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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일 칼럼

kimh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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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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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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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1
2020-04-18
A.C. 1년

 

이 사태가 쉬이 끝날 것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 처음엔 매우 어색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잖이 익숙해져 간다.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 곁에 다가서지 않게 되고, 배달업체 직원과 음식을 주고받으면서도 손에서 손으로 전해주는 것이 아니고 카운터 위에 놓고 손을 떼고 한발 물러서면 직원이 다가와 집어 가는 동작들이 오래 전부터 그리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마스크도 많이 익숙해졌는지 마트에 가보면 인종에 구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착용한 것을 보게 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 상황에 모두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 딸도 별로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자연스런 적응은 이 상황이 끝난 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을 예고한다.  


이 경험에서 얻은 익숙함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들이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온라인 예배, 온라인 주문 등에서 얻은 경험의 장점들을 살리고 자연스레 변해진 오프라인의 활동을 접목해 나타날 새로운 질서, 문화가 무엇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 확실히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디지털화의 가속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들은 더욱 더 승승장구하며 지금껏 상상하지못했던 분야에까지 파고들 것이다.


아마존같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UberEats를 비롯한 음식 딜리버리 사업들이 이 사태를 예견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앞으로의 산업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쪽으로 옮겨갈 것을 예측하고 준비해온 것 만은 틀림이 없고 그것이 이 사태와 맞아떨어져 남들은 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규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mi)로 나뉘던 연도 표기와 더불어 이제 세계 역사는B.C.(Before Coronavirus)와 A.C.(After Coronavirus)로 나뉘어 전 세계 실물경제는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으며, 한국 코로나의 영웅 정은경 질병관리 본부장 또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니고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다’ 라고 했다.


그렇다면 A.C. 1년에는 무엇이 변할까?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로이 나타날까?  필자가 역사 또는 미래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정계의 대단한 오피니언 리더도 아닌데 뭘 얼마나 알겠느냐 마는 그래도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에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장사꾼의 감’만은 가지고 있다.


외식 산업에도 뭔가 변화가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그 변화가 무엇이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무엇’이 무엇일지 모르니 대비/준비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더 많은 상상을 하자. 그래야 남들보다 한걸음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필자가 생각해본 외식시장의 변화 및 외식 사업자들이 준비해야 할 대응 방안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로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두어야 한다.

정부의 시책과 기업체의 동향에 늘 관심을 기울이고 가급적 많은 정보를 수집하자.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구제해 주기위한 여러 시책들이 발표될 수 있으며 큰 기업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면 앞날이 보이기도 한다. 


이웃의 다른 식당들의 변화도 눈 여겨 보자. 정보가 빠르고 실행력도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동태를 주시하다 보면 뭔가 따라할 만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일등은 줘버리고 이등만 해도 어디인가?

 

둘째, 가급적 고정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고정비의 대표적인 두 가지가 렌트비와 인건비이며 사실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 Dine-in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다.


신규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렌트비가 비싼 일급 상권은 피하는 것이 좋겠고, 지나치게 넓은 매장은 렌트비는 물론 인건비까지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위해서 메뉴를 간소화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고임금 요리사가 필요한 메뉴는 과감히 빼버리는 시도도 해봄 직하다.

 

세 번째로는 본래의 식당 외 부가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품운영 전략을 세워보자.  

오직 포장만 가능한 메뉴를 준비하고, 반조리 음식의 포장 판매도 생각해보자. 약 2년 전쯤 이 칼럼에 ‘전문가들이 본 외식업 창업의 주요 키워드’ 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급한바 있는 간편식(HMR : Home Meal Replacement)에 관심을 가져보자.


간단히 요약을 하면,

  • RTE(Ready To Eat) : 기존의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처럼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
  • RTH(Ready To Heat) : 냉동 피자처럼 미리 조리가 되어 있어 마이크로웨이브나 오븐 등에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음식
  • RTC(Ready To Cook) : 조리되지 않은 재료와 함께 레시피를 제공하여 간단한 조리를 스스로 함으로써 요리의 즐거움을 일부 맛볼 수 있으며, 직접 1, 2인분 소량의 음식을 해먹고자 할 때 생기는 재료의 낭비를 막아 줌

 

네번째로 배달 음식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불가항력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해 본 기업들이 공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면서도 직원 통제에 대한 노하우를 갖추게 되어 굳이 사무실을 유지하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재택 근무자들을 위한 배달 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식당 영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에 달하는 배달 대행 수수료는 큰 부담이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웃 식당들끼리 건전한 경쟁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번째, 신규 창업을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이 요식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난국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소가 수없이 나올테니 권리금이 저렴하거나 아니면 아예 없는 준비된 식당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반드시 소규모로 시작해야 할 것이며, 가급적 오피스 상권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독과 방역을 비롯한 위생이다.

이번 사태로 손님들은 청결에 대해 굉장히 예민해져 있다. 주기적인 방역이나 소독은 물론 우리 업소가 위생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과할 만큼 고객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많은 위기와 기회가 있을 것이며, 위기를 피하고 기회를 잡아 다가오는 A.C. 1년이 우리 요식업주들에게 악몽의 해가 아니고 새로운 기회를 맞아 도약하는 터닝포인트가 되는 그런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kimhail
김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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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9
같이 살기, 같이 죽기

 

아침 이른 시간에 한국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캐나다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다는데 괜찮으냐는 안부 전화로, 초등학교 동기동창에 군 입대 동기인 이 친구는 필자 더러 잠시 한국에 나와 있으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한국 뉴스에 캐나다에 대해 어떻게 보도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되 아마도 꽤나 심각하게 비추어지고 있는가 보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군시절의 회상에 잠겼다. 장교로 임관 전 훈련은 정말 혹독했다. 유격 훈련이 떠오르고 각개전투, 화생방 훈련이 생각났다. 그 힘든 걸 어떻게 견뎌 냈을까?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 당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젊기도 했었지만 집단의 힘 아니었을까 싶다. 옆의 동료도 같이 구르고 있고, 친구도 같이 개스 마시고 눈물, 콧물 짜내며 버티고 있으니 나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아마도 그 훈련을 나 혼자 받았다면 버텨내지 못했지 싶다. 거품물고 넘어가 병원으로 실려갔던가, 더는 못하겠노라고 포기하고 주저 앉아 임관을 포기하고 퇴소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겪는 고통은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다 같이 겪는 어려움은 참고 견딜만 하다. 옆에서 서로 힘을 북돋워주고, 같은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


‘다같이 겪는 난리는 난리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은 여러 차례 난리를 겪고 극복해 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죽을 만치 힘들고,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여러 차례의 난리를 우리 조상님들은 견뎌 내셨고 그 유전자들은 분명 몸속에 잘 저장되어 있다.


