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다행히도 그리 춥지 않다. 지난 겨울의 얼음폭풍과 정전사태는 지구 종말의 날과 같은 공포였다. 그 혹독한 추위를 처음 겪는 것도 아니었는데 얼마나 새롭고 신랄한지 가슴 속에서 통곡소리까지 터져나왔다.
우리 가족이 알버타 주에서 이민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섭씨 영하 30-40도로 40년 만의 추위였다. 그 곳에서 맨 처음 들었던 조언이 "조깅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추위 때문에 허파가 언다고 밖에서 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1995년 11월 3일 도착하던 그날부터 끊임없이 소록소록 눈이 내렸다. 기후가 건조하고 기온이 너무 낮아서 뭉쳐지지 않는 가루눈이었다. 그렇게 쉬임없이 내리던 눈은 그 다음해 4월 피신하듯 밴쿠버로 이사하던 그 날까지 그치지 않았다. 밤새도록 제설차가 창밖을 오가던 풍경이 그 곳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하필 그 때 TV에서 본 잭 니콜슨 주연의 공포영화 "The Shining" 때문에 눈에 대한 공포의 효과는 극에 달했다. 가끔씩 보도되었던 뉴스는 더욱 기가 막혔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동사한 할머니가 있었다. 택시기사가 현관문 앞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할머니는 핸드백에서 열쇠를 찾다가 그만 얼어 죽고 말았다. 또 베란다에 담배 피우러 나갔다가 얼어죽은 가장도 있었다. 잘못해서 문이 잠겼는데 이중창이 너무 튼튼해서 아무리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도 가족들이 듣지 못했다. 다음 날 그는 동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북쪽 나라의 겨울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시가 있다. 캐나다 시인인 로버트 서비스(Robert W. Service, 1874-1958)의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담겨진 시이다. 북미주 시의 고전이며 중고등학교 영어시간에 한 번쯤은 읽게 되는 시라서 원본과 함께 번역을 실어본다.
샘 맥기를 화장하다
- 로버트 서비스 (번역: 이혜경)
한밤중의 태양 아래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금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북극으로 가는 길목마다 기이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뜨거운 피까지 싸늘하게 얼어붙게 하는 이야기이다.
북극성이 이상한 빛을 발하던 날
괴이한 일 중에 가장 괴이한 일이
그날 밤 레바지 호수에서 일어났다.
내가 샘 맥기를 화장하던 그 날이었다.
샘 맥기는 목화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따뜻한 테네시에서 왔다.
그가 왜 고향을 떠나 북극에서 떠돌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샘은 항상 추위에 떨었다. 하지만 황금의 땅이 마법처럼 샘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종종 테네시 토박이의 말투로 말했다. 자기는 "조만간 지옥으로 갈 것"이라고.
크리스마스 날, 우리는 도슨 트레일을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같은 추위가 파카를 뚫고 온몸을 맹렬하게 찔러댔다.
눈을 깜빡이면 눈썹이 얼어 붙어서 앞을 볼 수 가 없었다.
샘 맥기는 고통 속에서 끊임없이 신음하며 흐느꼈다.
바로 그날 밤, 우리는 눈밭 아래에 외투를 깔고 서로 꼭 붙어서 누웠다.
개들에겐 이미 먹이를 주었다. 별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샘은 내게 말했다. “대장, 내가 반드시 보답할게.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거절하지 않을 거지?”
샘이 워낙 비장하게 보여서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신음하며 말했다.
“빌어먹을 놈의 추위, 뼛속까지 완전히 얼어 벼렸어.
죽는 건 괜찮아 – 하지만 무서운 건 꽁꽁 얼어붙은 무덤 속에 누워있는 거야.
그러니 제발 부탁인데 내가 죽으면 화장 시켜줘. 그렇게 해준다고 맹세해 줘.”
그 친구의 마지막 유언이 너무나도 간절해서 나는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우리는 새벽이 되자마자 떠났다; 맙소사, 그의 얼굴은 무섭도록 창백했다.
