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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Heather Lee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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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eounglee
이혜경
5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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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기억 속의 먼디 파크(Mundy Park)

 

 


 
기억 속의 먼디 파크(Mundy Park)

 

 

 

 


기억 속의 그 곳엔,
포근한 눈이 넉넉하게 쌓여도 한나절이면 녹았다.
그래서 눈이 오면 잽싸게 눈사람을 만들었다.
키 큰 눈사람을 만들어도 저녁이면 다 녹아버렸다.
어린 아들은 눈사람이 말없이 떠나버렸다고 소리내어 울었다.
땅바닥에 달랑 남아 있는 당근을 보여주며
코를 두고 간 눈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기억 속의 원시림,
먼디 파크엔 호수가 두 개 있었다.
로스트 레이크와 먼디 레이크.

 

로스트 레이크엔 갓 태어난 거북이들이 바둥바둥 헤엄치고 있었다.
귀를 먹게 할 정도로 조용했던 숲,
그런 절대무성(絶對無聲)의 세계가 참을 수 없어 호수에 돌을 던지면 
‘퐁’하는 소리조차 완벽한 정적 속에 묻혀버렸다.
무리지어 놀던 어린 거북이들만 괜스레 흩어놓았다.


 
빽빽한 수림(樹林)을 뚫고 화살처럼 쏱아지는 햇살 사이로 
자전거 페달을 힘겹게 밟으며 달리다 보면 먼디 레이크가 나타났다.
태고의 호수였다.
빈틈없이 솟아 있는 침엽수림이 수면을 중심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었다.
호숫가에서 소리를 지르면 농도 짙은 숲이 메아리를 먹어버렸다.


 
안개비가 스며드는 어둑어둑한 해거름엔 
고목나무 꼭대기에 눈이 큰 부엉이가 침울하게 앉아있었다.
하나 둘씩 주워 모은 도토리를 떨어뜨리면 청솔모가 잽싸게 물고 달아났다.
나는 도토리를 빼앗기고 우는 아이를 달래야만 했다. 


 
곰이 나온다는 그 숲에서 곰을 만나지는 못했다.
다만 보너스로 사슴이 마을 어귀에 나타났을 뿐이었다.

 

떠나온 그 곳이 그리워지는 것은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15-02-27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yekeounglee
이혜경
58061
10292
2017-05-17
타마라코타 호수의 여명

 

타마라코타 호수의 여명
 

 

밤새 타던 나무가 
하얀 재로 
어둠에 굴복할 무렵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선으로 
점화되기 시작하는 산!

 

그 실루엣이 피빛이다.

 

기다림 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던 태양이
호수에 핏방울 떨구니

 

잠자던 숲이 밤새 얼었던 몸을 떨며 
푸스스 기지개를 켠다.
호수를 끓이던 태양이 
하늘을 달구기 시작하는 순간
쏘아대듯 방향없이 질주하는 빛;
새롭게 뛰는 동맥으로 

 

산은
새날을 연다.


-퀘벡 Mille-Iles 호수에서-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hyekeounglee
이혜경
58070
10292
2015-03-06
강아지 네마리가 태어났어요!

 

 

 

동생들은 모두 새주인을 만나서 갔답니다.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 알파는 새주인 앞에 가서 납작 엎드려서 꼬리까지 흔들더라구요. 바보같이...  엄마랑 헤어지는 줄도 모르고... 새주인인 중국 소녀가 알파한테 반했거든요.


빽빽이는 빽빽거리지도 않고 인도 오빠랑 누나를 따라갔네요. 솔저는요, 백인 가족이 아주아주 먼 세인트 캐서린에서 와서 멋진 집에다 넣고 왕자님같이 모셔갔어요. 다들 사랑 받으며 갔지만 엄만 넘 슬퍼서 밥도 못먹었어요. 루카스 오빠도 몰래 눈물닦는거 봤다니까요.

