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배경 영화 (IV)-‘작은 아씨들’(Little Women)(상)

 

 남북전쟁(1861~1865) 배경 영화의 네 번째로 '작은 아씨들'을 꼽아보았다.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 1832~1888) 원작의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은 19세기 매사추세츠 콩코드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청교도적 '마치(March)' 가문의 네 자매의 이야기로, 우리 어렸을 때 책장에도 꽂혀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탔던 자전적 소설이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타입의 포용력 있고 따뜻한 맏딸 마거렛 '메그(Meg)', 독립심이 강하고 글을 사랑하며 씩씩하고 쾌활한 둘째 조세핀 '조(Jo)', 예쁘고 화사하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셋째 '에이미(Amy)', 그리고 수줍음 많고 피아노를 잘 치는 막내 엘리자베스 '베스(Beth)'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무성영화 시절부터 현재까지 동명으로 일곱 번이나 영화화 되었고, 그때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1917년, 1918년 판은 무성영화였고, 1933년판은 헐리우드 황금기에 제작된 최초의 유성영화로 캐서린 헵번이 둘째 '조' 역을 맡았다.

 

 1949년에 '애수(1940)' '마음의 행로(1942)' 등으로 유명한 머빈 르로이 감독이 각색하여 처음으로 테크니컬러판으로 리메이크 했고, 거의 반세기가 지난 뒤인 1994년에 위노나 라이더, 커스틴 던스트, 크리스천 베일 주연판이 나왔다. 그리고 2018년에 이어 2019년에 일곱 번째 작품이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메릴 스트립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어쩌면 별로 특징이 없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네 자매들의 개성은 시대적 배경이 달라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델케이스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마다 성공한 원인이 되었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19세기 당시 여자를 '별볼일 없는' 존재로 보고 남성의 전유물(專有物)처럼 생각했던 사회 통념 속에서 남녀 평등과 독립적 자아를 가진 훌륭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통해, 자유 평등 박애의 선구자적인 민주 사상을 따뜻한 동화 같은 유머와 위트의 문체 속에 펼쳐낸 원작의 힘 때문이었지 싶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 '푸른 화원(花園)'으로 개봉된 1949년판을 소개하려 한다. 왜냐하면 호화 캐스팅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 네 자매를 가장 아름답게 잘 묘사한 작품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MGM사 배급, 출연 자넷 리, 준 앨리슨,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가렛 오브라이언 그리고 로사노 브라치, 피터 로포드 등. 러닝타임 121분.

 

 원제인 ‘작은 아씨들'이란 타이틀은 단순히 어린 소녀가 아니라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마음 아픈 문제를 껴안을 수밖에 없는 여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선 '푸른 화원'이라고 타이틀을 붙인 것도 무난하지 싶다.

 

 그런데 '작은 아씨들'은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온 고전이라 큰 줄거리만 짚어보고, 이 영화에 삽입된 OST와 당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출연 배우들을 소개하는 데에 지면을 할애할 생각임을 미리 밝혀둔다.

 

 남북전쟁 중 크리스마스를 앞둔 매사추세츠 콩코드의 작은 마을, 마치 가(家)의 네 자매들은 수년 전 아버지가 사기꾼에게 속아 재산을 탕진한 이래 새 이웃에 정착하여 어머니(메리 애스터)와 함께 어렵지만 화목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

 

 미국 내전 중 아버지(레온 에이미스)가 북군에 군목(軍牧)으로 참전하게 되어 아버지 없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네 자매는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항상 베풀고 사는 가르침을 주는 어머니를 '마미(Marmee)'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에이미(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못난 애들도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우리같은 공주들에겐 없다고 투덜대자 막내 베스(마가렛 오브라이언)가 겨울에 고생하는 아빠를 비롯한 군인들과 고아들에 비하면 우린 그래도 행복하다고 어른스레 말한다.

 

 쾌활하고 씩씩한 성격의 둘째 딸 조(준 앨리슨)는 작가 지망생답게 그가 만든 얘기를 연극으로 꾸며, 맛이 간 고물이지만 수줍음 많고 감성이 예민한 막내 베스가 치는 피아노에 맞춰 모두 참여시켜 분위기를 북돋우는데….

