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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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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천적(天敵)-사람이 죽도록 미울 때

 

 

 “이번 모임에 그 사람 오나요? 미안하지만 그 사람이 오면 난 안 갑니다…” 최근 어느 한인모임에서 누군가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친교 모임과 행사가 있을 때 심심찮게 보고 듣는 모습이 바로 누구는 누구 때문에 모임에 오기 싫다는 것이다.

 

 이럴 땐 어떻게 대꾸를해야 할지 난감하거니와, 한편으론 수긍도 간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일을 겪어왔고 그러기에 무어라 조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0…우리는 흔히 어떤 행사나 모임에 갔을 때 평소 싫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즐겁던 기분이 싹 가시면서 그날 하루는 속을 썩이며 망치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겪는다. ‘하필이면 저 인간이 왜 이 자리에…!”

 

 특히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그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과 내가 만나는 것을 보면 속이 뒤틀리는 표정이 역력함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 어떻게 그런 사람과 친해요…?’ 이러다 보면 모든 인간관계가 꼬이게 된다.

 

 언젠가 골프대회를 하는데 나와 친하게 지내는 분이 기부금만 내고 참가는 않겠다고 한다. 왜 그러냐니까 “00 인간이 보기 싫어 안 한다”는 것이다. 평소 성격이 원만해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것만 같은 분이 그러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 분들처럼 이른바 ‘천적(天敵)관계’에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0…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모든 것이 관계(relationship) 속에 이루어지며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누굴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것이 참 피곤하고 괴로운 일이다. 내가 한때 그랬다.

 

 어떤 사람은 하는 짓마다 미운 짓만 골라해 그를 보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그때 나의 마음고생은 엄청났다. 식사를 하다가도 그 인간만 생각하면 밥맛이 떨어지고 잠을 자다가도 그 얼굴만 떠오르면 잠이 달아났다. 나중엔 생병(生病)이 날 지경이었다.

 

 교류 폭이 좁은 이민사회에 사는 우리들은 더욱 그렇다. 어딜 가나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꼭 있다.

 

 천적(natural enemy)은 특정 생물을 먹이제물로 삼는 생물을 말한다. 자연생태계는 각 생물이 자연의 원칙에 따라 먹고 먹히는 천적관계(먹이사슬)로 이루어져 있다. 쥐와 고양이, 진딧물과 무당벌레, 곤충과 새, 새와 뱀, 올빼미…

 

 이러한 먹이사슬은 자연이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유지되는 원칙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관계가 인간 사이에서 ‘하늘(天)이 정해준 원수(敵)’로 쓰일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0…‘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 프랑스의 종교화가이자 판화가인 조르주 루오(1871∼1958)의 판화작품 제목이다. 자신에게 아픔과 상처, 죽음까지 주는 도끼날일지라도 독을 묻히지 않고 오히려 향을 묻혀주는 향나무.

 

 자신을 멸시하고 죽이려는 자들을 오히려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며 십자가를 지신 예수의 삶이 그러했을 것이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에는 나를 찍으려는 수 많은 도끼날들이 사방에 번뜩이고 있다. 그러나 수천 수만 번을  찍히더라도 오히려 내 마음 속에 있는 따스한 사랑을 나누어주고, 아무리 아프더라도 오히려 내 안에 있는 용서의 향기를 나누어 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0…우리는 언제나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하며 살고 있다. 자신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히는 향나무처럼 무한한 용서와 사랑으로 한세상을 살아가라는 그 힘든 주문을 어찌 감당할까만 노력을 하다 보면 스스로 방법을 찾을 것이다.

 

 관계의 폭이 제한된 이민생활에서는 특히 미움의 정서가 큰 문제로 작용한다. 주로 동족끼리 만나다 보니 허구한날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그렇게 자주 접하다보니 약점만 눈에 들어오기 십상이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꿈치까지 미워 보인다고, 하나하나가 모두 밉다. 이는 참 피곤한 일이다.

 

 처음엔 좋은 관계로 시작했던 동업이 깨지는 일도 흔하고, 부부사이도 마찬가지다. 연애시절엔 예쁜 점만 보여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았으나 살아가면서 차츰 흠집만 보이니 싸울 일 천지다. 

 

 그러나 누굴 미워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참 안 좋은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 이를 확대시켜 볼 것을 권한다. 사람에겐 누구나 장점과 미덕이 있게 마련이며 그 장점만 보면 그 사람이 좋게 보일 것이다.

 

 사소한 일로 갈등을 빚더라도 서로 상대의 좋은 점만 보도록 노력하면 결국 원만한 결론을 맺게 될 것이다.

 

0…누군가가 죽도록 미우신가요. 이를 해소할 가장 좋은 방법은 나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상대방에게도 분명히 장점이 있을 것이니 노력해서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다.

 

 내가 먼저 내미는 용서와 화해의 손길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은 바로 용서다.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너희게 원한 품은 형제 생각나면/어서 가 그 형제와 화해를 하고 /돌아와 그 예물 바쳐 드려라…’ (가톨릭 성가 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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