 

누구나 각자 자기가 갈 길이 다르대요. 가야할 땐 주저없이 과감하게 가야하는 거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사는게 그렇다고 하네요. 저도 곧 가게 될 것 같아요. 각자 자기 길을 가면서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못 만난다 하더라도 함께 즐겁게 놀던 시간은 항상 기억하고 있겠죠? 안타깝지만 이별해야해요. 안녕, 안녕, 안녕 ~ 

 

-2012년 아들을 위해 집에서 강아지 새끼를 낳아 기르게 했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 


원본: http://blog.naver.com/ocanadahk/3012912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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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eounglee
이혜경
58068
10292
2015-02-20
벽난로 앞에서

 

 


 
벽난로 앞에서


 
그리운 친구들이 온단다.
체감온도 영하 36도의 혹한경보에도 보고픈 마음 이기지 못해 
눈길 마다 않고 허위허위 미끌미끌~ 
레슬리에서 또 노스욕에서 
맑은 얼굴, 따스한 얼굴 하나 두울 픽업해서 함께 온단다. 
꼭꼭 닫아 두었던 벽난로 문을 열어 젖히고
포슬거리는 거미줄을 걷어낸다.
홈디포에서 급히 사온 불쏘시개 위에 장작을 올리고 불을 지핀다.
은은하게 퍼지는 연기향에 거실의 냉기는 금세 훈기로 바뀐다.
잘 마른 참나무가 타닥타닥 튀기며 신명나게 불길을 흔들어댄다. 

 

LCBO에서 월매 막걸리 구했다며 흥분한 친구를 위해 촛불을 켠다. 
가래떡 어슷어슷 썰어 넣은 떡볶이 뒤적일 때,
홍합탕 냄비는 구름같은 거품을 부글거리며 뽀얗게 김을 뿜는다.

 

눈쌓인 앞마당에 차 세우는 소리 들리자마자
다다다닥 발걸음, 
그리고 수선수선 도란도란 부시럭부시럭거리며
발그레한 얼굴들이 들어선다. 

 


안보이는 얼굴은?
안부 묻고 걱정한다.
세월과 함께 흐르는 것을 멈춘 친구를 그리워하고,
이 시간 쉬어야만 하는 몸져 누운 친구를 안타까워 한다.
좀 더 자주 만나야 하는데 ...

 

참나무가 춤을 추며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우리는 수다로 밤을 지샌다.

 


문 밖에서 회오리바람 소리가 길게 들려온다.

 

-겨울 밤에 찾아온 친구들과 함께,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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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58067
10292
2015-02-13
겨울 산책

 

 

 

 하늘빛이 아름다운 겨울날이다. 
 눈보다 더 찬란한 햇살의 유혹에 못이겨 대문을 나선다.

 

 도서관 옆 놀이터에선 토바게닝이 한창이다. 가파른 언덕을 타고 대포알처럼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에 영 스트리트를 오가는 자동차의 소음도 묻혀버린다. 언덕 위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수다와 웃음이 푸른 하늘에 눈가루처럼 흩어진다.

 

 높다랗게 솟은 성당의 십자가가 자애롭게 지켜본다. 가느다란 나뭇가지 사이로 잉글랜드풍 집의 창문이 부러운 얼굴로 곁눈질이다.

 

 한겨울의 축제로 소란스런 로렌스 파크 언덕을 뒤로하고 알렉산더 뮤어 메모리얼 가든으로 들어선다. 
 갑작스런 정적에 흠칫 놀란다. 조용하고 화려한 겨울의 향연이다. 마녀가 지배하는 나니아의 세계로 뛰어들어간 루시처럼 두려움과 호기심에 가득 차서 탐색한다. 


 여기저기서 사자며 여우, 토끼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지난 여름 이 정원에서 사진 찍으며 까르르 웃던 친구들의 수다가 환청처럼 울려온다. 그들이 간 바다 건너 고국이, 또 따뜻한 캐러비안이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울까? 

 

 흰눈을 두텁게 껴입은 소나무와 전나무가 힘차고 당당하다. 짙푸른 잎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쏘아대는 직사광선을  되받아 치며 땀을 흘리고 있다. 


