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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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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과 꺼지지 않는 횃불

 

올120회 노벨문학상은 미국작가 루이즈 글릭(Louise Gluck)이 수상하였다. 한림원은 그의 시가 ‘절제하는 아름다움과 개인의 존재를 우주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하는 뚜렷한 시적 목소리를 가졌다’고 발표하였다.

 

보수주의가 가장 강하다는 노벨문학상에 남성이나 유럽중심을 깨고 북미주 여성작가를 택한 것은 그간 수상작의 선정기준이나 심사위원들을 둘러싼 여러 잡음들을 제거하고 순수문학으로 돌아온 증거라 평하기도 하였다.

 

40여 년을 유지해오던 H신문의 문예지면이 순수문학적인 글, 시나 수필은 싣지 않기로 한 방침에 따라 폐쇄된 직후라 순수문학의 회귀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한 영상을 불러왔다.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인이다.

런던 다운타운에 있는 밴팅기념관에는 당뇨병 특효약 인슐린을 발견함으로 인류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공로를 기리며 꺼지지 않는 횃불이 일 년 내내 타오르고 있다.

 

토론토에서 연구하고 노벨상을 받은 밴팅의 기념관이 어떻게 런던에 있는지에 얽힌 일화가 있다. 개업의사로 실험을 병행하던 밴팅은 전적으로 연구만 하려는 열망으로 웨스턴의대 연구팀에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나 웨스턴의대에선 대학원 학생으로 등록하라며 거부하였다. 할 수 없이 토론토로 이주한 밴팅은 토론토의학과의 연구팀으로 들어가 췌장호르몬 인슐린연구에 전념하였다.

 

1922년 죽음이 눈앞에 가까웠던 14세 소년 레오나드 톰슨에게 실험하여 몇 주 만에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1923년 지도교수 존 제임스 리카드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의 명예를 놓치게 되었다고 서운해 하던 런던 시는 그의 병원 실험실건물을 기념관으로 세우고 인슐린연구의 발상지로 꺼지지 않는 횃불을 계속 밝히게 된 것이다.

 

현재 77세의 글릭은 헝가리 계 유태인으로 뉴욕에서 출생하고 롱아일랜드에서 성장한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예일대 영문학교수다.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고 여길 만치 글릭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가였지만 미국 내에선 퓰리처상(1993년), 볼링겐 상(2001년), 미국 인문학메달(2015년) 등 주요문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였다. 117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16번째의 여성작가인 것이다.

 

밴팅(1891년11월14일_1941년)은 온타리오 앨리스턴에서 태어나 토론토대학교 의과대학을 1916년에 졸업하였다. 제 1차 세계대전 군 의료부대로 참전하였다가 종전 후 토론토 어린이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에서 근무하였다. 그 후 온타리오 런던에서 개업의와 개인 실험을 병행하였다.

 

노벨상 수상 후 1929년까지 암, 규폐 증, 납 중독에 관한 연구를 하던 그는 1941년 제 2차 세계대전에 지원 출정하였다가 비행기사고로 50세 나이로 숨졌다.

 

함께 연구한 찰스베스트가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자신의 노벨상 상금을 그와 나누었다는 사실이나 인슐린으로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하여 단돈 1달러 50센트에 그의 대학에 팔았다는 것, 제 2차 대전에 지원 출정한 것 등에서 보여 준 동료애와 인간애 그리고 애국심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숭고한 등불이 되어 타오르고 있다.

 

한국인의 노벨문학상은 언제 쯤 이루어질까. 많은 식자들이 올리는 현답은 최소한 자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어야 하며 사랑받는 작가를 만들어 주는 사회적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처방한다. 몇 년 째 후보물망에 오르는 일본작가 하루키는 일본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그가 책을 한 권내면 10만부가 팔리는 것이 기본이라 한다.

 

2015년 어느 잡지 글에서 한국의 한해 시집 출간은 총 2000권인데 300권정도 팔렸다는 믿기지 않는 통계를 읽은 적이 있다. 이민사회에서의 한국문학의 입지는 더욱 난감하다. 작가도 작품도 독자와 접할 기회가 적은 것이다.  

 

이민문학의 특수성과 문화적 다양성은 고국의 작가와는 또 다른 큰 자산일 수 있다. 문학과 친근해지고 책을 많이 읽도록 하는 캠페인은 메디아의 지면만큼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의 추억을 보존하기 위해 소설 창작을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오랜 시일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자녀들 중에 노벨 문학상이 나올 수 있도록 풍토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된다. 훗날 노벨상의 금잔디가 될 것을 기대하며 꾸준히 터를 닦고 씨를 뿌려야 할 것이다.

 

시와 수필, 순수문학은 인생의 지성과 감성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횃불이다. 작가는 겸손과 순전히 아름다움을 지피는 작은 횃불이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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