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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보금자리와 이웃....김재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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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이브, 에드먼튼에 있는 아들이 온다고 했다. 어차피 공항에 가는 길에 좀 일찍 나가 반밀스(Vaughan Mills) 몰에서 혹시 선물을 살 것이 있나하고 둘러보았다. 그 전에도 두어 번 그곳에 가본적이 있지만 특정스토어에 잠깐 들렀다 나왔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때울 겸 천천히 몰을 둘러보았다. 


 아웃도어스토어(Outdoor Store)로 들어가 남쪽 복도를 따라갔다가 북쪽 복도로 돌아서 오는데 엄청 많은 인파가 선물을 사려는지 카운터와 가게 안에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사야하는지 갈피를 못 잡아 아무것도 못 사고 빈손으로 나왔다. 수확이라고는 오랜만에 40년 전 같이 칼리지에서 공부했던 B형을 복도에서 반갑게 만난 것일 뿐.


 12월 둘째 주, 골프여행을 도미니까 푼타카나로 가 있던 중에 토론토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 일행들과 점심을 먹다가 집사람이 “우리 사위가 눈을 칠거야” 한다. 왜냐하면 시집간 딸이 아폴로를 건사해야 하니 우리가 떠난 동안 집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말아, 집에 가서 만약에 눈이 안 치워져 있으면 실망할테니까” 말했다. 


 며칠을 잘 놀다가 공항에 도착해 딸한테 전화했더니 한참 후에 차를 끌고 왔는데 눈이 차위에 쌓여있었고, 고속도로 주위에도 많은 눈이 쌓여있어, 윈터원더랜드(Winter Wonderland)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 보니 드라이브웨이에 눈이 얼은 채로 쌓여있었다. 짐을 내리면서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어쩜 눈을 안 치웠니?”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얼음 깨는 것을 사다가 얼음을 부셔가며 다 치웠다. 그 후 두 번이나 눈이 더 왔지만 바로 내린 눈은 치우기가 무척 쉽다. 우리집은 코트(Court)에 있는데 집 10채가 그 골목에 있다. 바로 앞집인 피터는 드라이브웨이가 U형이라 치워야할 눈도 제일 많아서인지 유일하게 스노우블로어(Snow Blower)를 갖고 있다. 몇 년전 눈이 많이 왔을 때 나한테도 빌려줘 한번 치워봤는데 균형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불과 몇 분만에 모든 눈을 치울 수 있었다. 


 연말이라 이곳저곳에 모임을 하다가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나의 고객으로 집을 구입했고, 나와 땅을 사기위해서 연락을 바쁘게 주고받던 J 이다. 나를 그날 꼭 봐야한다고 해서 그 식당에서 기다리는데 밖에 와있다고 전화가 와서 나가보니 큰 선물을 하나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선물을 사줘야할 판에 선물을 받게 되다니,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받기만 하고 말았는데. 아ㅡ 내가 염치도 없지. 그러고 보니 나에게 항상 선물을 주는 사람이 여럿이 있구나.


 크리스마스 전날, 딸이 집으로 들어오더니 차에서 뭔가를 내려야하는데 너무 무거우니 좀 도와달란다. 밖에 나가보니 사위가 SUV 뒷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의 박스를 내리는데 뭐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스노우블로어란다. 아들과 같이 돈을 보태 나에게 선물로 사준다는 거다. 기억나는 선물 중에 가장 큰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우리집 드라이브웨이는 차를 겨우 4대나 5대를 세울 수 있을 뿐이고 저 스노우블로어를 쓰려면 더 큰집을 사야겠는데, 집값이 엄청나게 올랐으니 그럴 수도 없고, 그저 눈이나 펑펑 왔으면 좋겠는데 날씨를 보니 그럴 것 같지도 않다. 그래, 그래도 앞으로는 눈이 오는 것이 겁나지 않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날 우리 식구들이 다 모이기 전에 핵심멤버만 먼저 모였다. 우리 부부와 딸과 아들, 사위. 다른 사람들이 오기전에 각자 선물을 주고받는데, 딸이 집사람에게 준 박스 안에는 애기 옷이 있었고, 카드는 손자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주는 카드였다. 저녁에 누나네와 동생네, 조카들, 큰처남, 큰처형 부부가 모여 오랜만에 즐겁게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며 놀았다. 


 올해는 정말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고맙다 딸아, 아들아, 사위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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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8
마지막 낙엽

 

 지난밤에 눈이 하얗게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차도 길도 앞집에 지붕도 하얗다. 우리 부부는 둘 다 흰색 차를 타기 때문에 안방에서 밖을 내다보곤 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차가 없어진 줄 알고. 흰눈이 내리면 뒤뜰에서 아폴로 똥찾기는 무척 수월하다. 발자국이 어지러이 흩어진 곳을 가면 흰눈에 빛나는 누런 것, 얼마나 찾기 쉬운가. 


 지난주 주말에 뒷마당의 낙엽을 다 치웠다. 무려 네 봉투나 수확해 밖에다 내놓았다. 우리집에 큰 나무가 하나도 없어 낙엽이 별로 없는데 3주전 것까지 일곱 봉투나 나온 거다. 나는 그것 치기도 힘든데 앞마당과 뒷마당에 큰 나무가 하나씩 있는 옆집 호세인은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부터 머리를 불끈 메고 나오더니 낙엽을 긁기 시작한다. 내가 교회를 갔다 올 때까지 앞마당은 그런대로 치웠는데 뒷마당은 아직도 그대로다. 어둑할 때까지 무려 30여 봉투를 수확해 앞마당을 2열 횡대로 진열해 놓았다. “Hossain, lots of crops!” 했더니 땀을 닦으며 빙그레 웃는다.


