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배경 영화(III)-"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4)

 

(지난 호에 이어)

 북군이 떠나자마자 그들은 그동안 출혈이 심한 애슐리를 응급치료한다. 그 와중에 멜라니는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준 버틀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반면 스칼렛은 남편 케네디의 생사 여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애슐리만 보살피는데….

 

 어느날 밤, 멜라니의 감사 편지를 받은 매춘부 벨 와틀링이 남몰래 찾아와 남의 시선을 피해 마차 안에서 대화한다. 멜라니는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남편을 도와준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와틀링이 "케네디 부인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며 "케네디 씨는 그 부인이 직접 쏴 죽인 거나 다름없어요"라고 얘기하자 멜라니는 "내 시누이를 욕하지 마세요"라고 타이른다.

 

 와틀링이 "부인과는 질이 다르다"며 "윌크스 부인은 저를 길에서 만나더라도 제게 말을 걸지 마세요"라고 하자 오히려 "당신에게 신세진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다정하게 말하는 멜라니. 참 심성이 곱고 따뜻한 사람이다.

 

 그 뒤 드디어 스칼렛이 레트 버틀러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한다. 레트 버틀러는 스칼렛을 처음 본 순간부터 반해 있었고, 스칼렛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그녀는 살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한 것이지 그때까지도 애슐리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레트 버틀러에게 안길 때도 스칼렛은 그것이 애슐리였으면 하고 생각하는 지경이었으니 결혼 생활은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들의 첫딸인 보니 블루 버틀러(캐미 킹 콘론)가 다섯 살의 나이에 낙마해 죽는 사건이 결정적으로 파국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다. [註: 멜라니는 보니의 눈빛이 당시 남부 국기인 '보니 블루 국기(Bonnie Blue Flag)'처럼 푸르다고 언급했다. 당시 남부 국기는 1861년 미합중국으로부터 탈퇴한 조지아 주에서 파란 바탕에 하나의 하얀 별(single white star)을 그린 것이었는데 나중에 미합중국기를 모방한 7개의 별이 있는 'Stars And Bars'로 대체되었고 X 자 모양의 전투깃발(Battle Flag)이 남부연합군의 깃발이 되었다.]

 

 곧 뒤이어 애슐리의 부인 멜라니가 사망하는데, 스칼렛은 멜라니의 죽음으로 비로소 그녀가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은 사랑을 갈구해 왔다는 것을 깨닫고 애슐리에 대한 환상을 버린다. 동시에 자신이 레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참사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애슐리에게 집착하는 스칼렛에게 이미 정이 떨어져버린 레트 버틀러. 스칼렛은 남편을 향해 처음에는 “난 어떻게 살란 말이에요?”라며 징징 울어댄다. 이에 버틀러는 영화사에 길이 남는 한 마디 ― "솔직히 말해 이 사람아, 난 당신 일에 전혀 관심 없어(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라는 말을 남기고 타라 농장의 그녀 곁을 떠나 찰스턴으로 가버린다. [註: 그런데 당시에는 영화에 ‘damn’이라는 말을 쓸 수 없어 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은 검열기관에 5천 달러의 벌금을 내고 이 단어를 썼고 가톨릭으로부터 금지딱지를 받았다. 이 대사는 미영화협회(AFI) 명대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스칼렛은 레트 버틀러가 떠나자 실의에 빠지지만, 항상 절망적인 일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그랬듯이 "전부 다 타라에서 내일 생각할 거야. 그땐 견딜 수 있을 거야. 내일 그를 되찾을 어떤 방안을 생각해야지. 결국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니까."라고 앙칼지게 다짐하는 명대사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註: 이 말은 가공스럽기까지 한 억척스런 낙관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는 번역으로 더욱 유명해진 대사로 AFI 명대사 부문에서 31위를 차지했다. 이 열린 대사 때문에 속편들이 등장했지만 모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스칼렛이야말로 시대를 앞서 가는 여성으로 철딱서니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생존의 교본과도 같은 여자다. 고집불통에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불같은 정열적인 성질을 지닌 여자로 어떤 난관과 패배에도 다시 발딱 일어서는 오뚝이와도 같다." (LA한국일보 박흥진 영화칼럼니스트의 멘트.)

 

 그러나 그녀는 살기 위해 돈만을 밝히며 질투심과 오기로 결혼하는 등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레트 버틀러의 헌신적인 도움과 사랑을 여자라는 무기로 위장하여 무례하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그런 여인이 결코 낭만적이거나 감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멍청하기까지 하여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관점도 있다.

 

 이제 GWTW에 얽힌 여담(餘談·Trivia)을 언급하고 끝을 맺을까 한다.

• GWTW는 컬러 작품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첫 케이스.

•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의 비비안 리는 영화 속에서 총 2시간 23분 32초에 달하는 가장 긴 출연의 기록을 남겼다.

• 비비안 리는 125일간 일하고 2만5천 달러를 받은 반면, 클라크 게이블은 71일 일하고 12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 GWTW는 원래 88시간 분량의 길이를 6,100미터(2만 피트)로 줄였으며, 한마디라도 말하는 역이 50명인 반면 말 한마디 없는 엑스트라 2,400명이 동원됐다.

• GWTW의 인터미션의 막간음악(Entr'acte)에서 헐리우드 영화사상 처음으로 일렉트릭 신세사이저 노바코드(Novachord)로 연주한 음악이 사용되었다.

• 데이비드 O. 셀즈닉은 같은 해 "이별(Intermezzo: A Love Story)"에서 잉그리드 버그만과 함께 주연했던 레슬리 하워드를 GWTW의 애슐리 역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개런티 외에 공동제작권의 뇌물까지 주었다. (다음 호에 계속)

 

▲ 레트 버틀러가 막대한 재산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서 돈을 구해올 생각으로 애틀랜타로 향하기 전에 자신의 얼굴을 깨진 거울에 비춰보고 야윈 모습에 실망하는 스칼렛.
 


▲ KKK단에 관계하고 있던 프랭크 케네디는 스칼렛의 성추행 보복을 하러 갔다가 살해당하고, 목재소에서 함께 일하던 애슐리(레슬리 하워드)는 총상을 입고 레트 버틀러와 닥터 미드에 의해 구출돼 집으로 돌아온다.
 


▲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무릎을 꿇고 스칼렛(비비안 리)에게 정식 청혼을 한다. 드디어 결혼을 하지만…
 


▲ 첫딸 보니 블루를 애지중지 하는 레트 버틀러. 그러나 보니 블루(캐미 킹 콘론)가 다섯 살 때 낙마해 죽음으로써 둘의 관계는 결정적으로 파국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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