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오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이고, 요즘은 인간의 수명과 건강수명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의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항산화(Antioxidant)입니다. 항산화는 노화를 늦추고 각종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의학에서도 이러한 개념과 맞닿아 있는 부분을 오래 전부터 강조해 왔습니다.
우리 몸은 숨을 쉬고 음식을 소화하며 움직이는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 활성산소(Free Radicals)입니다. 활성산소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정상 세포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라고 하며, 노화의 촉진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파킨슨병, 암, 만성염증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시스템이 잘 작동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도한 음주와 흡연, 환경오염, 불균형한 식습관 등이 지속되면 활성산소의 생성이 증가하고 항산화 능력은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결국 세포와 조직의 손상이 누적되면서 각종 만성질환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항산화라고 하면 비타민 C나 비타민 E 같은 영양제를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이러한 영양소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항산화제를 많이 섭취하는 것보다 우리 몸 자체의 항산화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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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한의학은 매우 독특한 접근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의학은 특정 질병이나 하나의 성분만을 치료 대상으로 보기보다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습니다. 기혈(氣血)이 충분히 순환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조화를 이루며, 정신적인 안정이 유지될 때 우리 몸의 회복력과 방어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만성피로가 심한 사람은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쉽게 회복되지 않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자주 걸리며,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피곤한 것이 아니라 기허(氣虛) 또는 비위 기능의 저하로 해석합니다. 실제로 현대의학에서도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질수록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통적인 한의학의 개념과 현대 생리학 사이에 흥미로운 접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한약재의 항산화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 연구되고 인정되는 항산화에 효과가 있는 한약재들이 많이 있고 계속 연구가 되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유익한 자료들이 발표되리라 생각되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우선 그것들 중 비교적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 중 대표적인 몇 가지만 먼저 소개합니다.
소개하는 내용들은 학계의 주요 논문들과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 자료를 바탕으로 합니다.
1)황기
황기(黃芪)는 인삼과 함께 한의학을 대표하는 보기약(補氣藥)입니다.
예로부터 피로하고 기운이 없으며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의 기를 보하고, 체표의 방어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여름철 허해진 몸을 보하기 위해 삼계탕을 먹어 왔는데 닭에 황기와 인삼을 넣고 끓여 왔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는 이러한 효능의 일부가 황기의 항산화•항염증•면역조절 작용과 관련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호흡과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끊임없이 만듭니다. 적당한 활성산소는 세포 신호와 면역반응에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증가하면 세포막의 지방과 단백질, DNA 및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킵니다. 이를 산화 스트레스라고 하며 노화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및 신경퇴행성 질환의 진행과도 관련됩니다.
황기의 대표적인 활성 성분은 황기다당체, 아스트라갈로사이드 IV를 포함한 사포닌, 그리고 칼리코신•포르모노네틴 등의 플라보노이드입니다.
최근 종설 논문들은 이들 성분이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제거하고, 세포 자체의 항산화 방어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황기는 superoxide dismutase(SOD), catalase(CAT), glutathione peroxidase(GSH-Px)와 같은 항산화 효소의 활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 효소들은 활성산소를 비교적 안전한 물질로 전환해 세포 손상을 줄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반대로 지질이 산화될 때 증가하는 malondialdehyde(MDA)는 감소시키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황기다당체와 사포닌을 투여했을 때 간의 SOD, CAT 및 glutathione 수치가 개선되고 산화 손상 지표가 감소했습니다.
황기의 항산화 작용에서 중요하게 연구되는 또 하나의 기전은 Nrf2-Keap1 경로입니다. Nrf2는 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항산화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일종의 방어 스위치입니다.
황기다당체와 아스트라갈로사이드 IV는 Nrf2 경로를 활성화해 HO-1, NQO1 등 세포 보호 단백질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즉, 황기는 활성산소를 직접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몸의 자체적인 항산화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은 서로를 악화시키는 관계입니다.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NF-κB라는 염증 경로가 활성화되고, TNF-α와 IL-6 같은 염증성 물질이 증가합니다. 연구에서는 아스트라갈로사이드 IV가 NF-κB 신호를 억제해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반응을 함께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복합 작용은 심장, 폐, 간, 신장 및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전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