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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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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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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오르막길


일기예보가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질 수가 있나?
4-5일 전부터 2월15일 목요일 오후 눈 폭풍이 온다고 어지간히 예보를 해대더니, 드디어 15일이 되었다.
이곳은 토론토의 노스욕 지역이다. 낮 12시가 되어도 눈이 올 것 같지 않은 맑고 푸른 하늘이었다. 오후 1시까지도 그랬다. 저런 하늘에서 무슨 눈이 온다고 그러나? 일기예보가 맞을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후 1시 넘어서는 밖에 안 나가려고 했으나 부득이한 일로 가까운 곳이길래, 미심쩍었지만 눈이 와 봐야 얼마나 오겠나? 하며 길을 나섰다. 일을 보고 돌아오려고 하니 3시 반이었다. 실내에 있어서 몰랐는데 밖에 나오니 이게 웬일인가? 자동차 위에 눈은 바람에 흩어지면서도 소복이 쌓였고, 폭풍은 몰아치는데 앞이 안 보였다. 어떻게 집에 가야 하나? 왜냐하면 길이 약간 오르막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눈이 많이 왔지만, 눈이 더 오기 전에 아무튼 서둘러 가자는 것이 내 심산이었다. 길에는 차들이 기어서 가다시피 줄을 이었는데, 제설차량은 아직 눈을 치우지 못한 상태였고, 계속 퍼붓는 눈의 양은 엄청났다. 하늘의 눈 창고가 터졌나?

 

아 역시 캐나다구나! 실감하면서 설경 사진 찍을 궁리를 하고 살살 운전을 하며, 나도 좀 들어가자, 틈 좀 주라, 신호를 깜박깜박 주면서 차선 속에 끼어 들었다.

그런데 차들이 도무지 앞으로 가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앞에서 사고가 났나? 기다리면서 조금씩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는 멈추면서 겨우 50m 쯤 왔을까, 눈 폭풍은 몰아치고 오르막길에서 차 한 대가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뒤로 밀렸다가 스톱했다가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타이어는 많이 닳은 것 같지는 않은데.

 

내 차는 그 차의 두 번째 뒤에 서 있었다. 그 뿐인가? 그 차 옆은 도로에 딱 붙어가는 가오리같이 생긴 납작한 스포츠카 한 대가, 도로를 가로 질러 눈을 쓰고 누워 있는 것이다. 도통 차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로질러 누운 차는 그렇다 치고, 뒤의 차들은 빵빵대며 소리를 지르니 어쩌란 말인가?

못 올라가는 문제의 차는 오래된 미니밴으로, 오르는 길에서 힘이 없어 못 올라가는 경차로 보였다. 계속 오른쪽으로 올라가 보려고 하다가 또 왼쪽으로 올라가 보려고, 바퀴만 이쪽으로 저쪽으로 움직여 액셀러레이터만 밟아대니 전선 타는 냄새에, 그 차 운전자의 가슴 타는 냄새인 듯 연쇄적인 큰 사고로 이어질까 내 가슴까지 타 들어갔다.

 

앗 차! 밀리면 앞차가 뒤로 내 차를 받기는 순간이고, 뒤차들도 내리막길이니 줄줄이 밀리면 도미노 현상으로 해외토픽 감일 것이다.

나는 눈 폭풍 속이지만 차에서 내려 도로 가운데로 와서, 뒤차들 운전하는 분들을 향하여 두 팔을 쭉 뻗어 올려 손짓과 팔짓으로 “다 나와라, 나와서 저 차를 밀어 주자, 저 차를 길가로 밀어놓자, 그래야 우리도 갈 것 아니겠느냐?” 신호를 보냈다. 두 팔을 휘저으며 계속 내 가슴도 쳤다. 눈 폭풍 속에서 내가 하는 짓이 희미했겠지만, 차들은 빵빵대지 않았고 소리도 안 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럴 수가 있나?

나 혼자 말이지만, 한국 같았으면 아무리 눈보라 속이라도 운전자들이 차 세워놓고, 벌떼처럼 달라붙어 못 올라가는 저 차를 번쩍 들어서 옆으로 옮겨놓고 말았을 것이다. 암 하고도 남았지. 
한국을 보아라, 한국전쟁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눈부신 발전을 했나? 도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하면 벌떼같이 달려들어 팔 걷어붙이고 물불 안 가리고 돕는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로, 맥주를 싣고 가던 차가 커브를 돌다 옆으로 쓰러져 맥주가 도로에 다 엎어지고 깨져 난리가 났지만, 지나가던 차들이 길가에 차들을 모두 세워놓고, 벌떼같이 왕왕대며 깨어진 맥주병들을 말끔히 치워놓고 가는 것을 캐나다 뉴스에서 보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한국이란 나라가 목하 수직 상승하고 있지 않느냐?

캐나다가 발전하지 못하고 이 모양인 것은 캐나다에 사는 우리들이 너무 소극적이고 용기도 없고 이기적이라서 그렇지 않으냐?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가슴만 두 방망이질에 열불 나는 중, 마지 못한 듯 이차 저차 속에서 남자 다섯 명이 나왔는데 한국인은 안 보였다. 나도 힘을 보태려고 나서니 저쪽으로 가라고 너는 소용 없다며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지른다. 참나!

 

한 사람이 그 차 앞에서 무엇으로 눈을 치우는지 바퀴가 구를 수 있도록 눈을 치우고, 차를 오른쪽으로 운전해 보라고 손짓을 한다. 뒤에서 네 명과 또 한 명이 와서 차를 미니 천천히 오른쪽으로 붙어 가까스로 비켜서게 되었다.

드디어 눈 속에 갇혀있던 차들이 눈보라 길에 서서히 움직이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현대 쏘나타 내 차도.

많은 운전자들이 차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도 애가 타고 갈등은 오죽했으랴.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들이라고 마음이 편했겠나? 총 2-3시간 동안 눈과의 전쟁을 겪으면서 캐나다와 한국이 엇갈리며 비교가 되었다.

오르막길에서 눈길을 올라가지 못한 그 차, 그 운전자의 가슴은 새까맣게 탔겠지. 이번 기회에 힘 좋은 차로 꼭 바꾸기를 바란다.

