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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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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의 명분- 받들만한 사람을 받들어야

 


 혹시가 역시가 됐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토론토를 방문한 이유도 불분명했지만 억지춘향격의  동포간담회 역시 볼썽 사나웠다. 한마디로 시간과 돈의 낭비였다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다.  


 토론토총영사관 측은 대통령 방문 2주일여 전부터 간담회 참석자를 선정해 통보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행사 당일 저녁 6시 30분까지 호텔에 도착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행사 예정 시각인 밤 8시를 훌쩍 넘긴 8시 30분에서야 윤 대통령 부부가 나타났다.


 원래 윤씨의 표정은 항상 굳어있는 모습이지만 이날 따라 더욱 경직돼 보였다. 전날 미국 뉴욕에서 내뱉은 비속어 논란으로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언론에 화제가 되고 있음을 숨길 수 없었다.  


0…호텔 간담회 행사장의 소위 ‘헤드테이블’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토론토한인회장, 총영사 외에 다소 뜻밖의 인사들이 자리에 앉았다. 왜 그들이 상석(上席)에 배치됐는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 분들을 폄하해서가 아니다. 정치와 외교는 프로토콜(protocol)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 대통령 행사에 온타리오를 대표하는 덕 포드 총리 정도의 인사를 초청하거나 주요 한인정치인이 헤드테이블에 앉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행사는 먼저 간단한 국민의례가 있었는데 단상에 태극기만 꽂혀 있고 정작 캐나다 국기는 없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여긴 캐나다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캐나다 국기를 비치했어야 하지 않은가. 행사준비가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할 수 있는 첫대목이었다.


0…격려사 순서에서 윤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이럴 때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으로 동포들을 대하면 안되나. 굳이 그렇게 딱딱한 원고를 읽어야 하나.


 내용도 뻔했다. 캐나다 동포들이 한-캐 관계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둥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그나마 최근 불의의 총격사건으로 순직한 홍성일 경관에 대해 언급이라도 한 것은 적절했다.    하지만 요식적인 연설에 걸린 시간은 딱 5분여.   


 이어 늦은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그 시간은 ‘침묵의 시간’이었다. 아무런 대화 없이 그저 묵묵히 비싼 요리만 즐겼다. 그 분위기가 참 어색했다. 와인을 곁들인 고급호텔 요리는 일인당 500불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내가 먹어본 가장 비싼 요리 중 하나로 기록됐다.   


0…윤씨 부부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러니 분위기가 그렇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앉아 어기적 어기적 요리만 먹으려니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원수란 사람이 왔는데 어색한 침묵 속에 값비싼 밥만 축내니 동포들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어 대통령을 환영하는 축하공연이 열렸는데 어색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애쓴 흔적은 갸륵했지만 그런 자리에 그런 공연은 좀 생뚱맞아 보였다. 대통령 부부는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마디로 경직되고 어색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는 시종 다소곳하고 조신하게 행동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 역시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언론의 가십거리에 오르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마네킹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헤드테이블에 앉았는데 억지로 꾸민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언론에 잡힐까 신중을 기하는 것 같았고 그럴수록 측은해 보였다. 그러길래 왜 그리 너무 높은 위치에 올라 감당을 못한 채 허위적거리는가.      


0…이어 동포간담회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대통령과의 질의응답. 사실 이 시간을 위해 그 복잡한 다운타운 호텔까지 차를 몰고 간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함 바로 그것! 사전에 지정된 2명의 질의자들께는 미안하지만 질문과 응답은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 총평이다.


 동포 간담회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적어도 10여 명 정도는 발언하도록 해야 함에도 딱 2명만 사전에 선정해 뻔한 내용을 반복했다. 돌발적인 질문을 우려해 그랬을 것이라 이해는 되면서도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동포권익이나 남북문제 같은 수준있는 질문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질문(부탁)이 뻔하니 답변도 뻔했다. “적극 검토하겠다…” 이건 안하겠다는 말이다. 주목할 말이 없으니 기사로 쓸 말도 없었다. 이런 간담회를 왜 했는지.    


0…이번 간담회는 3박자가 딱 맞은 3류 쇼였다. 첫째, 대통령 본인의 무능한 자질, 둘째, 참석자(200여 명) 선정 기준 의문, 셋째, 비굴하고 요식적인 질의 응답(동포들에게 돈 좀 달라 VS. 알아보겠다). 동포들을 이런 식으로 우롱해도 되는지.  


 그럼에도 이날 참석자들은 윤씨와 기념사진을 찍느라 아우성이었다. 참 씁쓸한 풍경이었다. 


 한편 이날 호텔 앞에서는 한인동포 20여 명이 윤씨의 퇴진을 주장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한 250여 명의 동포들이 모인 가운데 조 국 전 법무부장관 영화(‘그대가 조국’)도 상영됐다. 윤씨가 도륙을 내다시피 해서 엮어넣은 조 국 장관, 바로 그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0…윤 대통령은 다음날 오타와에 가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유럽-북미 순방 중 유일하게 ‘정상회담’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만남이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하며 한-캐나다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재확인한 회담이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캐나다의 언론에서는 이를 단신 정도로 취급했다. 왜 그랬을까. 한국의 윤 대통령은 캐나다 언론에서조차 별로 주목할 가치가 없는 존재였나 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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