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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한국 오가며 이룬 만학의 꿈-정인필 씨
- 2012-01-16
- by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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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캐나다 교포 정인필(74)씨. 그는 일흔이 넘어 '인생을 살며 내가 해보지 못한 일이 뭐가 있을까'하는 진지한 고민 끝에 2008년 방송대에 입학했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만학의 꿈' 이룬 방송대 정인필씨
방송대 졸업 앞둔 74세 '대학생' 정인필씨
"이 나이에 비행기 타고 캐나다에서 한국 오가며 공부한 게 벌써 4년이에요.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감개무량합니다. 요즘엔 젊은 대학생들도 제때 졸업하기 어렵다던데."
40년 가까이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교포 정인필(74)씨는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늦깎이 대학생이다.
그는 일흔이 넘어 '인생을 살며 내가 해보지 못한 일이 뭐가 있을까'하는 진지한 고민 끝에 2008년 방송대에 입학했다.
정씨는 캐나다에서 방송대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1년에 두 차례 있는 중간·기말고사 기간에 맞춰 한국을 찾아 '출석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른 뒤 캐나다로 돌아가는 생활을 했다.
그렇게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은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남들은 한국에서 스터디그룹을 짜서 '열공'하는데 난 캐나다에서 혼자 공부하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던 거죠.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한국에 들어와 스터디그룹을 찾으러 다녔어요." 그렇게 해서 들어가게 된 방송대 스터디그룹이 '소담터'다.
정씨는 2학년 때부터는 캐나다에서 15년간 해온 부동산 중개업도 접고 아예 한국에 방을 구해 매 학기 2~3개월을 머물며 학업에 전념했다.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소담터 학생들과 토론을 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신보다 한참 젊은 교수를 직접 찾아갔다. 성적은 자연히 상승곡선을 그려 졸업학점은 3.0을 넘겼다.
정씨가 홀로 캐나다에 이민을 떠난 건 1974년이었다. 땅을 사들여 집을 지어 파는 사업을 하다가 사채로 졸지에 재산을 모두 잃은 것이 계기였다.
무작정 비행기에 오른 그는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고 승무원의 "커피, 주스 중 어느 걸로 드릴까요?"라는 질문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영어에 서툴렀다.
그는 토론토의 작은 마트에서 종업원으로 시작해 곧 매니저 업무를 맡게 됐고,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나서는 택시 운전, 부동산 중개업 등을 했다.
정씨는 1월초 소담터 학생 8명과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다녀오고서 12일 캐나다로 출국했다. 그는 다음 달 22일에 있는 방송대 졸업식에 맞춰 다시 귀국할 예정이다.
일흔을 훌쩍 넘겨 학사 학위를 따게 됐지만 정씨는 앞으로도 학업을 중단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동양철학 산책'이라는 수업을 듣고 노자 사상에 푹 빠졌다"면서 "노자의 '무위자연'을 더 공부하려고 대학원 과정을 준비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가끔 내가 배운 지식을 동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상상을 하곤 해요. 그렇다고 야학교사가 내 꿈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혼자서 하는 즐거운 상상이에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