     

 

하루는 여우가 길을 가다가 배가 고프던 차에 포도넝쿨에 포도송이가 높은 데에 늘어진 것을 보고 먹으려고 뛰어도 키가 자라지 않는지라. 할 수 없어 돌아가며 하는 말이 “못된 포도 같으니. 너같이 시고 떫은 포도를 어떤 양반이 먹겠니?” 하더라.


 

 
 
엮은이의 글  
자신의 손이나 능력이 닿지 않는 것이 자신의 능력 없음인 데도 경시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쟁취할 수 없는 것을 다른 핑계를 대며 경멸하는 척한다.
“합리적 사고가 존중되는 환경을: 과학자를 인정해 주지 않고 기업에서 기술인을 대우하지 않는 사회풍토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의사, 변호사, 사업가가 되려고만 한다고 개탄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실제로 어느 원로 화학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큰 공적을 남겼는데도 아이들의 진학 때마다 과학이나 공학을 하지 말고 언제고 독립 개업할 수 있는 의사가 되라고 권고하는 것을 보았다. 이 분이 반드시 예외적인 경우는 아니라 생각한다.
과학기술이 예술이나 문학과 달리 보통 사람들에 중요한 한 가지 이유를 들라면 사회, 경제, 군사면에서 우리의 생활에 미칠 수 있는 그것의 영향이 너무나도 큰 점이라고 하겠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중에 과학과 기술을 떠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직접 기여하지 못해도 그러한 발전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 공해나 핵 전쟁위기 등의 윤곽을 이해하고 비판 능력을 갖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보통 사람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단기적으로는 과학 기술이 사회적 우선 순위를 바르게 설정하고 실현하는 제도와 정책을 세우는데 영향력을 행사는 것.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사고를 존중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개화운동이 지향해 온 바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윤창구 수필집[뱀의 발p.136];

윤치호일기  
“백성들은 러시아-일본 간의 비밀조약에 대해 제각기 분분한 의견을 내며 흥분해 있다 조선의 문제는 일본이나 러시아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조선 정부 안에 있다.”-1897년3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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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9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22)

 

 45. 제비의 충고    
 
 
            
    
제비가 세계 유람을 널리 하여 지식이 출중한지라. 하루는 농부가 노끈 꼬는 삼씨를 심는 것을 보고 생각해보니, 그 삼이 자라면 노끈이 되어 그물을 떠서 들에 있는 새들이 많이 잡힐 터이라. 제비가 그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 새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되, “저 삼이 자라면 우리 동포에게 큰 해가 될 터이니, 우리 가서 삼씨를 낱낱이 다 집어먹어 후환을 없이하자.” 하고, 지성으로 권하자, 여러 새들이 웃으며 혹은 말하되, “맛 없는 삼씨 먹느니 다른 곡식을 먹지.”하고, 혹은, “아무리 하기로 나야 잡힐까?”하고, 혹은, “오활한(迂闊: 실정에 어두운) 소리 마라. 그런 짓 않고도 우리는 사천 년이나 잘 살았다.”하고, 혹은, “애고, 나는 늙었으니 설마 내 생전에야 어떻겠나?” 하고 제비 말을 듣지 않더니 미구에 삼씨가 자라서 싹이 파릇파릇 나는지라. 제비가 다시 새들에게 연설하여, “아직도 늦지 않으니, 어린 싹을 모두 먹어버리자” 하되, 새들이 듣지 않고 도리어 제비더러 ‘미쳤다.’ 하며, ‘물정을 모른다.’하며, ‘역적을 모의한다.’하며, 몽둥이로 때려 쫓아서 새 종중에 들지 못하게 하였더니 몇 달 후에 그 삼이 무성하매 농부가 거두어 껍질을 벗겨 노끈을 꼬아 새그물을 떠서 새를 수없이 잡아 없이하니, 그제야 새들이 제비의 충고를 생각하고 듣지 아니한 일을 후회하더라.
후회도 않는 사람 보다는 낫다.

  


엮은이의 글  
윤치호가 청년들을 교육시켜도 알아듣지 못한 경우와 정부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결국 을사늑약에 이른 일 등을 빗댄 우화이다.
악의 씨앗을 파괴하지 않으면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교훈.
‘넒은 들에 익은 곡식’(마태복음9:37)도 제때 창고에 거둬들여야 추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치호 일기   
“송도는 남감리교 감독교회를 위한 본부 내지 동력원이 되어야 하고 감리교 감독 선교단에 전념해야 한다. 남감리교선교단의 모든 길은 송도로 향해야 한다. 이 도시는 조선에서의 전략적 거점이고 전망이 밝다. 게다가 송도는 다른 선교단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남감리교선교단에 주어진 도시다. 만약 남감리교 감독 선교단이 분산 정책을 통해 시간과 힘을 차츰차츰 까먹으면서 송도 사업의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게 만든다면, 선교단은 자신은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이 쓰지 못하게 만드는 심술쟁이 노릇을 하는 셈이 될 것이다.
실업 교육은 선교단이 수행해야 할 유일한 교육이다. 문예 교육도 그 자체로는 좋지만, 선교단은 문예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금도 없고 이에 대한 지지층도 없다. 조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근로의 고귀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작업도구를 조작하고 잘 다룰 줄 아는 조선의 청년이 세익스피어나 스펜서를 인용할 줄 아는 청년보다 더 바람직한 시민이다.”-1902년10월31일


“스티븐스 씨에게,-- 외부대신 서리 임무를 맡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원래의 외부대신과 협판에게 부여했던 임무가 더 이상 수행할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2. 나 자신이 굴욕감을 이길 수 없으며, 우리 동포들에게도 미움을 받는 일입니다.
전에 말씀 드린 대로, 조선사람이라면 아무도 이 조약에 서명 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 조약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일본은 그 노예 문서 같은 계약서에 도장 찍는 조선사람이 아니고는 성과를 거둘 수도 없고 거두지도 못할 것입니다.
3. 왜냐하면, 모멸감에 찬 내 동포들 앞에 나를 드러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사람이라면 황제의 말씀을 제쳐 놓고 일본이 약속 하는 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일본이 자칭 보호국으로서 조선사람들을 공평하고 정의롭고 관대한 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을 다른 누구보다도 믿지 않습니다. 부정부패가 온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개개인이 자신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전쟁을 벌이고, 조선은 파멸에 이르고, 따라서 이들은 완전히 권력의 수중에     들게 될 겁니다. 