 

 차를 가져온 가정부 한나 뮬렛(엘리자베스 패터슨, 출연 당시 75세로 1966년 92세로 타계)이 창너머 이층집에서 여기를 쳐다보고 있는 젊은이가 이웃집 부자 영감 제임스 로렌스(C. 오브리 스미스 경, 이 영화가 그의 마지막 출연이었다)의 손자 시어도어 '로리' 로렌스(피터 로포드)라고 말하며 커튼을 닫는다. 그러나 조가 커튼을 열고 손을 흔들며 로리와 멀리서나마 안면을 트는데….

 

 마미가 집으로 오자 엄마를 보살피는 네 자매의 모습이 여간 정답고 곰살스러운 게 아니다. 마미가 아버지의 편지를 꺼내 읽는 순간, 부유한 마치 고모(루실 왓슨, 1879~1962, 캐나다 퀘벡 출신)가 찾아와서 네 조카에게 각각 1달러(현재가치 약 30~40달러)가 든 돈봉투를 전해주고는 퉁명스럽게 마차를 타고 떠난다. 항상 말은 험하지만 속정 깊은 숙모다.

 

 네 자매는 마미의 허락 하에 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사기 위해 노래를 부르며 읍내 가게로 간다. 주인 그레이스(윌 라이트, 1894~1962, 20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가 아씨들에게 자상하고 참 친절하다. 떠날 때 캔디 케인도 하나씩 나눠준다. 눈길을 걸어 또 캐롤을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네 자매. [註: 네 자매가 가게로 갈 때 아카펠라로 부른 캐롤은 작곡가 미상의 'Christmas Time Is Here', 올 때는 '그 맑고 환한 밤중에(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이다. 이 곡은 매사추세츠 보스턴 출신의 찬송가 작곡가인 리처드 윌리스(Richard Storrs Willis, 1819~1900)가 1850년에 작곡한 것이다.]

 

 마미가 밤중에 가정부 한나의 전갈을 받고 허멜 부인의 출산을 돕기 위해 급히 집을 떠난다. 이에 네 자매는 아까 샀던 선물들을 반납하고 마미를 위한 장갑, 덧버선, 구두 등을 마련하고는 정성껏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아둔다. 늦게 돌아온 마미는 딸들의 선물에 감동 먹는다.

 

 다음 날 아침 식사에 머핀과 커피가 나온다. 전쟁 중이라 밀가루 구하기도 어렵고 커피는 브라질에서 수입하질 못해 금값이다. 한나가 간밤에 허멜 부인이 출산하여 이제 여섯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내야 한다고 말하자, 베스가 먹던 아침식사를 마다하고 허멜 부인집에 전달하기 위해 음식을 싸자 언니들도 서둘러 따라서 한다.

 

 한편 조는 로리와 알고 지내게 되면서, 제임스 로렌스 영감은 조의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태도로 인해 우울해 하는 손자 로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자 마치가의 자매들을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초대한다. (다음 호에 계속)

 


▲ '작은 아씨들(Little Women·1949)' 영화포스터
 


▲ 가정부 한나 뮬렛(엘리자베스 패터슨)이 창너머 젊은이가 이웃집 부자 영감 제임스 로렌스의 손자 '로리'라고 말하며 커튼을 닫는데, 가운데 서 있는 조(준 앨리슨)가 관심을 갖는다.
 


▲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를 읽는 마미(메리 애스터)를 둘러싸고 있는 네 자매의 모습이 여간 정겹고 곰살스러운 게 아니다.
 


▲ 숙모가 네 자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1달러씩 든 돈 봉투를 전해주곤 퉁명스럽게 곧 마차를 타고 돌아간다.
 


▲ 숙모가 선물로 준 돈으로 각자 필요한 것을 사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네 자매.
 


▲ 마미가 이웃집 허멜 부인 출산을 도우러 간 사이에 몰래 장갑, 구두, 덧버선 등 엄마선물을 준비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딸들.
 


▲ 아침식사 중 허멜 가족의 딱한 사정을 들은 베스(마가렛 오브라이언·오른쪽)가 식사를 마다하고 음식을 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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