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hail

    김하일 칼럼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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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청년들

 

 아주 당황스런 일이 벌어졌다. 네 명의 한국 청년들이 식사를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다가가 보니 음식에 들어있던 머리카락 하나를 냅킨 위에 꺼내 두고 있었다. 


 음식점을 하면서 가장 난감한 일 중의 하나다. 주방 직원들은 모두 모자를 쓰고 있고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머리를 뒤로 묶어 머리카락이 음식에 들어가는 일을 방지하고 있지만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을 해도 일년에 한번쯤은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음식은 반 이상 비워져 있었고 죄송하다 얘기하고 음식을 다시 만들어 드리겠다 하니 괜찮다고, 거의 다 먹었다고 한다. “괜찮아요, 우린 괜찮은데 혹시 이런 일이 다른 손님들에게도 생기면 안되니까 주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씀 드리는 거예요”한다.

 

 

 


 내가 너무 미안해 하니 오히려 당황스러웠는지 “우리 이집 자주 왔는데 이런 일은 오늘 처음 이예요. 정말 괜찮아요”하며 남은 음식을 계속 먹는다. 이 일은 한인 청년들에 대한 내 선입견을 바꾸어 놓았다. 


 나이 먹은 사람이 고개를 숙여가며 미안해하는 게 더 미안해서 계속 괜찮다며 남은 음식을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먹어주는 배려, 돌아가면서 까지 “사장님 저희 정말 괜찮아요. 맛있게 잘 먹었어요”해주는 따스한 마음 씀에 ‘정말 요즘 청년들 같지 않네’ 싶었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나로서도 다른 집에 식사를 하러갔다가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온다면 몹시 불쾌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남은 음식을 끝까지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만일 좀 까다로운 손님이었다면 난감한 일을 겪을 뻔 했는데 참으로 운이 좋은 날이었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어디 음식점 리뷰 사이트 같은 곳에 악평을 해대도 속수무책으로 비난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분명 부주의 했고, 잘못된 것이니 변명할 도리도 없다.


  음식점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주방에서 조리 중에 들어가는 경우로 이 경우 주로 나타나는 이물질은 머리카락이 가장 흔한데 당연히 주방 직원들은 항상 모자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샌가 들어가 난감한 일이 생긴다. 


 때로는 음식을 손님께 서빙하려고 들고 가는 중에 서버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음식을 먹는 도중에 손님 머리카락이 떨어져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DNA검사를 통해 누구의 머리카락인지 밝힐 수도 없으니 그저 손님께 사과하고 음식을 다시 만들어 드리거나 음식값을 받지 않는 손해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수세미 조각 등이 설거지 시 남아 있다가 들어가는 경우로 주로 연결부위가 있는 주방 도구 즉 냄비나 프라이팬 등의 이음새에 수세미 조각이 걸려 있다가 음식에 들어가는 경우이다. 


 여름철에는 벌레가 음식에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특히 늦여름, 초가을에 많이 생기는 깨알만한 초파리가 음식에 들어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 초파리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사실 별로 대책이 없다. 


 매월 주기적으로 전문업체를 통해 방역을 하고 청소를 열심히 하는데도 손님이 드나드는 문을 통해 날아 들어와 먹고 있는 음식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손님이 날파리가 들어가는 과정을 보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한데 그 순간을 보지 못하고 음식에서 벌레가 나왔다고 하면 참으로 난감하고 억울하다.


 필자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음식에서 구더기나 바퀴벌레 등 혐오스런 벌레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 경우 항의 정도로 끝나지 않고 관련 당국에 신고 될 수도 있을뿐더러 가게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위생과 식재료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길 수 있는 경우는 포장재가 들어가는 경우이며 이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방지가 가능하다. 원재료를 포장했던 비닐조각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포장재는 손으로 뜯지 않고 반드시 칼이나 가위를 이용해 깔끔하게 잘라내면 대부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조리도구의 일부가 떨어져 음식에 들어가거나 주방 기기의 나사못, 철사 등이 음식에 들어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므로 평소 주방집기의 관리도 소홀이 해서는 안 된다.


 한번은 음식에서 스테이플(호치키스) 심이 나왔다고 항의하는 손님이 있었는데 이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식재료 포장에는 절대로 그런 철물을 사용하지 않으며 주방에서 스테이플을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관련 당국에 신고 된 이물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벌레라고 하는데, 이는 머리카락이 나오는 정도는 식당에 항의하고 새 음식을 받는다든지 적당한 보상을 받는 정도로 그칠 뿐 굳이 신고까지는 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식당에서는 별도로 반찬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없지만 반찬 관리에는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준비된 반찬에 혹시 실수로 다른 반찬의 일부가 섞이거나 부주의하여 맵지 않은 반찬에 고춧가루라도 들어가면 손님은 이를 반찬 재사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어떻든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것은 오롯이 식당의 책임이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고 아무리 사과를 해도 손님이 느꼈을 불쾌함을 해소 할 길이 없으니 그저 평소에 관리를 철저히 하여 예방하는 길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그날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배려심 깊고 너그러운 청년들을 만나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은 면했으나, 이를 계기로 다시 직원들을 교육하고 스스로도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으니 그 손님들은 내게 스승이요, 훌륭한 감독자가 되어 주어준 셈으로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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