힘! 힘이 없으면 못 올라간다. 힘 만이 살길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힘은 무엇인가? 극성을 떨어야 무엇이 되어도 된다는 것이 내 인생철학이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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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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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4
팀호튼(Tim Hortons)의 새벽

 

 

일찍 자면 일찍 눈이 떠진다.

밖의 새벽공기는 언제나 신선해서 좋다.

여러 해 전부터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면, 커피향이 그리워 걸어서 15분 거리의 오전 5시에 오픈 하는 동네 팀호튼에 간다. 매일 가는 건 아니지만.

겨울에 들어선 요즘 새벽 6시 미명이지만, 사방이 조용한 어둠을 걷노라면 동네 사람들 잠자는 소리가 쌔근쌔근 들리는 듯하다. 비 오는 날이나 아주 추운 날은 차를 가지고 갈 때도 있다.

 

팀호튼에 들어서니 일하는 사람들은 커피 등을 팔면서 분주히 아침 비즈니스 준비에 바쁘다. 주중 새벽 6시경부터는 제일 먼저 들어오는 연두색의 형광 띠로 표시된 복장을 한, 밖에서 노동하는 분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간단한 샌드위치나 베이글 등과 라지 사이즈, 혹은 엑스트라라지 사이즈의 커피를 들고 나간다.

건축 현장이랄지 도로공사, 혹은 나무 자르는 일이랄지 전신주를 타는 사람일지 등등, 그들은 30도가 넘는 뜨거운 여름이나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도 밖에서 일을 한다. 진심으로 고맙기 그지없다. 아침을 깨우는 커피로 하루 일을 시작한다.

 

각양각색의 팀호튼 도너츠들을 보면 군침이 돈다. 크림 하나, 설탕 하나 넣은 레귤러커피나, 크림 둘, 설탕 둘을 넣은 더블더블 커피나, 뜨겁고 달달한 커피 향은 환상적이다. 때로는 혈당 이유로 블랙커피도 즐긴다. 우리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글을 오더할 땐 내 이름을 말한다, 저쪽에서 다 준비된 베이글을 들고 큰 소리로 ‘헬렌, 헬렌’ 부르기 때문이다.

7시 반이 넘어 8시 가까이부터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잠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때 커피가 있었지만 다방뿐이었다. 여학생이 돈도 없고 다방에 들어갈 생각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지금 같아선 커피 샵에 가서 커피를 사서 마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 놈의 잠 때문에 공부를 못했던 기억이 새로운데, 나이 드니 그 많던 잠은 왜 안 오는지.

 

팀호튼이란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 이름이다. 그는 캐나다의 최상위 프로 아이스하키리그 NHL 주전 수비수로 스탠리컵을 4번이나 수상한 영웅이지만, 안타깝게도 1974년 44세 때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갔다.

팀호튼이 1964년에 ‘팀호튼 도넛츠’ 가게를 열면서 시작한 비즈니스가 지금은 4천 곳이 넘는 캐나다의 국민커피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또한 참으로 현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은, 커피 등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나 오더 한 것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앉은 사람들이나 서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핸드폰을 안 보는 사람이 있다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주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되어버린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팀호튼 샵의 입구에는 아침 일찍부터 늘 출근하다시피 하는 백인남자 베거(걸인)가 있다. 도대체 누구네 집 아들인가? 가끔 커피를 사 주지만 그는 커피를 스몰 트리플 트리플로 마신다.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세 개씩 넣으라니 커피보다도 크림과 설탕 맛으로 먹는 게 아닌가? 밥보다 고추장이 많은 격이다. 추운 날은 시멘트 바닥에 그냥 앉아있으니 엉덩이는 또 얼마나 시리겠는가? 나는 박스조각들을 준비해서 차에 싣고 다닌다.

 

“이거 깔고 앉아.” 그도 앉아보니 시멘트의 찬 기운을 막아주며, 자기 엉덩이의 체온으로 박스조각을 미지근하게나마 데워주게 되니 좋은가 보다. 나에게 엄지 척을 해 보인다. 시멘트바닥에 앉을 때는 임시방편으로 박스조각이 최고임을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도 참 웃기는 여자야, 그것도 아시안 한국의 충청도 아줌마가 캐나다 토론토까지 와서, 모 하십니까?

감사와 즐거움으로 시작하는 상큼한 아침이다.

(2023. 12. 12.)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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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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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는 사람이름이고, 또한 영화제목이다.

 오펜하이머는 1904년에 독일계 유대인으로 화가인 어머니와 직물류 수입으로 부유한 아버지 사이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천재적인 두뇌와 호기심을 지닌 비상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이며 과학자로서, 이미 25세 때 UC 버클리대학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교수직을 했다.

 

 컬러와 흑백이 번갈아 나오는 이 영화는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인물 오펜하이머 이야기다.

 오펜하이머는 한국에서 2023년 광복78주년에 맞추어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한지 보름 만에 3백 만 명이 넘게 관람했다는 3시간짜리 핫한 영화라고 한다. 현재 토론토에도 많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물론 가기 전에 오펜하이머라는 인물, 역사, 정치, 시대배경과 줄거리, 상식 등에 대하여 미리 알고 가야만 된다고 하여 며칠 동안 섭렵했으나, 그 세계가 방대하여 물리학에 대하여는 도무지 모르겠다.

 

 오펜하이머도 역시 남자, 32세에 만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여자와 사랑에 빠져 끝내는 스파이 혐의를 죽을 때 까지 벗지 못했으나, 오바마 정부 때 스파이가 아니라고 밝혀져 혐의를 벗었다 한다.

 핵 개발은 했지만 대통령의 투하명령에 의해서 버튼은 누르는 것이고, 개발자 오펜하이머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환각 증세까지 보이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핵폭탄은 우라늄, 플루토늄이라는 원자의 핵을 이용한 폭탄이라고 한다. 즉 우라늄의 핵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수의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핵 안에 중성자를 투입하면 핵분열이 발생하게 된단다. 핵이 분열할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에너지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수없이 듣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고 한다.

