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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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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한인사회의 종합시사전문지 <부동산캐나다>는 지난 2003년 5월 1일, 주로 한인사회의 부동산 및 경제 뉴스를 다루는 부동산경제 전문지로 창간됐습니다...동포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며, 기사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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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
반기문 코스프레

 

▲자신이 턱받이를 한채 누워있는 환자에게 죽을 떠먹이는 반기문 전 총장 

 


 요즘 ‘코스프레’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줄인 Cosplay라는 영어단어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즉 Costume(복장)과 Play(놀이)의 합성어로, 굳이 해석을 하자면 ‘복장놀이’, ‘의상놀이’ 정도가 되겠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의 의상을 입고 모여서 노는 놀이로,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도 그 대상이다. 


 전형적인 일본식 조어(造語)라 대중적으로 잘 쓰이지 않았으나 언젠가부터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스프레에 필요한 가발이나 가방, 옷 따위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생겼다. 그런데 ‘의상연출’, ‘의상연기’라는 의미의 이 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야릇하게 변질되더니 이제는 누구를 ‘흉내낸다’는 뜻으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그것도 왠지 어설프고 어쭙잖게 누구를 흉내낸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최근 국회에서 한 야당의원은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황교안 총리에 대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면서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0…12월 대선을 앞두고 모국에서는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중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선 이가 바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최근 귀국한 그는 대권도전 의지를 공식 선언하고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를 보는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이 생각보다 그리 따스한 것 같지가 않다.

   
 귀국행사에서부터 비판적 시각이 잇따르더니 갈수록 그의 설익은 ‘코스프레’가 냉소를  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엊그제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했다. 그는 여기서 한 할머니 환자에게 죽을 떠먹이는 코스프레를 연출했는데 그 모습이 어색하기 짝없고 서툴렀다. 특히 죽을 흘릴까봐 턱받이를 해야 할 사람은 할머니인데, 엉뚱하게 반 전 총장이 이를 목에 두르고 있는 모습이 네티즌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누워있는 환자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그냥 음식을 먹일 경우 자칫 질식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한 유명 작가는 "반기문의 어이 없는 서민 친화 코스프레"라 비판하며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속임수에 진력이 났다. 제발 국민들에게 진실을 보여주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귀국 퍼레이드’를 벌여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반 전 총장의 경호원들이 시민들을 마구 밀어내는 등 강압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장에 있던 한 사진기자는 “건달처럼 보이는 사설 경호원들이 막말을 쏟아내며 시민들을 밀쳤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친서민 행보를 하겠다며 개인차량이 아닌 공항철도 열차를 타려 했으나 7500원짜리 열차표를 사는 과정에서 무인발매기에 1만원권 2장을 동시에 쑤셔넣는 모습도 논란을 낳았다. 그는 표 구입이 익숙하지 않은 듯 무인발매기 앞에서 5분가량 헤매다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 승차권을 구했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공항측에 특별의전을  요구했다 퇴짜를 맞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0…반 전 총장은 불과 반년 전만 해도 현실정치 참여설을 일축했었다. 동생들에게 “나는 대선에 나가거나 정치할 생각이 없다. 절대로 그런 일 안할 테니까 너희들도 말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던 그가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이는 아마도 그를 둘러싼 주변의 조언자 그룹 탓이 클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이 확고해도 주변에서 어떻게 조언을 하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주변에 참된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반 전 총장 역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변에서 끊임없이 대선출마를 진언(進言)하면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진정으로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그렇다.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인격적으로 훌륭해도 일단 정계에 발을 담그면 인간의 속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마련인데, 그가 굳이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예를 숱하게 목격해왔다. 순수한 학자로, 기업인으로 남았더라면 길이 추앙받았을 사람들이 험난한 정치판에 발을 잘못 디뎠다가 추락해간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0…반 전 총장에 대한 해외언론의 평가도 냉혹하다. 일각에선 한국이 유엔 총장을 배출한 것 자체가 후진국, 약소국이란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는 냉소적 견해도 있다. 


 반 전 총장이 실제 대선에 나서면 검증과정에서 대내외의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그의 ‘신비주의’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민망한 모습만 보여질지 모른다. 사람은 어느정도 베일에 쌓여있을 때 아름답다.    


 반 전 총장의 나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1944년 6월생으로 올해 만 73세가 된다. 만약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취임하는 내년에는 74세가 되고, 5년 임기를 채울 경우 79세가 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광스러운 그 이름 석자로 길이 남을 수는 없을까. (사장)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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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이런 얼굴을 보고 싶다

 

▲2017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메릴 스트립

 

 

“우리는 누구이며 할리우드는 무엇인가? 바로 다양한 사람들의 집단이다. 할리우드는 아웃사이더, 외국인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 만일 그들을 내쫓는다면, 여러분은 예술이 아닌 풋볼이나 격투기 말고는 볼 게 없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명배우 메릴 스트립(67)이 최근 열린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는 그녀의 생애 아홉번째 골든글로브 수상이자, 할리우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상이었다. 


 그런데 시상식장에서 스트립은 매우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며 무슬림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이민 공약을 이와 같이 에둘러, 그러면서도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다. 