샘은 썰매 위에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고향 테네시의 들판을 온종일 헤매는 듯 했다.
그리곤 밤이 오기 전에 샘 맥기는 죽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죽음의 땅에서 나는 완벽한 공포에 질려 정신없이 달렸다.
샘과의 약속 때문에 시신을 버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싸서 썰매에 싣고 달렸다.
미친듯이 썰매를 몰았다.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돼.
약속은 했지만 시신을 화장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약속은 약속, 빚은 갚아야 한다. 트레일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며칠을 달렸는지 모른다. 입술의 감각조차 없어지고 나는 마음 속으로 그 시체를 저주하기 시작했다.
길고 긴 밤, 외로운 모닥불 옆에서 허스키들이 둥글게 모여
회오리치는 눈보라를 향해 울부짖을 때
나는 부르짖었다 - 오 하나님! 난 정말 저 짐이 죽기보다 싫습니다.
진흙덩이같이 말없는 샘의 시신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하지만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개들도 지쳐서 나자빠졌고 먹을 것도 떨어졌다.
길은 험했고 나는 거의 미치광이가 되었다. 하지만 난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가끔 그 끔찍하게 미운 놈에게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러면 그놈이 듣고 씩 웃었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레바지 호수에 도착했을 때
꽁꽁 얼어붙은 "앨리스 메이"란 사인이 보였다.
그 사인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가까스로 생각을 가다듬었다. 꽁꽁 얼어 있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여기다!" 라고 갑자기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래, 여기가 바로 화장터야!"
오두막 마룻바닥의 판자를 뜯어냈다. 용광로에 불을 붙였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석탄을 모아 쌓았다. 불길이 높이 치솟았다.
용광로가 기염을 토하며 불꽃을 뿜었다 - 그렇게 맹렬하게 타는 불꽃을 본 적이 없었다.
불타는 석탄을 헤치고 그 안에 샘 맥기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 밖에서 걷기로 했다.
나는 그 친구가 지글지글 불에 타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허스키들도 울부짖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칼날같이 추웠지만 내 양 볼에선 구슬땀이 흘러 내렸다. 왜 그런지 몰랐다.
진한 연기가 시커먼 코트자락처럼 무겁게 하늘에 드리워졌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무서운 공포와 씨름하면서 눈보라 속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별들이 하나 둘씩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무서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용기내서 중얼거렸다: “그냥 그 안을 잠깐 들여다 볼까?
그 친구는 이미 다 타서 재가 되었을거야.” 그리고 나는 용광로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샘은 앉아 있었다.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맹렬한 불길 한가운데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발 문을 닫아줘.
이 안은 정말 따뜻해서 좋아. 네가 문을 열어서 찬바람이 들어올까봐 겁나네.
따뜻한 내고향 테네시를 떠난 후 이렇게 따뜻하게 지내긴 처음이야."
한밤중의 태양 아래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금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북극으로 가는 길목마다 기이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뜨거운 피까지 싸늘하게 얼어붙게 하는 이야기이다.
북극성이 이상한 빛을 발하던 날
괴이한 일 중에 가장 괴이한 일이
그날 밤 레바지 호수에서 일어났다.
내가 샘 맥기를 화장하던 그 날이었다.
The Cremation of Sam McGee
(an abnormal way of getting warm in the freezing conditions of a Canadian winter as expressed by Robert Service)
- by Robert W. Service
There are strange things done in the midnight sun
By the men who moil for gold;
The Arctic trails have their secret tales
That would make your blood run cold;
The Northern Lights have seen queer sights,
But the queerest they ever did see
Was that night on the marge of Lake Lebarge
I cremated Sam McGee.
Now Sam McGee was from Tennessee, where the cotton blooms and blows.
Why he left his home in the South to roam ‘round the Pole, God only knows.
He was always cold, but the land of gold seemed to hold him like a spell;
Though he’d often say in his homely way that “he’d sooner live in hell.”