 

 우리의 구원자이며 보호자인 일본은 틀림없이 현명한 자의 눈을 멀게 하는 그럴 듯한 규정을 제정할 것이 틀림 없을 테니까요! 이러한 무리 속에서 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 합니까?. 중략… 
‘나는 우리 황제께서 통치 기반을 깨끗이 마련해놓고 진정한 개혁을 하시지 않는 한, 어떤 직책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어제 당신이 보낸 다정한 편지를 받고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편지에서 내가 우울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더군요. 나도 민영환처럼 마왕과 악마들이 있는 이 지옥을, 마왕의 보호자들과 그 보호자들의 범죄자들이 들끓는 이 지옥을, 이중의 압제와 이중의 무정부 상태에 있는 이 지옥을 떠날 용기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나를 철저한 비관주의자라고 지적한 첫 번째 사람은 아닙니다. 실(Sill) 공사, 웨베르(Waeber) 공사,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말했고, 모든 일이 종국에는 잘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선에서는 그들의 낙관적인 예견보다는 나의 비관적인 예감이 더욱 현실에 가까왔습니다. 당신의 낙관주의는 더 나은 운명을 가져오게 되길 바랍니다.
내 행동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듭니까? 나는 러시아가 조선의 개혁을 도와주리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러시아 편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속았다는 걸 알고, 비록 친러가 출세와 부를 의미했을지라도 즉시 러시아에 등을 돌렸습니다. 나는 조선을 지지하는 정도, 딱 그 정도만 일본을 지지합니다. 일본에 대한 내 신념이 식는다면, 그 이유는, 누군가 일본이 관음보살이라고 믿게 만든다 해도, 일본은 자비와 고귀함으로 가득한 관음보살이 아니라 사람들을 제물로 요구하는 나쁜 신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일본을 혐오하면서 그들을 거부하도록 만드는 이런 신념 때문에, 나는 조선이 겪는 고통과 치욕을 만든 작자가 이제 이른바 독립이라는 것을 회복하기 위해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는 유치하고 은밀한 음모에 동참하거나 그 음모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나는 천박한 선동가들과 관련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조선인들이 자신이 짊어지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그 상황을 이용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나는 현재 구상하고 있는 내각에 참여하기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을 통해 우리나라에 더 잘 기여할 수 있습니다. 도적떼 가운데 하나인 이윤용이 평리원 재판장에 임명되었습니다. 이 썩어빠진 인간에 견주면 이용익은 신사이고 학자입니다. 이런 것이 우리 보호자가 불쌍한 야만인인 우리를 구제하려고 채택한 새로운 계획의 일부란 말입니까?
이렇게 조선에서 보이는 일본인의 성격에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도, 당신에 대한 우정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1905.12.12. 스티븐스 고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우리 황제께서 통치 기반을 깨끗이 마련해놓고 진정한 개혁을 하시지 않는 한, 어떤 직책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1905년12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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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2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21)

 43. 시기와 욕심  

                                     

   

 

하루는 욕심 많은 사람과 시기 많은 사람이 부처님 앞에 가서 각기 소원을 말하려고 했다. 그때 부처님이 가로되 “누구든지 먼저 말 하는 자가 소원 성취할 것이요, 그 다음에 말하는 자는 먼저 원한 자보다 곱절을 더 잘되게 하리라”하니, 욕심 많은 사람은 무엇이든지 곱절로 많이 얻을 생각에 먼저 말을 않거늘, 시기심 많은 자는 저 잘 되는 것보다 남 잘못되는 것을 더 좋게 여겨 욕심 많은 자의 두 눈 멀기를 바라고 비는 말이, “부처님, 나는 한 눈만 멀게 해주소서”하더라. 

 

 

 

 

 엮은이의 글  

부도덕한 자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형벌을 가한다.

 

윤치호 일기   

“오늘 한상룡씨로부터 윤덕영씨의 아방궁이 37만엔의 비용이 들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직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니! 어리석음 이상이다. 그것은 범죄이다.”- 1934년5월9일

 

“상동교회의 엡워스 야간학교(the Epworth Night School) 폐교식에 참석했다. 나는 김정식을 보고 역겨웠다. YMCA 총무인 김정식은 이윤용에게 아첨하면서, 이윤용이 공공 사업체에 후한 기부를 했다는 이유로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친 용어로 그를 찬양했다. 이윤용이나 민영준(민영휘) 같은 이들을 칭찬하기에 앞서 특정한 단체를 후하게 지원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벌어왔고, 지금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기억하자. 군수나 대신이나 판관이라는 직함을 가진 도적들은 조선인의 이익을 보호하라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면서 불쌍한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수탈해왔다. 이 악당들은 자신이 부정하게 취득한 재물 중 최소한을 몇몇 자선단체에 준다. 그리고 찬양 받고 아첨 받는다.

그것이 주는 교훈(부도덕함)은 이것이다. 강도짓이든, 살인이든, 반역이든, 무엇이든 온갖 수단으로 돈을 벌어라. 오로지 돈을 벌어라. 그러고 나서 몇몇 자선단체에 조금 기부해라. 그러면 그것이 수많은 죄를 덮어줄 것이다.”-1906년7월3일

 

 44. 새매와 농부  

  

 

 

새매가 꿩을 쫓다가 조밭에 쳐 놓은 그물에 걸린 지라. 농부에게 애걸하며 하는 말이, “내 평생에 생원님께 해로운 일 한적이 없으니 살려주시오” 하거늘, 농부가 웃으며 대답하되, “그러면 꿩은 너에게 무슨 해로운 일을 많이 하였기에 네가 잡으려고 쫓아다니느냐?” 하더라. 

 

 

 

엮은이의 글 

사람이나 동물이나 유유상종의 심리가 있어서, 어떤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 사람의 동료나 친구를 살피라는 경고이다. 