 스트립은 "배우의 임무는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올해 배우들의 큰 성과가 있었지만, 한가지 사건이 나를 기분 나쁘게 했다"고 소감을 이어갔다. “지난해 내가 깜짝 놀란 순간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리를 추구하는 남성(트럼프)이 특권과 권력이 없다고 본 장애인 기자를 흉내 내는 걸 봤을 때 가슴이 무너졌고 지금도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중이던 2015년 11월, 트럼프가 어느 유세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뉴욕타임스 기자의 신체장애를 조롱했다 논란이 된 사건을 말한다. 트럼프는 당시 선천성 관절 질환을 앓고 있는 해당 기자 앞에서 오른쪽 팔을 치켜든 채 손목이 흔들리는 시늉을 하며 “이 불쌍한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한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스트립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마음 아프고 도저히 잊을 수 없다. 권력을 가진 공인이 다른 사람의 장애를 조롱하는 것은 모두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립이 "혐오는 혐오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며 수상소감을 마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고, 한 흑인 여배우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할리우드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스트립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0…메릴 스트립은 지적인 외모와 연기 열정으로 은막인생 40여년을 살아온 할리우드의 대표적 여배우다.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친숙한 스트립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맘마 미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철의 여인’ 등 수 많은 히트작을 냈다. 예일대 드라마스쿨을 나온 그녀는 이론과 실전경험이 겸비된 보기 드문 명배우다. 


 할리우드의 수많은 미녀배우들과 달리 스트립은 외모상 별로 미인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기다란 얼굴선에 약간 구부러진 매부리코를 갖고 있으며, 키도 168cm로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글래머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외모적 특징은 오히려 그녀만의 개성있는 캐릭터로 승화돼 고유의 연기영역을 형성하게 됐다. 


 스트립이야말로 외형만 화려한 뭍한 배우들에 비해 내면이 꽉 찬 연기자이며, 그래서 인기도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그런 그녀이기에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안목도 있고, 올바른 목소리를 낼 줄도 아는 것이다.    


 0…메릴 스트립의 수상 연설을 보면서 속은 텅 빈 채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한국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했다. 특히 대통령까지 나서 얼굴 뜯어 고치기에 혈안이 돼있는 풍조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다. 


 수일 전, 한국의 가요프로그램을 보다가 참 씁쓸한 장면을 목격했다. 분명히 예전에 인기있던 여자가수이긴 한데 얼굴모습이 웬지 부자연스러워 긴가민가 했다. 나와 아내는 어리둥절하다가 화면의 자막을 보고서야 그가 K가수인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내 나이와 견주어 봐도 대략 70대 중반은 됐을 나이인데 그 나이의 얼굴 치고는 너무도 피부가 팽팽하고 잔주름 하나 없는데 가만히 보니 소위 무슨 주사를 맞은 흔적이 역력했다. 우리 부부는 옛노래를 들으며 향수에 좀 젖어보려던 기분이 싹 가시고 말았다. 


 최근 한국에 갔다온 한 여성을 만났는데, 전보다 웬지 활기차고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언뜻 얼굴을 보니 예전의 얼굴이 아니었다. 피부가 팽팽해지고 눈도 좀 커진 것 같았다. 코도 좀 높아진 것 같고… 


 한결 자신만만해진 것은 좋으나 속으로 무척 씁쓸했다. 자기 얼굴 좀 봐달라는 표정이 너무도 가식적이어서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그럴 땐 한마디 해주고 싶다. 그런다고 원판이 달라지나. 뜯어고친 외모는 유전도 안되니 부모와 자식간에 이질감마저 생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아내복 만큼은 엄청 큰 것 같다. 어디 하나 손댈 곳 없이 생긴 내 아내는 나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니 그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한국에선 취업면접에서도 실력보다 외모를 중시한다. ‘외모는 곧 돈’이라는 인식에 젖다 보니 예뻐지기 위해 서슴없이 얼굴에 칼을 들이댄다. 성형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에만 성형외과 수가 400여개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의료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 외모지상주의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젊은 나이에 노력은 않고 겉멋만 들어 천박한 외형에 치중하게 되니 말이다. 


 0…솔직히 요즘처럼 모국 대통령의 얼굴 보기가 역겨운 적도 없다. 민낯도 그 정도면 좋은데, 왜 굳이 가식을 덫칠해서 구설에 오르는지. 물론, 대통령도 한 인간으로서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꽃다운 학생들이 침몰하는 배에 갇혀 절박하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국가원수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진짜로 미용시술을 하고 있었는지 의혹을 밝힐 책임이 있기에 참담한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성형을 해대니 전 국민이 안할 도리가 있을까.


 한국인들이 유독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스스로 못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인지도  모른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쌓이면 자연히 아름다운 외모가 형성된다. 겉멋만 들고 속은 텅 빈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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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천년의 사랑

 

▲필리핀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펴고 있는 박누가 선교사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마치 한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당신이 앗아가면 그들은 한바탕 꿈/아침에 돋아나는 풀과도 같나이다.../아침에 피었다가 푸르렀다가/저녁에 시들어서 말라버리나이다...’(가톨릭 성가). 


 새해부터 허무한 말이지만,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 참으로 무상하다. 천년의 세월도 창조주의 눈에는 한갓 어제에 불과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에 비례해 시간이 빨리 흐르는 느낌을 갖는다. 10대 때는 시속 10킬로, 20대는 20킬로...그러다 50, 60을 지나면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열 살짜리 어린아이에게 1년은 생의 10분의 1이지만, 쉰 살의 어른에게 1년은 인생의 50분의 1밖에 안 된다. 살아온 삶과 살아갈 날의 길이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시간이 훨씬 짧은 노년에는 세월의 속도를 더 빠르게 느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나이에 따라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기도 하고 영원할 것처럼 늘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왜 빨리 흐르는 걸까. 1912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알렉시스 카렐은 이렇게 비유했다.