 

 핵이 분열하면서 중성자의 다수가 이탈하게 되고 이탈한 중성자는 다른 원자에게 들어가게 된다. 다른 원자는 계속 분열하게 되고 핵분열의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는 이것이 원자폭탄의 원리이라고 한다.

 

 미국은 1942년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핵무기 개발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세계 선두로 비밀리에 시작되는데, 루즈벨트 대통령이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하자, 이어서 부통령이었던 트루먼 대통령이 이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한다.

 오펜하이머 나이 41세 때 그 이름도 유명한 ‘맨해튼 프로젝트’ 로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 허허벌판에서 최초 원자폭탄실험에 성공한다.

 

 크기가 보통 사람의 키 정도이고 위로 약간 타원형 같은 이 원자폭탄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실제 투하한 곳이 바로 1945년 8월 6일 일본의 히로시마인데, 투하된 원폭 이름이 꼬마(Little Boy 리틀 보이)로, 20여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의 항복이 없자, 3일 뒤 8월 9일 미군은 나가사키에 플루토늄 기반 내파 방식의 뚱보(Fat man 횃맨)라는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7만 여명이 사망함과 완전 불바다가 되었음을 보고, 개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원이 들어간 원폭의 결과를 일본에서 결정적으로 확증했다.

 

 히로히토 일본천황은 드디어 8월 15일 정오 연합국(미국. 영국. 소련.)에게 라디오 방송을 통해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그 당시 원폭을 15개 만들었는데, 만일에 일본이 항복하지 않으면 일본 전역에 계속 투하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일본이 무조건항복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세계지도에서 일본은 없을 것이었다.

 미국이 일본 본토에 원자폭탄을 투하 하지 않았다면 일본 히로히토 천황은 은 절대로 항복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우리 조선이 해방되지 못했을 것이다. 천황이 항복하기까지의 내용은 복잡하지만, 그 당시 우리 조선으로서는 오펜하이머가 구원투수요 구세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핵무기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가는 오펜하이머가 남긴 유명한 말에서도 볼 수 있다.

 “이제 나는 죽음, 그리고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

 그의 책 ‘하나의 세계, 아니면 멸망’ 이라는 책에서 원자폭탄은 공포의 흉기라고 말하고 있다.

 

 2022년 현재 원자폭탄을 만들어 가지고 있는 나라는 9개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며, 수소폭탄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5개국(미. 러. 영. 프. 중.)이다. 전쟁의 마지막 카드는 원폭이라 할 수 있을진대, 그래서 핵을 가진 나라들은 힘이 있는 나라라고 자부하는 걸까?

 오펜하이머는 인간의 욕망과 과학의 힘, 윤리적 고뇌와 탐욕 속에서 과학자라는 죄를 알았다고 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줄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로,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오펜하이머는 63세에 인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구의 종말은 핵폭탄으로 끝나는 것일까? 다시 오신다는 예수님은 왜 안 오시나? 납덩이처럼 착잡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2023. 9. 13.)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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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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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하지감자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보나마나 하얀감자

 

 권태응 씨의 동시 “감자 꽃”이다.

 어릴 적 보았던 하얀색 혹은 자주색 꽃이 핀 감자 밭이 눈에 선하다. 밭고랑을 조랑말처럼 뛰어다니며, 그 예쁜 감자 꽃을 따서 목걸이를 만들어 하고 다녔던 내 유년의 시절, 어머니는 감자 꽃을 따주어야 감자가 실하다고 하셨다.

 올해 2023년 6월 21일경이면 하지(夏至)라 하여 낮 시간이 1년 중 가장 긴 날이다. 정확하게 14시간 35분이라고 한다. 절기를 만든 사람은 명나라 말기 때 예수회 선교사로 온 마태오 리치(Matteo Ricci)라는 서양 사람이다. 절기는 양력으로 한 해를 24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으로, 평균 한 달에 두 번의 절기가 들어있다. 24절기 표를 보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 때쯤이면 어머니는 텃밭의 감자를 캤는데, 하지 때 캐는 감자라 하여 ‘하지감자’라 했다. 햇감자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나면 젓가락으로 쏙 찔러보아 쑥 들어가면 잘 익은 것이다. 햇감자를 쪄서 한 소쿠리 담아 꽃소금과 김치를 마루에 갖다 놓으시며 우리들을 부르신다.

포슬포슬한 뜨거운 감자를 후후 불면 엄마의 젖 냄새 비슷한 진한 감자냄새가 지금도 내 인생의 향기로 남아있다. 햇마늘 찧어 넣은 감자수제비며 마늘, 멸치, 고추장 풀어 얼큰한 감자탕은 일미였다. 그 당시 구황식물의 대표주자는 역시 감자였다.

 대개 장수하는 사람들의 주식이 감자이고, 면역력이 저하되었다면 감자로 보충하라는 말이 있다. 익혀도 비타민 C가 사과보다 3배나 많다는 감자, 칼륨(kalium, potassium)이 많아 혈압조절, 신경기능을 활성화시키며, 항암효과도 높다는 감자, 감자의 식이섬유는 변비에 좋고, 노폐물과 독소, 나쁜 콜레스테롤 등을 저하시키며, 피부미용에 탁월, 종합 비타민 같은 ‘감자 예찬’을 하려면 끝이 없겠다.

 쪄서 뜨거울 때 먹으면 그토록 맛있는 감자를, 많이 먹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먹고 싶은데, 나이 들면서 뜨거운 감자를 많이 먹으면 당 수치가 쑤욱 올라가니 그게 문제다.

 혈당이 쑥 올라가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감자를 쪄서 식혀 냉장고에 5-6시간 넣어 차갑게 한 후 다시 데워서 섭취한다면, 감자의 탄수화물이 저항성전분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항성전분이란? 소화에 저항하는 전분이란 뜻인데, 저항성전분은 소화가 느려 포만감이 지속되고,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한다고 한다.

맛은 좀 떨어진다. 밥을 해서 식혀 냉동시켰다가 데어 먹으면 줄어있던 칼로리가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같은 원리이다.