 가을날 뜨거운 색깔로 몸을 사른 단풍나무는 반짝이는 눈을 큰둥치와 잔가지로 조심스레 끌어안고 있다. 색을 허락하지 않는 겨울의 옹고집과 대결하여 안타깝게 부여잡은 흰색으로 햇살을 유혹해서 무지개를 만든다. 

 

 이토록 아름다운 겨울은 용감한 북쪽 나라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눈 속에 숨죽이고 숨어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다가 햇살 찬란하고 하늘빛 푸른 날이면 뛰쳐나와 겨울을 내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만 골라서 푹푹 빠져본다. 어디선가 커다란 소나무가 머리에 이고 있던 눈을 털어내는 소리가 들린다. 


 얼굴이 얼얼하고 가슴을 파고드는 찬공기로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나도 이렇게 북쪽나라 사람이 되어 옹골찬 겨울나기가 벌써 스무 해째다. 아직 내 앞에 남아있는 수많은 겨울과 겨루기 위해 가슴을 활짝 편다.


- 2015년 2월 어느 일요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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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eounglee
이혜경
58066
10292
2015-02-06
2월엔 발렌타인 데이가 있다

 

 

 

 새해가 오나 했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2월이다.  2월엔 발렌타인 데이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또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두근거리는 사랑의 마음을 전할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으로 쇼핑몰 마다 핑크빛이다. 


 핑크빛 사랑을 일으키는 화학반응이 아름다운 외모란 것은 시공을 초월한 진리일까?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시대에도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를 극찬한 시가 유행했다. 1580년 경 영국에서는 필립 시드니(Philip Sidney)의 “아스트로펠과 스텔라(Astrophel and Stella)”가 인기를 끌었다. 상투적인 미사여구로 아름다운 여인을 찬미한 소네트이다. 


 세익스피어는 “소네트 130”에서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묘사로 시드니의 관념적인 사랑의 표현을 조롱한다.

시드니가 칭송하는 여인의 눈은 태양처럼 빛나고 입술은 산호처럼 붉다. 눈같이 흰 젖가슴에 머리카락은 황금빛이다. 하얀 얼굴에 두 뺨은 장밋빛이고 숨결은 향기롭다. 목소리는 즐거운 음악이고 걸음걸이는 여신처럼 사뿐하고 우아하다. 대조적으로, 세익스피어의 여자는 잿빛 젖가슴에 입냄새 풍기는 여자이다. 세익스피어는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고 맹세한다. 그녀는 화려한 치장으로 눈속임을 하지 않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익스피어가 이렇게 사랑한 그녀는 세익스피어를 떠났다. 세익스피어의 장난끼가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 “아스트로펠과 스텔라”를 익살맞게 패러디한 이 소네트를 처음 읽었을 땐 한참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얼굴까지 화끈거렸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의 핑크빛 열기를 잠재우고 싶진 않지만 이 소네트를 읽으며 적나라한 진실과 직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원문과 함께 소개한다. 

캐나다에선 12학년 영어시간에 배우는 소네트이다. 

 


소네트 130

윌리엄 세익스피어
번역: 이혜경

 

나의 연인의 눈은 결코 태양처럼 빛나지 않아요;
그녀의 입술보다 산호가 훨씬 더 붉고;
눈은 흰색인데 그녀의 젖가슴은 어째서 잿빛일까요;
그녀의 머리카락은 검은 실타래, 황금색은 아니랍니다.
내가 본 다마스크에 수놓은 장미, 그 빨갛고 하얀 빛깔, 
하지만 그녀의 뺨에선 그런 장미를 찾아볼 수 없네요;
향수가 훨씬 더 향기롭지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의 숨결보다는.
그녀가 말하는 것을 사랑하지만, 나는 알고있어요.
음악이 훨씬 더 즐거운 소리라는 것을;
아름다운 여신의 걸음걸이를 본 적은 없지만;
나의 연인, 그녀는 걸을 때 땅을 쓸며 다녀요.  
하지만 그래도 맹세코 나의 사랑은 보기 드문 사랑이랍니다. 
그녀는 결코 허황된 눈속임으로 속일 줄을 모르기 때문이예요.

