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의 수많은 위인들과 영웅들 이야기가 있지만 나에게는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전쟁을 최후 승리로 이끈 노장 갈렙(Caleb) 장군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인물이다. 처음 갈렙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 때가 캐나다 이민 후 평생 처음으로 시작한 성경공부 시간이었다.
구약 민수기 13-14장에 나오는 이야기로 출애굽 거의 일년 반만에 모세의 인도로 이스라엘 백성이 바란 광야로 나아와 하나님이 약속하신 축복의 땅 가나안의 접경 가데스 바네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정탐 목적으로 각 부족에서 뽑힌 지도자 열두 정탐꾼 이야기가 나오고 갈렙과 여호수아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갈렙이 가나안 땅에 40일간 스파이로 정탐하러 나갔다 돌아와서 다른 열 사람들의 부정적 보고와는 달리 함께 용감하게 싸워서 거인 족속들을 쳐부수자며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충성과 열정에 감탄하였다.
특히 갈렙의 나이가 그 당시 사십이었다는 사실이, 사십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하나님을 믿게 된 나의 새로운 삶에 신선한 도전이 되었으며, 늦은 나이에 구세군의 사역자로 부름받은 후 특별히 갈렙의 후반부 삶의 이야기가 나에게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가나안 정복 전쟁의 끝 무렵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45년 만이었고, 갈렙은 이미 85세의 노장이 되어있었다. 그는 헤브론 땅을 밟으며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Give me this mountain)"라고 외쳤다(여호수아서 14장 12절).
결국 갈렙은 그 당시 다른 부족들이 겁내고 두려워 감히 접근조차 못하던 그 산지에 거주하고 있던 거인 집단 아낙 족속을 궤멸시키고, 하나님께서 갈렙에게 약속하신 헤브론 땅을 유다지파의 기업으로 상속받게 되었다.
헤브론 땅이야 말로 조상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 이삭, 이삭의 아내 리브가, 야곱의 유골이 매장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축복의 땅 가나안의 상징이었다. 마침내 가나안 정복전쟁은 끝났고 갈렙은 여호수아와 함께 이스라엘 전쟁을 최후 승리로 이끈 이스라엘의 영웅이었다.
성경 말씀의 기록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갈렙의 마음(정신)이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고 그의 믿음을 특별히 인정하시었음을 보게 된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갈렙의 믿음을 보시고 그의 마음이 그들과 달라서. 그러나 내 종 갈렙만은 그들과 다른 정신을 가지고, 나를 온전히 따랐은즉 그가 갔던 땅으로 내가 그를 인도하여 들이리니 그의 자손이 그 땅을 차지하리라” (민수기 14장 24절).
나는 캐나다 땅에서 실로 축복받은 사람이다. 캐나다 이민 이전과 이후의 삶이 180도 바뀌었다. 사십세에 비로소 평생 처음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은혜로 죄로 얼룩져 살아온 지난 삶을 회개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하면서 구세군의 병사로 입대(세례식) 하였다.
처음 몇 년은 기쁨과 열정으로 교회 사역과 지역사회에 부교(집사) 직분을 받고 열심히 봉사하였다. 그러나 세상의 가치관과 우선순위의 도전과 갈등으로 인하여 20여년의 신앙생활을 하면서 갈수록 영적 전쟁의 패잔병 같은 모습을 발견하며 실망감과 회의에 쌓이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다시 찾아 오셨다. 깊은 회개의 마음으로 기도와 말씀공부에 전념하며 지내던 어느날 항상 나 자신의 삶의 목표, 이민자로서의 성공을 추구하던 나에게 하나님은 그분의 목표가 나의 삶 속에서 무엇인가?를 분명히 깨닫게 하여 주셨다.
60세 나이에 하나님의 소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자가 되라!" 처음에는 어떻게 그런 미션이 나에게 가능할까? 모든 상황과 여건이 도저히 불가능하여 보였다. 그러나 기적같이 문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캐나다 구세군 본부의 지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별히 늦은 나이에다 영어로 사관학교 전 과정을 공부하여야 하는 어려운 현실적 장애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적 조건을 초월하여 나의 소명을 소중하게 받아주고 검증하고 격려해주며 사역자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며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과 감사를 드린다.
나는 불신자로 캐나다로 이민 와서 구세군 사관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 변화된 삶이기에 이곳 캐나다의 이민자, 다민족 커뮤니티가 내게 주어진 선교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마음은 하나님께 손길은 이웃에게 (Heart to God, Hand to Man)" 이러한 구세군의 복음 정신을 실제로 다문화권 지역사회에서 나누며 실천하는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나의 소명이고 사명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제 토론토 제인-핀치의 욕우즈 교회에서 사역한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캐나다 구세군 사관들은 대체로 4-5년마다 임지가 새로 배정되어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많은 사관들이 65세에 정년은퇴를 하지만 나는 늦은 나이에 사역을 시작하였기에 아직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지난달 캐나다 구세군 본부로부터 전화와 공문을 받았다. 나의 새로운 임명지와 직분이 주어졌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는 "글래드스톤 교회 (Gladstone Community Church, Corps Officer/Pastor)의 담임사관(목사)으로 명령 받았다. 이 교회는 오타와에 설립된 최초의 구세군 교회로 140년의 역사를 갖고있는 교회이다.
현재는 오타와 다운타운에 위치한 윌리암 뿌스센터(구세군 창립자 William Booth의 이름을 딴 구세군의 복지 및 재활센터) 내부로 교회가 이전 되었다 한다. 69세의 나이에 새로운 사역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과 캐나다 구세군 본부에 감사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엎드린다.
하나님!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에게도 갈렙이 85세에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Give me this mountain!)"라고 외치며 담대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감히 그리스도의 충성된 군사로 무장시켜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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