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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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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성년부중래, 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급시당면려, 세월불대인)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아침이 두 번 있기는 어렵다./ 때에 맞춰 열심히 노력할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중국 도연명(陶淵明)의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젊은 시절, 때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이다.

 영어에도 같은 속담이 있다.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시간과 조수(潮水)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0…나 같은 한자(漢字) 세대는 사자성어(四字成語) 쓰기를 즐긴다. 여러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신 네 글자만 대면 되니 시간상 경제적이고 뜻이 함축적이니 직설 어법보다 운치(韻致)도 있다.

 또한 그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아야 하니 자연히 배움도 따른다.

 

 집안 내력도 그렇지만 나는 일찍이 어.문학에 취미가 있어 중.고교 시절부터 국어.영어를 비롯해 한문.고전.외국어(독일어) 등에 자신이 있었다. 수학이나 과학엔 영 취미가 없었지만 어.문학 시간만 되면 신이 났다.

 학창시절 배운 한자실력에 더해 언론생활을 하면서는 한자를 더 많이 쓰게 됐다.

 

 특히 제목을 뽑을 때 복잡한 내용을 단 몇개의 한자로 줄이면 간결하고 기사의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지금도 술자리에서 흥이 오르면 한시(漢詩)를 읊조리곤 한다. 

 

0…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한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고 영어를 어학실력의 으뜸으로 치게 됐다. 요즘 젊은세대에게 한자성어를 주절거리면 아마 “OK, Boomer” 소리를 듣기 알맞을 것이다. 이 말은 “알았어요, 아저씨”라는 뜻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고리타분한 구세대, 즉 ‘꼰대’의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아직도 60대 이상 기성세대는 한자어를 즐겨 쓰는 습관이 있고 나 또한 그러하다. 특히 이즈음 연말이 되면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한자어가 많이 쓰인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교수신문>은 매년 이맘때 사회적으로 유행했던 풍조를 빗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이 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한국의 사회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오고 있다.

 

0…올해 한국의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말이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0.9%(476명)가 ‘과이불개’를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꼽았다. 이는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고 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라는 의미다.

 

 어느 교수는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 말하며 고칠 생각은 없다. 그런 가운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0…교수들은 특히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비판했다. 한 교수는 “잘못을 하고서도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을 느낀다”고 했다.

 

 또 다른 교수는 “진영 간 이념 갈등이 고조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은 강박감에 사로잡혀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어디 정치 뿐일까. 나부터도 잘못을 저지르고도 개선할 생각은 별로 안하니 발전이 없다.  

 

0…외국에서도 ‘올해의 단어’를 발표한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고블린 모드’(Goblin Mode, 도깨비 모드)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이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한 채 뻔뻔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2009년 처음 온라인에 등장했으나 올 2월 트위터 가짜뉴스에 뜬 후 빈번히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 봉쇄에서 불확실하게 벗어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런 유형은 대체로 당당하게 행동하되 게으르고 탐욕적인 특성을 보인다.

 

 이런 풍조는 팬데믹의 대혼란과 소셜미디어가 가져온 행동과 가치의 거대한 변화로 인해 세계가 불안정하다는 증거라고 볼 수있다. 고블린 모드 외에 '메타버스', '#아이스탠드위드'가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올랐다.

 

0…한편 미국의 미리엄웹스터 출판사가 꼽은 올해의 단어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선정됐다.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이 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속이는 행위를 뜻한다.

 

 즉 타인의 심리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정서적 심리적으로 지배하거나 현실감과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들 주변엔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가스라이팅이나 고블린 모드 같은 단어가 유행하는 것은 가짜와 거짓말이 판을 치고, 나태와 탐욕이 지배하는 시대상황을 대변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심리상태까지 조작해 이용한다.

 

 이에 앞서 2020년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해는 ‘팬데믹’, 2021년에는 ‘백신’이 그 해의 단어로 선정된 바 있다.

 

0…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애송되는 사자성어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즉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이 너무 없음을 한탄하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사가 대체로 그러하다 하겠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시조 한 수로 올 한해를 마감한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주야(晝夜)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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