“시계에 표시되는 물리적 시간은 강물처럼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 청소년기엔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중년을 넘어 노년이 되면 심신이 지치면서 강물 속도보다 뒤처지고, 그렇다보니 강물이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어린아이에게 하루는 짧고 1년은 길지만 어른에게 하루는 지루하게 길고 1년은 짧다. 어렸을 때는 매일이 새롭고 모든 것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지만 성인의 경험은 반복적이고 일상적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이 인상적인 기억의 연속인 반면, 단조로운 어른의 시간은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하지만 일어난 사건이 많을수록,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즉, 늙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삶에 변화를 줘서 기억할 거리를 만들어야 노년의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세월은 무상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 


 0… "내가 아파 보니까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됐지요. 내가 아픈만큼 남들을 더 사랑해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감동적인 휴먼 다큐 한편이 수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필리핀 오지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펴고 있는 박누가(58) 선교사. 그는 남을 위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 선교사는 췌장암과 두 번의 위암 수술, 그리고 간경화에 당뇨 판정까지 받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다. 그는 병마와 싸우며 자신의 몸 하나도 가누기 어려울만큼 기진맥진한 상태지만 의료혜택이 없는 필리핀 등 동남아의 오지를 찾아 의료선교를 펼치고 있다. 동료 의사들은 그런 그를 만류하며 얼마남지 않은 생을 쉬면서 지낼 것을 권하지만 그는 고통이 심할수록 이렇게 다짐한다. '죽으면 죽으리라'.


 고 이태석 신부에 이어 ‘제2의 울지마, 톤즈’로 불리는 박누가 선교사. 그는 학창시절 동료 의대생들과 함께 동남아지역 의료 단기선교를 다녀온 다음 졸업 후 다시 신학을 공부했다. 당시 여러 선배들이 현지인들에게 베푸는 헌신적인 사랑을 보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시련이 찾아왔다. 대학시절 학생운동권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시국사범 수배가 내려져 오갈 곳 없이 숨어 지내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 때부터 그는 한국에서 잘 나갈 수도 있는 직업의사의 길을 버리고 오지에서 헌신하는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외과의사인 박 선교사는 2012년 초부터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필리핀 사람들을 찾아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오지를 누비는 그는 다른 이들의 건강보다 자신의 건강을 더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장티푸스, 콜레라 등 오지를 다니며 수많은 질병을 앓았던 그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복수까지 차올랐음에도 불구, 산간벽지 등의 많은 어린이들을 찾아 진료하며 혼신을 다하고 있다.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녹초가 돼 누운 그의 모습에 눈물이 절로 흘렀다.


 그는 특히 어머니와 큰 누나, 그리고 큰 형까지 모두 암과 간경화 등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터라  그의  누나들은 동생마저 암으로 잃게 될까봐 발을 구르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항암치료를 받자마자 곧바로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0…‘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妄道始終分兩頭)/겨울 가고 봄 오니 해 바뀐듯 하지만(冬經春到似年流)/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試看長天何二相)/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을 노닐뿐(浮生自作夢中遊)’-학명선사(1867-1929)의 선시(禪詩) ‘세월’. 


 새해니 지난해니 하는 것도 모두 인간들이 지어낸 것일 뿐,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사람의 마음이 달라질 뿐. 세월이란 것도 인간세계에서나 통할 뿐 삼라만상은 그저 자연 그대로 굴러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 한정된 시간 속에 얼마나 보람있고 남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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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7
암수술실에서

 

▲두경부암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 조나단 아이리쉬 박사와 함께. 오른쪽은 조성준 온주 의원

 


 세모가 가까운 지난 12월 13일(화) 저녁, 토론토의 몇 한인인사분들과 함께 토론토종합병원(Toronto General Hospital)내 프린세스마가렛 암센터(Princess Margaret Cancer Centre)를 탐방해 암수술을 위한 최신 시설을 견학하는 매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는 웬만해선 체험 못할 값진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이날 수술실 투어는 유건인 스카보로 닛산 대표가 주선했는데, 그는 2년여 전 바로 이 병원에서 침샘암(Salivary gland cancer) 수술을 받고 죽음 직전에서 되살아난 분이다. 유 대표는 자신의 기사회생을 계기로 이런 의료시설에 대한 한인사회의 관심과 후원을 당부하기 위해 병원측과 협의해 투어를 주선했다. 


 투어에는 조성준 온주의원, 조준상 한인부동산 대표, 김명규 한국일보 발행인, 이장성 얼TV 회장, 이진수 전 한인회장 등이 참여했고, 나는 미디어 종사자 자격으로 동참하는 행운을 누렸다.


 우리는 수술실 입실에 앞서 병원직원의 안내에 따라 상하 수술복(scrubs)으로 갈아입고 위생 캡(cap)도 썼다. 수술복을 입고 보니 우리는 마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의무의 의사 같다는 엄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수술실로 들어갈 때는 긴장이 되고 으스스 떨려왔다. 그 시간에도 병실 여러 곳에선 장기이식 등 생명이 촌각에 달린 수술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투어는 암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프린세스마가렛 암센터의 조나단 아이리쉬 박사(Dr. Jonathan Irish)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일행을 안내해 첨단기법의 암수술 과정에 대해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줬다.  


 수술실 내부는 최첨단의 수술장비가 질서정연하게 설치돼 있는데, 특히 로봇을 이용한 암수술 시연이 인상적이었다. 조나단 박사는 로봇을 이용한 암수술에 대해 설명하며 “2013년 신설 이래 임상실험 차원에서 200여 명의 환자가 여기서 수술을 받았고, 이 기술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목적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최소침습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술이 표준화되면 수술 부위가 복잡한 암 치료나 눈에 보이지 않는 종양 제거도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0…나는 이번 투어에서 특히 조나단 박사의 겸손한 처신에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그는 혼자서 미리 병원 로비에 나와 우리 일행을 기다렸고 수술실도 일일이 자신이 직접 안내했다. 


 그의 이력을 보면 그는 분명 나같은 사람보다는 한수 위다. 그는 1984년 토론토대 의대 졸업 후 미국 UCLA 등을 거쳐 1992년부터 토론토의 대학병원네트워크(University Health Network)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특히 머리와 목 부분에 발생하는 두경부암(head and neck oncology)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그는 권위의식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매너의 조나단 박사는 너무도 소탈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일행의 투어를 안내했다. 그는 25년째 의술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미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한 사람이다.