또한 이때를 위해 ‘시간이 약’이라는 처방전도 오래전 조상님들이 알려 주셨다.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고 그 시간은 결국 어떤 일이나 사건의 종료 시점을 지나도록 되어있다.


힘들지만, 집에만 갇혀 지내는 것도 힘들고, 힘들게 이루어 낸 사업이 아무 잘못없이 하루아침에 주저앉게 된 것도 견디기 힘들지만, 나만 겪는 일 아니니 마음의 병까지 얻지는 말자.


식당을 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염려되는 점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고객 여러분을 위해’ 한다는 프로모션이다. 필자의 업소는 다행히(?) 그리 경쟁이 심하지 않은 지역에 위치한 데다가 유니크한 메뉴를 취급하는 덕분에 누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별 걱정이 없지만, 한인 밀집 지역의 업소들은 코로나와의 전쟁과 더불어 ‘할인 경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료 배달 정도는 그렇다 쳐도 20%, 30%, one plus one. , 심지어는 50% 할인도 있다.


한집이 할인 행사를 하면 이웃한 다른 집이 더 큰 것을 내 놓는다. 식당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충 가늠해 보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가격에 음식을 판다. 결국 제살 깎아먹기 일뿐 아니라 그 피해는 손님에게도 간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리뷰에 음식 양이 반 밖에 안 된다거나 품질이 형편없다는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심지어는 ‘사장님 직원들 임금이나 법대로 주세요’라는 댓글도 보았다.


사실 이 지나친 경쟁은 손님의 입장에서도 마냥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날 내가 즐겨가던 최애(最愛)식당이 경쟁에서 버티지 못해 사라져버리고,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 또는 양이 하향 평준화되어 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설사 양심적으로 양이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손해 봐가면서 진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고객 여러분을 위해’ 하는 할인이더라도 손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50%를 할인해 주고도 남는 게 있으니까 저러겠지’ 라고 생각하고 평소에 비싸게 먹었음을 억울해 한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한식당의 이윤은 상당히 박한 편이다.


물론 그것이 게임의 법칙이고, 각자의 비즈니스 철학이며 어려운 시기에 살아 남아보고자 치열한 고민 끝에 내어 놓은 솔루션일 테니 필자가 하라 마라 할 이유도 없고 자격도 없다. 그러나 혹시 다같이 죽기로 작정하고 서로 발목을 끈으로 묶은 채 벼랑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어려운 때에 서로 의논하고 힘을 합쳐보면 어떨까 싶다. 공동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연합에 참여한 모든 식당의 메뉴들을 올려 놓고 통합 배달을 시행하면 배달 대행 회사에 주고 있는 30%의 수수료, 또는 각자 따로 고용한 딜리버리맨에게 주어야 하는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함께 의논해 같은 내용의 할인 행사를 하고 광고도 공동으로 하고…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반드시 있을 테다. 경쟁이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지만 모두 힘든 이 시기에 경쟁이 전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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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77566
9191
2020-04-02
불신과 불확실의 시기

 

아무도 믿지 못한다. 나 또한 아무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한다. 아침에 식재료가 필요해서 마트에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더러는 마스크, 장갑에, 눈을 가리는 플라스틱 챙이 있는 모자로 중무장을 했다. 어떤 남자가 카트를 끌고 가는 여성에게 다가가 이 상품 어디에 가면 있느냐고 묻는데 그 여성이 기겁을 하며 한발 물러선다. 


정말 웃프다(우스우면서 슬프다). 카트를 맨손으로 잡지 못하고 휴지로 손잡이를 싸서 밀고 있고, 카드로 지불을 할 땐, 손으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카드 모서리로 꾹꾹 눌러 결재한다. 당장 혹시 사래가 들려 기침이라도 나올라치면 재빨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뛰어가 몰래 기침을 하고 나와야 한다.


가게에 출입하는 딜리버리 맨들의 화장실 출입을 금지시켰다. 처음엔 차마 막을 수 없어 그냥 이용하게 했으나 다른 집들은 모두 허용을 안 하는지 우리집 음식을 픽업하러 온 사람이 아님에도 수시로 들락거린다. 가만 생각하니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혹시 화장실 문이나 여러가지 기구에 바이러스를 묻혀 놓기라도 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직원, 내 가족, 직원의 가족… 


물론 확률은 거의 0퍼센트에 수렴하는 수준이겠지만 찜찜함은 금할 수 없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 사람의 인성이나 도덕성, 신용이 아니고 그 사람의 호흡, 손, 건네 주는 물건들을 믿을 수 없다. 남들에겐 내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불신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사재기 광풍 또한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여러가지 경제적 지원 대책을 쏟아내지만 디테일은 없다. 음식 딜리버리 서비스에 술을 포함해도 된다고 발표했으나 막상 온라인 메뉴에 술을 등록 하려하니 술 이름들이 금지어로 설정되어 있어 메뉴 등록이 불가능하다. 약간의 편법으로 등록은 해 두었으나 뭔가 좀 불안해 Sold out상태로 해 두었다.


미성년자에게 술 판매는 당연히 금지되는 것이 옳을진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Liquor Sales License Holder에게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딜리버리 앱을 통해 주문을 받으면서 무슨 수로 주문자의 연령을 확인하라는 것인지, 술을 딜리버리 하는 사람은 술 취급 자격증인 스마트 서브(Smart Serve)를 보유해야 한다는데 그게 갑자기 가능한 일인지…


정부의 지원 대책 중에 4만불의 무이자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도 애매 모호하다. 대상이 어떻게 되는지, ‘Up to $10,000 of that amount will be forgivable...’은 일 만 달러는 원금조차 상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여러 발표와 그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다르다.


