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hail

    김하일 칼럼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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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행사, 득(得)인가 실(失)인가?

 

 오늘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운동 삼아 소위 차이나타운 이라고 알려진 스파다니아(Spadina Ave.) 길을 남쪽 던다스(Dundas St.)부터 북으로 콜리지(College St.)까지 걸으며 주변의 음식점들을 살펴보았다.

 

 

 


 좌우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음식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고 약속이나 한 듯 음식사진과 함께 가격이 표시된 입간판이나 포스터를 내걸어 두고 있었다. 표시된 음식 가격은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싼 가격이었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북쪽으로는 토론토에서 학생 수가 제일 많은 큰 대학이 위치해 있고 남쪽으로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으니 수요는 넘쳐날 것 같다. 굳이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아도 상생이 가능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우리집의 가장 큰 무기는 싼 가격입니다’ 하듯 가격만을 강조하고 있었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을 법한 ‘꾼’들이 경쟁하는 마당이니 필자 같은 하수가 옳다 그르다 할 일은 아니겠으나, 가격 할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할인 행사는 가급적 안 하는 것이 좋다.


 손님들은 생각보다 가격에 그리 민감하지 않을뿐더러 싼 음식만 찾는 손님은 다른 곳에 더 싼 집이 생기면 바로 옮겨가기 때문에 절대로 충성 고객(Loyal Customer)이 되지 않는다. 


 일정 기간 할인 행사를 통해 출혈을 감수하고 손님을 끌어 이를 통해 단골손님을 확보해 보려는 목적이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혹여 할인 행사를 하면서 양을 줄인다든지 하는 꼼수를 쓰는 일은 스스로 독 사발을 들이키는 격이다. 


 또한 경계해야 할 것이 손님들에게 ‘이래도 남으니까 하겠지? 그렇다면 평소에 많이 비싸게 먹었던 거네’ 또는 ‘이 집 장사 잘 안 되는가 보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지금의 가게를 오픈 한 첫해 여름에 맥주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행사를 해 본 일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술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술을 싸게 파는 대신 안주에서 좀 남겠지 하는 한국식 생각으로 했었으나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들이 발생했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시고 가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좀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술에 취해 옆자리 손님과 시비를 하거나, 마감할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일어나지 않고 ‘한잔만 더’를 외치는 손님들로 골머리를 썩였다. 


 그러나 개업 초기에 가게를 알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일정기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경우 기간은 짧게 잡고, 할인율을 크게 해서 손님이 문밖까지 줄을 서거나 적어도 가게가 북적일 정도는 되어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원하는 효과란 그를 통해 수익을 올리거나 단골을 확보하자는 것이 아니고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어, 저기 식당이 새로 생겼네. 손님이 저리 많은 것을 보니 음식이 괜찮은가봐. 다음에 한번 가보아야겠네’하는 식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말한다. 가격 할인 때문에 오는 손님은 절대로 단골이 되지 않는다.


 둘째로 꼭 해야겠다면 손님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이유가 있는 것이 좋고, 할인 기간도 명시하는 것이 좋다. 


 그냥 ‘XX % off’ 하는 것보다는 ‘개업 X 주년 감사 할인 XX % off’가 좀더 설득력 있으며,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거나 설문에 답해주면 할인을 해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손님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필자는 가장 인기있는 특정 메뉴에 대해 30% 가량의 할인 행사를 한 일이 있다.


 ‘XXX 10,000 Order 판매 기념, 500 Order 한정’ 이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가게 내외에 붙이고 facebook, Instagram, Google 등에도 올렸다. 또한 포스터에는 식재료 공급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았음도 명기했다.


 할인 행사를 하는 이유는 특정한 아이템이 10,000 개 판매를 돌파해 감사하는 마음에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싸게 팔 수 있는 이유는 행사 기간 중 업체로부터 식재료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임도 알려, 평소 판매하는 가격이 절대 무리한 가격이 아님에 대한 변명도 곁들였다.


 또한 약간의 꼼수 이지만 기간을 정하지 않고 ‘500 Order 한정’으로 한 것은 반응을 보아가며 행사 기간을 조정하기 위함이었다. 손님이 몇 오더를 판매 했는지 알지 못하니, 효과가 없고 오히려 손실만 큰 것 같다 싶으면 아무 때나 중단할 수 있으며, 반대로 효과가 좋으면 당초 계획보다 좀 더 오래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일주일 정도를 계획했으나 예상보다 반응이 괜찮아 고심하다가 약 2주간 진행했다. 이때에도 그냥 무작정 기간을 늘린 것이 아니고 고객들의 성원에 추가로 500 order를 더 할인 판매한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결과적으로는 평소 하루 약 20개 정도 팔리던 것이 열흘 정도 사이에 910개 팔렸으며 일인분에 6불씩 싸게 팔았으니 단순계산으로는 $5,400을 할인 해준 셈이었으나 기간 중 그 아이템에 대한 매출은 네 배 이상(순 매출 증가 분 $9,930) 늘었다. 


 또한 실제로 행사 기간 중 업체의 협조를 얻어 재료를 파운드 당 70센트 가량 싸게 공급받아 투자는 그리 크지 않았던 셈이다. 


 당초 목적이 이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자 함이 아니고 아직 맛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우리집의 특정 메뉴를 알리고자 함이었으니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면 무리한 가격 할인은 손님들에게 ‘싸구려 음식점’으로 포지셔닝 되는 첩경이므로 차라리 제값 받고 제대로 된 음식을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또한 할인 행사는 이유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해서는 곤란하며, 그냥 무작정 남이 한다고 따라할 일이 아니고,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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