 조나단 박사는 특히 로봇을 활용한 첨단 암수술 기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노력하고 있는 존경받는 의사다. 이번 투어를 주선한 유건인 대표는 침샘암 치료를 위해  2년 전 조나단 박사로부터 턱뼈를 제거한 후 다리뼈로 다시 재건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유 대표는 이날 감회가 새로운듯 “이 분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특히 “암 정복을 위해 우리 한인사회도 프린세스 마가렛 재단의 기금모금 사업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수술실 투어 후, 우리 일행과 병원직원들은 인근 유건인 대표 소유의 일식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식사를 하는데, 조나단 박사는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한인들 이야기를 경청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 모습에서 참으로 진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병원직원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한인사회도 이젠 이런 뜻깊은 사업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투어를 한인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올라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0…병원 탐방 다음날 출근한 나는 깜짝 놀랐다. 조나단 박사에게서 온 이메일엔 “어제 방문해주어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암 정복을 위해 한인사회도 관심을 갖고 저희들을 지원해주세요. 나는 우리 병원의 시스템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이런 발전적인 대화를 누구와도 나눌 준비가 돼있습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세계적 권위의 의사가 일일이 방문감사 메일을 쓴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한국의 유명 의사들 같으면 이랬을까.  


 한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의 피부미용을 위해 청와대 안방까지 주사약을 반입했느니 안했느니 왈가왈부하며 지지리도 못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조나단 박사를 보면서 진정한 의술이 걸어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조나단 박사 같은 의사가 많이 나오고 수술 기법도 개선돼 마침내 암을 완전 정복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고대해본다.(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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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6
광화문 추억

 

‘북악무심오천년(北岳無心五千年)/한수유정칠백리(漢水有情七百里)’(북악산은 오천년 동안 백성들의 고통에 무심하였지만, 한수(한강)는 민초들의 애환을 싣고 칠백리 유정하게 흐르고 있다)-(신영복 교수의 서예작품 중).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광화문을 내가 처음 대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방(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니기 시작할 무렵, 당시 시골출신 대학생이 흔히 하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광화문 인근에 있는 D신문사에 들렀다. 신문에 가정교사(입주) 구직광고를 낸 후 신문사 문을 나와 걸어보는 광화문 네거리는 시골청년에겐 그저 낯설고 넓어만 보였다. 그만큼 나 자신은 한없이 왜소해 보였다. 


 다행히 다음날 바로 입주가정교사 자리가 생겨 나의 ‘미아리 생활’도 시작됐다.  

 
0…그러다 차츰 서울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광화문은 특히 누구나 찾기가 쉬워 친구들간의 약속장소로 자주 애용됐다. 광화문 골목길에 몰려 있는 선술집에서 대폿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던 옛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서 무엇들을 하고 있을까. 담배연기 자욱한 선술집에서 우리는 무엇에 그리도 분노하고 열변을 토했던지…
 

종로(계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광화문 골목엔 내가 자주 찾던 허름한 해장국집이 있었는데, 퇴근길에 친구를 불러내 순대국에 소주 한잔 하던 기억이 무척이나 그립다. 오늘 같이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날 그 포근했던 장면들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광화문 네거리는 내가 2000년 여름에 이민 떠나오기 직전까지도 늘상 지나다녔으며,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이곳을 찾아오려나 하는 마음에 가슴 한켠이 허전해지기도 했다. 낙엽 지던 가을날, 경복궁 돌담길을 지나 삼청동 주변 한옥마을을 산책하던 추억이 삼삼하다. 지금쯤 그 길엔 흰 눈이 덮여 있을 것이다.     


 수년 전, 이민생활 9년여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길에 다시 둘러본 광화문은 청년시절처럼 무척이나 낯설었다. 600년 굴곡의 역사를 간직한 광화문 광장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지고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는 세종대왕상이 자리를 잡고 계셨다. 한때는 최루탄 가스로 뒤덮였던 그 광장엔 시민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낭낭했다. 그러나 내가 즐겨 찾던 허름한 선술집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0…광화문은 경복궁의 남문이자 조선의 왕들이 드나드는 정문이었다. 광화문(光化門)의 이름 뜻은 '국왕의 큰 덕(德)이 온 나라와 백성을 비춘다'는 의미다. 태조 4년인 1395년 9월에 창건된 경복궁은 창건 당시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이 궁제에 따라 그냥 '오문'으로 부르다가,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 정도전에 의해 사정문(四正門)으로 명명되었으나, 세종 8년(1426)에 경복궁을 수리하면서 집현전에서 '광화문' 이라 지어 올려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조선시대 광화문 밖은 정치와 행정의 중심축인 육조거리로 이어져 있었고, 그 육조거리는 다시 경제의 중심축인 종로와 맞닿아 있었다. 광화문은 조선의 도읍지였던 한양의 정치와 경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함으로써 왕조사회에서 궁궐이 갖는 위엄을 보여주는 상징성도 매우 컸던 것이다.


 한편으로 광화문은 한민족 수난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소실됐으며 그후 270여 년 간이나 중건되지 못하다가 1864년(고종 1년)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재건으로 다시 옛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어 광화문은 또다시 큰 수난을 겪게 된다. 일제는 광화문 뒤편 흥례문 일대를 없애고 1926년 조선총독부 청사를 완공하는 한편, 총독부 청사 앞을 가로막고 있는 광화문을 없애려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민심의 극심한 반대여론에 부딪혀 마지못해 이듬해 경복궁의 동편 건춘문(建春門) 북쪽으로 옮겨 놓고 만다.


