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로 앞집에 이목사님 부부가 사신다. 목사님은 나보다 2, 3년 연배신 것 같은데 작년까지는 잔디밭에 잡초도 뽑으시고 눈이 오면 눈도 치우시는 등 건강이 좋았었다. 그러던 올 여름 어느 날 집사람에 따르면 목사님이 우울증으로 무척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어쩐지 그분을 한참을 뵙지 못했다. 그러다 아폴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한번 뵈었는데, 사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걷는 모습이 완연한 병자의 모습이었다. 인사조차도 잘 받지를 못하신다. 아직 나이도 젊으신데… 그러던 지 지난주 집으로 들어오는데 사모님께서 다가오시더니 눈 치우는 기계를 사야 할텐데 어떤 기계를 사야 하는지 물어보신다. 작년까지는 목사님이 치우셨지만 이제는 사모님이 치우셔야 할 것 같다면서.
그런데 다음주 목사님의 호흡이 갑자기 이상해져 911을 불러 병원에 입원하셨다 한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으신지 앞집에 불빛을 볼 수가 없다.
지 지난주 월요일 오전에 사무실에 앉아 일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새로 다니기 시작한 닥터오피스다. 나보고 빨리 예약을 잡아야 한단다. 전주 금요일 그 닥터오피스에 처음으로 갔고, 그날 피를 뽑고 왔는데 일을 하는 날로는 단 하루 만에 전화가 왔으니 긴장이 되었다.
“내가 그 정도로 안 좋니?” 하니 “You have to see doctor anyway” 해서 날짜를 잡고 전화를 끊었다.
나의 닥터는 벨빌에서 나오면서 그곳의 Family Doctor 가 자기와 같이 공부했던 친구라고 소개해준 리치몬힐의 Dr. Currid 였다. 19년간 같이한 그가 올 4월 은퇴를 하면서 닥터 없이 지냈고, 필요할 때는 Walk-In Clinic 을 다녔는데 아무래도 Family Doctor 가 꼭 필요할 것 같아, 집사람 세탁소 손님의 소개로 이 오피스를 오게 된 것이다.
여자 의사인데 나이는 삼십대 후반이나 되었을까 한 자그마한 동양인인데, 이야기하는 것이 신뢰감이 들었다.
며칠 동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속이 더부룩하다고 병원에 갔다가 암진단을 받으신 어머니, 원 형님, 송 형님 생각하니 나도 속이 더부룩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몇 년 동안에 돌아가신 주위의 많은 사람들.
만약에 나에게 그런 진단이 내려진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담담하게 웃어야 하나? 아니면 깜짝 놀라야 하나.
방에 앉아있는데 닥터가 들어온다. 얼굴에 웃음을 띠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알아 맞춰봐라, 이런 표정? 그녀의 입에서 천천히 나오는 단어, 왜 영화에서 중요한 이야기 나올 때 화면에 입술이 천천히 움직이며 단어가 하나씩 나오는 그런 장면…You… are… a… Diabetic. 음식조절하고, 술도 마시지 말고 그리고 약을 먹어야 한단다.
몇 년 전 보험을 들 때 간호사가 와서 혈압도 재고 하더니 “Congratulations!” 당도 없고 혈압도 정상이라고 했는데.
처방전을 들고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약 사러 코스코에 가자고, 그랬더니 자기도 그날 처방전을 받았다고 한다. 약을 픽업하는데 큰 종이 봉투로 약이 가득 들어있다. 아침에 이 약만 한줌 먹어도 아침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겨야 그 사실이 피부로 와 닿는 경우가 많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열심히 건강을 챙긴 정치인도 있었지. 나이가 들어가니 주위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지난 몇 년간 건강에 이상이 생겨 세상을 떠나신 분들 또한 무척 많다.
앞집에 불빛이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원치 않는 당에 들어왔으니 빨리 당원생활에서 벋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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