주역周易에 “삼라만상은 그 성질이 유사한 것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뉘어 산다. 거기서 길흉이 생긴다.”고 했다. 따라서, 기독교의 가르침이 통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야만의 법측만 끼리끼리 쫓는 사회가 있기 마련이다.

 

윤치호 일기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를 괴롭혀야 독일이 번영하고 행복하다고 선전할 것이다. 심성이 착한 사람은 전능하시고 은혜로우신 주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1939년9월19일

 

“영국, 프랑스, 미국은 이미 많은 전리품을 차지한 강도들이다. 반면에 독일과 이탈리아는 전리품을 찾아 헤매는 굶주린 강도들이라는 점이 다르다. 굶주린 강도보다 배부른 강도와 더불어 사는 편이 더 안전할 것이다.”- 1940년3월18일

 

“히틀러와 스탈린 에게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통하지 않는다. 정글법만 있을 뿐이다. -1939년12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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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20)

41. 차부와 부처 

 

 

한 차부(車夫: 마부)가 진흙 땅에 마차를 몰고 가다가 바퀴가 흙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 지라. 차부가 두 손을 비비며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바퀴를 빼어 주십사 빌고 서 있거늘, 부처가, “이 무식한 백성아, 채찍으로 말을 치면서 네 어깨를 바퀴에 대고 힘껏 밀면 차 바퀴가 떨어질 터인데, 나만 부르고 섰으니 너 할 일을 네가 아니하면 누가 네 일을 보아주겠느냐?” 하더라.

 

 

 

 

엮은이의 글  

“기술과 미래의 한국사회: 우리와 같이 자원이나 지역 여건의 이점이 별로 없는 나라에서는 기술 이외에는 2000년 대에 들고 나갈 무기가 없다는 데 의견이 같다. 전쟁을 하려면 군인과 무기를 준비해야 하듯이 기술을 무기로 하려면 기술인과 국제경쟁력이 있는 기술을 준비해야 하며 이는 투자의 우선순위 문제이므로 사회여론의 뒷받침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윤창구 수필집 ‘뱀의 발’ p.72)

   

윤치호 일기   

“진남포사람들은 나무를 가꾸지 않아서 산은 헐벗었다. 비발도는 작은 섬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섬의 소나무를 베는 사람은 죽는 다는 속설때문에 보존되어있다.”-1901년5월5일 

 

 

“중국 북부지방에서 일어난 의화단 사건이 남긴 유산 중 하나는 콜레라다. 콜레라는 의주를 통해 조선으로 침투하였다. 진남포는 콜레라에 감염된 것 같다. 그것도 심하게 말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콜레라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한다. 원산은 큰 위험지역이다. 사람들은 콜레라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간단한 위생 규칙을 준수하게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오물과 먼지가 쌓여 있는 집 안을 청소하도록 강제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투덜거린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오랫동안 아주 더러운 곳에 살면서도 그다지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살고 죽는 것은 다 운명에 달렸습니다.? 그들은 침술과 쑥뜸을 더 선호한다.”- 1902년9월1일

 

42. 땅 속에 있는 재물  

 

 

 

 

한 농부가 죽을 때에 그 아들 형제를 불러 유언하기를, “내가 평생 절약하여 모은 돈으로 황금 몇 덩이를 사서 너희들 주는 밭에 한 자쯤 깊이 파고 묻었으니 부지런히 잘 파보아라” 하고, 세상을 떠난 후, 그 아들들이 금덩이를 찾느라고 밭을 깊이 갈고 농사를 부지런히 하여 큰 돈을 모은 지라. 

그제야 그 부친이 말한 참뜻을 깨닫고 더욱 부지런히 농사하여 모두 만석꾼이 되었더라.

 

 

  

 

 엮은이의 글 

좌옹의 *한영서원 창립 목적이며, 특히 근면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형벌이 된다는 교훈이다. 산업을 일으키는 일, 생산성 있는 노동 자체를 교육시키는 것은, 국가를 부강케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치호 일기 

“**부커 워싱턴은,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다. 자유를 가졌지만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보다는, 자유를 억압 받더라도  자유를 누릴 자격을 갖추는 편이 더 나을 것입니다’고, 내게 말했다.”-1920년1월27 일 

 

 “오전 9시에 두남리에 있는 윤병수의 과수원에 갔다. 윤병수는 60그루의 나무로 시작해 현재 약 3,000그루를 보유하고 있고, 과수원을 관리하기 위해 매년 남자일꾼 2,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1917년8월19일 

 

*한영서원은1906년 10월3일 개천절에 개성에 창립했으며, 송도고보의 전신이다. 

**부커 워싱턴(Booker T. Washington1856~1915): 미국인 노예출신으로 교육자, 연설가, 흑인 사회의 대표적인 리더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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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9)

39. 어리석은 하인 

 

 

한 마누라님이 첫 닭이 울면 집안사람을 깨우는지라. 하인들이 단잠을 못 자고 따뜻한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싫어하여 그 닭을 없앴더니, 마누라님이 시간을 알 수 없으매, 늦을까 염려하여 하룻밤에 절반만 지나면 하인들을 깨우니 하인들이 마지 못하여 닭 한 마리를 사다 놓더라. 

 

 

엮은이의 글 

게으름은 자신에게 형벌이 온다는 교훈. 그러므로 남에게 요청할 때는 카멜레온의 변신까지는 아니어도 심사숙고하고 나서 행동해야 한다.

“생산활동과 연구개발에 불가결한 요소인 창조적 환경, 자율성, 인간성은 어쩌면 생명의 기본 현상일런지도 모른다. 미생물의 공업적 이용에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이른바 “하바드 법칙”을 이용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고도로 정밀 조정된 압력, 온도, 부피, 습도, 기타조건하에서도 생물은 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뿐이다.”(과기원소식 1982.6. 윤창구 수필집: 뱀의 발 98 페이지)

 

 윤치호 일기 

 “이 냄새 나는 도시는 독특하게도 네 개의 표준 시간대를 가지고 있다. 현지 표준시로 인정하는 천주교식 시간대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보호자들은 지나치게 자긍심이 커서 노예들의 현지 시간대를 채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서울 시간보다 30분 이른 도쿄 시간을 지키고 있다. 