 해방 후 광화문은 또다시 한국전쟁의 와중에 폭격을 당해 석축만 남고 문루가 완파되는 고난을 겪는다. 그 후 광화문이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된 것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 대에 이르러서다. 박 대통령은 파괴된 문루를 다시 짓고 광화문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 놓았다.


 그러나 광화문의 비극은 여기서도 끝나지 않았다. 새로 재건한 광화문은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졌으며, 재건 당시 광화문의 축을 경복궁의 중심축에 맞춘 것이 아니라 당시 중앙청으로 쓰이던 구 조선총독부 청사의 축에 맞춘 결과 본래의 축과 어긋나게 틀어지고 말았다. 


 그후 우여곡절 끝에 2006년 말부터 광화문 복원 및 이전공사가 시작됐고, 2009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에 10미터 높이의 황금색 세종대왕상이 설치됐다. 


0…이처럼 민족의 영광과 애환이 서려있는 광화문 광장이 이제는 그 의미가 바뀌었다. 이 역사의 무대가 올해부터 촛불집회의 성지가 된 것이다. 사상 최대 인파가 운집해 도도한 민심의 목소리를 토해내는 현장이 됐다. 찬란한 촛불과 거대한 민중의 함성에 절로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이 거센 물결을 어이 막을까.  

 
 그러나 이젠 혼돈의 시간들이 어서 정리돼 평온이 깃들였으면 좋겠다. 노래가사처럼 광화문이 낭만과 추억이 흐르는 감미로운 장소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광화문 연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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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9
인연, 악연

 

 ‘사람은 원래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에 따라 죄와 복을 부른다. 저 종이는 향(香)을 가까이 하여 향기가 나고, 저 새끼줄은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다. 사람은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다’.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이 말은 인연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매우 함축적으로 나타내준다.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로 인해 형성되며, 누구를 만나고 가깝게 지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가 최태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최순실도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고, 지금같은 난리법석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사단도 결국 애초의 만남이 잘못된 악연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이류 추리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하나같이 비뚤어진 만남과 인연을 바탕으로 나라꼴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스무 살 무렵 때 처음 만나 40년간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박근혜와 최순실은 자신들은 물론, 주변인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결국 악연으로 끝을 맺게 됐다. 


 박근혜와 최태민, 그의 딸 최순실, 문고리 3인방… 처음엔 선의의 관계로 출발했을 지도 모를 인연이 이처럼 악연으로 막을 내려가는 것은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순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0…최순실 사태로 떠들썩한 와중에 부산의 건설회사(엘시티) 대표가 관여했다는 ‘황제계’가 화제다. 강남 일대 건물주, 연예인, 패션계, 기업인 등이 계원으로 가입한 '청담동 황제계’는 25명씩 3개 모임으로 구성돼있으며 계원당 매달 1,200만원을 내고, 후순번으로 곗돈을 받는 경우 3억원에 2년간 이자까지 붙어 최소 4억원의 곗돈을 타간다. 계주(契主)는 명품 브랜드 수입업체 대표. 


 장장 35년간 이어온 이 황제계는 결원이 생기거나 새 계원이 가입할 경우 기존 계원의 소개를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다. 다른 억대 계가 심심찮게 ‘사고’가 나는 것과 달리 이 계가 아직 사고가 없는 이유도 그런 철저한 보안 덕이다. 계원 중에는 바로 최순실과 그의 언니 최순득, 엘시티 이영복이 함께 들어 있다. 


 최순실 자매와 이영복은 이 계를 통해 최고 권력층에 줄을 대고 각종 청탁과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이 없던 엘시티 사업이 어느날 갑자기 술술 풀리기 시작한 배경엔 권력층과의 교분이 절대적 힘이 됐다. 한국에서 힘께나 쓰는 사람 치고 이영복의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니, 그 얽히고 설킨 인연이 어디까지 닿아 있을까.        


 0…나도 처음 이민 와 계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10여명의 친지들이 한달에 한번씩 부부동반으로 모여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민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계원은 참 순수한 분들이 모였기에 분위기가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크게 잘사는 사람도 없고 모두들 고만고만해서 부담도 없었다. 밥값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100불 정도를 부어, 돌아가며 타갔다. 


 그 후 나이가 비슷한 동네친구들이 모여 다시 한달에 100불씩 붓기 시작했고, 3년이 지나자 거금 3,600달러가 모아져 이 돈으로 쿠바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후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지금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됐지만, 아무튼 이민 초기의 계모임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토론토에는 지금도 많은 동포분들이 이런 계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는 ‘맺을 계(契)’ 자를 쓴다. 사람간에 좋은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다. 이런 순수한 관계속에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게 인간세상이다.  


0…공자는 일찍이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피고, 모든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설파하셨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장점과 약점이 혼재돼 있으니 이를 잘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이제껏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을 새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기쁨을 나눴더니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눴더니 약점이 되더라’는 말이 해학적으로 쓰이고 있다. 야속한 세상인심이 그러하다. ‘배고프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몰려들고, 추우면 버리나니 이것이 바로 인정의 널리 퍼진 폐단이다’ (채근담).


0…잘못 만난 대통령과 국민들의 악연으로 인해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도무지 남의 말을 귀담아 듣거나 헤아릴 줄 모르는 한 사람으로 인해 애꿎은 국민들이 추운 거리에서 고생하고 있다. 법정 스님의 말대로 우리는 인연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다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지금 우리가 이런 경종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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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충성 vs.맹종

 

 요즘 모국 정세가 불안하다 보니 누굴 만나서 허투루 이야기 하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상대방과 몇마디 해보고 죽이 맞는다 싶으면 그제서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상대방의 견해가 나와 매우 다름을 느꼈을 땐 아예 말을 아끼는 것이 상책임을 깨닫게 됐다.   

