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장성해서 직장을 다니느라 다들 바쁘고 그 중 한 아이는 직장이 멀어 나가 있다 보니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같이 밥 한끼 먹기가 쉽지 않다.
해서 가능하면 한달에 한번쯤은 함께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정했다.
애들 엄마는 한달에 한번이라도 엄마 밥을 먹이고 싶어 집에서 먹자하고 애들은 엄마 힘들다고 나가서 먹자 한다. 물론 비용도 자기들이 번갈아 부담한다.
“어머니 아버지 오늘은 이탈리안 음식 드셔 보실래요? 아, 예루살렘 음식 맛있는 데가 있는데 거기 가실래요?” 한다. 뭔가 새롭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한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언제 식사 한번 하자’한다. ‘한솥밥 먹던 사이’라는 말은 매우 친분이 깊은 사이를 일컫는 말로 자주 쓰인다.
이제 음식은 배고파 먹는 게 아니다. 살아야 하니까,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고, 집에 먹을 것이 없어 나가서 먹는 게 아니다.
단순히 배가 고파 그저 한끼 때우기 위해 식당을 찾아도 그냥 눈에 띄는 아무 집이나 가지 않는다. 친구가 이야기 해준 그 집, 얼마 전 인터넷에서 관심있게 보았던 그 집으로 찾아간다.
음식을 매개로 뭔가 특별한 경험을, 특별한 대접을,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어 외식을 한다. 그렇다면 손님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줘야 하는 것이 요식업을 하는 사람의 의무이다.
아니 꼭 의무여서가 아니고 성공을 위한 장삿속이어도 좋다. 손님에게 특별한 경험, 기억, 이야기 거리를 남겨주는 것은 그 손님에게 재방문 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며, 주변에 우리 가게를 선전 해 줄 ‘꺼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고 싶은 집,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가고 싶은 집, 지난번에 친구와 한번 가보았는데 여자 친구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집, 그런 특별함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손님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있는 집, 외식 마케팅에서 꾸준히 이야기되는 주제이며 어떤 마케팅 전문가는 스토리텔링이 없는 식당은 영혼이 없는 집이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스토리텔링을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상품이 지닌 이야기를 파는 것이다. 무형의 가치를 상품에 부여해 고객이 기꺼이 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 예를 들어 한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때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고객 가격 저항 없이 6000원으로 가격을 높일 수 있다. 간단하게 메뉴명에 ‘시골’을 더해 ‘시골된장찌개’로 판매하는 것이다. 1000원의 가격 인상 가치를 ‘시골’ 키워드가 갖는 이미지 즉 판타지로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음식일지라도 시골된장찌개는 일반 된장찌개보다 다소 높은 가격으로도 고객을 납득시킬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 사례를 들으면 실소를 내뱉는다. 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기분 또한 느낀다고 말한다. 선택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지만 스토리텔링의 가감에 따라 가격에 대한 설득력은 달라진다.』 -월간 외식경영 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터라는 직업이 있고 음식점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해 주고 비용을 받기도 하는 걸 보면 그 중요성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음식점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간판이나 메뉴의 네이밍부터 스토리텔링을 고려하기도 한다. 상호와 가게의 분위기, 유니폼, 메뉴판에 까지 일관된 스토리를 입혀 고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함이겠다.
식당 운영도 경영이다. 계속 공부하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쉼없이 연구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에 대하여 공부하고 적용해 보고자 책을 사서 읽고 머리를 쥐어짜 보았으나 뭐 뾰족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스토리를 작위적으로 만들어 내면 뭔가 좀 어색하고 고객에게 강요하는 스토리텔링이 된다. 고객의 입을 통해 저절로 만들어지는 스토리가 좋은 스토리텔링이며, 욕쟁이 할머니의 국밥집, 3대째 내려오는 설렁탕집의 시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육수 비법, 한 가지 재료를 찾기 위해 삼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는 이야기 등은 소비자인 손님의 감성을 건드리는 좋은 스토리텔링의 예이다.
맥도널드, KFC 등의 창업자 이야기도 실화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불확실 하지만 어쨌든 좋은 스토리텔링이다. 특히 일본의 전통 노포(老鋪)에는 유독 한 음식의 장인이 되기까지 겪어낸 역경 등의 스토리가 많다.
또한 좋은 스토리텔링은 입지의 불리함도 극복해 준다. 그 식당의 스토리에 이끌려 교통이 다소 불편해도, 주차장이 없어도, 좀 멀어도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필자의 가게에도 의도하지 않은 스토리텔링이 있다. 개업 초기 상호 때문에 벌어졌던 맥도널드와의 작은 헤프닝이 그것이며, 2년여 전의 일인데 아직도 그 일을 이야기하는 손님들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상품 즉 음식이 지닌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한데 그게 쉽지가 않다. 예를 들면 필자의 경우 인스턴트 라면의 고급화, 맛있고 건강한 라면 만들기에 쏟아 부은 노력 등을 스토리텔링화 하고 싶은데 스토리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손님들의 공감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냥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손님들이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 정도로 기다리고 있다.
덴마크 출신의 미래학자 롤프 예센은 “미래의 부를 창조하는 길은 더 이상 상품의 기능에서 나오지 않는다.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21세기, 소비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구매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은 부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다”라고 설파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또 하나의 숙제를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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