식당을 하는 지인들로부터 여러 가지 문의를 받지만 그들이 아는 그 이상 아는 것도 없다.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 남아야지요’ 밖에 없다. 서둘러 뭔가 결정을 해버리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벌써 딜리버리와 테이크아웃 만으로는 견디지 못해 포기하고 문들 닫거나 아예 비즈니스를 접는 식당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허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는 없을지라도 위기라고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이 어렵고 암울한 시간, 그저 한숨쉬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그간 시간에 쫓겨 미뤄두었던 일들을 찾아 좀더 생산적인 일에 몰두해 보면 어떨까?


메뉴를 한번 들여다보자. 틀림없이 내 맘에도 안 드는 메뉴가 한두가지는 있다. 그저 타성에 젖어 또는 시간이 없어 어찌하지 못하고 두었던 메뉴를 대체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보면 어떨까? 


또는 언젠간 손보려고 맘만 먹고 방치해 두었던, 고장 나거나 말썽을 일으키는 장비나 시설을 정비하기에도 지금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 아닐까? 사실 찾아보면 지금 아니면 다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일들이 분명 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식당 창업 컨설턴트’의 꿈을 꾸고 있었다.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실전을 경험하고 필요한 자격을 획득하는 등 시간 있을 때마다 조금씩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이제 시간이 좀 여유 있는 참에 이것들을 패키지화 하는 작업을 해볼까 한다.


구글 광고 전문가 과정 교육을 받았고 그 중 한가지 카테고리의 자격증을 획득했으나 다른 과정도 도전해 볼까 싶다. 읽었던 책도 다시 꺼내어 차분히 정독하고, 2년전에 만들어 두고 방치했던 레시피 북도 변동된 식자재 가격과 다소 바뀐 조리법을 업데이트하고 가게 오퍼레이션 매뉴얼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엑셀로 관리하는 장부와 페이롤 시스템도 좀더 효율적으로 다듬고 다른 식당에서도 쉽게 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해야겠다. 찾아보니 할 일이 너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약은 아직 없다지만 우리 비즈니스의 예방주사를 맞기에는 지금이 가장 적기다. 


이 불신과 불확실의 시기에 확실해질 날을 미리 대비하고, 내가 고민하고 노력해서 되지 않을 일은 그저 시간에 맡기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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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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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1
2020-03-25
살아남기 위하여 II

 

필자의 식당 건물주는 이탈리안으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 호에 언급하였다시피 식당 dine-in 서비스가 금지된 다음날 건물주에게 ‘상황이 심각하게 어려워졌는데 도움을 좀 줄 수 없겠 느냐’는 이메일을 보냈다. 큰 기대없이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으나 그날 저녁 도와줄 방법을 생각 해 보겠다는 회신을 보내온 후 다음날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자신도 상황이 매우 안 좋아졌고, 빌딩 매니지먼트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아 렌트비를 전액 안 받기는 어렵고 앞으로 삼 개월간 반 만 받고자 하는데 어떻겠느냐는 얘기였고, 필자로서는 그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였으나 건물주는 연신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 한다. 


자기 비즈니스는 지금 마이너스 매출이란다. 


예약되어 있는 모든 일정들이 취소되면서 환불을 해 주어야 하고 새로운 계약은 전혀 생기지 않을 테니 오죽할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배려를 해 주다니, 정말 운 좋게도 요즘 한국에서 이야기되는 ‘착한 건물주’를 만난 셈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은 한 푼이라도 비용은 절감하고 매출은 늘려야 할 때다.


일단 건물주의 도움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각종 유틸리티 빌은 날짜가 되어도 당분간 지불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나중에 이자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향후 정부에서 관련된 어떤 지원책이 나올지 모르니 굳이 미리 지불해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이기도하고 지금은 가능한 한 현금을 챙겨두는 것이 좋을 성 싶어서이다.


다음으로 각종 식자재는 다소 귀찮더라도 도매상에 주문하지 않고 소량씩 직접 구매하여 신선도를 유지하고, 버려지는 것을 줄여야겠다. 


그러나 비용을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인건비는 제때 지급해야 하고, 재료가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으니 그 또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해야 할 일은 매출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일이다.


며칠 전 유난히 온라인 딜리버리 주문이 적었다. 뭔가 이상해 혹시 주문/배달 대행 회사(필자는 UberEats와 SkipTheDishes를 이용하고 있다)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손님 아이디로 접속을 해 보았다. 그런데 필자의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페이지를 계속 넘겨보니 여섯 페이지 후에 나타난다. 굳이 필자 식당의 단골 손님이 아니 고서야 여섯 페이지나 넘겨 먹을 음식을 찾을 손님은 없다. 대개 처음 한두 페이지에서 적당한 음식을 골라 주문하지 않겠는가? 아차 싶었다. 


가능한 한 첫 페이지에 노출되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서비스 회사의 노출 알고리즘을 알 도리가 없다. 손님으로부터 거리가 가까운 곳부터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손님 평가가 좋은 곳을 먼저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수시로 위치를 바꾸어 주어(랜덤 방식) 공정성을 지키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손님 아이디가 아니고 사업자(파트너) 아이디로 접속해 확인해 보니 몇 가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UberEats의 경우, One plus One, Free Item with Purchase, Discount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 프로모션을 하게 되면 앞 순위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음식점 사진에 눈에 띄는 리본을 붙여 놓아 가시성이 높아지도록 해 놓았다. 


SkipTheDishes의 경우에는 두 가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는 Free Delivery(손님이 낼 Delivery Fee를 가게에서 지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주일에 90불을 내면 상단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다. 일단 각각 하나씩 골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매출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미 그들에게 지불하는 대행 수수료가 매출의 30%인데 이렇게 부가 비용까지 들어가니 이익은 많이 줄겠지만 지금은 그저 인건비라도 건지고 식재료 회전만 시켜주어도 다행인 시기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쩌는 수가 없어 보였다.


대신 그 동안 유료로 꾸준히 해오던 구글 광고는 일시 중지를 시켰다. 구글에 주던 광고비를 온라인 주문 회사에 주는 셈이니 전체적으로 비용은 증가하지 않은 셈이다.


필자는 그동안 구글에 유료 광고를 진행하고 있었다. ‘갓 구글’, ‘구 박사’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구글은 정말 대단하다. 구글 광고를 하는 방법과 그 효과 및 결과 추적에 대하여는 다음 기회에 별도로 설명해 보기로하고 오늘은 무료로 구글에 내 비즈니스를 최대한 노출시키는 방법에 대하여 간략히 언급해 볼까 한다.