조선 정부는 “종(bell)”이라는 수단으로 서울 시민에게 낮 12시를 알리는데, 종종 가톨릭 시간대보다 몇 분 이르거나 늦다(그 ‘종’ 관리자가 경성전기회사 건물의 탑에 있는 시계를 보고 시간을 맞추기 때문에 이런 불일치가 발생한다). 

궁궐에서는 황제가 요구하는 시간에 맞춰 시계들이 돌아간다. 그래서 낮 12시 정오 시각이 항상 오후 4시 쯤이나 때로는 자정이 되기도 한다. 참으로 경이로운, 작고 형편없는 나라이다.

일주일 전 조선군악대의 군악대장인 에커(Ecker) 씨가 파고다 공원에서 개최하는 음악회 초대장을 발급하면서 개최 시간을 “도쿄 시간”에 맞추었다. 

그런데, 에커 씨는 지난 10년 동안 조선이 주는 봉급으로 살아오고 있다. 그 악단은 조선의 악단이다. 그 공원은 조선의 공원이다. 관객은 대부분 조선인들이다. 에커 씨는 왜 도쿄 시간을 사용했을까? 유럽인의 노예근성이 동양인과 일을 할 때는 동양인의 정서를 산산이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1906년. 6월 16일

 

“큰 일을 할 때처럼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하라. 열심히 일해서 지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보여주려고 세심한 예의에 구애 받지 말라.”-1892년6월1일.

 

 

40. 외양간의 개 

 

 

 

외양간에 꼴도 많고 죽도 많은데, 개가 들어가 누워있었다. 그때 소가 배가 고파 꼴을 좀 먹으러 들어가려 한즉, 개가 짖으며 못 먹게 하거늘, 소가 꾸짖는 말이, “이놈아 너도 못 먹고 남도 못 먹게 하니 무슨 심사냐?” 하더라.

 

 

 엮은이의 글  

스스로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고 해서 남을 원망하면 안 되며, 협력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역할이 있음을 강조하는 교훈이다.

“과학과 기술과 보통사람: 손바닥과 손 등의 조화처럼, 기초과학의 밑받침이 없는 첨단과학은 사상누각과도 같다. 그 자체로서 만은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의 머리가 발달된다 하더라도 인류 탄생이래 변함없이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두 발이 없다면 어찌 사람으로서 사람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윤창구 수필집<뱀의 발>129페이지)

 

 윤치호 일기    

“봄과 여름에 원산과 인근 지역에는 꽃이 만발한다. 아름다운 진달래와 보라색, 노란색, 분홍색, 흰색 꽃들, 말 그대로 언덕을 뒤덮은 계곡의 참나리꽃. 야생 장미꽃 향기는 아주 멀리 바닷가까지 날아간다. 이 아름다운 봄과 여름의 아이들에게는 서로 굉장히 다른 이유로 일본인과 조선인이 최악의 적이다. 일본인은 꽃을 열렬히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정원과 언덕의 꽃을 모두 뽑아버린다. 화창한 날이면 일본인 거류지 근처의 언덕에는 인정사정 없이 온갖 꽃을 꺾어버리는 일본인으로 가득하다. 언덕에서 꽃과 어린 나무를 꺽고 뿌리뽑는 일본인을 보면 이집트에서 메뚜기 떼의 대피해가 어떠했는지 생생히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조선인은 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조선인은 아침 햇살을 받은 장미나 온 계곡마다 향기를 풍기고 있는 은방울꽃을 띠끌 만큼의 죄책감도 없이 더러운 발로 짓밟는다. 발길이 닿는 언덕이면 어디나 헐벗게 만드는 조선의 나무꾼은 꽃관목을 뿌리 채 뽑아 밥 짓는 연료로 사용한다. 그들에게 수백 년 동안 풍요로운 토지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피어났던 꽃의 이름을 물어본다면, 영혼없는 조선인은 그저 바보처럼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몰라요.?? 따라서 신이 아름답게 만들었지만 인간이 더럽힌 이 땅에서 여성과 꽃은 사랑 받지 못한 채 이름없이 피어나고, 힘들게 일하고, 죽어가는 것이다.”-1899년12월31일 원산

 

“야만은 자연의 노예다. 반쯤 개명된 사람은 자연 앞에서 겁을 먹고 구걸한다.  그러나 개명된 사람은 자연의 주인이다.”-1892년12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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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8)

 

 37. 비둘기와 개미  
 
  


 

 

 하루는 개미가 목이 말라 강가에 가서 물을 먹다가 빠져 떠내려 가거늘, 비둘기가 보고 가련히 여겨 나뭇가지를 물에 던져 개미가 타고 살아 나왔다. 그 후에 포수가 그 비둘기를 잡으려고 총을 겨누거늘, 개미가 그 발뒷꿈치를 쏘아 겨냥을 잃게 하여 비둘기 은혜를 갚더라.

 

 

 

 엮은이의 글 
친절은 아무리 베풀어도 낭비가 아니다. 친절은 보은(報恩)이 따른다. 
사랑의 샘물은 퍼줄수록 채워진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이 있다.”-사도행전20:35
 

윤치호 일기    
  
“선교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복음설교보다 환자치료를 먼저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의사와 간호진이 좀더 친절한 그리스도 정신으로 치료하면 더 효과적일 텐데. 환자들은 설교를 들으러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 실력 있는 의사와 친절한 간호사가 그리스도 정신으로 환자를 성실하고 훌륭하고 유능하게 치료한다면, 환자들은 기도회마다 빠짐 없이 참석하고 상투적인 설교를 듣는 것보다 더 빨리 신앙심을 갖게 될 것이다.”- 1927년9월13일 
 

“오늘 오후 경성의 권번(券番)네 군데에서 고아구제회에 12,000원을 기부했다. 그 돈은 고아원을 설립하기 위해 기생들이 자선음악회를 열어 거둔 수익금의 절반이다. 근엄한 도덕주의자가 술집의 기생이 준 기부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 상상해보니 상당히 재미있었다. 만약 유명한 매춘부가 감리교학교에 1,000원을 기부했다면, 감리교학교는 그 돈을 받았을까? 만약 민영휘 자작이 어떤 감리교학교에 1,000원을 기부했다면, 감리교학교는 그 돈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받지 않겠는가? 하지만 민영휘 자작의 돈은 조선인의 피로 만든 돈이다. 매춘부나 술집 기생의 돈보다 훨씬 더 부도덕한 돈이다.”-1920년6월24일