 그런데 호세인네 집은 코너라 자기 집마당에서 인도 건너 잔디 위에 있는 낙엽도 치워야하는데 그곳에 잔뜩 쌓인 낙엽을 남겨 놓은걸 보니까, 바람이 불면 날아갈 테니 그것까지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얌체의 의도가 보인다.


 한번은 집사람과 외출했다 들어오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코를 벌렁거리더니 여기 왜 이렇게 똥 냄새가 나지? 한다. 나는 비염이 좀 있어 냄새를 못 맡으니 그래도 켕기는 데가 있어 앞에 있는 운동화를 들어 밑창을 보았다. 움푹 들어간 쪽에 똥인지 흙인지 묻어 있기에 세탁실에서 닦아내고, 걸레를 가져와 깨끗이 현관을 닦고, 어때? 했더니 뒤에서 아폴로도 코를 벌렁거린다. 냄새는 자기가 전문이라나.


 나가기 전에 아폴로를 용변보라고 뒤뜰로 내보내며 전날 어두울 때 싼 똥을 찾으러 나갔다. 어제 쭈그리고 앉아서 일보던 장소를 가늠하며 낙엽사이를 부지런히 찾는데 누런 낙엽들이 시야에 어른거리니 눈이 아려 어지러웠다. 그러다 아마 내가 놓친 덩어리 하나를 밟았나 보다.


 요즈음은 아폴로 똥을 비닐봉투로 집으면 아주 부드럽다. 따뜻하고 몰캉해 우리 아폴로가 건강하구나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작은누나가 비트와 사과를 잔뜩 갔다 줘 매일 당근과 함께 갈아 즙을 만들어 마시고 있다. 그런데 기계에 야채과일 잘게 썬 것을 집어넣으면 한쪽으로는 즙이 나오고 한쪽으로는 건더기가 나온다. 나오는 건더기가 아까워 먹어보니 맛이 괜찮다. 그래서 그것들을 조금씩 아폴로 밥그릇에 담아 주면 좋아라하고 먹는다. 갈다가 사과나 당근 조각을 하나씩 주면 잘 먹는데, 비트 조각은 한번 씹다가 바닥에 뱉어 놓고 안 먹는다. 


 예전에는 아폴로의 똥이 마치 구슬같이 나왔다. 똥글똥글한 것이 딱딱하기 까지 해서, 이거 변비 있는 것 아냐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간이 개를 기르며 똥을 집기 편하고, 냄새 덜나게 하기 위해 사료를 그렇게 개발했단다. 그러다 아폴로가 매일 야채를 먹으니 속이 편해지고 그래서 똥이 그렇게 부드러워진 거다. 


 인간은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애완동물의 건강 같은 것은 안중에 없는가. 아예 기르지를 말 것이지. 그들의 배가 아프건 말건, 변비가 생기건 말건 자기가 편하면 그만이다. 사료를 그렇게 만든 인간들 제발 변비로 얼마간 고생을 해보라. 얼마나 힘든지.


 낙엽을 깨끗하게 치워놓자 집사람이 “여보 밖이 너무 깨끗해” 한다. 파란 잔디가 시야에 들어오니 좋겠지. 그러나 나는 깨끗하게 치워서 좋은 것보다 수월하게 아폴로 똥을 찾는 게 더 좋다. 아폴로 이제 아빠가 네 똥을 밟을 일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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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어지러운 세상에 아름다운 이야기

 

 옆에서 앉아있는 아폴로가 컹컹 짖고 있다. 뭐라고? 컹컹컹컹…목소리도 아주 우렁차니 방안이 쩌렁쩌렁 울린다. 오, 알았어 미안해 미안해. 신문을 읽다가 ‘어, 세상이 개판이네’ 했더니 왜 인간들이 잘못해 놓고 시끄러우면 개판이라 부르느냐고 항의하는 거다.

 

 


 온타리오 보수당 전 당수 팀 후닥이 주의원이 되기 위해(당수가 의회 안에서 활동을 하려면 주의원으로 뽑혀야 하기 때문) 선거구의 전 의원이 그만두는 대가로 돈을 지불해 놓고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이 났단다. 처음부터 대가를 주기로 하고 딜을 했다고 발표했으면 별 문제가 안됐으련만 그만 거짓말로 시작했다가 그만 얼굴 붉히게 됐다.


 미국에서는 힐러리가 총 투표수(Popular Vote)에서 근 200만표나 이겨놓고도 불합리한 선거인단제도 때문에 선거에서 졌는데, 근소한 차이로 졌던 몇 개주에서 재검표를 하자고 하자, 트럼프가 발끈하고 나섰다. 만약에 힐러리에게 쏟아졌던 불법투표를 뺀다면 자기가 Popular Vote 에서도 이겼을 거라고 주장하는데 그 불법투표의 근거를 대지 않고 있으니 참 그것도 개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온통 썩은 냄새가 나는 한국의 정치판이다. 이제 혹시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우리 모두 “한국의 정치판이네” 해야겠다. 컹컹컹컹!!! 뭐라고 아빠가 옳은 말 했다고?