 


My mistress’ eyes are nothing like the sun (Sonnet 130)

William Shakespeare, 1564 - 1616

 

 

My mistress’ eyes are nothing like the sun;
Coral is far more red than her lips’ red;
If snow be white, why then her breasts are dun;
If hairs be wires, black wires grow on her head.
I have seen roses damasked, red and white,
But no such roses see I in her cheeks;
And in some perfumes is there more delight
Than in the breath that from my mistress reeks.
I love to hear her speak, yet well I know
That music hath a far more pleasing sound;
I grant I never saw a goddess go;
My mistress when she walks treads on the ground.
     And yet, by heaven, I think my love as rare
     As any she belied with false comp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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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eounglee
이혜경
58065
10292
2015-01-30
사우나 풍경

 

 그네들은 내가 처음 사우나실 문을 열었을 때부터 떠들고 있었다. 시더나무 향기 진한 뜨거운 사우나 박스 안에서 그녀들의 리드미컬한 언어가 뱀장어처럼 퍼득였다. 네이티브 스피커들에 대한 열망과 열등감으로 겨우 입 밖에 낸 나의 첫 마디는 “Excuse me!”였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비켰고, 난 미꾸라지처럼 그 틈새를 비집고 올라가 가장 뜨거운 고세 다리를 길게 뻗고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공기의 충격으로 살짝 얼어있던 팔과 다리가 고드름처럼 느껴졌다. 용광로 안에서 몸을 사르며 행복해했던 샘 맥기(“The Cremation of Sam McGee”의 인물)처럼 흡족하게 뜨거운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 마셨다.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그녀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 왔다. 그냥 따끈하게 쉬고 싶을 땐 대화에 끼는 부담감없이 편안히 엿듣기만 해도 되는 편리한 방패– 자타가 공인하는 ‘언어장벽’이다.


 수영복 차림의 여자가 동그란 조약돌 같은 것으로 검고 탄탄한 다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무슨 의식을 행하듯 정성껏 때를 밀듯이 마사지했다. 왠지 너무 문지르면 안될 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녀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피부미용에 얼마나 좋은 지를 끊임없이 설명했다. 중년의 금발이 일층 계단 한구석에 걸터 앉아서 그녀만의 피부 미용 노하우를 피력했다. 희고 매끈한 팔다리가 자작나무 가지를 연상케 했다. 다리를 그냥 문지르는 것보다 크림을 바르고 마사지 하면 피부가 더 매끈해진다면서 바디샾이며 제품명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 있었다. 건조한 피부 때문에 고민 중이던 나도 진주알 줍듯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풍만한 가슴의 여자가 수건으로 몸을 반쯤 가리고 들어 왔다. 밀가루반죽처럼 희고 커다란 가슴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가슴이 밋밋한 깡마른 여자가 들어와서 둘은 나란히 앉았다. 가슴 큰 그녀를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히도록 달려오너라란 이상화 시인의 "나의 침실로"란 시였다. 그네들도 서로 "Hi!"를 하면서 모두 풍만한 가슴의 여자에게 눈길을 주었다. 특히 가슴 큰 여자의 풍만한 몸을 계속 힐끔거리는 작은 가슴의 여자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가슴 큰 여자는 유러피안 액센트로, 밋밋한 가슴의 여자는 베네주엘라 액센트로 대화를 시작했다. 


*작은여자: 가슴확대술(Breast Augmentation Surgery) 어디서 했어요?
*큰여자: 저는 가슴축소수술(Breast Reduction Surgery) 했어요.
*작은여자: (당황하며) 어머 그래요? 
*큰여자: 가슴이 너무 커서 등도 아프고 힘들었어요. 아이 젖먹일 때도 힘들었죠. 아이를 떨어뜨리기도 했어요. 
*작은여자: 그런데 흉터도 없어요.
*큰여자: (유방 아래쪽을 보여주며) 수술이 아주 잘되었어요. 아래쪽에 상처는 아직 있어요. 그래도 유방이 계속 자라서 조만간 한번 더 수술을 해야 해요.
*작은여자: 수술비 많이 들었어요?
*큰여자: 아뇨. 축소술은 무료예요. 의료보험으로 커버돼요. 
*작은여자: (흥분해서) 축소술은 무료군요. 확대하려면 최소한 $7,000은 드는데...  수술하려고 열심히 돈 모으고 있거든요.

