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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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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만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

 

-험한 사막길도 함께 가면 꽃길 


지난 15일(토) 토론토 한인회관에서 열린 ‘2023 동행’ 행사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 없겠지/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봄의 새싹들처럼’ (김광석 ‘일어나’)

 

 토론토 성인장애인공동체(회장 이성민)의 운영기금 모금을 위한 조찬모금행사 ‘2023동행’이 지난 주말(15일) 토론토한인회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다시 찾은 봄’이라는 부제가 달린 올해 행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행사가  4년 만에 다시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새로웠다. 

 

0…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300여 한인동포들이 일찌감치 나와 좌석을 메웠고 공동체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아침식사가 각 테이블마다 놓여졌다.

 

 본격적인 행사 전에 먼저 공동체 회원들로 구성된 통기타 밴드 ‘동행’이  봄노래 메들리로 흥을 돋구었다. 특히 참석자들은 위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가사 내용이 공동체 가족들의 아픔과 희망을 그대로 잘 표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어 올해 새로 공동체 회장이 된 이성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장애인 공동체와 기꺼이 동행해주신 동포들께 감사드린다”며 “계절적인 봄도 시작되고 위축됐던 우리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0…본 행사에서는 창작시 낭송(유정자 시인), 예멜합창단의 ‘그리운 금강산’ 합창, 난타 및 라인댄스, 하모니카 합주 등이 이어졌고 다함께 ‘고향의 봄’도 합창했다.    

 

 행사에 참석하면서 다시금 동포들의 마음이 참 따스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반 동포들이 대거 참석하는 축제행사로 자리잡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객과 장애우들이 함께 허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에 고난 따위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0…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점은, 프로그램 순서에 불필요한 내빈 축사 따위를 과감히 생략하고 시간을 절약한 것이다. ‘내빈’이라고 참석한 인사들은 서운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그런 틀에 박힌 형식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이 행사에는 올해 처음으로 총영사와 부총영사도 참석했는데, 이들은 조용하고 진지한 자세로 끝까지 행사를 지켜보며 멋진 공연에 진정어린 박수를 보냈다. 축사 따위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자세보다 그 겸손한 모습에 한층 신뢰와 믿음이 갔다.

 

 어느 분이 행사 순서에서 내빈 축사가 빠진 것을 지적한데 대해 총영사에게 느낌을 물어보았더니 그는 오히려 “이게 정상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소위 VIP석을 없애고 다함께 어울려 앉도록 자리를 배치한 것도 공동체의 의식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0…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분들은 대개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이해하는 분이 많고, 따라서 마음씨도 따스하다. 한국식품 이민복 사장이 그런 분이다. 다른 행사에는 잘 참석을 않는 분이지만 장애인 행사엔 후원도 많이 하고 꼭 참석을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인행사에 단골처럼 얼굴을 비치는 그 많은 동포단체장들이 이런 행사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번도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인사회에 이런저런 단체장이 많지만 유흥성 행사에는 꼬박꼬박 얼굴을 내미는 사람도 이런 행사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이들 중에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돕는데 단 몇푼 갖고 벌벌 떠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 참 안타깝다.

 

0…요즘 사회시설이 발달하긴 했지만 아직도 장애인이 살아가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 장애인은 근로 여건도 만만찮다. 동포사회가 이런 분들에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은 공동체로서의 책무다.

 

 ‘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하면 된다’는 말은 ‘이 세상에 노력이 있는 한 불가능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에 분명히 불가능은 존재한다. 높은 층계를 못 올라가 곤혹스러워 하는 장애인에게 아무리 ‘당신은 할 수 있소’라고 외쳐도 벌떡 일어나 걸어 올라갈 리 만무하다. 개인적으로 강한 의지와 노력이 있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사회의 책임이다.

 

0…장애인들에 대해 값싼 동정이나 보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갈 동행(同行)의 자세가 필요하다. 더디 가도 함께 갈 동행…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다 같은 처지이다. 누군가 함께 가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황무지와 사막을 걸어도 향기로운 꽃길처럼 느껴질 것이다.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들을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볼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언더우드의 기도 낙서장‘ 중-    

 

0…장애인공동체는 올해부터 활동과 모임 장소를 노스욕 연합교회(255 Finch Ave. W.)로 옮겼다. 생각 같아선 이들이 모임공간을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고 안정된 곳에서 재활 활동을 펴도록 했으면 좋겠다.

*후원 및 봉사 문의: 416-457-6824 / [email protected]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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