 

 

 


 엊그제도 어느 친목 모임에서 예외없이 한국의 정치문제가 화제에 올랐는데, 내 옆에 앉으신 한 선배님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한국은 언론이 문제야. 사소한 문제를 갖고 언론이 떠들어대니 국민들이 내용도 모르고 저렇게 거리로 뛰쳐나와 난동을 부리는 것 아닌가. 실체도 없는 일을 갖고 왜 저렇게 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저러는지…”라며 혀를 찼다. 


 이런 분들이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저렇게 빨갱이들이 설쳐대니 나라꼴이 뭐가 되겠어. 한심해” 


 나는 조심을 한다고는 했는데 몇잔 술에 취기가 올랐는지 한마디 했다. “이젠 대통령이 내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버티다간 어떤 추악한 모습이 드러날지 걱정입니다…” 이 말에 선배님은 정색을 하더니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이 후배를 그렇게 안봤는데 지금 보니 이상하네…”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아차 싶었고, 더 이상 응수를 해봤자 결론은 뻔하기에 즉각 머리를 숙였다. “아니, 그 분이 하도 당하는 모습이 안됐어서 그러는거지요, 뭐…” 하고 얼버무렸다. 


 이런 상황을 대할 때마다, 한국사회에 염증이 나 이민까지 왔는데 해외에 나와서까지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무척 씁쓸하다. 더욱이, 아무리 내 생각을 피력한들, 그분들의 마음은 절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마저 느낀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친한 분들이 모국의 정치얘기로 인해 괜히 소원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급적 정치 얘기는 피하려 한다.    


0…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 대상의 이미지가 뇌리에 한번 박히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이승만과 박정희는 그들의 공과(功過)를 아무리 객관적으로 설명해도 ‘건국 대통령’, ‘근대화의 아버지’ 이미지가 가슴 속 깊이 각인돼있다. 


 그러나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해서는 아무리 그들의 치적이 열거돼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뇌리에 박힌 ‘좌파 빨갱이’라는 고정관념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 어떤 추잡한 모습이 드러나도 많은 사람들의 콘트리트벽 같은 맹종(盲從)의식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국가 원수의 본분을 망각한채 중차대한 국정을 일개 사인(私人)에게 의지한 죄는 애써 외면하고 “의견과 자문 좀 받은게 그리 큰 죄냐”는 식이다.  

      
 특히 아직도 좌우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곧 ‘종북 빨갱이’로 매도되기 십상이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질서정연하게 벌이는 평화적인 촛불 집회도 북한의 사주를 받아서 동원됐다거나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몰아치는 게 현실이다.


0…머나먼 해외에 살지만 한민족으로서 모국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시시각각 요동치는 한국의 정치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따라서 동포들끼리 만나면 자연히 화제가 그쪽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 앞에서는 함부로 입을 열기가 무섭다. 자칫하면 ‘사상이 삐딱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대체로 수십년 전 사고에 머물러 있는 이민동포 세대들은 광장집회나 시위를 벌이는 무리들은 곧 좌파 빨갱이라는 인식에 젖어 있다.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현장교육을 위해 추위 속에도 자녀들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이 과연 종북세력인지. 


 개중에는 북한에 맹종하는 무리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비박=종북세력’으로 치부되는 이런 마녀사냥 만큼은 꼭 불식돼야겠다.     


 0…대통령 한 사람의 거취문제를 두고 연일 전국적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가. 애꿎은 시민들이 생업까지 접어가면서 거리로 나서는 마음을 헤아린다면 대통령은  하루빨리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좋겠다. ‘정치권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국민들 고생 좀 그만 시켜야 하지 않겠나. 


 박 대통령은 아마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처럼 자신에 대한 반대시위가 잦아들면 어떤 회생길이 보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기엔 국민적 분노가 너무 높다. 한국사회를 더 이상 분열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조속히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 


 0…종(從)은 누구를 따른다는 뜻인데, 그 앞에 맹(盲)자가 붙으면 눈으로 보지 못하면서 무조건 따른다는 뜻이 된다. 충성과 맹종(盲從)은 다르다. 정당한 상하관계에서 윗사람에 충성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사려분별 없이 무조건 복종하는 것은 충성이 아니다. 그것은 맹종이며, 맹종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 동포사회도 이젠 충성을 헤아려가며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성이 자칫 앞뒤 가리지 않는 맹종으로 변질되면 나라꼴은 영영 치유되기 힘들 것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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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5
탄핵 잔혹사

 

 
▲2004년 3월 14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치며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탄핵(impeachment)은 한자로 ‘따질 탄(彈)’, ‘캐물을 핵(劾)자를 쓴다. 즉, 잘못을 따지고 캐묻는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적 사법절차로는 처벌이 어려운 고위 공직자를 국회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파면하는 제도이다. 현행 한국 헌법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법관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탄핵의 전통적 의미는 ‘관리의 죄과를 조사해 임금에게 아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선왕조 오백년은 탄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탄핵이 난무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탄핵이란 말이 무려 5911번이나 등장한다는 자료도 있다. 


 탄핵의 이유는 주로 ‘도덕적 해이’였다. 조정 대신이 국상(國喪)중 술을 마셨다거나 궁중의 기밀을 누설한 죄, 왕족에게 빌붙어 권세를 휘두르는 등의 일들이 주요 탄핵 대상이 됐다. 


 탄핵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왕이었으며, 탄핵의 대상이 된 사람은 삭탈관직(削奪官職)을 당하고 유배되거나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었다. 그러나 탄핵은 양날의 칼과 같아, 탄핵을 제안한 사람도 탄핵을 당한 사람 못잖게 역풍을 맞아 상처를 입은 경우가 많았다. 고종 때 최익현은 서원철폐 등의 정책을 비판하며 흥선대원군을 탄핵, 그를 실각시켰지만 그 역시 군부(君父)를 논박했다는 이유로 제주도로 유배됐다. 