 

 다리를 문지르던 여자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친구 중 덴탈 하이지니스트(Dental Hygienist)가 있는데 축소술을 했단다. 환자를 치료할 때마다 큰 가슴으로 환자의 머리를 눌러 문제가 많았다고...


 건강이나 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술은 의료보험으로 커버되지만 아름다움을 위한 수술비는 만만치않다. 그 아름다움을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피부가 벗겨지도록 다리를 문지른다. 


 겨울 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들은 예뻐지느라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편안하고 즐거운 수다 속에서 매시간 예뻐지기 때문이다. 그날 밤 나도 온몸에 오일을 듬뿍 발랐다. -사우나에서, 2015년 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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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eounglee
이혜경
58064
10292
2015-01-23
겨울밤엔 베일리커피를 마신다

 

 

 

겨울밤엔 베일리커피를 마신다

 

 


밤을 즐기는 내겐 긴 겨울밤도 짧기만 하다. 
한낮의 시간을 유린하던 분주한 일들이 밤기운에 사그라들어 어쩔 수 없이 정리될 무렵,
한밤중에야 찾아온 여유가 눈물나게 고마워서 깊은 숨을 길게 쉬어본다.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

 

더 진한 나만의 시간을 위해 베일리 커피를 만든다. 
아껴두었던 아이리쉬 크림 위스키 베일리를 꺼내어 커피머그에 조금 넣은 다음 
타시모로 커피를 내린다. 
며칠 전에 친구가 네스프레소로 만들어준 에스프레소의 깊고 진한 맛을 아쉬워하면서...
그래도 이 밤엔 내가 가진 베일리와 타시모가 고맙기만 하다.

 

촛불을 켜고 나만의 축제를 연다.
첫번째 한모금은 너무 진하다. 
한모금씩 한모금씩 마실 때마다 달콤 쌉쌀 떫은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살짝 도는 알코올끼에 살캉하게 얼었던 몸이 천천히 녹으면서 긴장이 풀린다.


 
긴 하루가 이제야 끝을 보인다.

 

온전히 나만의 것인 이 시간이 아까워서 잠들기 싫다. 
이제 모든 상념은 사라져가고 자아에 몰입한다. 
그 달콤 쌉쌀 떫은 자유가 깊푸른 밤의 색깔로 나를 감싼다. 

 

겨울밤은 길어서 좋다.

 

-    겨울밤, 새벽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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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eounglee
이혜경
58063
10292
2015-01-16
캐나다의 겨울 이야기

 

 올 겨울은 다행히도 그리 춥지 않다. 지난 겨울의 얼음폭풍과 정전사태는 지구 종말의 날과 같은 공포였다. 그 혹독한 추위를 처음 겪는 것도 아니었는데 얼마나 새롭고 신랄한지 가슴 속에서 통곡소리까지 터져나왔다. 


 우리 가족이 알버타 주에서 이민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섭씨 영하 30-40도로 40년 만의 추위였다. 그 곳에서 맨 처음 들었던 조언이 "조깅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추위 때문에 허파가 언다고 밖에서 뛰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1995년 11월 3일 도착하던 그날부터 끊임없이 소록소록 눈이 내렸다. 기후가 건조하고 기온이 너무 낮아서 뭉쳐지지 않는 가루눈이었다. 그렇게 쉬임없이 내리던 눈은 그 다음해 4월 피신하듯 밴쿠버로 이사하던 그 날까지 그치지 않았다. 밤새도록 제설차가 창밖을 오가던 풍경이 그 곳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하필 그 때 TV에서 본 잭 니콜슨 주연의 공포영화 "The Shining" 때문에 눈에 대한 공포의 효과는 극에 달했다. 가끔씩 보도되었던 뉴스는 더욱 기가 막혔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동사한 할머니가 있었다. 택시기사가 현관문 앞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할머니는 핸드백에서 열쇠를 찾다가 그만 얼어 죽고 말았다. 또 베란다에 담배 피우러 나갔다가 얼어죽은 가장도 있었다. 잘못해서 문이 잠겼는데 이중창이 너무 튼튼해서 아무리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도 가족들이 듣지 못했다. 다음 날 그는 동사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북쪽 나라의 겨울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시가 있다. 캐나다 시인인 로버트 서비스(Robert W. Service, 1874-1958)의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담겨진 시이다. 북미주 시의 고전이며 중고등학교 영어시간에 한 번쯤은 읽게 되는 시라서 원본과 함께 번역을 실어본다. 

