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가지 말아라

 

2018년이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달이 지났구나. 유행가 가사에도 있듯이 고장 난 벽시계처럼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하루가 시작했다 싶으면 저녁이다. 
이번 주엔 인근의 후배 KS가 방문할 예정이다. 체력이 허약한 아우가 항상 걱정되며 안타깝다. 요즘 나도 어깨가 무겁고 뻐근하고, 특히 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신경통으로 쑤시고 아플 때면 옛날의 친정엄마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고 보고 싶다.
친구들이 모이면 미투(Me Too.)라고 한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고 ‘나 역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요즘 미투 운동에 빗댄 이런 표현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다행인 건 사우나를 즐길 수 있어 감사한 일상이다.


도서실은 벌써 만원사례이다. 내 책상은 항상 햇빛이 있고 서양 친구 다이앤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면서 나에게 감동을 준다. 요리 연구가답게 한국 음식에 관한 책들을 갖고 오고 열심히 설명까지 한다. 갈비와 김치를 손수 만들어서 가끔 나를 위해 갖고 오는 귀한 친구다. 단점은 흡연이 심해서 조금은 마음에 걸린다.
엊그제 시니어 모임에서도 세계 각국의 친구들이 모였다. 아프리카에서 출생한 풀로렌스는 영국에서 오래 살았고, 병원 정신과 수간호사로 정년 퇴직한 똑똑한 친구다. 우린 서로 통한다. 손주들을 돌봐주는 할머니이자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파이며 강한 의지의 홀로 사는 친구이다.


4월이 오면 만물이 다시 소생한다. 풀과 나무와 꽃잎이 예쁘게 피어 오르고, 파랗게 생동할 기쁨도 8살, 3살된 손주 녀석들의 노는 모습에서 다시 느꼈다. 그야말로 남자아이들이라 과격하게 뛰고 엎어지고 너희들은 새싹이라 힘이 대단하구나. 운동인 듯 소파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노는 너희가 좋다. 
우리 동네에서 익숙한 장소가 팜보이(Farm Boy) 마켓이다. 물건들이 신선하지만, 값이 조금 비싼듯하다. 하지만 산책 삼아 가끔 들린다. 샐러드 바에서 세계적인 음식들을 배우고 거기에 우리 음식인 잡채가 진열되어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난다. 이곳 사람들도 즐겨 찾을 텐데.


조금 먼 곳이지만 식품점에 들리면 골고루 자주 구입한다. 빈대떡을 딸아이에게 ‘Korean pancake’로 설명해준다. 호박죽은 남편이 즐기고 가끔 내 점심에 필요한 음식이다. 오늘은 고구마를 쪄놨다. 달고 맛이 좋아 남편은 녹차와 함께 아침으로 즐긴다. 우리의 식생활은 골고루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다.
약밥을 손주들에게 시식시켰다. “할머니, 맛이 별로 예요.” 아직은 너희가 잘 몰라서 그래. 오래 전부터 알았지만, 요즘엔 오곡밥이나 흰밥까지 없는 게 없는 좋은 세상이다. 급할 때 남편과 나는 이곳 음식도 즐기는 편이다. 베이글 빵에 크림치즈와 커피 한잔이면 너무 좋다. 오늘은 에그머핀과 계란부침에 야채를 넣어 먹었다.
바로 앞자리에 서양 아저씨가 자리를 같이하면서 말을 건넨다. 자기 컴퓨터를 갖고 와서 열심이다. 우리의 동양문화는 아직 어림도 없을 텐데, 생수 한 병을 건네주면서 정치 얘기로 트럼프와 트뤼도를 들려준다. 


대화를 유창하게 이끄는 중년 남성. 과연 우리 남편도 생면부지인 여성에게 친절하고 스스럼없이 말을 건넬 수 있을는지 생각 중이다.
좌우간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가지 말아야 한다. 새봄이 왔으니 자주 햇빛도 받으면서 걷고 싶다. 따사로운 햇살아 나의 등에 골고루 쏘여주렴. 이 시간에도 나처럼 몸의 이곳 저곳이 쑤시는 나의 친구들에게 그래도 살맛 나는 세상이니 힘내고 움직이라고, 기쁘고 감사히 주어진 일상에서 최상의 노력을 하자고 말해본다.
얼마 있으면 아들의 생일이다. 멋진 저녁을 약속하고 전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서 축하를 해줘야지. 아들아, 딸아 손주들아, 그때까지 안녕. 할머니의 기도는 끊이지 않는다. 주님 저들을 축복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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