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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에 피는꽃 [ 임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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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y0801
jungnam 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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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3
기차가 지나간 자리에서

고길자(문인협회)


늦은 밤 아파트 창문 너머로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기차가 보인다

 번쩍이는 불빛이 한줄기 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가면서 긴 여운을 남긴다. 커튼을 내리고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눈을 감으니 처음으로 기차를 탔던 기억이 오래된 그림책을 보듯 정겹게 떠오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할머니와 30리 길을 걸어서 ‘소정리라는 작은 시골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차표를 사자마자 “서두르라”는 안내원의 재촉에 뛰다시피 개찰구를 빠져나오니, 커다란 증기기관차가 “칙칙 푹푹” 큰소리를 

내며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거대한 소리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기차를 처음 본 나는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 속에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사람들과 이리저리 부딪쳐가며 가까스로 차에 올랐다. 

기차 안은 승객들로 꽉 차 있었다.

 서로 밀고 밀리며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자 쇠바퀴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창밖으로 크고 작은 산과 논밭이 스쳐 지나가고 철로 저편에서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였다. 

모든 풍경이 신기하여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기차가 너무 빨리 달려 창밖의 정경을 눈에 담기도 전에 지나가 버렸다. 기차가 어느 정도 달리자 상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삶은 달걀을 파는 아주머니, 알루미늄 통에 담은 식혜와 땅콩을 파는 아저씨, 그 외에 각종 생필품을 파는 할아버지 등등 기차 

안은 금세 장터가 되었다. 그들은 노래 가락을 부르듯 구성진 목소늦은 밤 아파트 창문 너머로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기차가 보인다.

 번쩍이는 불빛이 한줄기 바람처럼 빠르게 지나가면서 긴 여운을 남긴다. 

커튼을 내리고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감으니 처음으로 기차를 탔던 기억이 오래된 그림책을 보듯 정겹게 떠오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할머니와 30리 길을 걸어서 ‘소정리’리로 자신들의 상품을 선전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삶은 달걀과 땅콩을 사 주셨는데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잊을 수가 없다. 천진했던 유년의 추억이 서늘한 가을밤 

따뜻하게 나를 감싸준다.

생각해 보니 기차와 우리 인생은 닮은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기차가 철로 위를 달리듯 우리도 보이지 않는 궤도를 따라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기차가 종착역을 향하여 달리고 있다면 인간도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하여 시간의 선로 위를 달려가고 있다. 

기차에 여러 승객이 타고 내리듯이 우리 인생도 만남과 헤어짐이 늘 반복된다. 때로는 기차가 어둠이 가득한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 창밖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듯 텅 비어 있다.

 그러나 그 터널은 끝이 있고 그 끝을 빠져 나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밝은 빛 속을 달려간다. 

우리가 겪는 슬픔이나 고통도 전부를 잃어버린 것처럼 깜깜하지만 결국은 이겨내고 한 조각 빛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차는 이미 깔려있는 레일 위를 똑같은 방식으로 변화 없이 달리고 있지만 우리 인생길은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누군가가 깔아준 길 위를 걸어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 한 다양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다

. 나는 자주 어떤 길을 택하여 걸어갈까를 생각하고 고민한다. 내가 원하는 길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내 나이와 환경에 맞게 의미를 

줄 수 있는 길이면 족하다. 그 길 위에서 누군가와 작은 친절을 나누며 서로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나는 기차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기차는 전혀 멈추지 않을 것처럼 속도를 내어 달려가다가도 작은 역 앞에서는 반드시 속도를 늦춘다. 잠시 쉼표를 찍는 것이다

. 우리의 삶도 그렇다. 빠르게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삶의 간이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멈출 줄 모르고 달리기만 하다보면 건강을 잃고 평생을 후회 속에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시간의 흐름과 주어진 일에 순응하며 달려온 길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달려갈 뿐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순종과 침묵을 배운다. 떠남과 만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매사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배운다.

나는 창문 너머로 빠르게 달려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의 흐름과 시간의 무상함, 그리고 떠남과 머무름의 참뜻을 

헤아려 본다. 인생의 의미는 달리는 동안, 창밖에 비쳤던 순간들이 아름다웠음을 알아차리고 감사하는데 있지 않을까! 기차가 지나간 

자리에서 멀리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듯 흘러간 나의 시간에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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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카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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