 

 

38. 생쥐가 방울 달기
 
 

 

어떤 큰 집에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있어서 쥐가 멸종할 지경이 된지라. 쥐들이 비밀히 종회宗會를 열고 그 고양이를 없애거나 피할 도리를 강구할 때 의론이 분분한 중에, 가장 어린 생쥐 하나가 나서서 회장을 부르고 동의하되,
“그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으면 그놈이 꼼짝만 하여도 딸랑 할 터이니 우리는 그 때를 맞추어 피하는 것이 상책이겠소” 하자, 회중이 크게 기뻐하여 손뼉을 치며 갈채하거늘, 그 중에 늙은 쥐 한 마리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하는 말이, 
“저 어린 친구의 계책이 좋기는 좋소만, 누가 가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런지, 갈 사람 있거든 손 드시오” 하매, 회중이 아무 말 못하고 다 헤어지더라.

  



 
 엮은이의 글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완수하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人間. 機械. 小數點 인간. 기계. 소수점: 대체로 실제적 생산이나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국가경제 또는 기업체의 업무를 기획하는 경우에 범하기 쉬운 잘못은, 인간과 기계의 능력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는 것과 기술적 대안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창의력, 기계의 적응력, 기술의 비약 가능성을 빼어 버리면 남는 것이라고는 추상적 숫자일 뿐이다. 이러한 숫자의 정밀도가 소수점 아래 다섯째 자리에까지 미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현실을 떠난 구름 위에서의 유희에 불과한 것이다. <윤창구 수필집: 뱀의 발 97 페이지>

 

윤치호 일기  
“삼개(마포)의 치안이 불안해도 자치경찰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도둑떼보다 경찰의 민폐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1898년5월2일 
“하나님은 왜 모든 민족을 평등하게 창조 하지 않으셨나. 적자생존으로 참혹하게 다른 민족에게 전멸당하는 비극 속에서도 불쌍한 인생들이 할 일은 최선을 다 하는 것이고 왜 그런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하나님께 맡겨라. 내가 해야 할 일과 사명은 조선사람들이 생존하기에 적합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1892년10월14일.
“중앙YMCA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오후 2시25분 기차로 서울에 왔다. 구자옥 군은 수입이 부족해 직원들에게 월급의 절반만 지급해야 했다고 보고했다. 이사인 이갑성(李甲成)과 김원벽(金元璧)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1,000엔의 공채를 모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몇 달 전, 이 사람들은 이사회 이사들이 기부해 1,000원을 모금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나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약속한 액수를 기부하지 않았다. 이 유지 신사들은 다른 사람의 돈은 아끼지 않는다. 빌링스 박사는 빚을 지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공채 모집 발의안은 폐기되었다.”-1924년9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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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7)

 

35.  말과 사람  


   


말이 사슴과 싸워 이기지 못하매 사람을 찾아와 원수를 갚아달라 하거늘, 사람이 허락하고 말에게 안장을 짓고 재갈을 물린 후 올라타고 사슴을 쫓아가 잡은지라. 말이 그 은혜를 감사하고 안장과 재갈을 벗겨달라 청하자, 사람이 말하기를, “네 원수를 갚아주어서 네 권리를 존중케 하고 네 독립을 보호하며 네 부강을 도모하였으니 평생 내 종노릇 해라.”하고, 잡아매거늘, 말이 탄식하되, “작은 원수를 갚으려다 큰 원수를  만났으니,  내가 독립 못한 탓이라. 누구를 원망하리요.”하더라.


 


  

 엮은이의 글 
내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면 상대방도 나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교훈이다. “과학과 한국인의 의식구조: 미래의 과학이 한국인에게 주는 가장 큰 영향은 의식구조의 변화가 될 것이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의식구조의 핵심을 차지하는 부분은 자신의 본색(identity)에 대한 인식으로서 현재 자연철학의 세계적 추세가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인간 본색의 추구라고 할 수 있다.”(윤창구 수필집<뱀의 발;66페이지)

 

윤치호일기   
 
“나는 비록 초가삼간일지라도 전하와 내각이 조선의 집으로 옮겨가야 된다고 설득하느라 온갖 노력을 다 했다. 물론 전하는 신변 경호가 잘 되고 있는 러시아 공사관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전하가 일본 측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일본인 교관들이 전하의 경호를 위해 훈련 받고 봉급 받는 병사들(조선인)이 임금을 배반하도록 유도했다. 전하를 경호한다는 그럴듯한 목적으로 궁궐 앞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병사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임금에게 신임장을 바친 일본 공사가 음모를 꾸몄고 왕후를 살해했다.”- 1896년2월14일
“지금은 러시아의 영향권 안에 든 “대군주, 최고 지배자”이며, 블라디보스톡 거리에서 몰려온 모든 철면피들이 왕전하의 침전에 모여서 전하로 하여금 온갖 마귀의 장난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1896년3월30일
 “민영환 공이 재무대신 비테를 방문하여, 조선국왕의 호위문제를 니콜라이 황제가 윤허하도록 되풀이해 말하자, 비테가 대답하기를, ‘국왕 경호 문제는, 조선의 왕이 스스로를 지킬만큼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다른 나라가 어떻게 그 분을 외국의 적으로부터 지켜줄 수가 있겠습니까? (옳소. 옳소!) 내가 만일 그분의 자리에 있다면 대원군을 위시한 내 적들을 모두 척결할 것입니다.”- 1896년6월7일
 

36. 여우와 원숭이


 

 

산중의 대왕인 사자가 죽으매 여러 짐승들이 모두 도회하여 새 왕을 뽑을 새, 원숭이가 흉내도 잘 내고 나무에도 잘 오르고 꾀도 많다 하여 왕으로 뽑혔다. 원숭이가 권리를 탐내어 다른 짐승들에게 교만하고 토색이 자심한지라. 여우가 분하게 여겨 하로는 고기 한 덩이를 덫 속에 넣고 원숭이에게 알현을 청하여 재배하고 아뢰되, “신이 오다 보니, 고기 한 덩이가 저기 있사오니 대왕께서 거동하사 잡수시옵소서.” 하거늘, 원숭이가 여우의 충성을 기뻐하여 대동당상(大同堂上: 선혜청 관리)을 시키고 훈장을 내린 후, 그 고기 있는 곳으로 가서 앞발로 고기를 끌어 내려 하다가 덫이 튕기며 원숭이 발이 잡힌 지라. 그제야 여우의 간계를 깨닫고 꾸짖으니, 여우가 웃으며, “덫 놓은 것도 모르고 눈앞에 작은 이익만 탐 내니 너같은 놈이 왕이 다 무엇이냐.”하고, 달아나더라.