On a Christmas Day we were mushing our way over the Dawson trail.
Talk of your cold! through the parka’s fold it stabbed like a driven nail.
If our eyes we’d close, then the lashes froze till sometimes we couldn’t see;
It wasn’t much fun, but the only one to whimper was Sam McGee.
And that very night, as we lay packed tight in our robes beneath the snow,
And the dogs were fed, and the stars o’erhead were dancing heel and toe,
He turned to me, and “Cap,” says he, “I’ll cash in this trip, I guess;
And if I do, I’m asking that you won’t refuse my last request.”
Well, he seemed so low that I couldn’t say no; then he says with a sort of moan:
“It’s the cursed cold, and it’s got right hold till I’m chilled clean through to the bone.
Yet ‘taint being dead—it’s my awful dread of the icy grave that pains;
So I want you to swear that, foul or fair, you’ll cremate my last remains.”
A pal’s last need is a thing to heed, so I swore I would not fail;
And we started on at the streak of dawn; but God! he looked ghastly pale.
He crouched on the sleigh, and he raved all day of his home in Tennessee;
And before nightfall a corpse was all that was left of Sam McGee.
There wasnt a breath in that land of death, and I hurried, horror-driven,
With a corpse half hid that I couldnt get rid, because of a promise given;
It was lashed to the sleigh, and it seemed to say: “You may tax your brawn and brains,
But you promised true, and it’s up to you to cremate those last remains.”
Now a promise made is a debt unpaid, and the trail has its own stern code.
In the days to come, though my lips were dumb, in my heart how I cursed that load.
In the long, long night, by the lone firelight, while the huskies, round in a ring,
Howled out their woes to the homeless snows—O God! how I loathed the thing.
And every day that quiet clay seemed to heavy and heavier grow;
And on I went, though the dogs were spent and the grub was getting low;
The trail was bad, and I felt half mad, but I swore I would not give in;
And I’d often sing to the hateful thing, and it hearkened with a grin.
Till I came to the marge of Lake Lebarge, and a derelict there lay;
It was jammed in the ice, but I saw in a trice it was called the “Alice May.”
And I looked at it, and I thought a bit, and I looked at my frozen chum;
Then “Here,” said I, with a sudden cry, “is my cre-ma-tor-eum.”
Some planks I tore from the cabin floor, and I lit the boiler fire;
Some coal I found that was lying around, and I heaped the fuel higher;
The flames just soared and the furnace roared—such a blaze you seldom see;
Then I burrowed a hole in the glowing coal, and I stuffed in Sam McGee.
Then I made a hike, for I didn’t like to hear him sizzle so;
And the heavens scowled, and the huskies howled, and the wind began to blow.
It was icy cold, but the hot sweat rolled down my cheeks, and I don’t know why;
And the greasy smoke in an inky cloak went streaking down the sky.
I do not know how long in the snow I wrestled with grisly fear;
But the stars came out and they danced about ere again I ventured near;
I was sick with dread, but I bravely said: “I’ll just take a peep inside.
I guess he’s cooked, and it’s time I looked;” . . . then the door I opened wide.
And there sat Sam, looking cool and calm, in the heart of the furnace roar;
And he wore a smile you could see a mile, and he said: “Please close that door.
It’s fine in here, but I greatly fear you’ll let in the cold and storm—
Since I left Plumtree, down in Tennessee, it’s the first time Ive been warm.”
There are strange things done in the midnight sun
By the men who moil for gold;
The Arctic trails have their secret tales
That would make your blood run cold;
The Northern Lights have seen queer sights,
But the queerest they ever did see
Was that night on the marge of Lake Lebarge
I cremated Sam McGee.
—From Later Collected Verse; by Robert Service;
Dodd, Mead & Company; New York; 1970; pages 33-36.
아래 유튜브에서 시낭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hFNYll_mU
원본: http://blog.naver.com/ocanadahk/22023644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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