 얼마 전 신문에 개를 잃었다가 찾은 이야기가 나왔다. 치매를 앓고 있는 Karl 이라는 사람이 두 달 전에 키우던 열 살짜리 Kimbo 를 집 앞에서 잃어버렸다. Karl의 딸 Michelle 이 백방으로 개를 찾다가 Humane Society 에서 얼마 전에 다른 집에 입양시켰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Humane Society 를 통해 현 주인에게 개를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래서 그 개를 평생 못 볼줄 알았다.


 이 소식을 우연히 들은 Dalle Vedore 라는 사람이 Humane Society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현 주인에게 개를 돌려주면 자기가 $5000 을 주겠다고 제의했고 그 제의가 받아드려졌다. 그래서 개를 데리고 Karl 네 아파트를 갔을 때 Kimbo 가 꼬리를 마구 흔들며 옛 주인에게 달려든다. Karl 이 “Kimbo 가 집나간 지 4년 됐지?” 하고 묻자 Michelle “아빠, 두 달이예요” 하고 답한다. Karl 이 치매증상이 있으니 Kimbo 가 정말 필요한 거다. 


 그런데 Dalle Vedore 와 Karl 가족은 일면식도 없는 전혀 모르는 관계다. 기자가 “왜 $5000 을 줬냐”고 묻는다. 자기가 호주에 휴가를 가려고 모았던 돈이고, 자기 아버지가 죽기 전 5년 동안 곁을 지킨 것이 개였고, 또 자기도 한번 개를 잃었다 찾은 아픈 기억이 있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휴가를 포기했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여행사에서 Dalle Vedore 에게 호주까지 가는 비행기 표를 제공하겠다고 나왔고, Michelle 이 소식을 온라인에 알리고 Dalle Vedore 휴가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계좌를 오픈하자 여기저기서 성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가 호주에 휴가를 갔다 오기에 충분한 자금이 모였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캐네디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소리없이 선행하고 생색내지 않는 그들을. 한국의 정치인들은 캐나다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정신개조를 하고 가야한다. 상대가 조금만 약점을 보이면 물어뜯으려고 하는 개 같은 성질들을.


 컹컹컹컹, 한국의 정치인들은 우리 개만도 훨씬 못해요!!! 그래 미안해, ‘한국의 정치인 같은 성질을 내서...’ 됐냐? 아폴로가 옆에서 꼬리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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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천만다행

 

 이번에 또 맞췄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정확하게 예상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내가 밀던 후보나 또는 내가 이길 거라고 예상했던 후보는 영락없이 지는걸 보아왔는데, 이번에도 힐러리가 이기길 바랐으니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이길 것을 예상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이번에도 맞힌 것이다. 백발백중.


 선거 날 TV에서 트럼프가 크게 치고 나가는걸 보며 우리가 얼마나 코앞 일에 대해서까지 까맣게 모르는지, 그 많은 여론조사 기관이 한결같이 맞지 않는 여론조사를 내놓는 것을 보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아둔한 존재인지를 실감해야 했다.


 트럼프는 승리후의 인터뷰에서 “I will be the president of all American” 이라고 했다.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백인들만의 대통령이나 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백인들의 투표로 당선이 되었지만 대통령이 된만큼 모든 미국인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했다. 선거전에 쏟아 놨던 말 중에 몇 개는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이제 미국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뭉쳐 세계 최강대국으로써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선거 다음날부터 트럼프 당선 반대시위가 미국 여러 지역에서 일어났다. 그의 전력과 말을 시비삼아 대통령에 취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힐러리보다 150만 표를 적게 얻고도, 미국의 이상한 선거제도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으니 진정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 경쟁을 했고, 어찌되었든 그 제도 하에 승리했으니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도 저렇게들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가. 얼마 전 최순실이라는 아줌마가 나타나더니 그가 뒤에서 박근혜대통령을 조종하여 국정을 주물렀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연설문을 고쳐줬고 치킨 먹고 맥주 마시던 손으로 대통령 옷을 만졌다고 난리들을 치더니, 각종인사에 개입됐다고, 무슨 스포츠재단을 만드는데 대기업들에게 수백억 원을 받았다고 검찰이 직접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단다. 그리고 별의별 확인 안 된 카더라 통신까지 조선일보의 지면을 꽉 채우고 있다. 수사가 끝나고 대통령이 물러날 죄를 지었으면 물러나야 한다. 감옥에 갈일이 있으면 감옥에 가야한다.


 그런데 수사도 끝나기 전에 촛불 들고 난리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갈비도 광우병 걸린다고 촛불들 들고 난리를 치던 그 사람들이, 세월호 때문에 촛불들 들고 광화문 네거리를 메웠던 그 사람들이, 또 대통령 물러나라고 촛불들을 들고 길거리에 나섰다. 게다가 ‘사령관 부인을 아줌마라고 불러 감옥을 갔다왔다’고 헛소리 하는 김XX가 영웅이 된 양 거품을 무는 모습의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그걸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민간인의 국정농단이 문제라는데, 노건평, 김현철, 김홍업, 김홍일, 이상은 등이 역대정권에서 해오던 것들은 국정농단이 아닌가? 그러면 노무현,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등 모든 대통령들은 탄핵을 받았어야 마땅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 천만다행이다, 어릴 때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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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4
이 가을에 횡재를

 
 