 조선시대의 탄핵은 임금 외에는 모두 대상이 될만큼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으며, 탄핵 대상자는 사유가 무겁지 않아도 왕에게 사직서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탄핵을 당한 자체를 큰 불명예로 생각했다. 


0…2002년 12월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러나 2004년 4월 제17대 국회의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 세력은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야당이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탄핵사유가 된다’는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이에 중앙선관위는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유권해석을 내린다. 


 이에 국회는 2004년 3월 12일 야당 주도하에 한국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고, 이때부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고건)가 권한을 대행했다. 


 그러나 탄핵소추안 통과는 그 타당성에 대한 거국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수많은 국민들이 탄핵에 반대하며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 해 5월 14일, 헌법재판소는 결국 야당이 주장하는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 위반’이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며 탄핵안을 기각했고 노무현은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0…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박근혜 게이트’가 결국 탄핵정국으로 이어지게 됐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박근혜 탄핵을 꺼린 이유 중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 때문이다. 2004년 당시 선거중립위반 문제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루어졌지만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그리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최초로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단 9석을 얻는 역풍을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과 박근혜의 탄핵은 성격과 상황이 다르다. 검찰은 박근혜 측근들의 공소장을 통해 박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기능을 비선실세에게 ‘이양’하는 각종 범죄를 공모했으며, 특히 제3자 뇌물수수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70억원대 강제모금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즉, 박근혜는 직접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기업들에게 돈을 내라고 강요했기 때문에 탄핵사유인 '중대한 직무상 위배'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견해다. 


0…야당이 막상 탄핵 쪽으로 방향을 잡긴 했으나 최종 탄핵까지 이어지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 험난하다. 야당 의원 전원과 무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171표, 의결정족수인 200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여당 의원 중 최소한 29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여기에 탄핵안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여당뿐 아니라 야당 내에서도 익명을 이용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하는 의원이 있을 수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그 즉시 대통령의 직무는 중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데, 누가 총리를 맡을지도 논란거리이고, 국회를 통과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되려면 최장 180일까지 시간을 끌 수도 있다. 


 여기에 120일간 특검이 진행될 예정이고 특검 결과에 따라 탄핵안이 상정되면 내년 3월 말이나 돼야 탄핵할 수 있다. 헌재 결정이 늦춰지면 9월 말이나 돼야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이는 19대 대통령 선거(2017년 12월 20일)가 임박한 시점으로, 탄핵의 실질적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점을 계산해 ‘결사 버티기 작전’으로 들어간 듯하다. 어차피 당할 일, 현직 대통령 타이틀을 달고 심판을 받아야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쯤에서 깨끗이 물러나면 참 좋겠는데 그럴 기미는 없다. 결국 애꿎은 국민들만 추위 속에 계속해서 거리로 나서게 됐다.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어떤 고생을 하게 되는지 지금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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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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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네 부모를 원망해”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승마)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 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 

 

 


 “(나는) 말 타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 없어. 나 친한 사람 딱 네 명 있다. 니네들은 그냥 인사하는 애들 수준이야. 뭘 새삼스럽게 병이 도져서 난리들이야. 내가 만만하니? 난 걔들한테 욕 못해서 안 하는 줄 알아? 놀아나 주는 모자라는 애들 상대하기 더러워서 안하는 거야…” 


 지금 대한민국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정유라)이 2년 전 이화여대에 (특기생으로) 합격했을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글이다. 이는 2014년 12월 3일에 쓴 것으로, 그녀가 이대 수시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승마 특기로 합격한지 한 달쯤 지났을 때다. 


 그녀는 2014년 3월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같은해 9월 16일 이대에 입학원서를 냈다. 그리고 9월 20일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그녀는 당시 참가선수 32명 중 5위에 머물렀지만 대표팀의 두 에이스 활약 덕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대 모집 요강에는 수상 감안 기준이 '원서 마감일 전 3년'이라고 명시돼있지만, 그녀가 금메달을 딴 것은 수시 원서 마감일(9월 16일)이 나흘 지난 뒤였다. 모집 요강과 다르게 금메달 수상을 소급 적용해 합격시켜준 것이다.


 0…박근혜 대통령의 20년 정치인생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 자는 언제나 숱한 의혹의 배후로 거론됐다. 하지만 한번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딸로 인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정유라는 대한민국 파국 드라마의 예고편이자 서막이었다.


 정씨에 대해서는 출생에서부터 학교(고교)생활, 최근엔 온갖 사생활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역겨운 이야기들이 줄줄이 엮여 나오고 있다. 올해 20세인 여성을 두고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자체가 유치하기 짝 없지만 그녀로 하여금 저런 오만불손하기 그지없는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게 만든 한국사회의 참담한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권력실세 아버지(정윤회)와 어머니를 둔 한 소녀가 미쳐 성숙하지 않은 나이에 돈과 권력의 위력에 매몰돼 기고만장해졌다. 단 한 사람을 위한 변칙적인 대학 합격, 스포츠단체(승마협회)에 막대한 재벌 후원, 특혜반대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 10억원 짜리 외국산 말(馬)을 타고 국가대표 자격으로 외국에서 훈련한다는 명목으로 학교 출석을 면제받고 국고로 지원된 돈까지 챙기고… 정권 실세에 밉보인 공무원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가 하면, 결석이 잦고 과제를 내지 않은 것을 경고한 지도교수가 무참히 쫓겨나는 현실…


 한 여당의원은 " '돈도 실력이야.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 앞에선 피눈물이 흐른다. 국민통합이라는 거창한 얘기를 할 필요도 없다. 도대체 부모가 얼마나 당당히 피땀흘려 돈을 벌었길래 그 자식이 돈, 돈하는가?. 이 땅에서 묵묵히 제 도리를 하며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을 비웃고 이 나라를 하찮게 여기게 한 죄, 그 패륜지언(悖倫之言)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딸자식을 가진 나로서는 행여 우리 딸들이 저런 글을 볼까 두렵다.(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흙수저로 태어났음을 확실히 알았는지, 학창시절 내내 부모에게 용돈 한번 제대로 기대하질 않았으니,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0…한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쯤 되면 도덕이고 양심이고 다 필요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돈 없고 ‘빽’ 없는 젊은이들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는 나라를 만든 장본인들은 이 한가지 사실 만으로도 더 이상 구차한 변명 하지 말고 즉각 물러나야 마땅한 이유다. 