 

 

 

 

 

위 이미지에서 보듯 한달 동안에 구글에서 식당에 관한 검색이 50억번, 커피숍에 관한 검색이 5백만번 발생한다. 그 검색에 내 사업장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구글에 ‘My Business’라는 서비스가 있다. 이는 온전히 무료 서비스이며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비즈니스 홍보에 꽤 효과적이다. 식당의 예를 들면 각종 홍보용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으며, 비즈니스 시간, 메뉴, 내 웹사이트 안내 등을 홍보할 수 있고 심지어는 예약도 받아준다.  


손님도 사진을 올릴 수 있고 리뷰를 남길 수 있으며 업주는 이 리뷰에 답을 해 줄 수 있다. 


또한 업주입장에서 궁금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내 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키워드로 검색을 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많이 오는지, 요일별, 시간대별로 내 업소에 방문한 손님의 많고 적음을 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제 비즈니스의 구글 의존도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비즈니스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으로 직접 물건을 팔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내 가게를 알리고 가능하면 경쟁자보다 내 비즈니스를 온라인에 효율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검색 엔진 최적화로 번역할 수 있겠으며 온라인 검색에 내 상품이나 비즈니스가 가장 잘 노출될 수 있도록 함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제 온라인에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고 쇼핑도 한다. 직접 매장을 찾는 경우에도 그저 무작정 가는 것이 아니고 검색을 통해 비교하고, 위치를 찾고, 리뷰를 본 후 결정한다.


디지털마케팅회사 Chitika의 구글 검색결과 페이지 분석에 의하면 무려 91.5%의 트래픽이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내 비즈니스나 상품이 첫 페이지에 나오지 않는다면 잠재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필자처럼 유료로 돈을 내고 첫 페이지 상단에 내 비즈니스를 홍보해도 좋지만 SEO를 잘 함으로써 경쟁업소보다 가게를 온라인에 더 많이, 더 눈에 띄게 노출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


SEO는 꽤 전문적인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며 독자적인 웹사이트를 구축해 놓고 있는 경우에 가능하나 앞에 언급한 Google My Business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누구나 쉽게 설정할 수 있으며 비용이 한 푼도 들지 않으니 잘 활용하여 이젠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성업하시기를 기원한다. 


혹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면 젊은 직원이나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설정해 두고 최신 정보들을 업데이트 해두어야 하며, 이는 이제 생존을 위해서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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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77428
9191
2020-03-18
살아남기 위하여

김하일

(컴퓨터 전문가, 일본라면 전문점 경영)

 

 

 

세상이 온통 난리다. 맥이 풀리고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매상은 반토막 아래로 떨어져 겨우 인건비 정도 나오더니 급기야 ‘takeout제외 식당 영업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개점 휴업이다.


직원들에게 통보해 모두 나오지 말라 하고 주방 직원 한 사람만 출근시켰다. 


간간히 오는 테이크아웃 전화와 딜리버리 주문만 받으면서 급하게 그 동안 해 오던 온라인 광고를 수정했다.


다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겠지만 혹시 필자가 하고 있는 조치들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다른 분들께 참고가 될까 하여 글을 남겨 본다.


Takeout only조치가 내려지기 전부터 매상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우선 손 세정제를 구해 비치하고 가게 문과 홀 곳곳에 손님들께 드리는 메시지를 써 붙였다. 우리는 좀더 안전하고 건강한 식사를 즐기실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으로 구체적으로는 


- 평소에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주기적인 health inspection에 한번도 fail한 적이 없습니다.
- 주기적으로 방역 전문업체에 의뢰해 가게 내부를 소독하고 있습니다.
- 모든 식기류는 화씨 180도의 온도에서 세척하고 있습니다.
- 음식을 먹고 난 테이블은 즉시 소독제를 이용해 닦습니다.
- 모든 직원들은 주기적으로20초 이상 손을 씻도록 교육되어 있습니다.
- 직원 중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건강 이상 증세가 보이거나 열이 나면 출근을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 아직은 없지만 위험 국가를 여행한 직원은 최소 3주간 출근을 금지시킬 예정입니다.
- 손님 테이블은 사회적 격리 거리를 두고 안내합니다.


등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지금은 takeout, delivery만 서비스하고 있으니 소용이 없어졌지만 다시 Dine-in이 허용되더라도 코로나의 공포가 사라질 때까지는 떼지 않고 둘 예정이다.


Dine-in 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필자가 취한 조치는 다음과 같다.


- 일단 직원들에게 당분간 출근을 하지 말아 줄 것을 통보하고 혹시 EI 신청을 위해 서류가 필요한 사람은 알려 달라고 했다.
- 하루에 주방 직원 한 사람만 일하는 스케쥴을 만들었다.
- 그 동안 해 오던 구글 광고를 수정해 Takeout, Delivery를 강조했다.
- 건물주에게 이 상황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없겠느냐는 이메일을 보냈다.
- 문에 Takeout Only Sign을 붙여 놓았다.


어제 잠시 주변 다른 식당들은 어찌하고 있는지 살펴볼 겸 근처를 돌아보니 대부분 open sign이 꺼져 있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아 Takeout과 Delivery는 서비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Dine-in을 받지 않더라도 Open sign은 잊지 말고 켜 두어야 한다. 혹시 takeout하러 온 손님이 멀리서 보고 ‘아, 저 집은 영업을 하지 않는 모양이네’ 하고 다른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주기적인 환기이다. 아무리 깨끗해도 사람의 흔적이 사라지면 퀴퀴한 냄새가 배이기 마련이다. 하루 한두 번 문이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자.


어제 오늘 장사를 하면서 대략 계산해 보니 Takeout, Delivery 주문이 조금 늘고 인건비가 많이 줄어드니 이 사태가 장기화 된다 해도 크게 타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혹시 건물주가 렌트비라도 감면해준다면 평소 수준의 유지가 충분히 가능해질 것 같다. 그런데 건물주가 과연 렌트비를 감해 주거나 아예 받지 않는 조치를 취해 줄까?


글쎄, 그 부분은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해볼 수 있는 모든 시도는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평소 건물주와 신용 관계, 건물주의 재정상황이나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이 와중에 세입자가 망해버리는 것이 건물주에게도 손해 일 수 있다.