 가을 숲속 산책, 빽빽한 나무사이로 환한 햇빛이 달려든다. 자기 색깔을 뚜렷이 하며 나에게 달려드는 햇빛, 걸을 때마다 그림자 사이로 달려오는 햇빛, 어떤 것은 굵게 어떤 것은 가늘게, 굽힘없이 쭉쭉 뻗어오는 햇빛, 지금 나는 최정원 소프라노의 찬양곡을 듣고 있다. 레드와인 한잔을 들고 눈을 감으니 이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며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얼마 전 잘 아는 선배가 골프 칠 자리가 하나 있는데 조인할 수 있냐고 카톡으로 물어봐서 할 수 있다며 그 모임에 갔다. 거의 다 아는 분들이고 해서 그날 재미있게 골프치고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그 형님이 토론토 한인합창단 정기 공연을 하는데 오지 않을 거냐고 물어 보셔서 가겠다고 하고 티켓 6장을 구입했다. 티켓값도 이승철이나 이문세의 공연에 비하면 삼분지 일도 되지 않게 저렴했다. 


 지난 몇 년간 독감으로 상당한 고생을 했기에 Flu-Shot 을 맞으러 갤러리아 약국에 들렀다. 다른 사람이 카운터에 있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내가 가기로 약속한 한인합창단 정기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맨 밑에 눈에 확 들어오는 글씨가 있었다. Oh my Lord!


 난 원래 음악에 관하여는 문외한이다. 어릴 때 기타를 배운다고 하다가 그만두고, 재작년에 다시 기타를 배울까 하고 하나를 샀다가 어디 마땅히 배울곳도 없고,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곳도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올 봄 어느 날 누군가 단체 카톡에 기타를 구입하고 싶다고 하기에 그냥 주어버렸다. 내가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이 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래도 교회에서 성가대의 찬양을 듣거나 어떨 땐 누가 솔로 찬양을 하면 많은 은혜를 받는다. 그래서 유튜브(You Tube)를 찾게 됐고 한국의 최정원씨를 알게됐다. 그녀가 부르는 찬양을 들으면 영혼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복장도 성가대에서 바로 걸어 나와 성가대복을 입은 모습으로 결코 화려한 모습이 아닌 우리가 평소 교회에서 만나는 집사나 평신도 같은 모습이다.


 그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은 얼마나 좋을까, 저런 찬양을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복도 타고난 사람들이구나, 혹 내가 한국을 나가게 되면 꼭 그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40년간 한국에 단 한번 나갔음에도.

 

 


 그런데 그 포스터에 최정원씨가 솔로로 출연한다고 쓰여 있었다. 한국을 나갈 필요도 없이 내가 사는 이곳에서 최정원씨를 만난다고 하니 이 무슨 횡재인가. 특히 올해는 둘째누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것 외에는 좋은 일들이 많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고 그날이 무척 기다려졌다. 


 내가 최정원씨의 열렬한 팬이라고 선배님께 말씀 드렸더니, 공연이 끝나고 로비에 남아있으면 최정원씨와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다. 노래를 듣는 건만 해도 좋은데 인증샷까지 찍는다면…그런데 심히 고민되는 문제가 하나 생겼다.


 약 3주전부터 알러지가 심해지더니 콧물이 심하게 나왔다. 그래서 코를 풀기를 계속하니 코 바로 아래 인중에 심한 생채기가 나 보기가 흉했다. 공연할 때는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상처는 아직 그대로 있어 조금 멀리서 보면 콧수염을 기르다 만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만약에 최정원씨가 코밑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찰리 채플린이 되려다 말았다’고 대답하려고 준비를 했다.


 공연에서는 최정원씨의 그 맑은 음색과 시원한 고음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공연이 끝난 후 로비에서 최정원씨를 만나 사진을 한장 찍었다. 나와 최정원씨를 집사람이 찍어주고, 집사람과 최정원씨를 내가 찍어주고, 부부가 최정원씨를 가운데 두고 찍었어야하는데 무척 아쉽다. 


 그런데 가까이서 본 최정원씨는 더욱 아름다웠고 더욱 앳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것이 아니고 LA에서 왔다고 했다. LA면 한국보다 가기가 훨씬 수월하네, 그런데 사실 여태껏 한 번도 가보질 못했다.


 최정원씨 반갑고 고마워요, 내년에도 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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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6
신들의 나라

 

 한류열풍이 대단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아이돌들이 공연을 하면 관중석을 꽉 메운 금발의 서양소녀들이 한국말로 가사를 따라 부르고, 브라질에서도 K-Pop 예선전을 한다고 하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고 정말 의아하게 그리고 대단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토론토에도 가끔 한국에서 아이돌들이 와서 공연을 하는 모양인데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된다고 한다. 


 나는 TV를 잘 안보는 편이지만 집사람이 음악 프로를 좋아해 혼자 보다가 심심하거나 또는 너무 재미있으면 가끔 날 부른다. 그래서 즐겨보던 프로가 ‘불후의 명곡’, ‘복면 가왕’ 그리고 요즈음에는 ‘판타스틱 듀오’ 다. 그리고 건강을 주제로 하는 프로도 많아 가끔 시청하곤 한다.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대를 신격화한다. 국어 교과서에는 김일성이 가랑잎을 타고 바다를 건너서 일제를 쳐부쉈다는 황당한 이야기, 금강산 골프장에는 김정일만 칠 수 있는 파3 홀이 있는데 거기에는 그린에만 올리면 저절로 홀로 들어가게 되어있어 김정일은 갈 때마다 홀인원을 한단다. 그리고 북한 TV에서는 ‘세계적인 프로들도 하기 힘든 홀인원을 김정일 장군님은 수시로 하신다’며 뉴스로 내보낸단다. 북한에는 현존하는 신 한마리와 죽은 신 두마리가 있다.


