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hail

    김하일 칼럼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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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가격, 어떻게 정할까??

 

 음식점을 창업 하면서 가장 결정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음식의 가격을 정하는 일이다. 많은 갈등을 하게 된다. 나무 비싼 것 아닐까? 혹은 너무 싸서 남는 것 없이 몸만 바빠지는 것 아닐까? 

 원가율도 계산해 보고, 근처 다른 식당의 음식 가격도 참고하고, 지인들의 의견도 들어보는 등 많은 고심을 해서 가격을 결정하고 나서도 계속 잘한 결정인지 의구심이 남는다. 

 

 

 


 장사가 안되면 ‘우리 음식이 너무 비싼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생기고, 장사가 잘되면 ‘조금 비싸게 정했어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맛있고, 싸고, 푸짐하고….’ 장사가 안될 리 없다. 입지가 조금 안 좋고 실내 장식에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심지어는 조금 불친절해도 용서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가능한가 이다.

 아주 오래 전, 한 그릇 팔면 반은 남았다던 전설속의 그 시절에나 가능했을 법한 이야기다. 좀 괜찮은 지역에 웬만한 크기만 되어도 월 만불을 넘나드는 렌트비, 매년 오르는 인건비, 재료비를 생각하면 요즘 같은 시기에 ‘맛있고, 싸고, 푸짐하고’는 내 소유의 건물에서 가족들끼리 하는 식당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가격 결정은 협상이다. 손님과 식당간 상호 만족할 만한 암묵적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가장 적정한 가격이다. 가격이 손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비싸면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팔리지 않을 것이며 손님이 원하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으면 주인 입장에서 팔수가 없다.

 진짜 식당 경영자의 실력은 가격 결정에서 나타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 입장에서 허용 가능한 최대치’를 찾는 것, 그것이 실력이다.

 그런데 ‘손님 입장에서 허용 가능한 최대치’를 찾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수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손님의 생각도 다 다르고 손님의 계층도 다양하다. 그래서 우선은 지난 호에 언급했던 ‘내 손님’을 정하는 것이 먼저다. 어떤 손님을 대상으로 음식을 팔고자 하는가를 먼저 정하고, 그 손님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만한 가격대의 음식을 주 메뉴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개업 초기에 인근 대학생들을 주 고객으로 타겟팅 했었고, 가격 수준도 그에 맞추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층 손님들 뿐 아니라 주변 직장인 손님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학생층과 직장인 층이 거의 반반 정도 되는 시점에 이르러 2개월 전 도박하는 심정으로 꽤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우려와는 달리 가격 저항은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가격 인상을 생각할 때 해보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손님들의 반응을 미리 살펴보는 것으로, 잘 팔리는 메뉴 중 한두 가지를 우선 인상해 판매 수량이 감소하는지를 살펴보거나 아니면 좀 비싼 고급 메뉴를 한두 가지 새로 개발해 판매해 보는 것이다. 그를 통해 우리 가게에서 판매 가능한 가격대를 다시 가늠해 볼 수 있다.

 전략적으로 가격을 싸게 책정할 수 도 있고, 반대로 비싸게 정할 수도 있다. 그것은 경영자의 전략과 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던 우선 원가를 계산해보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한다. 감각적으로 남보다 싸게 또는 비싸게가 아니고 우선 원가가 얼마인지를 계산해 놓고 그 다음에 본인의 전략을 반영해야 한다. 


 원가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준거가격(準據價格, Reference Price) 이다. 대상으로 하는 손님의 마음속에 있는 적당한 가격, 즉 손님이 합당하다고 느낄만한 가격을 말하는데 모든 손님의 마음속에 들어가 볼 수는 없는 일이니 이 준거가격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변 다른 식당들의 가격을 참고해 보는 것이 좋다.

 다른 식당에서 그 가격에 잘 팔리고 있다면 일단 손님들이 그 가격에 만족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이를 기준으로 같은 가격에 양을 좀더 많게 한다든지 조금 고급스럽게 한다든지 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준거가격을 참고로 하되 이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주변 식당들에서는 얼마를 받지만 내게 다른 경쟁력 –이를테면 맛이 탁월하다든지 다른 집에 비해 고급 재료가 추가된다든지 또는 입지나 인테리어가 현격하게 경쟁력이 있다든지 하는- 이 있다면 이 준거가격을 조금 벗어나도 좋다. 

 반대로 다른 집에 비해 재료를 더 저렴하게 구입한다든지 인건비를 비롯한 경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면 손님을 더 끌기 위해 준거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대 수익을 검토해 가격을 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음식의 평균 가격을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하루 몇 명의 손님이 들것인가를 예상해 본다. 그렇게 한 달의 매출을 산출한 후 식재료비를 제외한 각종 비용을 차감한다. 여기에서 목표로 하는 기대 수익을 차감하여 보면 식재료 원가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 지를 따져본다. 

 이렇게 한 결과 식재료 원가율이 너무 높으면 가격을 조금 높게 조정하고 원가율이 너무 낮으면 가격을 낮추어 다시 계산해 본다. 수차례 이런 시뮬레이션을 거쳐 우리 집의 평균 음식 가격대를 정해놓고 아이템 별로 다시 조정한다. 다소 복잡하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적정한 원가율을 찾아 낼 수만 있다면 새로운 메뉴를 추가할 때 가격 책정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이 경우 예상 손님수가 함정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가게를 오픈한 후 손님수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손실이 커지므로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에 대한 정답은 없다. 상기의 여러 가지 방법을 혼용하여 적정 가격을 찾아내야 하며, 가격 이전에 상품력이 우선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상품력이 뛰어나거나 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상품이라면 가격 결정 과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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