 참말로 내가 좋아하는 후렌치후라이! 특히 입속에서 살살 녹는 코스코의 후렌치후라이! 기름에 튀긴 것은 더 좋지 않다며 혈당이 쑤욱 올라가니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먹어도 괴롭고, 안 먹어도 괴롭다. 그토록 먹고 싶다면 맛있게 실컷 먹고, 한 끼나 두 끼 굶으면 된다. 그 정도야 각오해야지. 혈당? 올라가면 내리면 되지 않는가?

 내가 아는 분은 친구 집에 갈 때면 미리 해두는 말이 있단다. “나 감자 좋아하는 거 알지? 좋은 감자 좀 많이 사놔, 감자만 있으면 먹거리 신경 안 써도 돼” 건강해 보이는 그분은 감자를 많이 먹어서인가?

 토론토에서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슈퍼마켓에 가든지 감자는 기본으로 있으며, 가장 싸게 판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식품은 값이 싸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감사한가! 면역력 쑥 올리는 하지감자!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보리라. (20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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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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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목 척추협착증

 

고치기 어렵다는 목 척추협착증을 나 스스로 고쳤다는 이야기다. 몇 달 전부터 좌우 어깨에서 팔까지 가벼운 전기가 흐르듯 간헐적으로 저려왔다. 이게 뭐지? 아픈 것도 아닌데 고개만 갸우뚱했다.

양팔을 위와 옆으로 마구 돌리며 움직이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날이 갈수록 절절거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주변에 여러 사람들에게 증세를 말하니 하나 같이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나이 많으신 분들께도 말해보니 글쎄! 하며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서 그런가? 정도였고 결국 모른다는 것이었다.

도움이 될까 하여 어깨 마사지도 받아보고 카이로 프랙터 한테 가서 치료도 해보았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침도 여러 번 맞아보고 어깨 부위에 부황도 떠서 피도 빼보았으나 그 역시 효과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병을 앓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희귀병인가? 병명도 모르거니와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아프기도 하다. 이런 증세가 왜 오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모르면 의사한테 먼저 가 봐야지 왜 엉뚱한 사람들에게만 물어보는가? 나 자신 참으로 한심했다. 아무튼 의사를 만나 내 어깨의 현상을 말하니 즉시 벽의 그림을 가리키며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목 척추협착증! 그게 왜 생겼느냐고 하니, 나이 들면 어깨가 점점 앞으로 굽어지면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라고 한다.

요즘 컴퓨터나 핸드폰, 신문이나 책 읽는데 고개를 숙이고 보게 되니 목이 거북목처럼 되고, 목 척추가 협착되니 뼈 사이의 신경을 눌러서 절절거린다고 하며 심하면 무척 아프다고 했다. 이해가 되었다.

고치기는 어렵고 약은 통증완화제라고 하며 한 달분을 처방해주었다. 약국에 와서 물어보니 쉽게 말해서 신경통진통제라고 했다. 이 진통제는 이제 먹기 시작하는 것이어서 가장 약하다고 하며 이 신경통이 낫지 않고 심해지면 약의 세기를 점점 높여야 한다고 했다.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 약을 아주 세게 드신다고 했다. 그러면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느냐고 하니, 어깨 아픈 것이 낫든지 세상 끝날 때까지 먹어야 한다고 한다. 오마이 갓!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약은 먹기 싫고 주역에도 나온다는 이 말, 궁하면 통한다고, 양 어깨가 절절거리는 병의 원인이 어깨가 굽어지고 거북목이 되어서 그렇다니까 굽어진 걸 펴면 될게 아닌가? 왜 길을 두고 뫼로 갔던가? 이제 다른 세상이 다가온다. 못 고쳐? 왜 못 고쳐! 못 고치는 게 어디 있어? 염불처럼 혼자 중얼거렸다.

그 동안 여러 사람이 어깨 좀 펴고 다니라고 일러줬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별로 신경을 안 썼던 등이 굽기 시작한지도 몇 년 된 것 같다.

구부러진 등을 반대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양 어깨를 뒤로 제치고 고개를 뒤로 하며 위로 빼는 운동을 하자. 이 자세는 12년여 전에 스포츠 댄스 배울 때 기초로 배운 자세다. 바로 이 자세를 하면 되는 것이다. 제일 쉬운 방법은 화장실 입구 기둥 양쪽을 붙들고 가슴을 앞으로 내미는 운동을 수시로 하는 것이다. 최하 12번, 24번, 48번씩을 틈만 나면 내 구령에 맞추어 했다. 그러면 허리 척추도 앞으로 내밀게 된다. 옆에서 보면 S자 모양이 되도록 .

자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든 병은 잘못된 자세에서 온다고, 목 척추협착증? 자세를 고치면 낫는다. 병명을 일러준 의사가 고마웠다.

힘이 드나? 돈이 드나? 시간이 걸리나? 약을 먹나?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몇 번이라도 하면 되는 것이다. 참고로 가끔 일어서서 가슴에 두 팔을 X 자로 얹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2분- 3분만 있어도 도움이 된다. 내 병은 내가 고쳐야지 누가 고쳐주나? 진작에 이렇게 할 일이지 왜 몰랐던가?

절절거리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거의 한 달이 되어갈 무렵 기적같이 99% 정도가 나았다. 물론 이 운동을 계속 해야겠지만 약 안 먹고 낫지 않았나? 원인을 알면 결과가 보인다. 어이없게도 병명을 알고 거의 고친 후, 유튜브에 보니 목 척추협착증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나와 있음을 보았다. 원리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보겠다. 몰라서 못 산다는 말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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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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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목련화는 피었는데

 

 시인이요 소설가인 박성민 씨가 세상을 떠난 지도 보름이 넘었다. 어쩌자고 우리 동네 목련화는 작년보다 더 예쁜 봉오리로 쏙쏙 올라오고, 가지각색 꽃들은 왜 다투어 피어나는가?

 성민 씨는 꽃 사진 찍기와 애기들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꽃피는 시절이면 늘 카메라를 들고 나이아가라 폭포며 공원, 비치 등으로 혼자서도 잘 돌아다닌다. 어느 때는 우리 동네 목련화가 장관이라고 일러주면, 열 일을 제쳐놓고 쫓아와서 사진을 찍는다. 활짝 핀 꽃보다 봉오리가 더 예쁘다는 성민 씨!