 2000년전 사도바울은 전도를 하러 다니며 아테네에 이른다. 아테네는 신화의 도시다. 제우스, 비너스, 아폴로(우리 개이름), 포세이돈 등등…개중에는 ‘알지 못하는 신’ 이라는 것도 있다고 사도 바울은 개탄했다. 그리스인들은 모든 것을 맡은 신들이 한명씩 있어, 그들이 자기 분야를 다스린다고 했단다. 우상 숭배다. 그리스인들은 선조들이 우상숭배 하느라고 만들어 놓은 옛 신전들 덕분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옛 신전들을 보려고 몰려오니 말이다.


 그런데 한국도 신이 많기로는 그리스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는 별 사이비 종교가 많고, 70년대 한때는 어느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목욕한 물을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있었단다. 그래서 사람들이 물병이나 바가지를 들고 그 목욕물이 나오는 곳에 기다렸다가 물이 나오면 받아서 마시면 아팠던 몸이 나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기자인지 누군가가 그 물을 받아다가 성분 분석을 했더니, 그 물에 마약성분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았었다. 


 그 교단의 입장에서는 신도를 모아야 되겠으니 그런 소문을 퍼트리고 진짜 교주의 목욕물 마셔봐야 병이 더 도지면 도졌지 나을 것 같지 않으니까, 깨끗한 물에 마약을 약간 타서 버리고 몸이 아픈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고 얼마간은 몸이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소문이 조금씩 조금씩 나면서 줄을 서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고, 거기에 이상한 낌새를 맡은 누군가가 조사를 했을 것이다. 그래도 바가지나 물병들고 신(교주)이 목욕하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그런데 한국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 수많은 신들이 나온다. 발라드 가수가 두 명 나오면 하나는 ‘발라드 황제’고 하나는 ‘발라드의 신’ 이라고 불린다. 록을 하는 가수가 나오면 ‘록의 신’. 불후의 명곡의 명사회자 신동엽은 ‘동엽 신’. 그외에도 R & B 의 신, 신, 신….신들이 없으면 한국 TV는 굴러갈 수가 없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프로가 있다. 프로 자체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질병을 예방하고, 혹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서 이겨내나 하는 것을 전문의와 한의사, 영양사, 일반 가정의 등이 패널로 나와 조언을 하고 또 그 병을 걸렸다가 이겨낸 사람들이 나와 자기들의 경험담을 이야기 하면서 온 국민이 그 병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만들었으니 정말 유익한 방송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그 프로의 캐치프레이즈가 “온 국민이 몸신이 되는 그날까지” 다. 그러니까 개인이 건강하면 몸신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한국에 살았었더라면 몸신(약간 배가 나온)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이민왔나?


 신들의 나라 대한민국, 요즈음 신들이 전쟁을 하는지 무척 시끄럽다. 최순실의 벗겨진 신이 무려 70만 원짜리 프라다라고 난리다. 신들이 쩨쩨하기도 하지, 그깟 일이 뭐 대단하다고 신문 1면 상당에 사진과 곁들여 온통 도배질을 하나. 아, 그러고 보니 이민을 잘 온 것 같다. 신들의 나라에서 살기보다는 삼위일체의 하나님께서 다스리는 하나님 나라에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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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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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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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
그의 입에 제동을 걸라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의 막말들이 그의 표를 모으는 역할을 했다가 이제는 그의 표를 깎는 역할을 한다. 현 정치에 별 혜택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의 막말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대통령으로써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말들이기에 그의 당선을 적극 저지하고자 한다. 


 그러다 2005년도에 트럼프의 말을 녹음한 것 ‘여자의 그곳을 잡음으로써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을 한 방송에서 내보낸 후 민주당에서는 환호를 공화당에서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 후 트럼프는 사과를 했고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이야기 하면서 자기는 말로만 여자를 비하했지만 빌은 행동으로 여자를 건드렸다고 하면서 도리어 역공세를 취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트럼프가 건드렸다는 여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한 여자는 비행기 일등석에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트럼프가 마치 문어처럼 자기 몸을 주물렀다고 나타났으며, 한 여자는 트럼프를 처음 만나 인사를 했더니 다짜고짜 입술을 들이대고 키스를 했다는 이야기를 신문에 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그 여자들의 입에 제동을 걸고 싶을 텐데, 좌우간 흙탕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미국 대선이 어디로 갈지 흥미롭기만 하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지난 3번의 TV 토론에서 클린턴은 13번의 맞지 않는 이야기를 했고, 트럼프는 무려 104번의 맞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라는 나라에 체면이 말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입에 제동을 걸어야 할 사람이 또 있다. 얼마 전 모 코메디언이 군 입대 시절 한 행사의 사회를 보다가 사령관의 부인을 보고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고 해서 13일간 감옥에 갔다 왔다고 했다. 만약에 그가 정말 그 일로 감옥을 갔다 왔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후진 나라이고, 그 일을 처리한 사람들은 인권을 유린했기에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국회에서 모 국회위원이 이 사건은 국군의 사기에 영향을 줌으로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국정감사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사태가 커지자 당사자인 코메디언이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는 모호한 이야기를 하면서 "만약 나를 부르면 언제든 나갈 수 있지만 일과가 끝난 이후에도 영내에 남아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본 자체가 군법에 위반된다”며 “이 얘기를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겠냐"며 사실인지 아닌지만 밝히면 쉽게 끝날 일을 복잡하게 끌고 간다. 그를 보며, 또 그를 환호하는 많은 이들을 보며 역시 대한민국은 우리같이 머리가 비범하지 않은 사람들은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누군가가 카톡으로 보낸 그 코메디언이 샤드배치 반대 연설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마치 약장사가 약 팔듯이(이러다 약장사들에게 몰매 맞을지도 모르겠다) 촐랑대고 까불대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그를 보며, 그 입에 제동을 걸고 싶었다.