특히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 자리의 경우 6개월이 멀다 하고 망해 나가던 자리였고, 덕분에 필자 또한 문닫은 빈 가게에 권리금 없이 들어와 일년 반을 속 썩이지 않고 장사하고 있으니 어쩌면 건물주 입장에서도 필자를 오래도록 잡아두고 싶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막 건물주로부터 ‘네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처음에는 이 참에 좀 쉴 겸 당분간 아예 영업을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몇 가지 예상되는 문제가 있다. 나도 나지만 주방 직원이 수입이 없어지면 생계가 곤란해질 뿐 아니라 혹시라도 다른 일을 찾아 떠나기라도 한다면 다시 영업을 시작할 때 어려움이 생긴다. 교대로 출근시켜 조금이라도 수입을 만들어 주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식자재 중 냉동이 곤란한 것들은 모두 폐기처분 하여야 한다. 게다가 만일 어느 날 내일부터 정상 영업을 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더라도 각종 식자재 준비와 소스 등을 준비하려면 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적어도 이삼 일은 재 오픈이 늦어질 수 있다.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 위기를 통해 면역력과 맷집을 키워야 한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사태에 맞서가는 방법은 다양하겠으나 모두 슬기롭게 이 사태를 극복해 곧 모두의 얼굴에 다시 환한 미소가 깃들기를 기원하며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더 나은 조언과 아이디어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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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60952
9191
2017-09-07
서비스와 배려

 

 『서비스와 배려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성공의 기본조건이다. 서비스는 어떤 상품을 기술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면 배려는 그 상품을 전달받는 사람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서비스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서비스의 기준을 정하는 반면, 배려는 손님의 입장에서 모든 감각을 사용해서 귀를 기울이고 계속해서 사려 깊고 호의적이고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서비스와 훌륭한 배려, 둘 다 필요하다.』


 요즘 읽고있는 ‘세팅 더 테이블’(Setting The Table)에서 저자 대니 메이어(Danny Meyer)가 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큰 숙제를 풀은 기분이다.

 

 

 


 스스로도, 직원들에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늘 강조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그게 뭐지?, 최고의 서비스가 어떤 걸까?” 하는 의문을 버릴 수 없었다.


 미국 외식기업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털리티그룹(USHG)의 회장이자 셰이크 쉑(Shake Shack)의 창업자이기도 하며, 201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레시피는 언제든 복제할 수 있다. 카피할 수 없는 것은 감동을 주는 ‘배려’와 특별한 ‘경험’뿐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가 말하는 ‘배려’는 단지 손님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매장을 찾는 손님은 물론이고 일하는 직원, 지역사회, 재료 공급자와 투자가 모두에 대한 배려를 담아 ‘따뜻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를 USHG의 핵심 철학으로 삼는다.


 ’배려(配慮)’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네이버 사전) 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조금 분명해 진다. ‘서비스’는 ‘행동’이고 ‘배려’는 ‘마음’이다. 한자로는 나눌 배(配), 생각할 려(慮)를 쓴다. 


 대니 메이어가 말했듯 서비스는 기술, 배려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느낌은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교육시키는 일도 쉽지가 않다. 서비스는 항목별로 매뉴얼도 만들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라고 교육을 시키기도 용이하다. 그러나 배려는 직원 모두가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다. 


 다시 대니는 말한다. “레스토랑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을 선물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라고, 그러면서 그의 경영철학인 ‘합리적 배려(Enlightened Hospitality)’를 이야기 한다. 


 그는 배려의 우선순위 제일 첫 번째에 고객이 아니고 직원을 둔다. 손님 중심의 경영방식이 아니고 직원 중심의 경영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내가 직원들 위해서 사업하나?”라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고객과 레스토랑의 접점은 직원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가게가 밝아진다. 배려 받는 직원이라야 손님을 배려할 수 있게 된다. 


 “맛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은 잠시 뿐, 좋은 느낌을 주어야 오래간다.” 대니가 한국의 셰이크 쉑 강남점 오픈행사에 참석해 했던 이야기다. 셰이크 쉑 강남점이 오픈하던 날에는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1,500여명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두 시간 이상 줄을 서기도 했다.  


 앞에서 말했듯 ‘배려’는 교육으로 되지 않는다. 행동이 아니고 감성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배려를 가르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직원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직원을 배려한다는 것이 결코 직원을 상전처럼 떠받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갑질’만 안 해도 직원들은 행복해 한다. 직원이 잘못한 일에 대해 꾸중하고 나무랄 수 있다. 그런데 그 나무람에 감정을 섞어서는 안 된다. 


 사실 그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잘 되지 않는다. 성현(聖賢)들의 말씀 중에는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 세 번을 쓰라는 비법(秘法)도 있지마는 우리는 성현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그저 필부일 뿐, 득도한 사람이 아니니 당장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큰소리를 지르거나 말이 길어져 짜증이 섞이기도 한다. 


 이때 좋은 방법은 일단 내가 먼저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잠시 자리를 떠나 화를 갈아 앉히고 평정심을 되찾은 후 잘못된 일을 지적하고 야단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주의할 일은 업주의 가족들이 많이 나와있는 경우다. 일관성 없는 지시와 방침에 직원들은 어느 장단에 춤추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워 한다. 사장은 음식이 너무 짜다 하고 사모는 너무 싱겁다 하면 직원들은 속된말로 미치고 환장한다. 심한 경우 업주의 자녀까지 갑질에 한 수 거드는 경우도 있다. 


 대니 메이어가 배려의 우선순위 제일 첫 번째에 직원을 두고 제일 뒤에 투자가를 둔 것은 투자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투자가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겨주기 위해서 직원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 최선을 다할 때 사업은 번창하고, 그 결과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쓴 대니 메이어의 글귀를 프린트하여 직원들이 보는 게시판에 붙였다. 직원들이 그 글을 읽고 필자가 느낀 것과 같은 전율을 느낄지 “어쩌라구?”하고 콧방귀를 뀌고 말지는 모르겠다. 또한 “사장님,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씀인가요? 구체적으로 알려 주세요”하면 별로 할말도 없다. 