 꽃이 지면 안 된다며 꽃 사진 찍는 일만큼은 부지런을 떨었다. 우리는 사진 찍는다고 토론토의 에드워드 가든, 제임스 가든 등을 쏘다녔다.

 헬렌님, 이건 노란제비꽃이에요, 원래 보라색이지만 노란색도 있어요, 아 그래? 난 제비꽃 노란색은 처음 보네, 꽃말이 뭔지 아세요? 몰라. 순진한 사랑이에요, 이 꽃은 아네모네 꽃이에요, 색깔이 여러 가지인데 은근히 화려해요, 꽃말을 아세요? 꽃도 처음 보는데, 꽃말을 어찌 아나? 고독이래요, 노래가 있잖아? 이미자의 노래 아네모네를 흥얼거리면 성민 씨의 눈은 아네모네 꽃에 눈빛이 꽂힌다.

꽃잎이 4장으로 된 이 흰 꽃을 아세요? 처음 보는데? 산딸 나무 꽃인데요, 꽃말은 견고함이래요, 예수님의 십자가를 만든 나무라고 해요. 아 그래? 처음 보고 처음 듣는 말이다. 마가 목으로는 지팡이를 만든다 하고, 비자나무로는 바둑판을 만든다는 데, 알아요? 성민 씨는 그건 처음 듣는다고 했다.

 나도 꽃 이름을 많이 안다 생각했는데, 나 모르는 꽃만 콕콕 집어서 물어보니 코너에 몰리다가 이 빨간 꽃 이름 알아? 각시 꽃이야, 하니 명자 꽃이라고도 해요, 매자보다 명자가 먼저 알아냈다고 해서 명자 꽃이라고 해요, 꽃말은 새색시의 수줍음, 열정이에요. 성민 씨와의 꽃 이야기를 쓰려면 한이 없겠다.

 성경에 가장 작은 씨앗으로 겨자씨를 말씀 하셨는데, 양귀비 씨도 작고요, 담배 씨가 작으며, 채송화 씨가 더 작고, 상추 씨가 제일 작아요. 세상에 별것을 다 아네.

 토론토에서 다문화 축제가 열리면 어디든지 쫓아가서, 뙤약볕에서도 하루 종일 그들과 함께 즐기며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캐리비안 쪽으로 바캉스 다녀온 사람처럼 검게 탄 얼굴로 다니면 분명 어떤 축제에 다녀온 것이다. 이야기 하다 보면 참으로 아는 게 엄청 많아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 부른다.

 돌이켜 보니 정말 좋은 문우였음은 늘 나의 글에 대한 코치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필이랍시고 글을 써서 봐달라고 하면,

“제목하고 내용이 맞지 않잖아요?” 혹은

“여기에 이 말은 왜 들어간대요? 이 말을 왜 써요? 뜬금없이”

“제목대로 글을 끌고 가세요.”

“기승전결에 안 맞잖아요?”

“이 말은 앞에 있는데, 왜 또 써요? 그 말이 그 뜻인데 중복되잖아요?”

“이런 설명 필요 없어요, 사람들 다 알아요.”

“쉽게 써요, 술술 읽혀지게요, 무슨 논문 써요?”

“될 수 있으면 순수한 우리 한국말을 써요, 우리 한국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이 많아요? 영어나 흔히 쓰지 않는 사자성어, 혹은 속어라든지 신조어 같은 말을 억지로 쓰지 말고요.”

“아이고 오지랖 넓은 우리 헬렌님 못 말려요, 그런 일 신경 쓰지 말고 책 읽고 공부를 하세요, 글을 쓰세요, 요즘 세상 공부하기가 얼마나 좋아요, 인터넷에 다 있고 캐나다 땅에 있어도 한국문학 책을 얼마든지 구입해서 읽을 수 있잖아요?”

“글을 썼으면 지면에 발표하세요, 발표를 안 하면 일기예요, 혼자 가지고만 있으면 사장되는 거예요, 다행히도 토론토엔 일간지, 주간지 등 지면이 많은 것은 우리 글 쓰는 사람들한테는 참 좋은 거예요, 일간지나 주간지가 자꾸 없어지니까 어서 좋은 글 써서 지면에 내고 책도 더 내세요.”

“헬렌님은 소재가 다양하고 독특해서 금방 눈에 띄어요, 남들이 생각지 못한 것들도 글로 쓰다니 놀랍기도 하고 부러워요, * * 글은 진짜 잘 썼어요, 공부 많이 하셨네요, 공부를 하고 쓴 글인지, 안하고 쓴 글인지는 금방 알아요, 캐나다와 한국을 사랑하며 정의에 불타고 솔직하며 용감하게 글을 쓰시는 여장부 헬렌님을 정말 좋아합니다.“

칭찬에 인색한 성민 씨가 칭찬을 해주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글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 등 정곡을 찌르는 귀한 말들도 많이 해 주었다.

 우리 동네 목련화는 피었는데 요란해야 할 꽃 잔치가 절간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동네 길을 혼자 걷다 보면 꽃들이 웃어도 슬프게만 보인다.

좀 더 살고 가도 되는데, 살다 말고 왜 후다닥 가는지? 목련화는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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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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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박성민 님을 보내며

 

 문우 박성민 씨가 2023년 4월 8일 새벽 3시에, 한 많은 지구별에서 68년을 살고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성민 씨는 올해 1월 말경부터 감기 들었다고 하더니, 검사결과 코로나는 아닌데 한 달이 지나도 낫질 않아서 가정의한테 갔습니다. 독감이라며 X-레이를 찍어보니 폐는 괜찮다고 했는데.

 며칠 후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한 달 만에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져 4일 만에, 정말 안타깝게도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이게 웬 일인가요? 이렇게 어이없이 생의 마침표를 찍다니요.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소설가요 시인으로 평생 글 쓰는 일에만 전념했습니다. 만나면 문학에 관한 이야기만하며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합니다. 시간이 아깝다고.

 커피타임을 갖던, 전화를 하던 그가 생전에 늘 저에게 한 말들이 생각납니다.

“헬렌 님 그런 얘기 그만하고 글이나 쓰세요.”