 


 샘 맥기를 화장하다       

   - 로버트 서비스 (번역: 이혜경)

                                                                                         
 
한밤중의 태양 아래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금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북극으로 가는 길목마다 기이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뜨거운 피까지 싸늘하게 얼어붙게 하는 이야기이다.
북극성이 이상한 빛을 발하던 날
괴이한 일 중에 가장 괴이한 일이
그날 밤 레바지 호수에서 일어났다.
내가 샘 맥기를 화장하던 그 날이었다.
 
샘 맥기는 목화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따뜻한 테네시에서 왔다.
그가 왜 고향을 떠나 북극에서 떠돌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샘은 항상 추위에 떨었다. 하지만 황금의 땅이 마법처럼 샘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는 종종 테네시 토박이의 말투로 말했다. 자기는 "조만간 지옥으로 갈 것"이라고.
 
크리스마스 날, 우리는 도슨 트레일을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같은 추위가 파카를 뚫고 온몸을 맹렬하게 찔러댔다.
눈을 깜빡이면 눈썹이 얼어 붙어서 앞을 볼 수 가 없었다.
샘 맥기는 고통 속에서 끊임없이 신음하며 흐느꼈다.
 
바로 그날 밤, 우리는 눈밭 아래에 외투를 깔고 서로 꼭 붙어서 누웠다.
개들에겐 이미 먹이를 주었다. 별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샘은 내게 말했다. “대장, 내가 반드시 보답할게.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거절하지 않을 거지?”
 
샘이 워낙 비장하게 보여서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신음하며 말했다.
“빌어먹을 놈의 추위, 뼛속까지 완전히 얼어 벼렸어.
죽는 건 괜찮아 – 하지만 무서운 건 꽁꽁 얼어붙은 무덤 속에 누워있는 거야. 
그러니 제발 부탁인데 내가 죽으면 화장 시켜줘. 그렇게 해준다고 맹세해 줘.”
 
그 친구의 마지막 유언이 너무나도 간절해서 나는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우리는 새벽이 되자마자 떠났다; 맙소사, 그의 얼굴은 무섭도록 창백했다.
샘은 썰매 위에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고향 테네시의 들판을 온종일 헤매는 듯 했다.
그리곤 밤이 오기 전에 샘 맥기는 죽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죽음의 땅에서 나는 완벽한 공포에 질려 정신없이 달렸다.
샘과의 약속 때문에 시신을 버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싸서 썰매에 싣고 달렸다.
미친듯이 썰매를 몰았다.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돼.
약속은 했지만 시신을 화장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약속은 약속, 빚은 갚아야 한다. 트레일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며칠을 달렸는지 모른다. 입술의 감각조차 없어지고 나는 마음 속으로 그 시체를 저주하기 시작했다.
길고 긴 밤, 외로운 모닥불 옆에서 허스키들이 둥글게 모여
회오리치는 눈보라를 향해 울부짖을 때 
나는 부르짖었다 - 오 하나님! 난 정말 저 짐이 죽기보다 싫습니다.
 