 오래전 누군가 사업체를 팔고 싶다고 해 그를 방문했다. 면담을 하면서 매상을 물어 보자, '어떨 때는 잘되고 어떨 때는 잘 안된다'고 한다. 숫자로 말을 해 달래자, '어떨 때는 바쁘고요 어떨 때는 한산해요'한다. 그 사람과 30분 정도를 이야기하다 자꾸 핵심을 피해가는 이야기를 해 그냥 온 적이 있다. 그 후 가게를 팔았는지 말았는지 관심도 없지만 입에 제동을 걸고 싶은 그 코메디언의 횡설수설을 들으며 왜 그 사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실수했을 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면 된다. 그런데 모호한 이야기를 해가면 핵심을 피해가면 의혹만 커져간다. "얘야 제발 네 입에 제동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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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둘째누나(2)

 

 지난 수요일 아침 갑자기 안방 화장실에서 뭔가 넘어지는 소리가 크게 났고 집사람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욕조에 달아놓은 샤워 도어 하나가 집사람의 발등에 떨어져 집사람이 아파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정확하게 맞힌 것이 아니라 약간 빗맞았는지 상처가 크진 않았다. 휴~우. 그 예쁜 발에 상처가 났으면 어찌할 뻔했나.


 바로 일어나 지난주 <부동산캐나다>에 ‘감사한 일들’이라는 원고를 보내면서 올해는 궂은 일은 거의 없이 좋은 일들만 생겨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데 어찌 좋은일만 있을수 있으랴.


 같은날 저녁시간 블루어에서 Y형이 경영하는 바베큐집을 향했다. 차에서 집사람과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고마운 것은 우리집 형제들은 나이 드신 분들이 꽤 많음에도 모두 건강히 잘 살고있어 더욱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 천지사방에서 장례식이 치뤄지는데 우리 가정엔 아직 그런일이 없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저녁을 먹고 Y형 부부와 만나 소주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카카오톡 전화기가 울렸다. 시카고에 사는 조카 미화의 전화였다. “어, 미화야” “삼촌, 엄마가,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하면서 울어대는걸 보니 누나에게 큰 변이 생긴 것이다. 미화하고는 대화가 힘들어 큰누나에게 전화했다. 이틀동안 전화가 연결이 안돼 집을 가보라고 했더니 목욕탕에서 쓰러져 계시더란다. 그러니까 우리집 샤워문이 떨어지던 그 시간에 벌써 누님이 돌아가셨던거다.  


 부랴부랴 집에 들어와 Air Canada에 전화해 비행기표를 예약하려 하니 전화 한번 연결하려면 20분씩 걸리는데 장의사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 전화를 끊고 다시 오랜시간을 기다린 후 비행기 예약을 마치자 새벽 1시가 넘었다. 


 오전에 일을 보고, 간신히 돈을 좀 찾아 미화로 바꾼후 공항을 가야 하는데 날 데려다 줄 사람이 없다. 집사람도 그날 따라 일하는 사람이 늦게 오고, 처남형님도, 매제도 통 연락이 안돼 택시를 부를까? 하고 있는데 카카오톡 메세지가 떴다. 저렴한 가격에 공항에 라이드 해준단다. 꼭 누가 준비해준 것처럼.


 시카고 공항에 도착하니 큰누나와 둘째누나의 아들 정필이가 마중을 나왔다. 미화가 결혼할 때 와보고 처음이니  15년도 더 된 것 같다. 


 큰누나 집에 도착하니 큰매형이 반갑게 맞으시면서 내가 신앙생활 하는것에 대해 무척 좋아하셨다. 자신은 신앙생활이 35년째인데, 어떤 때는 성경을 한달에 한번씩 일독하신단다. 성경책을 가져오지 않아 빌려서 읽는데 집에 성경책이 십수권인데 모두 성경 일독 상품으로 받으신거란다. 성경에 주석도 써 넣으셨고, 하이라이트도 하셨고…


 시카고 순교자성당에서 장례절차를 모두 치르는 도중 누나의 영정사진을 보니, 항상 웃는 모습의 누나였는데, 조금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 나를 주시하시는 듯, 마치 날 보며 ‘똑바로 살아라’ 하시는 것 같았다. 이제 누가 나한테 “아가 밥 먹어라” 하는 말을 해줄까.


 일요일 새벽, 큰누나 집을 떠나오는데 큰누나가 돈을 한주먹 나한테 주신다. 혹시 가다가 필요하면 쓰라고. 80세의 누나가 60살의 동생에게 용돈을 주시는 거다. 아니 왜 우리 누나들은 모두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동생에게 뭔가를 안해주면 큰일나는 줄만 아는 누나들. 


