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hail

    김하일 칼럼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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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음식 장사를 하면서 가장 속이 상할 때는 손님이 음식을 많이 남길 때 이다. 


 며칠 전 인근 식당에 큰 불이나 소방관이 대피 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음식값을 받지 못하고 식사 중이던 손님들을 돌려보낸 적이 있다. 삼백 불이 넘는 음식값을 받지 못했으나 그리 속이 상하지는 않았다. 일회성인 일이고 내 능력으로 어찌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님 상의 빈 그릇을 치우다가 반도 안 먹고 남긴 그릇을 보면 낯이 화끈거리고 속이 많이 상한다. 우리 음식이 손님께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의미이며 그 손님은 다시는 우리집을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남기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이고, 두 번째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인데 음식을 너무 많이 주문한 경우 매출이 많아지니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음식을 남기는 것을 보면 맘이 편치 못하다. 해서 애초에 주문하는 양이 많아 보이면 손님께 너무 많을 것 같으니 일단 드셔 보시고 부족하면 더 주문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드리도록 교육하고 있으나 잘 이행되지 않는다.


 어쨌든 음식이 너무 많아 남기는 경우는 남은 음식을 싸 가지고 가기도 하고 일단 식사는 맛나게 한 후이니 큰 갈등이 없다. 그러나 한 그릇 주문한 음식을 반 넘게 남기는 손님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므로 참 마음이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한 동안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된다.


 한때는 혹 음식이 뭔가 잘못 되었나 싶어 손님이 남긴 음식을 한 구석으로 가져가 맛을 보기도 했지만 대개의 경우 평소의 우리 음식 맛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 손님의 입에 맞지 않은 경우이며 주로 손님의 입에 너무 짜거나 매운 것이 그 원인이다.


 더러는 손님이 음식이 너무 짜니(또는 매우니) 다시 해 줄 수 없겠느냐, 고 묻거나 뜨거운 물이나 육수를 더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간이 달라지지 않도록 레시피를 만들어 두고 항상 계량스푼을 이용해 간을 하고 있다. 가게에 농도계와 염도계를 비치 해두고 가끔씩 염도를 측정해가면서 맛의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손님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식당음식은 대부분 좀 간이 세고 달기는 하다. 첫째 이유는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맛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이 음식 저 음식 간을 보다 보면 웬만해서는 짜다는 느낌을 못 느끼게 된다. 그래서 표준을 정해두고 염도계를 사용해 주기적으로 염도를 측정해 바로잡고 해도 어느 샌가 조금씩 간이 세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이유는 약간은 짜고 달아야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일부러 조금 간을 세게 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학교 앞의 불량 식품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을 만큼 맛이 있었다. 물론 그 시절이야 무엇을 먹든 맛있던, 늘 배가 고팠던 시절이었으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자극적인 맛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이제는 조금 마음을 비우는 훈련이 되어 손님 욕심을 많이 부리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우리집 음식에 환호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모든 손님의 입맛에 맞는 그런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그건 환상이고 욕심이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깻잎을 다른 민족 사람들은 향이 고약하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기도 하고 소문듣고 찾아간 집의 음식이 내게는 수준 이하로 느껴질 때도 있다.


 내 손님이 아니다 싶은 사람을 억지로 내 손님으로 만들려는 욕심에 음식의 맛이 자주 바뀌면 진짜 우리집의 팬들에게 실망을 주어 떠나가게 만든다. 내 손님에 집중하고 그 손님들만을 위한 식당이 되어야 한다. 


 손님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찾는 것이다. 내 손님을 찾아야 한다. 내 손님이 아닌 사람에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 내 음식에 맞는 손님을 찾고 그 손님만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오늘 음식이 짜다고 불평하는 손님이 있었다고 주방장 불러 ‘손님이 음식이 짜다네, 내일부터 라면 물을 한 컵씩 더 잡아요’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손님에게는 ‘다음에는 주문하실 때 미리 말씀해 주시면 조금 싱겁게 해드리겠습니다’하면 된다.


 어쩌면 그 손님은 당뇨 등 지병이 있어 싱겁게 먹어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당뇨병 환자 전용 식당을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손님의 한마디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한번 잡힌 우리집의 레시피, 컨셉을 손님의 한 마디에 이리저리 바꾸어서는 영원히 ‘내 식당 다움’이 없는 특징 없는 식당이 되고 만다. 


 모든 손님의 입맛에 맞추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것은 환상이며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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