 

    

*대동당상(大同堂上): 선혜청의 관리를 아전들이 이르는 호칭
*선혜청: 조선시대 포전미전 담당하던 관아

 

엮은이의 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탐관오리의 비유이다.
”폭력의 한계: 어렸을 때 받은 교육의 힘은 매우 커, 종교나 윤리에서 폭력의 부당성을 배움과 동시에 역사상의 폭력을 숭배하는 훈련을 받은 이들은, 때에 따라 폭력을 미화하기도 하고 지탄하기도 하는 일에 스스럼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내재한 모순은 언젠가는 밖으로 나타나게 마련인 듯, 요즘 대학생 데모에서 비롯된 일부 과격파의 화염병 투척, 건물점거, 자해행위 등을 둘러싼 논란에서 그 숨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윤창구 수필집 <뱀의 발> p.158 )

 

윤치호 일기 
 “300년 전 일본의 침략 때, 부산을 거슬러 진격해 온 일본 장군 하나가 한성을 20일 간 점령했었다. 현 청국 왕조의 그 타타르 건국자 지휘 하에 중국인들은 압록강으로부터 쳐들어 와 50일 동안 국왕을 잡아 두었다! 내가 조선의 치욕적인 역사를 더 많이 알수록, 나는 현재의 왕조 하에서는 개혁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500년 동안 조선정부는 백성들의 나은 삶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왕조의 노예들이여 사라져버려라!!!”- 1894년10월8일
 “평화는 평화가 만든다. 조선인들은 조선의 평온한 사태에 대해 기뻐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단지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는 데 방해 받지 않기를 바라는 정부의 이기심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1894년7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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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6)

 

34. 참나무와 나무꾼
 
 

 

하루는 나무꾼 한 사람이 큰 참나무 밭에 들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늙은 참나무가 무엇을 찾느냐 묻거늘, 도끼 자루 만들 물푸레나무를 구한다고 하자, 참나무들이 의론하고 하나를 주었더니 나무꾼이 도끼에 자루를 맞춘 후에 참나무를 하나씩 다 쪼개버리는지라. 그 중 노숙한 참나무가 탄식하기를, “권세 자루를 남의 손에 넣으면 나라도 망하는데 참나무야 더 할말이 있겠나” 하더라.


 

 

엮은이의 글 
 “과학과 기술문명: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줄 아는 기술이 있다. 그러나, “과학이 기술이고 기술이 바로 과학이라는 통념은 크나 큰 오해이다.  과학은 美미를 추구하는 자연철학으로 문학, 예술과 함께 우리 인류문명의 자랑스런 작품이다. 인간의 순수한 이성과 감성이 창조한 과학, 문학, 예술, 이 세 가지는 추구하는 미의 형태만 다를 뿐 과학은 인간의 논리를, 문학은 언어를, 예술은 감각을 그 추구 수단으로 한다. 과학이 기술, 특히 기술문명의 폐단과 혼동되는 것은 때때로 문학이 정치적 선동으로 간주되거나 예술이 도덕적 타락요인으로 지탄받는 것과 흡사한 일이다.”(윤창구 수필집[뱀의 발];41 페이지)

 

윤치호 일기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비관주의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게 진창에 빠져 있습니다. 최악의 악당들이 전하를 에워싸고 있고, 부인이나 남편의 훌륭한 자문이 전하를 올바른 길로 이끌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웨베르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통역관인 김홍륙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있어요. 다들 김홍륙에 반대하기 때문에 선생이 김홍륙을 낮게 평가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우리 남편은 김홍륙이 정직하고 충실하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어요. 돌아가신 중전과 우리 남편처럼 현명한 분들이 김홍륙한테 기만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그토록 오랫동안 말이에요. 사람들은 김홍륙이 매관매직 등등을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절대 아니에요! 김홍륙은 가난합니다. 그 사람 돈이 어디에 있을까요? 전하가 공사관에 오셨을 때 김홍륙에게 4,000달러를 하사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범진에게는 2만 달러를 하사하셨지요. 김홍륙은 전하께 4,000달러를 하사받았다는 사실을 우리 남편에게 숨기지 않았습니다.

 

?윤 선생, 아닙니다. 김홍륙은 충성스럽고 정직한 사람입니다. 작년에 이완용과 이윤용 부류들이 몸을 숨기고 감히 머리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때, 왕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밤낮으로 일했던 사람이 누구였지요? 바로 김홍륙입니다. 사람들은 김홍륙이 전하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싫어합니다. 만약 선생이나 다른 누군가가 전하 가까이 있다면, 선생이나 그 누군가가 미움을 받았겠지요. 
선생은 전하 주위의 사람들이 나쁘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맞아요. 궁내부 대신인 이재순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고, 환관과 궁녀들은 전하의 물건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전하는 약합니다. 하지만 선생은 조선 어디에서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을 건가요? 70여 명의 선교사들과 수백 명이 넘는 조선인 기독교인이 있지요.  하지만 수백 명이 넘는 기독교인 중에 기회를 포착했을 때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훔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조선인의 문제는 다들 입으로는 정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조선이 처한 불행의 근원은 대원군입니다.”-1897년2월8일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가! 웨베르 씨 부부에게 김홍륙이 극악무도한 자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려고 노력했으니 말이다. 웨베르 씨 부부와 김홍륙은 러시아를 위해 조선의 모든 이권을 희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했어야 했다. 두 사람이 원하는 바로 그 자(짐승)가 러시아의 이익에만 헌신적이고 조선의 안녕에는 치명적인 재난이 되는 마당에 김홍륙이 악당이고, 조선의 안녕에는 재난이라는 사실을 말해보았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베드로는 유다가 언젠가는 자신의 주님을 배신할 자라고 그리스도의 적들에게 경고했었다.”-1897년5월31일
수치스러운 현 왕조의 창시자는 함경도 출신이다. 함경도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보다 더 남자답고 진취적이기 때문에, 그 창시자가 왕조를 전복시키는 실례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창시자가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그 창시자 또는 그의 직계 후손은 함경도를 정치적 장애 상태에 두었다. 따라서 함경도 지역 백성들은 불명예스러운 500년 동안 ??상놈?? 취급을 받고 있고, 중앙 조정이나 지방관으로부터 착취당하고 압박당해 온 것이다. 지금 나라가 함경도 지역의 가장 비열하고 악마 같은 인간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블라디보스토크 거리에서 주워들은 러시아어 몇 마디뿐인 악마 같은 인간과 더러운 악당들 손에 있기 때문에 전하께서는 온갖 모욕과 수모, 불명예를 겪고 계신다.”-1897년7월14일