 똑똑한 사장이 좋은 식당을 만들지 않는다. 훌륭한 직원들이 좋은 식당을 만든다. 아무리 직원들을 감시하고 닦달해도 그저 열심히 하는 시늉은 하겠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열정은 생기지 않는다. 


 대니 메이어는 다시 말한다. “내 성공의 비결은 ‘직원에 대한 배려’다. 손님과 투자자를 중시했던 기존 방식과 다르다. 회사가 직원들을 배려하면 직원은 손님을 배려하고, 손님은 지역사회를, 그 지역사회는 투자자를 존중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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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60810
9191
2017-08-30
복권을 사야 당첨이 되지

 

 간혹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한다. 복권을 사느냐 마느냐,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사는지, 그것이 윤리적, 도덕적 또는 경제 논리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는 논외로 하고 한 가지 그들의 공통점은 복권을 샀다는 것이다.

 

 

 


 복권을 사지도 않으면서 “내게는 왜 저런 행운이 오지 않지?”하고 한탄해봐야 혹시 길을 가다 돈을 줍는 행운은 있을지 몰라도 복권에 당첨되는 일이란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다. 사지도 않은 복권이 당첨될리 없지 않은가?


 복권을 산다고 모두 당첨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 사지도 않으면 당첨될 가능성이 0% 인 것처럼 비즈니스도 그래 보인다. 성공할 준비를 하지않고 비즈니스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사지도 않는 복권이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 두지 않고 비즈니스가 성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식당 하는 사람은 모두 백종원씨를 부러워한다. 잘 생긴 외모, 여는 식당마다 대박 행진에, 젊고 아름다운 아내, 요즘은 거의 유명 연예인 수준의 대중적 인기까지 갖추지 못한 것이 없어 보인다. 요리사이자 식당 경영자, 작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현재 열 아홉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1,300여개의 가맹 점포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 성업 중이다.


 필자도 그를 동경하여 그가 쓴 책은 모두 사서 읽었다. 자서전 성격의 책이 있고, 본인이 만든 각 식당의 컨셉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책들이 있으며, 그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는, 레시피를 모아 놓은 책도 있다. 


 그의 책들을 읽다 보면 그의 성공은 상당 부분 준비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일부러 준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의 살아온 과정 속에 운명적으로 요식사업을 하게 될 날을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는 그 과정들을 거치면서 탄탄한 기반을 닦게 된다.


 요식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능력이 필요하다. 요리 실력과 경영 능력이다. 훌륭한 요리사라 해서 반드시 요식 사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다. 본인의 음식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눈을 가려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요리 실력과 경영 능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이다. 그의 군(軍) 경력은 좀 남다르다. 장교로 임관해 한 부대의 간부 식당 관리를 맡았다. 장교 식당의 책임자는 부사관(하사관)이 맡는 것이 보통인데 좀 별난 우연으로 그 일을 맡게 되었고, 그때 취사병들을 관리하기 위해 남몰래 요리를 공부했으며, 그 경험이 지금 요식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군에서 전역하고 그는 인테리어 사업, 건축 자재 수입상, 건축회사 등을 운영하며 경영 능력을 키웠다. IMF때 회사가 망하고 17억 정도의 빛을 떠안은 채 허름한 쌈밥집을 시작으로 외식 경영자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책, 특히 자서전 성격의 글들이 다소 과장이 섞여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의 살아온 날들을 보면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는 젊은 날의 다양한 경험들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직원을 새로 채용할 때 반드시 해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나는 젊은 시절에 내가 식당 주인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렇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네요. 내가 만일 젊은 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라도 식당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었다면 아마 조금 더 수월하게 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세상에 그냥 버려지는 경험이란 없습니다. 여기서 얼마나 일하게 될지 모르지만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기서 하루 종일 접시를 닦던, 서빙을 하던 그 일의 최고가 되세요. 당신의 미래를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수차례 언급했지만 필자는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작지 않은 약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아르바이트를 통해 아주 기본적인 정도만 익혔더라도, 아니면 집에서 어머니나 아내를 도우면서 기초적인 요리 지식이라도 갖추어 두었더라면 훨씬 더 수월하게 이 업(業)에 적응할 수 있었지 않았겠나 싶다.


 반면에 경영에 관한 부분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훈련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 필자가 다니던 회사는 한 팀이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이 되었다. 팀별로 손익을 관리하고 직원 채용부터 급여, 심지어는 직원들의 보너스까지 예산과 회사에서 정해준 가이드라인 내에서 팀장이 결정했었다. 주기적으로 리더십, 경영에 관한 사내외의 교육도 수강할 수 있었고, 그 경험들이 지금 식당을 운영하는 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요식업계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고든 램지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은 “셰프로서의 재능보다는 관리 능력 덕분에 성공했다”라고 했던 것처럼 요식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요리 솜씨도 중요하지만 경영 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냥 부부 둘이서 꾸려가는 작은 규모의 식당이라면 관리 능력보다는 어느 정도의 요리 솜씨와 손님을 상대하는 친화력 정도만 갖추어도 그럭저럭 꾸려갈 수야 있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식당이라면 경영 능력이 요리 솜씨보다 더 중요하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그야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인생이 어디 그러하던가? 


 필자처럼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준비없이 요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 분이라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책을 읽는 것이다. 


 세상이 좋아져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책을 주문하면 일주일 정도면 받아볼 수 있고, e-book이라면 대금 지불 즉시 전화기나 태블릿 또는 컴퓨터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런 간접 경험을 통해서라도 요식업을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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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60746
9191
2017-08-25
‘고객 만족’ 소용없다?

 

 지난 호에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투의 글을 써 놓았는데 이후 어떤 책을 읽다가 ‘고객만족, 소용없다’라는 글을 보았다. 고객 만족이 소용 있는지 없는지는 글을 읽는 또는 사업을 영위하는 각자가 자신의 철학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일이고 오늘은 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 글의 일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고객 만족도가 반드시 재구매와 연결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설문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브랜드에 만족했다”고 응답한 고객에게 그렇다면 미래에 이 브랜드를 다시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만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해서 실제로 구매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건만 좋다면 경쟁사의 제품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자 들이다.』


 그 이유로 설명된 내용은 다행스럽게도 전편에서 필자가 언급한 ‘고객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으니 필자의 생각도 전혀 틀리지는 않는 것 같아 조금 체면은 세운 셈이다.