진흙덩이같이 말없는 샘의 시신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하지만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개들도 지쳐서 나자빠졌고 먹을 것도 떨어졌다.
길은 험했고 나는 거의 미치광이가 되었다. 하지만 난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가끔 그 끔찍하게 미운 놈에게 노래도 불러주었다. 그러면 그놈이 듣고 씩 웃었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레바지 호수에 도착했을 때 
꽁꽁 얼어붙은 "앨리스 메이"란 사인이 보였다.
그 사인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가까스로 생각을 가다듬었다. 꽁꽁 얼어 있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여기다!" 라고 갑자기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래, 여기가 바로 화장터야!"

오두막 마룻바닥의 판자를 뜯어냈다. 용광로에 불을 붙였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석탄을 모아 쌓았다. 불길이 높이 치솟았다.
용광로가 기염을 토하며 불꽃을 뿜었다 - 그렇게 맹렬하게 타는 불꽃을 본 적이 없었다. 
불타는 석탄을 헤치고 그 안에 샘 맥기를 쑤셔 넣었다. 

그리고 밖에서 걷기로 했다. 
나는 그 친구가 지글지글 불에 타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허스키들도 울부짖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칼날같이 추웠지만 내 양 볼에선 구슬땀이 흘러 내렸다. 왜 그런지 몰랐다.
진한 연기가 시커먼 코트자락처럼 무겁게 하늘에 드리워졌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무서운 공포와 씨름하면서 눈보라 속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별들이 하나 둘씩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무서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용기내서 중얼거렸다: “그냥 그 안을 잠깐 들여다 볼까?
그 친구는 이미 다 타서 재가 되었을거야.” 그리고 나는 용광로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샘은 앉아 있었다.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맹렬한 불길 한가운데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발 문을 닫아줘. 
이 안은 정말 따뜻해서 좋아. 네가 문을 열어서 찬바람이 들어올까봐 겁나네. 
따뜻한 내고향 테네시를 떠난 후 이렇게 따뜻하게 지내긴 처음이야."                                                 
한밤중의 태양 아래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금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북극으로 가는 길목마다 기이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뜨거운 피까지 싸늘하게 얼어붙게 하는 이야기이다.
북극성이 이상한 빛을 발하던 날
괴이한 일 중에 가장 괴이한 일이
그날 밤 레바지 호수에서 일어났다.
내가 샘 맥기를 화장하던 그 날이었다.

 

 

                                                                                                

The Cremation of Sam McGee

(an abnormal way of getting warm in the freezing conditions of a Canadian winter as expressed by Robert Service)

- by Robert W. Service

 


There are strange things done in the midnight sun
By the men who moil for gold;
The Arctic trails have their secret tales
That would make your blood run cold;
The Northern Lights have seen queer sights,
But the queerest they ever did see
Was that night on the marge of Lake Lebarge
I cremated Sam McGee.
 
Now Sam McGee was from Tennessee, where the cotton blooms and blows.
Why he left his home in the South to roam ‘round the Pole, God only knows.
He was always cold, but the land of gold seemed to hold him like a spell;
Though he’d often say in his homely way that “he’d sooner live in hell.”
 
On a Christmas Day we were mushing our way over the Dawson trail.
Talk of your cold! through the parka’s fold it stabbed like a driven nail.
If our eyes we’d close, then the lashes froze till sometimes we couldn’t see;
It wasn’t much fun, but the only one to whimper was Sam McGee.
 
And that very night, as we lay packed tight in our robes beneath the snow,
And the dogs were fed, and the stars o’erhead were dancing heel and toe,
He turned to me, and “Cap,” says he, “I’ll cash in this trip, I guess;
And if I do, I’m asking that you won’t refuse my last request.”
 
Well, he seemed so low that I couldn’t say no; then he says with a sort of moan:
“It’s the cursed cold, and it’s got right hold till I’m chilled clean through to the bone.
Yet ‘taint being dead—it’s my awful dread of the icy grave that pains;
So I want you to swear that, foul or fair, you’ll cremate my last remains.”
 
A pal’s last need is a thing to heed, so I swore I would not fail;
And we started on at the streak of dawn; but God! he looked ghastly pale.
He crouched on the sleigh, and he raved all day of his home in Tennessee;
And before nightfall a corpse was all that was left of Sam McGee.
 