 

일주일 전쯤 바보 같은 자들(아마도 3명의 이 씨들 이재순, 이용익, 이채연)이 폐하께서 미국 공사관으로 가셔서 보호처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알렌 박사는 그런 경솔한 조치에 강력 반대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폐하를 늘 공포에 질린 상태로 만들려고 하는 악당들이 폐하를 에워싸고 있다.”-1898 년1월15일 

“악명 높은 악당이자 착취자인 이용익은 지금 유학자들을 매수하여 이윤용, 김홍륙, 한규설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게 만든 혐의로 수감되었다. 김홍륙은 한 달 전에 판서, 즉 정2품의 명예로운 직으로 승진했다. 러시아 공사관의 통역가가 판서 직에 제수되다니, 조선의 관료집단으로서는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1897년3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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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수

 

 

 

하루는 어린 아이가 장난 치다가 곤하여 우물두덩에 드러누워 자는데, 운수가 지나가다가 보고 그 아이를 깨우며 말하기를, “네 덕으로 살기는 살았다만, 만일 네가 우물에 빠졌더라면 세상 사람들이 네 철 없는 짓은 말 않고, 내 탓만 했을 터이니 억울하지 않았겠느냐?” 하더라.

 

 

엮은이의 글 

‘두덩에 누운 소, 팔자 좋은 소’라는 격언처럼 근심걱정 없이 위험을 감수하는 운수 좋은 아이를 비유한다. 행운이란 희생적인 위험 부담이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눈 앞에 다가오는 게 아님을 암시한다. 

 

윤치호 일기 

“사람들은 천우신조나 운수 외에는 왕족을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믿고 있다.-1904년11월6일

“콜레라가 창궐하는데 백성들은 소독과 청결하기 보다는 침과 쑥뜸으로 치료하거나 운명에 맡긴다.”-1902년9월1일

“황태자비가 병사했다. 여자환자를 진맥조차 할 수 없게 한 왕실의 어리석은 관습 때문에 죽은 것이다. 천우신조나 운수 외에는 왕족을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904년11월6일

 

32. 황금알을 낳는 거위

 

 

 

어떤 사람이 거위 한 마리를 두었더니 매일 황금알 한 개씩 낳는지라. 탐내는 마음이 발동하여 거위 뱃속에 있는 금알을 한 번에 다 가질 욕심으로 거위를 잡아 배를 가르고 본즉 아무 것도 없어 금알도 잃고 거위도 없앴더라.

백성을 죽여가며 재산을 한 번에 빼앗다가 필경 재물과 백성과 나라를 다 잃어버린 사람들도 적지 않다지.

 

  

 

 엮은이의 글   

라 퐁텐은 이 우화를, “탐욕은 수익 만을 위해 분투할수록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석했다. 현대의 과학자 윤창구 박사는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과학자와 기술인 특히, 연구생활을 하는 이들은 어딘가 괴팍한 데가 있어서 환경여건이 잘 조성된 속에 어느 만큼 자기하고 싶은대로 내버려 두면 신이 나서 생산적으로 일을 하지만, 이들을 못 살게 굴면 먹이만 없애는 쓸모 없는 짐승으로 화하는 것이다. 

한 번 들볶여 본 거위는 황금알이고 보통알이고 다시는 낳지 않을뿐더러 ‘自律性자율성’이라는 생명까지 잃고 나면 상하기 전에 식탁에 올리는 것이 순서라고 하겠다.” (윤창구 수필집<뱀의 발; 황금의 알>198페이지)

 

윤치호일기

“그러나 우리YMCA가 미국에서 보내주는 인력과 자금 지원을 모두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한, 신흥우의 논리와 행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셈일 뿐이다. 신흥우가 그레그씨를 YMCA 산업부에서 떠나게 한 뒤로는 기계 하나, 돈 1센트도 미국YMCA본부에서 지급되지 않았다. 내쉬 문제는 조선인이 외국인과 일할 때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조선YMCA를 멀리하게 될 것이다.”-1931년2월1일.

 

 

33. 개에게 물린 사람  

 

 

 

 

어떤 사람이 개에게 물린지라.  한 노파가 약방문을 가르쳐 주기를, “떡 한 조각을 물린 데에 문지르고 나서 그 개에게 먹이라” 하여, 그대로 하였더니, 한 친구가 말하기를 “여보게, 그 말은 누구더러도 하지 말게. 사람 물고 떡 먹으면 어느 개가 물지 않겠나?” 하더라.

 

 

 

 

엮은이의 글  

불운이 닥친 사람에게 다가가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자신이 스스로 그 대책을 발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위기: 개인은 물론이고 한 국가사회가 위기를 맞았을 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그 다음 단계의 발전형태를 결정한다. 근래 밖으로부터의 시장개방과 지적소유권 요구의 압력에 대한 우리 산업계의 대응은, 앞으로 한 세대 동안 우리 산업구조와 사회복지에 결정적 영향을 주리라.” (윤창구 수필집<뱀의 발; 199페이지)

 

 윤치호 일기 

“미국공사가 주상께, 다께조에(竹添) 공사와 화해를 주선할 것을 아뢰었다.  묄렌도르프가 중간에서 농간을 부린다. 그는 자신이 조선의 副王이 되려는 속셈 이 있는 듯하다.”- 1884.12.14.

