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격언으로 “Caveat emptor”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Let the buyer beware” 즉 “구매자가 조심하게 하라.”라는 뜻으로 무언가를 구매할 때 물품의 하자 유무에 대해서는 구매자가 확인할 책임이 있다는 일종의 구매자 위험 부담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중세에 영국에서 관습법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구매자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근대의 상거래 문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Caveat emptor는 판매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구매자가 안심하고 물품을 살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warranty라는 개념의 발달과 함께 상거래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개념이 되었습니다.
Warranty는 representation(진술, 4회 참고)의 일종으로 거래에 중요한 어떠한 사실을 약속한 것입니다. Warranty 는 미래의 사실에 대한 약속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품질보증의 경우 해당 물건의 현재 품질뿐만 아니라 미래의 품질도 일정기간 보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품질보증은 대표적인 express warranty 즉 명시되어 있는 보증이지만 매매법에는 판매자가 명시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보증도 있는데 이러한 보증을 implied warranty 즉 묵시적 보증이라고 합니다.
Implied warranty에 대한 법조항은BC주 Sale of Goods Act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common law 즉 보통법을 따르는 국가이기 때문에 (3회 참고) 많은 분야에서 성문화된 법보다 판례로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법을 따릅니다. 하지만, 상거래와 관련해서는 법률을 제정하여 따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각주에서 제정한 Sale of Goods Act입니다.
Sale of Goods Act를 처음 제정한 나라는 영국으로 19세기 말 MacKenzie D. Chalmers라는 판사가 그때까지 매매에 관한 영국의 관습법을 집대성하여 성문화시켰습니다.
이후 이 법은 수많은 영연방 지역에서 도입되었는데 B.C. 주도 그중에 하나로 1987년 영국의 법을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도입하였습니다.
현재 BC주의 Sale of Goods Act에서 보장하는 implied warranty는 근 130년 전에 제정된 영국의 법에서 보장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판매자는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자신이 해당 물건을 팔 권리가 있음을 보증해야 하며 물건이 매매된 후 구매자가 제삼자의 방해 없이 해당 물건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음을 보증해야 합니다.
또한 상인이 물건을 판매했을 때 별도로 해당 물건의 품질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물건의 품질을 보증해야 하는데 이럴 때 적용될 수 있는 보증으로 implied warranty as to quality and fitness (상품적격성에 대한 묵시적 보증) 와 implied warranty of merchantability (상품성에 대한 묵시적 보증) 가 있습니다.
Warranty 덕분에 오늘날 구매자는 물건에 하자 유무를 조사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Caveat emptor의 원칙은 아직도 영미법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고대의 격언은 물건을 거래할 때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아직도 충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