 필자는 아마존(amazon.ca)을 이용하여 가게나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자주 구매한다. 처음에는 물건을 주문하면 일주일 이상 걸리던 배달이 프라임 멤버에 가입하고부터는 오늘 주문한 물품이 다음날 또는 적어도 이삼일 이내에 배달되니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다보니 혹 배송이 삼일 이상 걸리면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온라인 주문/배송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치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글에서 주장하는 것은 고객 만족도, CS(Customer Satisfaction) 보다 중요한 요인이 고객의 습관적 행동, 즉 CH(Customer Habituation)라고 말한다. 언젠가 한번은 의식적 의사결정을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무의식적으로 습관에 따라 구매하는 더 편리한 행동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필자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아마존을 주로 이용하면서 이베이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물론 거래 방식이 조금 다르기도 하지만 사이트가 익숙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러나 필자의 한 친구는 필자가 아무리 아마존의 장점을 설명해도 이베이 만을 이용한다. 


 이런 인간의 습성을 심리학자 수잔 피크스(Susan Fiske)는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두뇌가 정보처리를 할 때 가능하면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매행위 또한 습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단골’의 정의도 달라져야 한다.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때문에 단골이 되기도 하지만 위 글에서와 같이 습관적 단골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필자는 커피를 사 마실 때 스타벅스 보다는 팀 홀튼스를 더 선호한다. 스타벅스는 뭔가 좀 복잡해 보인다. 커피 이름들도 생소하고 뭔가 낯설다. 반면 팀 홀튼스는 이민 초기부터 이용해 친숙하고 편안하다. 
 물론 커피는 개개인의 기호에 많이 영향을 받는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필자처럼 커피 맛에 둔감한 사람은 그저 친숙하고 편안함 때문에 그곳을 더 선호한다. 


 이제 머리가 좀 복잡해진다. “어쩌라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객의 습관을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생각해보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단 흔히 쓰이는 마일리지 카드 또는 로열티 카드 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마일리지 적립을 미끼로 고객의 습관을 유도한다.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사면 스티커를 붙여주고 열 장을 모으면 커피한잔이 공짜이다. 경쟁이 치열한 피자 가게들은 모두 저마다의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한다. 그동안 쌓아 온 마일리지가 아까워 계속 이용하게 되는 습관을 유도한다.


 또 한가지 다른 대안은 선점효과이다. 특정 메뉴를 개발하면서 그것이 그 음식의 표준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코카콜라, 미원처럼 먼저 지배된 시장에 후발 주자가 비집고 들어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경우 시장을 선점하고 그것이 고객의 습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광고 효과가 만족스럽더라도 그 이상 지속적으로 고객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단한 진입장벽이 만들어지고 후발 주자는 쉽게 그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게 된다.
 또는 반대로 아예 판을 뒤집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이미 다른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고객의 습관을 파괴하고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바꾸어 버리려는 시도다. 


 지난 2년간 ‘매운 치즈XXX’가 대 유행을 했다. 떡볶이에, 갈비에, 돈가스에, 닭볶음에 치즈를 올리거나 끓여 부어 그냥 평범한 다른 것들은 식상하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요식업으로 한정 해놓고 보자면 ‘고객 만족도’도 중요하고 ‘고객 습관’도 무시해 버릴 수 없는 과제다. 일단 만족해야 습관적 단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돈 벌게 해주려고 우리집에 오는 고객은 없다.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무언가 있어야 온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리하여 고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어 일주일에 몇 번은 우리집에 오지 않고 못 배기는 습관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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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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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1
2017-08-17
갈수록 어려워지는 고객 만족도 지키기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식당을 평가하는 요소들을 생각해 본다. 디테일을 빼고 좀 굵게 정리하면 맛있다/맛없다, 싸다/비싸다, 기분 좋다/기분 나쁘다 등이 될 것 같다. 


 얼마전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하나 먹고 나온 적이 있는데 지금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식사를 한끼 한 것인데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이’ 이다. 이게 뭐지? 왜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거지? 

 

 

 


 곰곰 생각해 보다 내린 결론은 ‘기대치’에 있었다. 그곳에 가면서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나올까? 분위기는 어떨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가격이 너무 비싸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야 원래 값싸게 먹는 음식이니 ‘싸다/비싸다’를 평가할 이유조차 없고, 그런 저렴한 음식에 음식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변질되지만 않은 것이라면 굳이 맛을 평가할 이유도 없다. 


 ‘옆에 있는 수제 햄버거집에서는 햄버거 패티를 순 살코기로만 즉석에서 만들어 넣어 주는데 여기는 왜 공장에서 만든 것을 쓰느냐’고 항의하는 건 말 안되는 갑질이라는 사실도 안다. 


 단정한 웨이츄레스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음료를 서비스하기는커녕 돈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넥스트!”를 외치며 귀찮으니 빨리 비키라는 표정을 지어도 불쾌하기는커녕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얼른 옆으로 비켜선다.


 만족도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음식점의 경우 맛, 서비스 등)에 크게 좌우하는데 맥도널드는 손님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렸다. 그러니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손님들은 맛에 대해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맛에 감동 하는 손님도 없지만 회사도 손님들이 자사의 햄버거 맛에 감동해 주기를 기대하지도 않는 듯하다. 회사는 좋든 나쁘든 손님에게 어떤 특별한 인상을 남기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비단 조리 뿐 아니라 서비스에 관한 것도 매뉴얼화 하여 어느 한 지점이 특별히 훌륭한 서비스를 하는 것도 용납지 않는다. 한 지점의 특별한 서비스는 전체 맥도널드 브랜드에 대한 손님의 기대치를 높여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인의 추천을 받거나 인터넷에서 좋은 리뷰를 보고 미리 예약까지 해서 방문한 식당에서는 또 다르다. 웬만큼의 맛과 서비스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져 있기 때문에 같은 음식이라도 음식의 가격, 분위기, 평판 등에 따라 손님의 기대치와 만족도는 달라진다. 


 장사가 안정되고 손님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어 인터넷에 좋은 평가가 많아지고 하면서 은근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손님의 기대치와 만족도이다. 지인의 추천 또는 인터넷의 좋은 리뷰를 보고 방문했는데 서비스나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은 배로 커지기 마련이니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손님의 과한 기대감도 많이 부담스럽다.


