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배경 영화(V)-'셰난도'(Shenandoah)(하)

 

 (지난 호에 이어)

아버지 찰리가 그 보초병을 교살하려다가 너무 어려보여 나이를 묻는다. "16살입니다." 찰리는 같은 나이인 보이를 생각하고 그를 살려주면서 격앙되어 말한다. "네가 늙어지고 많은 아들을 두게 되면 자식을 잃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 지를 알게 될 거야!"

 

 집으로 돌아온 찰리 가족. 가정의인 톰 위더스푼(폴 픽스)이 제임스와 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손녀 마샤는 살아있으며 흑인 보모가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된 찰리는 어린 손녀를 품에 안아보고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글썽인다. 그때 농장을 몰수하려고 들이닥친 북군을 앤더슨 가족이 합심하여 물리친다.

 

 다음 날, 아침식사 테이블에서 늘 하던 기도를 시작하는 찰리. 그러나 목이 메어 끝을 맺지 못한다. 그는 가족묘지를 찾아가서 죽은 아내에게 슬프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그리고 그녀 옆에 묻혀있는 앤과 제임스, 제이콥의 묘소도 들러보는데….

 

 그때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린다. 찰리 앤더슨이 "왜 아무도 오늘이 일요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면서 앤더슨 가족은 모두 옷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총총 교회로 간다. 가까스로 찬송가 한 곡이 시작될 즈음에 도착하였는데, 노래가 끝나자 비욜링 목사(덴버 파일)가 다음 찬송가를 주문하는데… 그때 '보이'가 목발을 짚고 비틀거리며 교회 뒷문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회중들이 일제히 쳐다보자 찰리도 무슨 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앤더슨 가족은 막내 보이와 교회 안에서 극적인 상봉을 하고, 마을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 찰리 앤더슨이 난생 처음으로 찬송가를 우렁차게 부르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한마디로 가족을 지키려는 한 아버지의 아픔과 슬픔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전통민요 '셰난도'와 함께 서정적이고 밝고 평온한 홈드라마의 느낌으로 시작하여 전쟁에 의해 한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을 통해 부성애, 형제애, 가족애, 그리고 평화와 화해라는 반전의 희망적 메세지를 담고있는 훌륭한 영화이다.

 

 막내아들 '보이' 역의 필립 알포드(Philip Alford·74)는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1962)'에서 변호사 아티커스 핀치(그레고리 펙)의 아들 젬 핀치 역으로 잘 알려진 미국 배우이다. 당시 3명의 마지막 후보자들과 오디션 경쟁을 하여 최종 낙점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제임스 앤더슨 역의 패트릭 웨인(Patrick Wayane·83)은 서부영화의 지존(至尊)인 존 웨인(1907~1979)과 그의 첫 번째 부인 조세핀 알리샤 자엔츠 사이에서 난 2남2녀 중 셋째이다. 약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그 중 11편은 아버지와 함께 출연했다.

 

 제임스의 아내 앤 역의 캐서린 로스(Katharine Ross·82)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그후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코미디 드라마 '졸업(The Graduate·1967)'에서 더스틴 호프만의 상대역인 일레인 로빈슨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골든글로브 신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9년 서부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에타 플레이스 역으로 BAFTA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노름꾼 톰 역으로 나온 단역의 샘 엘리어트(Sam Elliot·78)와 1984년 결혼하여 그녀의 다섯 번째 남편이 되었고 현재 딸 클레오 로즈 엘리어트를 두고 있다.

 

 이 영화 전체를 통해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처연하게 흐르는 음악이 미국 전통민요인 '오 셰난도(Oh Shenandoah)' 또는 "Across the Wide Missouri"라고 불리는 곡이다. 이 곡의 원곡은 불확실하나 그 내력(來歷)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주리 강 서쪽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비버 등 모피 무역을 하던 보부상(褓負商)들이나 털가죽 또는 사람을 운송하던 뱃사공들 ― 이들을 보와저(voyageurs)라고 부른다 ― 이 미주리 강을 따라 걸어서 또는 카누를 타고 여행하면서 불렀던 노래가 여러 가사로 발전되어 온 것이라고 한다.

 

 이 보와저들은 주로 미국인 및 (프랑스계) 캐나다인들로 대단한 가수들이었다고 전해지며 무역의 대상 영역이 확장되면서 이 곡도 점차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註: 모피 무역을 둘러싼 전쟁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와 이로쿼이족 전쟁, 이른바 '비버 전쟁(Beaver War)'이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열강과 알곤킨, 휴론, 모호크, 모히칸 족 등 오대호 지방 원주민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북미 역사 속에서 가장 피 튀기는 잔인한 전투 중 하나였다.]

 

 또 1860년 이전에 지어진 가사에는 뉴욕 북부의 오네이다 이로쿼이족(Oneida Iroquois, '세워진 돌의 사람들'이란 뜻) 추장 셰난도(1710~1816)의 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한 보와저가 '오네이다 마을'에 살았는데, 그는 오네이다 학교를 처음 설립하였다고 한다. 그곳이 현 뉴욕 주 클린턴 시에 있는 해밀턴 대학으로 그는 이 캠퍼스에 묻혔다고 전한다. [註: '오네이다 마을'은 영어로 Oneida Castle로 표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캐슬'은 성(城)이 아니고 '요새화된 인디언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다. 1951년에 윌리엄 A. 웰먼 감독의 'Across the Wide Missouri'에서 모피 무역상 클라크 게이블이 인디언 추장 검은발(Blackfoot)의 딸과 결혼하는 것으로 나오며, 동명의 주제곡이 흐른다.]

 

 아무튼 19세기 후반에 '샤나도어(Shanadore)' 또는 '뱃사공의 노래(Sailor Songs)' 등으로 불리다가 20세기로 들어오면서 '셰난도어(Shenandoah)'로 정착됐으나 정작 가사는 정해진 것은 없고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 버지니아 주는 수년간의 논쟁 끝에 결국 2015년 가사를 뺀 '셰난도'의 멜로디를 따서 'Our Great Virginia'라는 주가(州歌)를 탄생시켰다. (끝)

 

▲ 우물물을 긷는 제임스(패트릭 웨인)를 칼로 찔러 죽인 다음 앤을 폭행한 뒤 그녀도 죽이는 은혜를 피로 갚는 남군 불한당.
 


▲ 북부군 포로수용소. 남군 포로인 카터의 배려로 '보이'는 성공적으로 탈출하여 남쪽으로 향하는데….
 


▲ 가브리엘(유진 잭슨)은 전투가 끝날 때까지 다리 부상을 입은 친구 '보이'를 숲속에 숨겨놓는다.
 


▲ 앤더슨 가족수색대는 식량까지 다 떨어져 결국 보이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농장으로 돌아오지만, 장남 제이콥을 잃고 사랑하는 며느리 앤과 제임스마저도 남군에게 살해 당하는 처절한 비극에 직면한다.
 


▲ 제임스와 앤은 살해 당했지만 흑인 보모가 키우고 있는 손녀 마샤를 품에 안고 기쁨과 슬픔의 눈물이 교차되는 찰리(제임스 스튜어트).
 


▲ 교회엔 서둘러 갔지만 막내 '보이' 생각에 시름에 젖어있는 찰리. 오른쪽 딸 제인(로즈마리 포사이쓰)도 시무룩한 표정이다.
 


▲ 막내 보이(필립 앨포드)가 살아 돌아오자 모두 기뻐하는 가운데 찰리 앤더슨(제임스 스튜어트)이 난생 처음으로 찬송가를 우렁차게 부르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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