 명자누나, 저의 누나여서, 그리고 저에게 잘해 주셔서 고맙고, 이제 좋은 곳으로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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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감사한 것들

 

 올해도 여지없이 추수감사절이 찾아왔다. 추수감사절 때가 되면 어디서 칠면조 요리를 구어 먹을까, 우리 집에서 하나? 아니면 누가 불러주나 신경을 쓰게 된다. 어디서 하던 상관은 없는데 집안 식구들이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형편이 되는 곳에서 만나야하기 때문에 누가 음식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디서 해야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나가 관건이다.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은 1879년부터 시작을 했는데 그때에는 날자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셋째 주 월요일을 기준으로 당겨지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했던 것을 1957년에 와서야 지금의 10월의 두 번째 월요일로 확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의 Thanksgiving 의 정의로 “캐나다가 축복과 함께 받은 풍성한 수확을 전능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 이라고 설교에서 들었다. 감사하라, 무엇을 감사해야 하나…


 목요일 저녁때 작은누나가 전화를 했다. 자기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는데(가끔 우리 집에서도 준비를 하지만 주로 누나네 집에서 많이 준비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없어 일요일 좀 늦게 만나자고 한다. 우리 집에서 준비를 했으면 누나가 먼 길을 내려와야 하니 우리가 올라가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 대충 준비를 하고 부부가 차에 올라타고 401 동쪽으로 달렸다.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태양이 아직도 환한데 반달이 하늘 가운데에서 그날따라 또렷하게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누나네 집에 도착해서 달랑 누나부부와 우리부부, 네 명이서 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터키를 먹고 와인을 마셨다. 작년만 해도 같은 장소에서 열댓 명이 만나서 북적거렸었는데 갑자기 너무나 단출해졌다. 생전 처음으로 먹는 Empty Nester 들의 추수감사절 저녁, 같이 건배를 하면서 목에 메이는 걸 들킬세라 참고 그래도 즐겁게 먹고 마시며 놀다가 너무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집사람이 운전을 하고 나는 딸과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는 것을 집사람 몰래 훔치느라 좌석을 뒤로 최대한 젖혀버렸다. 모두들 자기의 현장에서 잘들 지내고 있었다. 딸은 친구 결혼식에, 아들은 에드먼튼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폴로가 오랜만에 문 앞으로 마중까지 나와(요즈음엔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앉아서 꼬리만 흔들뿐 마중 나오지도 않는다) 펄쩍펄쩍 뛰면서 반긴다. 마룻바닥에 뭔가 흐트러져 있어 살펴보니 코스코에서 잔뜩 찾아놓은 사진인데 다행히 사진은 건드리지 않고 껍데기만 물어뜯어 놨다. “야, 이거 누가 이랬어?” 하고 소리를 지르니 엄마 등 뒤로 숨는다. 다행이다 생각하고 안방에 들어가니 안방에도 뭔가 어지럽혀 있어 보니 낮에 사놓은 속옷이 펼쳐져있다. 아차하고 살펴보니 그것도 껍데기만 찢어놨을 뿐 속옷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강아지가 영리하기도 하다, 엄마 아빠가 늦게 온 분풀이는 하되 실제로 손해를 끼친 것이 없으니 혼낼 수도 없고...


 와인을 마셨으니 밤새 푹 자고 추수감사절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났다. 소파에 앉아 올해는 무엇이 감사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올해는 내가 결혼생활 35년 동안에 아이들이 태어난 것 외에 가장 많은 그리고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 딸과 아들이 우리를 떠나간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자기들의 생활터전을 우리 집에서 자기들 집으로 바꾼 것이다.


 첫 번째는 아들이 뒤늦게 열심히 공부해서 에드먼튼에 직장을 잡아 떠나간 것이다. 그가 좋은 직장을 잡아 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임시직에서 바로 정규직으로 옮겼으며, 또한 일거리가 많아 무척 바쁘다고 하니 그것이 더 없이 감사하다. 또한 그가 집을 떠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와 문자를 주고받게 해주시니 그것 또한 무척 감사하다.


 또한 올해는 우리 딸이 결혼해 좋은 가정을 꾸민 것이다. 집안에서 계보를 보면 우리 딸은 마음 씀씀이가 작은 누나를 닮았고, 작은 누나는 어머니를 닮았다. 항상 남을 배려할 줄 알고 통도 크고 나에게는 한없이 든든한 딸이었는데 가정을 꾸미고 집을 떠난 것이 또 감사하다.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건강한 우리들, 감사한 것 무척 많지만 그 두 가지 감사만으로도 올해는 행복한 한해를 보내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태양이 환한데 자기자리를 또렷이 지키고 있던 반달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기자리를 확실히 지키고 있으니, 쓸쓸하긴 하지만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이제 늙은이들만 남아서 밥을 먹네요” 어젯밤 내가 누나와 매형에게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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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스컹크와 예쁜 토끼

 

 어젯밤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딸네 집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와 쇼핑한 물건들을 집으로 들이다 앞마당에 무언가 있기에 쳐다보니 앙증맞게 어여쁜 토끼 한마리가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다. 반가운 나머지 “헬로우 컴히어” 했더니 머리를 바짝 들고 쳐다본다. 집에서 카메라를 찾아다 사진을 찍는데 플래시를 어떻게 켜는지 몰라 대충 몇 장의 사진을 어둠속에 찍었다.