 좋은 소문이 나는 것은 좋은데 그로 인해 고객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다소 두렵기도 하다. 어렵게 고객의 기대 수준을 충족해도 고객은 다음번에는 기대 수준을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골손님에게 특별한 추가 서비스를 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고객만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직원 교육에도 애를 쓰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음식과 서비스의 질을 높여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라면집에서 호텔 레스토랑급의 품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특히 앞서 예를 든 맥도널드의 사례와 같이 가격대비 기대치는 꽤 연관성이 크므로 음식의 가격을 인상하였거나 애초 오픈 당시부터 가격 정책을 비싸게 가져갔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메뉴 제작 시 많은 음식점들이 본인 가게의 실제 음식 사진이 아니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맛있어 보이는 사진, 또는 인쇄업자에게 의뢰하여 좋은 사진을 구해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하는데 메뉴판 자체의 품질은 높아질지 몰라도 손님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결과적으로 실망감을 크게 하는 역효과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객 만족도는 직원 만족도와 큰 연관성을 보인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이며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한때 행복 바이러스라는 말이 유행 했었다. 그렇다, 직원이 행복해야 그 행복감이 바이러스처럼 가게 전체에 퍼져 손님이 들어서면서부터 식사를 하는 내내, 계산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뭔지 모르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된다. 


 두개의 음식점에서 똑같이 사장의 방침으로 ‘음식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더라도 직원의 태도에 따라 손님이 느끼는 감정은 달라진다. 그저 퉁명스럽게 “그래 음식이 잘못 되었으니 돈 내지 말고 가시오”하는 것과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주방이 좀 바쁘다 보니 실수가 있었군요. 다음부터는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해서 오늘 음식값은 받을 수가 없겠습니다.”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것은 교육으로만 되지 않는다. 직원을 채용할 때 뭔가 좀 밝은 분위기의 표정과 성품을 지닌 사람을 채용하고, 또 그런 밝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늘 ‘손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왔는가? 우리 음식과 서비스가 고객의 뇌에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같은 수준의 음식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 당연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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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ail
김하일
60552
9191
2017-08-10
먹튀 사건

 

 꽤 바빴던 며칠 전 아침시간, 일을 좀 도와주려고 홀에서 손님 떠난 테이블을 치워주고 있을 때 한 테이블의 젊은 여자 손님 두 분이 일어나 나간다. 감사하다고,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니 손까지 흔들며 ‘땡큐’하고는 미소까지 지어주고 나간다.

 

 

 


 잠시 후 포스를 들여다보던 직원이 “사장님 3번 테이블 손님 계산 받으셨어요?” 한다.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간 것이다. 소위 먹튀(먹고 튄다)다.


 헛웃음이 나왔다. 멀쩡하게 생긴 아가씨들이 먹튀라니… 그것도 저리 당당하게…. 헌데, 그로부터 약 한시간쯤 후 가게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까 그 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친구와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깜빡 잊고 페이를 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가서 페이 하겠다”라는, 그리고는 진짜로 저녁에 다시 와서 돈을 지불했다.


 또 다른 놀라움 이었다. 설사 깜빡 잊었다 하더라도 일부러 다시 와서 지불을 하다니, 고마움에 더불어 놀라움 이었다. 무조건 먹튀라고만 생각했던 미안함도 있었다.


 자존심이겠지, 다시 볼일 없을 지라도 돈 몇십불에 양심을 바꾸지 않겠다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먹튀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님들을 일일이 적극적으로 감시(?)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무전취식이 가능해 보인다. 테이블 별로 담당 서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계산만 담당하는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신없이 바쁜 시간에 그저 슬그머니 걸어 나가면 직원들은 서로 다른 직원에게 계산을 했겠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페티오에서 식사를 한 경우에는 그냥 가 버린다 해도 속수무책이다. 


 처음에는 페티오에서 술을 시키거나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담배를 피우겠다고 일어서기라도 하면 불안해서 일부러 주변에서 서성이거나 곁눈질로 주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더구나 한참 객기와 장난기가 넘쳐나는 젊은이들을 상대하는 비즈니스 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다. 


 지금 가게에는 한쪽에 ATM 기계가 있지만 예전에 운영하던 일본라멘 집에는 ATM 기계가 없었다. 간혹 크레딧카드 머신이 고장나 난감한 일이 생길 때가 있다. 손님은 카드만 가지고 있을 뿐 현금이 없고, 우리 집 카드 기계는 고장이 나있고, 돈을 받을 방법이 없다.


 인근에 ATM 기계 있는 곳을 알려주고 현금을 찾아 올 수 없겠느냐고 하면서 내심으로는 못 받아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ATM에 돈 찾으러 간다하고 다시 안 온들 어찌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도 그냥 간 사람은 없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주말 아침 이른 시간이었고 손님이 별로 없이 한가해서 지하실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인터폰으로 직원이 좀 올라와 달라기에 가보니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젊은 한인 여성 손님이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보니 깜빡 잊고 크레딧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한다. 오늘 인근 학교에 시험이 있어 급히 서두르느라 전화기도 두고 왔으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차림새나 인상을 보아 일부러 그럴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니 그냥 가시라 했다. 혹 나중에 이쪽에 올일 있으면 그때 페이하면 된다고, 너무 걱정 말고 시험이나 잘 치르라고 했다.


 그런데 한사코 이메일 아이디를 달라고 한다. 집이 이 근처가 아니고 학교도 여기가 아니며 무슨 특별한 시험이 있어 오늘 하루만 오고 다음에는 이 근처에 올 일이 없을 것 같다고, 그러니 이메일로 음식값을 보내겠다고 한다.


 큰 기대 없이 이메일 아이디를 알려 주었고, 그날 저녁에 음식값을 많이 초과하는 금액이 이메일을 통해 들어왔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하고 정직하다. 특히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음식 장사를 하면서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보람이자 행복이다.


 사람이 제값을 하지 못해도 먹튀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어느 한국계 여성 골퍼가 용품 업체로부터 거액의 스폰서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내지 못해 뜻하지 않은 먹튀가 되기도 했다. 


 비싼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칠 때 손님 입장에서는 먹튀를 당한 기분일 테다.


내가 당하는 먹튀만 신경 쓸 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먹튀를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도 신경을 써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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