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한 마리 키워볼까 할 때부터 우린 수놈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것은 아이들이 딸들이어서 수놈보다는 암놈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엔 암놈 수놈 다 키워 보기는 했지만 그때는 안이 아닌 밖에서 키웠기에 개들의 징후에 대해서 별로 민감하지 않았었다.
그 후 캐나다에 와서 암놈 한 마리를 키우면서 생리하는 것을 딸들이 보긴 했어도 서로 별스럽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개를 세 마리, 암놈 한 마리, 수놈을 중성 수술을 시킨 벼락이 한 마리, 한 살 배기 수놈 럭키를 키우면서 무척 당혹스럽다.
지난번 삼순이 생리를 할 때에도 벼락이가 삼순이를 올라타려 얼마나 애를 쓰는지 쳐다보는 것조차 민망해서 혼이 났었다. 벼락이가 본능적인 욕구가 발동을 하긴 했어도 수술 덕분인지 아무 일없이 지나고 말아 다행스럽기도 벼락이가 무척 측은하고 안쓰럽기도 하였다.
럭키가 우리 집 식구가 되고 다시 삼순이가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를 한다고 해야 워낙 깔끔하게 하는지라 며칠 지나서 알게 될 때가 많다. 이번에도 삼순이가 생리를 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갔다 들어오니 반갑다고 달려 나오는 삼순이 꽁무니가 유난히 붉게 보였다. 난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없는 낮 시간에 개들에게 무슨 변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해서다. 개들이 무슨 탈이라도 나면 딸들이 당장 데리고 병원을 갈 것을 알기에 집에 아무도 없는 낮 시간에 개 세 마리가 물고 뜯으며 삼순이가 물리기라도 했나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하리만큼 놀랐다.
자세하게 살펴보니 삼순이가 핑크색 팬티를 입고 있었다. 작은 딸이 삼순이가 생리를 하게 되니 럭키가 자꾸 올라타려고 해서 삼순이한테 꼭 끼는 팬티를 입혔다고 한다. 그런 것을 꽁무니만 보이는데다가 붉은 것만 먼저 보였으니 무엇인가 섬찟하도록 놀랐다.
삼순이만 키울 때 생리를 하게 되면 먹을 거라도 더 신경을 썼다. 딸아이들도 나갔다 오면서 삼순이 간식이라고 사다가 주며 “힘들지?” 하며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기도 하였다.
그 다음 벼락이가 있긴 했어도 삼순이 생리할 때 몇 차례 올라타려고 하긴 했어도 럭키처럼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럭키는 수시로 삼순이를 올라타듯 하며 몸을 움직여대니 딸들이 다 컸다 해도 혼자 있을 때도 민망스럽기 이를 데 없는데, 식구들이 다 있을 때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럭키야, 하며 목청을 높이니 그런 때는 슬며시 피아노 밑이든 식탁 밑으로 도망치듯 한다. 잠시 가서 엎드려 있는 듯하다가 다시 삼순이 곁으로 가서 또 올라타려 하니 다시 또 누구인가 럭키하고 소리를 지르니 삼순이 곁에 가서 얌전히 엎드린다.
그 전 까지만 해도 잠을 자려면 큰딸아이 방 벼락이 한테 가서 같이 자다가, 아침이 되면 안방으로 와서 나와 같이 자고 있는 삼순이 한테 오곤 하더니 삼순이 생리를 시작하고부터는 아예 삼순이 곁을 떠나지를 않는다.
잠결에 들으니 럭키가 삼순이 한테 올라타려 나무로 되어 있는 바닥이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밤새도록 들리더니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럭키가 삼순이 곁에서 지친 듯 얼굴을 맞대고 잠이 들어 있었다.
난 속으로 럭키 요 녀석아 네가 아무리 그래 봐야 삼순이 한테 ‘정조대’를 입혀 놨으니 헛일이라며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다. 낮에 식구가 집에 있을 때는 삼순이 팬티를 벗겨 놓았다가 밤이 되면 꼭 끼는 팬티를 입혀 놓으니 영락없는 정조대였다.
럭키가 쫓아다니면 ‘엄마 나 어떻게 해 럭키가 쫓아 다녀 귀찮아’ 하는 듯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서도 때론 두 녀석들이 엄마가 보지 않으니 우리 이제 사랑하자는 듯 눈치를 보는 그런 모습도 보여진다.
아침이 되어 팬티를 벗기고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개 세 마리를 데리고 나가니 벼락이 줄만 내가 잡고 럭키와 삼순이는 놓아주니 조금 처진다 싶어 돌아보면 럭키가 삼순이 한테 올라타는 시늉을 한다. 큰 소리로 럭키, 삼순이를 불러대면 엄마 때문에 안 되겠네 싶은 듯 나 있는 데로 뛰어온다.
뒤에서 앞에서 걷는 것 같은데도 내 시야에서 좀 벗어났다 싶으면 다시 또 시도를 한다. 다행스럽게도 삼순이 생리 때를 맞추어 벼락이 럭키가 같이 덤벼들면 어쩌나 싶어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벼락이는 납작 엎드려 쳐다보긴 해도 럭키처럼 그런 시늉은 하지 않는다.
그대신 벼락이는 방에 들어가 인형에 대고 그런 시늉을 한다는 데야 다시 또 벙벙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삼순이 생리 이후론 럭키가 하는 모습이 너무 달라져서 어쩌면 사람과 저렇게 같을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삼순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앉거나 엎드려 있어도 삼순이 곁에 바짝 붙어 앉다시피 한다. 삼순이 에게 팬티를 입혀 놓기도 했지만 럭키보다 삼순이 다리가 좀 길어서 하기도 쉽지 않겠다 싶은데 기회만 있으면 올라타며 몸을 움직여 댄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침대 밑에서 둘이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정겹게 자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기만 하였다. 마치도 한 집 식구에서 다정한 오누이처럼 이젠 살가운 한 몸이라도 된 듯 그런 몸짓을 하고 있으니 삼순이 생리가 끝이 나고 나면 어떤 모습을 하려나 궁금해졌다.
생리가 끝이 나자 럭키가 언제 내가 삼순이를 그렇게 애타게 쫓아다니기라도 했느냐는 듯 삼순이 한테 올라타려는 그런 몸짓도 않고 잠자리도 이젠 벼락이 곁으로 가서 자는 것을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건만, 식구들이 삼순이 한테 팬티까지 입혀 놓으며 둘의 사이를 막아보려 애를 썼건만 결국엔 그들의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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