 딸 결혼식 때문에 아들이 왔다간 뒤로 아폴로가 부쩍 성숙해졌다. 전에는 목줄이 풀리면 온 동네를 쑤시고 도망 다니며 말썽을 피우더니, 이제는 목줄이 풀려도 우리 주위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가끔은 뒤뜰에서 살살 눈치를 보며 옆집으로 가다가, “아폴로 컴” 하면 아쉬운 듯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길가다가 먹을 것이 있으면 후딱 입으로 집어먹고, 내가 손을 입에 집어넣어 뺏을라 치면 입을 앙다물고 있다가 기회를 보아서 삼키곤 했는데 이제는 “No!” 하면 혓바닥으로 입에 있는 걸 밀어내고 나를 흘끗 쳐다본다. ‘나는 아빠 먹는 것 참견하지 않는데 도대체 아빠는 왜 그래요?’ 하는 듯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면 꼬리를 흔든다. 가끔은 삼키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제 밖을 걸을 때는 차가 많이 없고, 사람이 별로 없는 우리 동네 골목에서는 목줄을 풀어주면 우리 앞에서 달려가다가 우리 걸음에 맞춰 늦추기도 하고, 자기가 우리보다 많이 앞에 있는 것 같으면 자리에 서서 우리가 오기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아폴로의 뒤를 따라가며 그를 관찰하니 수시로 뒤에 오는 우리의 소리를 듣기위해 귀를 연신 쫑긋거린다. 오른쪽 귀를 쫑긋 했다가 왼쪽 귀를 쫑긋하고 만약 발자국 소리가 적은 것 같으면 양쪽 귀를 쫑긋한다. 그러다가는 뒤를 흘끗 돌아보며 확인을 하고 우리가 따라오면 우리의 발에 맞춰 계속 간다.


 나와 둘이 걸을 때 아폴로를 놀리느라 좀 큰 전봇대나 남의 집 담에 숨으면 가다가 돌아서서 부리나케 나있는 곳을 찾는다. 대개는 금방 찿는 데 어둑한 저녁에 숨을 곳이 많은 곳에서는 뒤돌아서 없으면 여기저기를 흘끗거리나 결국은 찾아내 꼬리를 마구 흔들어댄다.


 지난달 밤이 어둑했을 때 아폴로가 용변을 보지 않았기에 집사람과 아폴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날따라 둥근 달이 떴고 구름이 많이 껴서 어떤 곳은 환했고 어떤 곳은 어두웠다. 목줄이 풀린 상태로 셋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무로 뒤덮인 담장을 따라 돌고 있는데 갑자기 아폴로가 앞으로 튀어나가 큰 나무 그림자 밑에서 뭔가를 하고는 다시 우리 쪽으로 튀어나왔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우리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아폴로가 뒤쪽으로 도망을 가려고 하기에 간신히 불러 세워 목줄을 묶고 보니 나무 그림자에 가려있던 뭔가가 꿈틀거리는데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꼼작거리는 것이었다. “여보, 여보 빨리” 하면서 우리가 오던 길을 되돌아 걸었다.


 그때부터 퀴퀴한 냄새가 동네에 서서히 퍼지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눅눅하여 냄새가 먼 곳을 걷고 있는데도 계속 나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보면 냄새가 안 나는 것 같아서 “여기는 괜찮은 것 같은데?” 하고 나면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그 퀴퀴한 냄새가 우리를 따라왔다.


 집에 돌아오니 집안에 냄새가 따라 들어왔고 아폴로가 자기가 깔고 있는 방석에 입을 문지른다. 직접 맞은 것이 아니니 독한 냄새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냄새가 나고 아폴로는 아무래도 냄새를 더 잘 맞는데다가 직접 그 입으로 스컹크를 물었으니 입이 괴로운지 자꾸 방석에 입을 문지르기에 토마토소스를 반 깡통 정도 먹이고, 샤워장에 데리고 가 둘이서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이틀 후 아폴로와 산책을 하면서 그 자리를 가보니 전봇대 밑에 손바닥만 한 뗏장이 떨어져 있었는데 둘의 싸움에서 생겨난 것인지는 확실치가 않으나 그 부분의 잔디가 손상된 것은 확연히 보였다. 좀 더 걷다가 끝에 사는 준을 만났다. 어젯밤에 무슨 냄새가 안 나더냐 했더니 스컹크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아폴로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스컹크의 방귀를 직접 맞을 수도 있었는데, 고맙다 아폴로. 


 한 삼일전에 아폴로가 용변을 보지 않아 스컹크와 만난 거의 같은 시간에 다시 아폴로를 데리고 집사람과 같이 나왔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도 용변을 보지 않기에 같은 길을 두 번째 도는데 우리집 바로 옆 호세인네 옆에서 갑자가 아폴로가 뛰기 시작한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자그만 토끼 한마리가 깡충깡충 도망가는데 아폴로가 거의 잡을듯하더니 그때부터 토끼가 지그재그로 뛰는데 얼마나 빠른지 금세 그 뒷집의 숲속으로 들어가 버려 아폴로가 멋쩍은 표정으로 돌아온다. 


 어젯밤 온 토끼가 며칠 전 아폴로가 쫒던 토끼 같다. 고난 끝(스컹크)에 낙(예쁜 토끼)이 온다고 했나? 우리 집과 딸네 집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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