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2019년이 아쉽고, 아프고 쓰라린 기억들을 뒤로 하고 경자년 새해 2020년 새 희망을 그려본다. 한 해의 삶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 한 해를 주기로 새롭게 삶을 시작하고 맺기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 겨울 휴가를 떠났다. 토론토에서 바라데로까지 4시간 비행하여 날씨가 좋은 쿠바를 찾았다. 이번 여행은 관광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긴 겨울철을 피한 단순 휴가여행이었다.
바라데로는 유럽인이나 캐나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명한 휴양지로, 깨끗한 에메랄드 빛 바다와 고운 모래를 가진 해변이 자랑거리이다. 도시 전체가 리조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른 쿠바 지역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아름답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쿠바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굉장히 이질적인 곳이다. 쿠바는 “카리브해의 진주”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화려한 시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머나먼 섬나라의 낯선 풍경으로만 기억되어 왔다.
북미 캐나다의 눈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겨울 휴가라고 하겠지만 그곳에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새하얀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토론토를 떠났는데 불과 4시간 동안의 비행인데 어느새 여름이 되어 있었다.
세상은 이처럼 기묘하고 아름답다.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망중한, 낭만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눈부신 자연 휴양도시 바라데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는 음악, 살사 춤, 음식, 골프, 일광욕, 해변산책, 뱃놀이, 낚씨, 수영, 낭만적인 풍경 등 어떤 취향을 가졌건 여행자를 흥분시킬 요소로 가득하다.
1960년대 초 미국과의 수교가 단절된 이후 쿠바는 그 상태 그대로 멈춰버렸기에 흔히들 “시간이 멈춘 나라”라고 한다. 변화의 시계가 멈춰버린 쿠바, 혁명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먼지만 날리는 사막처럼 바스러져 가던 섬나라에, 2014년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다녀간 이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쿠바였는데, 미국의 새로운 정책으로 여전히 옛모습을 상당히 많이 간직하고 있는 쿠바를 여행하는 것 자체가 과거로의 여행이다.
휴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폭격을 맞은 거 마냥 낡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구 시가지의 건물벽들을 보고 놀라고, 1950년대에 생산된 미국의 낡은 차들이 여전히 도로를 종횡무진 하고 있으며, 인력거가 아직도 성황리에 영업 중인 것에 또 놀란다.
쿠바는 카리브해에서 가장 큰 나라이며 덜 상업화된 섬이며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공산주의 보루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쿠바의 정치적인 고립은 관광객이 지나치게 들끓는 것을 막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쿠바인들은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삶은 가까이서 본다면 비극, 멀리서 본다면 희극이다” 라는 말은 여행에서 종종 느끼는 필자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쿠바 경제는 관광산업에 많이 의존하지만 쿠바의 상당 부분은 가축들을 방목하고, 사탕수수, 커피, 담배 등을 재배하는 비옥한 평지로 구성되어 있다.
몸과 마음에 휴양을 안겨줄 쿠바의 휴양도시 바라데로(Varadero), 34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Melia Las Americas Golf and Beach Resort에는 합리적인 가격에 숙박비, 하루 세끼 식사, 무제한 골프, 술, 비치타월 및 선베드 대여료 모두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신선놀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여행자들이 머무는 휴양지 내에는 천국이겠지만 이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현지인들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경제난과 물자부족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섬에서는 소낙비가 오고 그치는 일이 흔히 있는 일로 지난 밤에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비가 내렸었냐는 듯 아주 쨍쨍하다.
호텔 뒤 모래사장에는 세계에서 몰려온 선남선녀들이 아침부터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야자수 나무 아래에서 한가하게 낮잠을 자는 것이 조금 사치스러운 것 같지만 너무 더워 그늘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대양에서 쉴새 없이 밀려오는 흰 파도와 시원한 해풍에는 작열하는 태양열도 한풀 꺾인다. 한 라운드의 골프가 끝나고 마시는 한 잔의 쿠바맥주는 갈증을 덜어주는 꿀맛이었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설레고 흥분되기 마련이다.
바라데로의 바다색은 너무 맑아 보고만 있어도 황홀하고, 아침부터 해변 선베드에 누워 잠도 자고, 술도 마시고, 책도 읽고, 바둑도 두고, 세상 돌아가는 국제정치 논쟁 등, 중간중간 물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덧 해가 지는 천국,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정열의 라틴, 항상 유쾌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그곳의 분위기에 취해서 사랑에 빠진다.
필자는 쿠바식 사회주의에 먼저 질문을 던진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으로 평등한 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그들은 “가난한 평등”에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쿠바인이 살아가는 태도는 특별하다. 현실을 극복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 같다. 쿠바의 화끈한 밤의 젊음이 불타는 매일 밤 펼쳐지는 호텔 내의 공연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을 만하다.
쿠바 여행자에게는 피나 콜라다와 헤밍웨이가 즐겼다는 바로 그 칵테일 모히토 체험이 유명한 과제다. 쿠바의 상징으로 불리는 모히토는 박하잎과 럼주, 설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시원하면서도 단맛과 알콜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오늘날까지도 당연 최고의 소비량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피나 콜라다는 럼과 코코넛 밀크, 파인애플 주스, 설탕, 잘게 부순 얼음을 넣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료에 가까운데 열대지방의 표준이 되는 칵테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행자들은 시원한 해풍을 맞으면서 성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와 모래사장을 즐기면서, 그리고 그 옆에 야자수 잎으로 덮은 오두막으로 만들어진 바, 햇볕 아래 누워 마시는 한잔의 트로피칼 칵테일로 남국의 정취 물씬 나는 코코넛 향을 음미하면서 더위를 물리친다.
10일간의 휴가는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다. 잘 있거라 카리브해여! 캐나다에서 4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섬나라, 내년 겨울 휴가를 기다리면서 눈이 내리는 캐나다로 돌아오는 하늘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202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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