 한국사회는 많은 이들이 실제론 저변계층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애써 중산층 대열에 끼여 있다고 생각하려 한다. 저변계층에 있으면 주위로부터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위선과 허위가 시민들의 의식 저 편에 흐르는 한, 사회는 결코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유라 특혜에 허탈한 청년들, '스펙'이 없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무력감과 분노를 어떻게 달래줄 것인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국민이 나라를 믿지 못하는데 나라 꼴이 무엇이 되겠는가"라는 여당의원의 말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있다. 이런 풍토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렵다. 인생 내내 이어지는 허탈함과 무력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금수저들은 죽어라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해도해도 안되는 망할 새끼'로 비웃고 있을지 모른다.


0…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맹종에 가까운 충성을 다짐하고 있는 일부 계층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당신은 과연 스스로를 금수저라고 생각하시는가? 부모 잘 만나고 잘 못 만나는 것이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열심히 일한만큼 대가와 보상을 받는 사회가 정상이 아닌가?  해도해도 안되는 뭍한 청춘의 상처를 어떻게 씻어줄 것인가. 


 도덕과 양심이 푸르고 싱싱하게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치유불가능한 현재의 상처는 어서 빨리 도려내는 수밖에 없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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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0
언론의 힘

 

 온갖 권력형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소환된 특수부 검사 출신의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그가 검찰청 조사실에서 팔장을 낀 채 웃으며 앉아 있는 모습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오만한 권력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진 한장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가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는 수사관들. 이런 현실에서 검찰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리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그는 질문하는 여기자를 사납게 째려보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그 눈에서 레이저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까지 보이며 두 차례나 사과했지만, 주말 대규모 시민집회에서 확인됐듯, 퇴진•탄핵을 요구하는 성난 민심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에 따라 결국 박 대통령이 3차 국민담화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마 그것은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그 무엇’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0…요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요약되는 모국의 정국 뉴스를 안 볼 수가 없다. 숨막히는 추리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그 이면엔 사건현장을 누비며 난마처럼 얽힌 비리를 파헤치는 일선 기자들의 노고가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촉발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지금까지 한 달 넘게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각 언론사에서 진행해오던 의혹확인 작업들이 특종보도 경쟁을 통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또 어떤 메가톤급 보도가 나와 박근혜 정부의 운명을 결정지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정국을 엄습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헌정 중단을 우려해야 할 만큼 현 정부는 위기에 봉착해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 친정부 보수성향의 대형 언론에서 현 정권에 치명적인 특종기사들이 잇달아 터져나오는 것을 보며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선 권세와 수명이 다한 박근혜 정부에 더 이상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러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언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일부 언론에 거론됐으나 대다수 언론은 대체로 무시해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하야'와 '탄핵'이 거리낌없이 언급될 만큼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이 사건의 발굴은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중소언론사와 종합편성채널들이 큰 활약과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대형 방송사들은 일대 각성을 하고 있다. 종편이 두드러지게 활약하자 대형 방송사들 사이에서는 "참담하다", "(JTBC 보도는) 언론이길 포기했던 모든 언론에 대한 파산선고"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0…한국은 ‘언론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체 수도 엄청 많거니와 언론사간 특종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때론 과장보도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과 더불어 감시망이 워낙 촘촘해 언론의 촉수에서 빠져나갈 구석이 별로 없다. 다중매체의 역기능도 있는 반면, 순기능 역할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만 해도 언론이 잠잠했더라면 그냥 묻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워낙 부정과 비리가 만연돼있으니 대충 수사 시늉만 내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종편채널 보도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하야를 목전에 두는 초대형 사건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사적인 얘기 좀 하면, 나의 처조카사위가 모 방송사 법조출입 팀장인데 이 친구가 전에는 숱한 특종기사를 터뜨리더니 요즘은 잠잠하다. 어느날인가는 다른 방송사에서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코멘트하고 있었다. 이에 나와 아내는 “아이구, ㅇ서방 물먹었네. 한번 기사를 놓치면 만회하기가 어려운데…” 하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어(大魚)를 놓친 언론사는 낙종을 만회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기사거리를 찾을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또 다른 대형 뉴스가 터질지 모른다. 


 사회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와 언론만 제 역할을 한다면 한 나라가 이처럼 부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법부는 정권의 시녀가 된지 오래고 지금은 오직 언론만 제기능을 하고 있다. 지금도 일선에서 새우잠을 자며 기사거리를 찾는 기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에서 그나마 믿고 기댈 곳은 언론밖에 없다.

 
 특히 우리처럼 해외에 사는 동포들 입장에서는 모국의 언론만 보고 소식을 알기에 언론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역할과 사명이 얼마나 막중한가. 동포사회는 대체로 보수성향이 많아 일각에선 언론이 너무 파헤친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곪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인간적 연민에 치우칠 일이 아니다. 


 0…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계속될 것 같은 권력도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누가 권력을 잡든 그 기간은 아주 짧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늘 겸허한 마음을 간직한다면 지금처럼 비참한 말년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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