There wasnt a breath in that land of death, and I hurried, horror-driven,
With a corpse half hid that I couldnt get rid, because of a promise given;
It was lashed to the sleigh, and it seemed to say: “You may tax your brawn and brains,
But you promised true, and it’s up to you to cremate those last remains.”
 
Now a promise made is a debt unpaid, and the trail has its own stern code.
In the days to come, though my lips were dumb, in my heart how I cursed that load.
In the long, long night, by the lone firelight, while the huskies, round in a ring,
Howled out their woes to the homeless snows—O God! how I loathed the thing.
 
And every day that quiet clay seemed to heavy and heavier grow;
And on I went, though the dogs were spent and the grub was getting low;
The trail was bad, and I felt half mad, but I swore I would not give in;
And I’d often sing to the hateful thing, and it hearkened with a grin.
 
Till I came to the marge of Lake Lebarge, and a derelict there lay;
It was jammed in the ice, but I saw in a trice it was called the “Alice May.”
And I looked at it, and I thought a bit, and I looked at my frozen chum;
Then “Here,” said I, with a sudden cry, “is my cre-ma-tor-eum.”
 
Some planks I tore from the cabin floor, and I lit the boiler fire;
Some coal I found that was lying around, and I heaped the fuel higher;
The flames just soared and the furnace roared—such a blaze you seldom see;
Then I burrowed a hole in the glowing coal, and I stuffed in Sam McGee.
 
Then I made a hike, for I didn’t like to hear him sizzle so;
And the heavens scowled, and the huskies howled, and the wind began to blow.
It was icy cold, but the hot sweat rolled down my cheeks, and I don’t know why;
And the greasy smoke in an inky cloak went streaking down the sky.
 
I do not know how long in the snow I wrestled with grisly fear;
But the stars came out and they danced about ere again I ventured near;
I was sick with dread, but I bravely said: “I’ll just take a peep inside.
I guess he’s cooked, and it’s time I looked;” . . . then the door I opened wide.
 
And there sat Sam, looking cool and calm, in the heart of the furnace roar;
And he wore a smile you could see a mile, and he said: “Please close that door.
It’s fine in here, but I greatly fear you’ll let in the cold and storm— 
Since I left Plumtree, down in Tennessee, it’s the first time Ive been warm.”
 
There are strange things done in the midnight sun
By the men who moil for gold;
The Arctic trails have their secret tales
That would make your blood run cold;
The Northern Lights have seen queer sights,
But the queerest they ever did see
Was that night on the marge of Lake Lebarge
I cremated Sam McGee.
 
 
—From Later Collected Verse; by Robert Service;
Dodd, Mead & Company; New York; 1970; pages 33-36.

 
아래 유튜브에서 시낭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hFNYll_mU
원본: http://blog.naver.com/ocanadahk/22023644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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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keounglee
이혜경
58062
10292
2015-01-09
고공일출(高空日出)

 

 

 

고공일출(高空日出)

 

 

 

새벽 미명에
피어슨 공항에 축축하게 겨울비가 내린다.

 

비구름을 뚫고 비상하니 
회색빛 운해(雲海)가 지구를 포획한다.

 

무채색의 세계가 
파르스름한 빛으로 기지개를 켜더니,

 

검푸른 우주 끝에서 
불씨 하나가 톡하고 튀어나와 발갛게 숯불을 지핀다.

 

질주하던 시간이 멈춘다.
엔진의 굉음조차 쟁~ 하고 사라진다.

 

흡하고 숨을 멈춘 그 정적이
영겁으로 이어질 듯 아득하다.

 

부릅뜨고 직시하던 눈에 눈물이 맺혀
그만 눈을 감아 버리려는 찰나, 
황금빛 광선검이 휙하고 수평선을 베어 버린다. 

 

단 한번의 칼부림으로 천지가 개벽한다.

 

갈라진 틈새로 
태양이 용트림하며 튀어 오른다.

 

병풍처럼 둘러친 구름이 
빛의 해일이 되어 천지를 뒤덮는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황금빛 새 날이 밝아온다.  

 


- 2015년은 모두에게 역동적인 고공일출의 해가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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