“그런 일 신경 쓰지 말고 책 읽고 공부합시다. 요즘 공부하기가 얼마나 좋아요, 인터넷에 각종 정보 다 있고요, 캐나다 땅에 앉아있어도 얼마든지 읽고 싶은 한국의 문학책들을 구입해서 읽을 수 있잖아요?”

 소설가 K씨는 박성민 씨의 시들은 참으로 맑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깨끗하다며 어쩌면 그런 맑은 시를 쓸 수 있는지? K도 그런 맑은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합니다. 깨끗하고 맑은 글.

 올해 2023년 초, 성민 씨 희망은 뭐예요? 하고 물으니, 시는 다 준비됐다며 3번째 시집을 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목이 뭐냐고 하니 “아직 못 정했어요, 헬렌님이 정해주세요”라고 했어요. 형편이 되면 소설집도 내보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주로 단편소설들과 꽁트를 많이 썼고 단편소설 ‘아리랑 식당’으로 재외동포상도 탔습니다. 시는 물론 써 놓은 많은 소설들을 책으로 엮지 못한 것이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성민 씨의 첫 번째 시집은 ‘블루어 연가’, 두 번째 시집은 ‘꿈꾸는 섬’ 입니다. 세 번째 시집을 내지 못한 채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성민 씨는 문학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이 줄줄 풀려 나오듯, 끝이 없는 문학세계 이야기로 신이 오르면서 얼굴에 함박꽃이 피어납니다.

 그동안 그의 속에 농익은 것들을 다 쏟아내야 하는데, 이제부터 시작인데, 원도 한도 없이 글을 써야 하는데,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글, 가슴속에 있는 것들을 다 글로 써야 하는데, 세상에서 다 쓰지 못했는데, 글 쓰다 말고 어딜 가나요? 쓴 글들을 묶어야 하는데 묶다 말고 왜 눈을 감나요?

 성민 씨는 자장면과 생태매운탕을 좋아했지요. 꽃 사진 찍기, 아가들 사진 찍기를 즐겨 했지요. 다문화 축제가 많은 토론토, 어느 축제든 쫓아가서 구경하며 사진 찍기를 거의 빠지지 않았지요. 이제는 사진작가라 할만큼 사진도 잘 찍는데, 올 봄엔 꽃 사진 찍으러 어디 어디 가자고 약속도 했는데, 사진 찍다 말고 어딜 가나요?

 성민 씨와 대화하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문학세계. 문학 활동, 문인 등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문학세계의 뉴스나 시사에도 상당히 박식합니다. 그는 진정한 문학인이었습니다.

 항상 미디움 블랙으로 뜨거운 커피를 소중한 듯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커피 향 속에 젖어 천천히 음미하며 보약처럼 마셨습니다.

 술, 담배를 오랫동안 즐겼지만 담배는 2년 전에 끊었지요. 토론토대학 영문과를 나왔고, 남매를 두었는데, 둘 다 토론토에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준비해 둔 묘지, 성민 씨는 엄마 옆에 고이 잠들었습니다.

 남의 말 할 시간이 있으면 “글이나 써요,”라는 명언을 남긴 채.

어느 그리운 사람 있어 이른 새벽 영면에 들었는지요? 성민 씨, 이제는 아무 걱정 말고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202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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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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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4
미나리와 놋그릇

 

요즘 카톡으로 날아다니는 소식이 있다. 미나리를 날로 먹지 말라는 것이다. 미나리는 향기가 특이하지만 한국인들이 좋아해서, 고기 종류의 음식과 함께 즐기며 때로는 생으로도 먹게 되는 채소다.

한국의 미나리 종류는 밭 미나리, 들 미나리, 돌미나리, 불미나리 등 몇 가지되지만, 주로 미나리꽝이라고 하는 논물에서 재배하는데, 거머리가 득실대어도 베어내면 또 자라고 베어내면 또 자라며 그 향기를 잃지 않고 죽죽 큰다. 참 신비하다. 연꽃도 썩은 물에서 자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 않는가.

미나리에는 거머리나 기생충들이 많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브리오균 때문에 날것으로 먹으면 담관암(膽管癌)의 원흉이 된다고 한다. 담관암이란? 간 내 담관에서 발생하는 샘암종(adenocarcinoma)으로 걸리면 생존율이 낮다는 암이다. 위산에서도 잘 안 죽고 보통 기생충 약으로는 퇴치가 어렵다고 하니, 절대로 알고 있는 이상 생으로 먹을 수는 없겠다. 팔팔 끓인다면 그것들이 즉사하겠지.

한국의 경남 합천 해인사 근방에 언양이라는 곳이 있다. 언양 미나리는 예전에 임금님께 진상하던 미나리란다. 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로 깨끗한 논에서 키워 해인사 스님들이 주로 드신다는데, 해독작용은 물론 수도승들의 정신을 맑게 한단다.

어느 해인가 음력 초파일에 해인사를 찾는 불자들에게 언양 미나리로 잔칫상 베푸는 걸 보았다. 미나리나박김치는 기본, 삶아 무치기도 하고, 겉절이도 먹어보았는데, 사각사각 씹는 그 연한 식감(食感)과 미나리 향에 감탄이 끊이질 않았던 추억이 있다. 과연 임금님께 진상하던 미나리라는 걸 그때 실감하고 확인했었다. 또한 미나리는 체내의 중금속을 흡착하여 배출하는 기능이 뛰어나다고 하니,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좋은 채소임에는 분명하다.

어릴 적에 엄마는 이른 봄 미나리를 사오시면, 우물가에서 놋 양푼에다 물을 담고 미나리를 물에 잠기게 넣으셨다. 잠시 후 작은 막대기로 미나리를 헤치고 보면 크고 작은 거머리들이 놋 양푼 바닥에 떨어져 죽어있는 걸 보았다. 우리의 조상들은 놋그릇에 미나리를 담아 거머리 제거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았을까?

예전에는 집안에 놋 양푼은 물론, 꽃문양이 그려진 삼발이 놋화로, 놋대야, 놋요강, 놋 주걱, 놋 국그릇, 놋 밥그릇, 놋접시, 놋수저, 놋젓가락, 제사 지낼 때 쓰는 모든 제기 등, 다 놋으로 만든 그릇들이었다.