 “영국과 프랑스는 노르웨이를 지원하겠다고 허장성세 할 뿐이다. 파렴치하다. 국제연맹을 통해서 도둑들이 다른 나라를 전리품으로 손을 못 대게 하려는 것뿐이다.”- 1940년4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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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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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14)

 

28. 꼬리 없는 여우

   

 

여우 한 놈이 함정에 빠졌다가 나오느라고 꼬리를 잃은 지라. 남에게 웃음거리가 될 줄 알고, 꾀를 내어 여러 여우 회중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 했다.

첫째는 꼬리가 쓸데 없음을 말하고, 둘째는 여우 꼬리가 위생에 방해 됨을 말한 후, 다같이 꼬리를 베어버리자고 말했다. 회중이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보기만 하거늘, 그 중에 늙은 여우가 나서서 말하기를, “나도 꼬리를 잃어버렸다면 저 친구같이 말하겠소만 나는 꼬리가 있으니 아직 그대로 지내겠소” 하더라.

  

 

엮은이의 글

정신적인 약점을 가진 사람이 그 콤플렉스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해야 속이 풀리는 것이 ‘꼬리 잘린 여우의 근성’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을 기만 하는 친구의 충고는 믿어선 안 된다는 교훈이다. 

 

윤치호 일기 

“흑인 소년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데 한 소년이 바다에 빠졌다. 나이 많은 흑인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는 익사해 버렸을 것이다. 한 구경꾼이 칭찬하는 듯이 그 엉클 모세(Uncle Mose)에게 “그 애가 당신 아들이오?”하고 물었다. “아닙니다, 주인님, 하지만 그 애가 미끼를 모두 자기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있거든요!”라고 그 노인이 말했다.” 

“일본이 불쌍한 조선을 개혁하려고 하는 동기는 그 소년을 구한 엉클 모세만큼이나 무심해 보인다.”-1894년12월10일.

 

 

 29. 게 걸음 

 

  

 

어미 게가 새끼 게한테 걸음을 삐뚜로 걷는다고 꾸짖거늘, 새끼 게가 대답하기를, “나는 어머니 하시는 대로 하니, 어머니가 바로 걸으시면 내 따라 가리다.”하더라.

 

 

엮은이의 글 

‘바람 풍(風)’이란 글자를 가르치는 엄마가 자기는 ‘바담퐁’이라 발음하면서 자식이 ‘바담퐁’이라고 따라 하는 발음은 틀렸다고 야단치는 엄마와 같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좋은 본보기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해선 안 된다.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말로 하는 훈계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윤치호 일기 

“친절한 행위와 위로의 말이 주는 힘이여! 나는 수많은 설교보다 사랑하는 크리스천의 신실한 동정의 말 한마디를 진정으로 좋아한다.” 1890년9월1일

 

“총독부는 정책을 선전하는데 힘쓰고 있다. 토지를 지키게 해주고, 미곡투기를 막아주고, 만주나 시베리아로 내몰아서 고생시키지 않으며, 일본의 하수인으로 동포를 괴롭히지 않음을 보여준다면 그때에 총독부의 선전을 믿을 것이다.”- 1921년12월3일

“동아민족문화협회가 발족했다. 동아민족의 번영, 통합, 세계평화, 고상한 동아문화를 선전하는데 일본통치하의 조선인에게 어떻게 들릴까?”- 1934년2월20일

    

“식민지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들과 똑 같아져야 한다. 그들이 먹는 것을 먹고, 그들이 자는 데서 자야 한다.- 1939년12월16일

 

 

30. 쇠 써는 줄과 뱀   

 

 

 

하루는 뱀이 대장간에 들어가 사면으로 먹을 것을 찾다가 쇠 써는 줄을 깨물려고 하자 쇠 줄이 웃으며, “오냐, 잘 먹어라. 나는 본래 남을 쓸키나 하고 보태지는 않는 성품이니 실컷 먹어 보아라.” 하더라.

 

 

 

엮은이의 글  

턱 없이 탐내는 사람들은 헛된 공격도 일 삼는다. 따라서 무력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은 상처만 입을 뿐이며, 헛수고일 뿐이다. “큰 물고기라고 모두 요나(Jonah)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윤치호 일기 1920년3월9일)    

“‘한국 뱀의 발’이 번성하는 가장 큰 비결은, 언제나 시대에의 적응이 빠른 데에 있지 않나 싶다. 좋은 예로는 각종 기계와 문명설비가 자동화하고 무인화하는 세계적 추세를 타고 등장한 수 많은 발과 다리를 들 수 있겠다…기계와 설비의 자동화 등…그 중에도 가장 우리의 전통에 부합하는 예로는 허다한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의 집단을 들 수 있다. 국내 뉴스보도나 시사해설을 듣노라면 마치 우리 사회와 경제의 발전이나 국가 안보가 소수 지도층의 손에 달려있어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세심한 지침이 없으면 당장 큰일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데, 밖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우리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근대적 기업조직과 부지런한 근로자에 있다고 하니 언제나 빈말로 앞장 서는 이 양반들은 뱀발 중에도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윤창구 수필집 <뱀의 발>;193페이지 > 

 

윤치호 일기 

“권력에 도취된 사람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자제력을 잃게 된다. 그가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일을 한다. 러시아를 침공할 때 나폴레옹은 얼마나 권력에 취해 있었던가! 그는 그의 뛰어난 영민함과 권력을 프랑스에 바치고 나서 유럽에 평화와 번영을 제공하는데 바쳐야 했다. 

카이저는1914년에 자신이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독일은 힘이 있었고 번창했다. 만약, 그가 아프리카 속국들의 자원을 개발하는 데에 또 그들을 식민지화하는 데에 그가 희생시킨 재화와 사람들 중 작은 부분이라도 바쳤더라면, 독일은 지금쯤 얼마나 강력한 제국이 되어 있을 것인가.”- 1935년10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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