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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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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빈 둥지(Your empty nest)

-어리게만 보아온 막내딸

-떠나고 나니 빈 자리 커보여

 

 이 세상 하나뿐인 가족은 항상 함께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이다. 그러다 누가 여행 등으로 집을 비우기라도 하면 그 자리가 휑하니 허전해 보이게 마련이다.  

 딸만 둘을 둔 나와 아내. 4년 전 큰딸이 결혼해 나간 후 이번에 막내딸마저 자기 짝을 찾아 떠나게 됐다. 항상 어리게만 보아온 막내딸이 결혼해서 나간다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0…함께 살 땐 아이가 어찌나 잔소리를 하는지 때론 얼굴이 불거질 때도 많았다. 물론 그것이 아빠를 위한 것임을 이해는 하면서도 어느땐 심하다 싶어 정색을 하고 타이르려고도 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막내딸 앞에서 나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꼼짝을 못했다. 엄하게 대하려 해도 이 아이 얼굴만 보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 참 이상하다.          

 이를테면 나는 막내딸에 관한 한 ‘I have a soft spot for my younger daughter’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그 앞에만 서면 유독 약해지는 대상 말이다. 그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그런 인물.

 

0…그런데는 그만한 사연도 있다. 이 아이는 내가 40살 가까운 나이에, 그것도 팔삭동이로 태어나 처음엔 아내나 나나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어디가 조금만 아파도 “혹시…” 하며 가슴 졸여야 했다.

 하지만 아이는 무럭무럭 총명하게 잘 자라주었다. 가끔 티격태격 다투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나는 건강하게 자라준 딸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 밖엔 없다.       

 그동안 토닥거리며 살다가 막상 떠난다 하니 마음이 허전하기 짝없다. 다행히 우리집과 멀지 않은 근처에 살기에 망정이지 타도시나 외국 등으로 간다면 나는 결사적으로 말렸을 것이다.

 

0…함께 사는동안 얘는 엄마아빠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아리송한 영어문구를 물어볼 때도, 컴퓨터나 셀폰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통신사와 계약서 문제로 싸울 때도 막내가 다 해결해주었다.

 얘는 특히 어학에 소질이 있다. 내가 영어 관련 글을 쓸 때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이 아이에게 자문을 구하는데, 얘는 내가 원하는 정확한 답을 내려준다. 이래서 얘가 결혼을 해서 나가면 앞으로 어쩌나 걱정이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든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0…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문제다. 정작 신경써야 할 것은 아이의 빈 자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시릴 것이란 점이다.

 엊그제는 아이가 외출한 사이 방 청소를 하는데 딸의 빈 침대를 보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다. 그동안 여행을 가거나 친구집에서 자고 올 때도 있어 침대가 비어있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 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아, 이젠 이 방이 오랫동안 비게 되는구나”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해왔다.

 가족이란 이런 것일테다. 정작 함께 있을땐 몰라도 막상 자리가 비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0…함께 살던 자녀가 타도시 학교에 입학하거나 취업, 결혼 등으로 독립을 하면 자녀와 떨어지게 된 부모는 보통 빈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겪는다.

 공소(空巢) 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이 증상은 늘 함께이던 애착의 대상이 눈앞에서 사라지면서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느끼는 심리적 불안 증상이다.

 특히 우리처럼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가정의 부모들은 빈둥지 증후군을 더 심하게 겪을 수 있다고 한다.

 

0…인간은 태어나 부모에게 의존하다 성인이 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다. 자녀의 독립은 인생에서 자연스러운 단계인 것이다. 따라서 내 품을 떠난다고 자녀와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는 언제나 유대감이 있으며 부모는 자녀의 독립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비치기보다 독립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0…한가지 걱정스런 점은 우리 막내딸이 온실에서만 자라온 탓에 성격이 여리다는 것이다. 한없이 착하기만 하다.

 얘는 당초 로스쿨을 가려 했으나 변호사가 되려면 법정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며 ‘싸움닭’이 되어야 하는데 얘는 그런 것이 영 생리에 맞질 않았다. 결국 그 길은 접었다. 

 이러니 험한 세상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0…언제나 어린 아이로만 보아온 막내. 연못에서 곱게 자라 이제 넓은 바다로 나가는 아이. 때론 험한 파도도 만나고 거센 풍랑도 겪을 터이다. 부디 그것들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랄 뿐.       

 사위는 대학 때부터 우리 딸과 사귀어온데다 수시로 우리집을 드나들며 밥도 먹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기에 한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결혼한다는 사실이 별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딸이 없는 집안은 한결 허전하고 쓸쓸할 것이다.

 

0…앞으로 아침마다 딸을 기상시키고 간식과 커피를 챙겨줄 일도 없게 됐다. 그래서 홀가분하긴 하다. 하지만 텅 빈 둥지는 무엇으로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민살이 23년째,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단란한 가정에서 곱게 자라 제때 짝을 찾아간 두 딸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러잖아도 가을을 타는 나. 올 가을은 유난히 쓸쓸할 것 같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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