놋그릇은 얼마 동안 사용하면 얼룩이지고 색깔이 파란빛도 띠며 거무죽죽 변하여 모양새가 추해진다. 명절을 앞둔 때에는 일할사람을 불러서 가마니를 펴 놓고, 볏 집을 돌돌 말아서 수세미를 삼아, 불을 땐 후 나온 재나 기왓장 가루를 묻혀 놋그릇을 닦게 했다. 그러면 황금색으로 반들반들한 새 놋그릇으로 변하는 걸 보았다.

엄마는 기품 있는 귀한 황금빛 놋 밥그릇에 밥을 담고 놋대접에 국을 떠서, 할머니와 아버지께 밥상을 차려 올리면 음식 맛이 더욱 맛있다고 하시며 좋아하시던 기억이 있다. 역시 추운 설날 놋 국그릇에 뜨거운 떡국이나 고깃국을 떠드리면, 다 드실 때까지 식지 않아서 좋다고 하시며 맛있게 드시고, 더운 여름에 냉국수나 냉면을 해드리면 다 드실 때까지 시원하게 드시는 걸 보았다.

놋그릇은 보온, 보냉 효과가 있어 찬 음식은 차게,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그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 특히 한식에 잘 어울리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겁고 닦아 쓰기가 힘들어서 그랬는지, 놋 주걱 하나 빼놓고는 놋그릇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어느 날 없어졌고, 놋 양푼 대신 스테인리스로 된 큰 양푼이나 혹은 플라스틱 큰 그릇에 물을 담아, 미나리를 넣고 그 위에 놋 주걱 올려놓는 것을 보았다. 역시 놋 주걱의 구리성분 때문에 거머리들이 죄다 바닥에 숨 끊어져 있었다.

요즈음은 놋그릇이 귀하다 보니 식초 물에 미나리를 담가 놓아 거머리들을 잡는다. 거머리는 미나리 속대에 붙어 살기도 해서 철저히 색출해내어 처형시키지 않으면 담관암에 걸릴까 신경 쓰인다.

우리의 조상들은 어찌 놋으로 그릇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놋은 정확하게 구리 78%와 주석 22%의 비율로 만든다고 한다. 이런 비율을 찾아냈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78:22 이 비율이 맞지 않으면 강한 놋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성경 구약 출애굽기에도 놋을 여러 군데에서 언급한 걸 보면 놋의 역사는 인류시작과 함께 꽤 오래 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는 놋그릇만을 쓴 이유가, 놋그릇은 숨 쉬는 그릇이라 하여 신선도를 유지하고, 그릇 자체에서 살균효과를 내는 것은 구리성분이라 하며, 독극물이 들어가면 색이 변하는 똑똑한 그릇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은수저도 그런 것처럼 과학적으로 세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우리의 조상들은 참으로 영특했다.

코로나로 손 씻기를 자주해야 하는 이때에,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시설로 병원이나 공항, 어린이 집의 손잡이들을 구리로 하면 감염을 차단하고 세균증식을 막는데 도움이 된단다. 구리는 박테리아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박멸에도 살균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전통 놋그릇을 ‘유기(鍮器)’라고도 하는데, 한국의 경기도 안성에 지금도 한국의 전통문화 유기의 맥을 이어가는 ‘안성맞춤 명장 1호’로 선정된 이종오 라는 분이 인터넷에 떠있는 걸 보았다. 예로부터 안성은 유기를 주문하면 손님마음에 쏙 들게 만든다고 해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거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른 봄 연한 햇 미나리 속대를 많이 썰어 넣고 나박김치를 담으면 동동 뜬 미나리 속대만 골라 먹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아삭아삭 하며 어찌나 그 향기가 좋았던지 지금도 그 향을 못 잊어,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지만 늘 한국미나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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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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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소원(所願)

 

 요즈음 운동으로 기본 중에 기본은 걷는 일일 것이다. 돈이 안 들어서 좋고, 날씨와 길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COVID-19 와중에도 사람이 많지 않은 길로, 맑은 산소를 마시며 걷는다는 것은 아주 상쾌한 일이다.

 

 나에게 걷는 시간만이 자유롭고 즐거운 것은, 핸드폰의 유튜브와 컴퓨터에서 해방되고, 하루 한번 하나님과 교통하는 유일한 시간을 누리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참으로 복된 시간임으로.

 

 다리는 걷고 있지만, 헝클어진 마음을 정리하고 무릎 꿇는 심정으로 기도하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고 넘치는 감사를 한 다음, 속죄 사항을 낱낱이 아뢰며 용서를 빌고, 소원을 말하면 주님은 즉시 평안을 선물로 주신다.

 

 나에게도 소원이 있다. 새해라서가 아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소원이다. 고희를 넘은 이제 고백하지만, 돈도 아니고, 명예는 더군다나 아니며, 자유? 그것도 지났고, 글다운 글을 잘 써보고 싶은 것이 소원인데, 왜 글을 택했는지? 돈도 안 되고 밥도 안 되는 글을, 동네 길을 걸으면서 그 소원을 원주민의 기도로 간구하는 것이다.

 

 어느새 머릿속에선 어떤 글들이 돌아간다. 이런 제목으로 또는 저런 내용으로 글을 꼭 써 봐야지 다짐하면서 걷는다. 유튜브에서 보니 “글을 잘 쓰려면” 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도 많다. 몇 강의를 들어 본 결과 나 나름대로 간추려 본다면, 포기 하지 말고 정성으로 계속 쓰라는 것이다. 정성으로.

 

 정성(精誠)이란? 국어사전에 보니 참되고 성실한 마음 이라고 되어있고, 어학사전에 보니,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 되고 성실한 마음 이라고 되어있다. 다른 말로 바꾸면 혼신의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이 정성이란다. 혼신과 진실, 성실이 나온다. 거기에 순수한 마음과 참된 마음이라니.

 

 무엇이든지 이루고자 한다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참되고 성실하고 지극한 정성을 다하라 한다. 정말 무거운 단어들이다. 그렇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 얼마나 될까.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데 참 어렵게 가르치는 것 같다.

