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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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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긴 아저씨(Daddy long leggs)


 
 지난 한 주일간 교육주변의 여러 기사가 머릿속을 뱅뱅 돌며 상념에 젖게 한다. 슈거 대디(부유층 중년, 노년남성)와 데이트를 하는 대가로 생활비와 용돈을 받는 여자(슈거 베이비)가 전 캐나다대학에 7만 여명인데 그 중 1158명이 토론토대학에 재학 중이고 웨스턴대학이 777명으로 2위라고 한다. 


웨스턴대학은 남편이 은퇴하고, 나와 아이들 모두 거친 삶의 현장이고 40여 년 뿌리 박힌 고향이다. 절박한 여대생들을 도와주는 따뜻한 손길에 우선 감사하는 마음 한 모퉁이로 이성과 감성이 엇갈리며 착잡하게 흐른다. 


엉뚱하게 오래 전에 읽어 내용조차 가물가물한 동화가 떠올랐다. 다리긴 아저씨의 원제목은 ‘대디 롱 렉스’(Daddy long leggs)’이다. 진 웹스터(1876-1916)가 1912년에 발표한 이 동화는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계층마다 다른 감동을 주는 명작 고전동화라 불린다. 


뉴잉글랜드 ‘존 그리어 고아원’의 제루샤 에벗에게 후견인이 생겼다. 무명인이기를 원하는 후견인 존 스미스는 절대 누구인가를 알려고 하지 말 것과 한 달에 한번 씩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 줄 것을 조건으로 당부했다.  


후견인통보를 받던 날 검은 복장에 높은 중절모를 쓴 신사가 역광을 받아 기다란 그림자를 끌며 현관문을 나가는 것을 본 제루샤는 그를 ‘다리긴 아저씨’ 혹은 ‘다리긴 거미’ 라고 별명을 붙였다. 


동화는 제루샤가 대학생활 4년간에 쓴 편지묶음이다. 발랄하고 명랑한 여대생 제루샤의 작가의 꿈과 이상을 가능하게 해준 존 스미스의 후견역할은 아름다운 만남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적인 도움이 얼굴 없는 미담이기를 기대하는 마음바닥엔 너무도 흔한 ‘미 투’( ME TOO)의 기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폭로와 몰락을 보아왔는가. 존경하고 숭배하던 스승이, 문학인이, 예술인이 심지어 성직자까지 가해자로 변모하는 순간 선의의 자선행위는 추악한 모습으로 사회윤리를 흐리게 하였다. 


자기계발과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성취하려는 인간 본연의 소망이 난관에 부딪치는 큰 원인은 비싼 학비 때문이라 변호한다. 며칠 후 신문에는 교사들의 순환스트라이크사진과 기사가 첫 면을 장식하였다. 교사처우와 교육환경개선을 위하여 주정부의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데모라 한다. 학생들에게 삶의 규범과 지표가 되어야 할 스승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서 스트라이크를 하는 세태가 가슴 아프다. 


오래 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는 신입생 전원에게 국비장학금을 지급하였다. 액수의 다소보다는 나라가 인정하는 스승이라는 존재감에 더 큰 자부심을 가졌었다. 2학년부터는 A학점취득자에게 장학금을 수여하였는데 교육학박사 성 래운 교수에게는 학업을 잇게 해주는 생명선과 같았다고 한다. 


성적A학점을 얻기 위해 그는 기숙사 소등 후에 오직 한 군데 켜있는 희미한 화장실 불빛아래서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교수님은 학문연마는 바른 지식과 지혜와 인생철학의 탐구라며 상아탑의 성취가 지고한 목표인 만큼 과정도 진지하여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낳으시고 가르치시고 다스리시는 아버지와 스승과 임금님의 존귀함이 똑같다 하여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배웠다. 군사부일체의 교육질서가 흔들릴 때 사회적 기강도 흐트러지는 현상을 수없이 보아왔다.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순위에 캐나다가 2위라고 한다. 


같은 지면엔 누군가가 거액의 기부금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는 감동의 소식도 있었다. 요즘은 거의 모든 대학마다 장학제도가 있고 단체나 대 부호재단의 장학금도 많이 있다. 하지만 늘 부족하여 동창회에서는 기금조성에 동참해주기를 호소하는 서신이 자주 온다. 


한때 남편의 의대동창회에서는 사후재산을 모교에 전납한다는 유언장쓰기캠페인도 있었다. 오늘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전 세계 억만장자 2153명이 가진 돈이 하위 46억 명(46%)의 돈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빈곤한 대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으려면 그 중 몇% 만 있으면 될까. ‘돈이란 육감 같은 것이어서 그것이 없으면 다른 감각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섬머셋 몸의 명언이 떠오른다. 동시에 학교교육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웅변하는 표어가 있다.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 


 돈이던 지식이던 아무리 풍요로워도 삶에 긍정적인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많고 적음이 하등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스승이 존경받고 임금이 덕으로 다스리며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있을까. 아무래도 인간의 힘으로는 난제 중 난제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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