 

 글을 잘 쓰려면? 결국은 잘 살아야 한단다. 잘 산다는 것은 올바로 산다는 뜻이며, 올바로 살아야 올바른 글이 나온다는 말이다. 삶이 곧 글이고, 글은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단어 한 단어가 양심에 걸린다. 어쩌면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알면 알수록 글쓰기가 무섭게 다가온다. 글쓰기가 힘든 것은 올바른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무엇인가 성취하고 얻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이룰 것이다. 글을 써 본다는 것? 수많은 갈등과 번민, 망설임, 좌절과 절망, 체념과 포기, 그리고 후회 등, 그 속에서 넘어지고 주저앉고 엎어졌지만 일어나야 한다. 욕심을 다 내려놓고 삶을 바로 잡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면 더 강해지는 법. 나 스스로 외로워도 앞으로 가! 이다. 내가 나에게 글쓰기 응원을 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생은 노력한 만큼의 가치는 있는 것이니, 정성을 다해서 계속 글을 써보려 한다.

 

 주님이 내 등을 밀어 주심을 확실하게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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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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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8
퉁퉁장 예찬


 날씨가 쌀쌀해지니 예전에 엄마가 해주셨던 퉁퉁장 생각이 간절하다. 중고등 학교 다닐 때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초겨울 추운 날 저녁 무렵 집에 들어가면 먼저 퉁퉁장 냄새가 나를 반긴다. 식구들이 밥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퉁퉁장 찌개 냄새 속에, 하루의 이야기꽃을 피우던 추억이 새로워지는 연말이다.

 엄마는 퉁퉁장을 요리할 때 두부라든지 총총 썰어 넣은 신 김치 등, 내용물이 많아 자박 자박하고 톱톱하여 끓을 때 퉁 퉁 퉁 퉁 소리가 난다 하여, 나의 고향 충남 보령에서는 퉁퉁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전쟁 당시 단기 숙성으로 제조하여 먹을 수 있게 만든 장이라 하여 전국장(戰國醬)이라고 했다 하며, 청나라에서 배워온 것이라 하여 청국장(淸國醬)이라고 했다는데 지금은 청국장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 되었다.

 월동준비로 김장을 할 때쯤이면 의례히 엄마는 퉁퉁장을 만드셨다. 햇 메주콩을 불렸다가 푹 삶아 베보자기를 깐 소쿠리에 건져서 또 다른 천으로 소쿠리를 감싼 후 깨끗이 씻어 말린 볏짚 조금과 함께 헌 이불이나 담요로 덮어서 아랫목 한쪽으로 따뜻이 2-3일 모셔둔다. 퉁퉁장 띄울 때 쓰는 전용 헌 이불이나 담요는 가끔 햇볕 좋은 날 일광소독을 하여 모셔 둔 이유다.

 콩에서 끈적끈적한 실 모양의 진이 많이 나오면 잘 발효된 것이니 소금,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등을 찌개 해 먹을 때 좋을 만큼 넣고 잠깐 찧어서 항아리 같은 그릇에 넣어놓고, 먹을 만큼씩 꺼내어 손 쉽게 퉁퉁장 찌개를 해 먹어 왔음을 보아왔다.

 된장찌개 끓이듯 오래 끓이면 효능이 감소된다하여 잠깐 끓이는데, 끓이는 요령이 필요하다. 청국장만 빼 놓고 넣을 것은 다 넣고 끓이다가 맨 나중에 따뜻한 물에 개어 놓은 청국장을 넣어 5분 이내 정도로 끓이는 것이 효소를 살리는 길이란다.

 엄마는 “이 퉁퉁장은 오래 끓이는 게 아녀, 오래 끓이면 좋은 성분이 다 죽는대” 하셨다. 퉁퉁장 속에 살아있는 좋은 무엇이 들어있는 것을 엄마는 아셨다, 과학적으로 설명하진 못해도.

 청국장은 즉 콩을 발효시킨 음식인데 단백질의 발효형태인 아미노산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흡수율이 높다고 한다.

 특히 청국장엔 레시틴 성분과 사포닌 성분이 많아서 나쁜 콜레스톨 수치를 내려 주며, 암세포 전이도 막아주고 면역력도 올려준다 한다. 뇌졸중, 빈혈방지, 치매예방, 골다공증 예방 결국 젊음도 유지시켜 주는 등 그 좋은 효능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고도 탁월하단다.

 퉁퉁장을 많이 먹고 자라서 70 넘어 까지 건강을 유지한 걸까? 냄새가 좀 그래서 그렇지 만병통치 건강음식 최고의 청국장! 극찬을 아무리 많이 해도 넘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되는 음식이 있어 빨리 먹어야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몸에 영양을 주는 발효음식이 있다. 사람도 여기에 비교할 수 있겠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되어 가는 사람인가? 잘 익어 발효되는 사람인가? 순간순간 생각이라는 것을 깊이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여 당당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일진대, 나는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성공과 실패가 좌우될 것이니 특별한 혜안이 요구된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런 발효음식들이 몸에 참으로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간장, 된장, 고추장은 물론 햇 메주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었고, 된장이 나오기 전에 메주가루로 급히 해먹는 담북장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역시 메주가루로 만드는 집장이라는 것도 있는데 집장은 내 고향 보령의 특산물이다.

청국장! 그렇게 좋다는 청국장! 이제는 옛날식으로 해 먹을 수가 없다. 유튜브에 보니 청국장 만드는 법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집에서 청국장 쉽게 만들기, 집에서 만드는 초 간단 청국장 만들기, 냄새 없는 청국장 만드는 법, 전기밥솥에 하는 수제 청국장 만들기, 깔끔한 맛의 손쉬운 청국장 만들기, 집에서 하는 전통방식 청국장, 전기방석에서 청국장 만들기, 오븐으로 만드는 청국장 등, 정보가 수없이 많이 나와 있으니 어느 것을 택하든 해 볼만 하다.

제일 쉬운 것은 토론토의 한국식품점에 가면 만들어져 나와 있다. 사다가 해 먹기만 하면 된다. 외국 땅에 나와 있어도 오리지널 한국식으로 사는데 부족함 없는 세상이 되었다. 어떻게 하든 구수하고 맛있는 청국장을 많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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