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

 

 기쁜 마음으로 서로 반갑게 맞이하는 번개모임에 너나없이 활기찬 어른이들의 밝은 표정이 보기에도 좋았다. ♬와도 그만~ 가도 그만~♬이라 읊조렸어도 ‘쨍’하고 해 뜰 날도 있다.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을 수 있다’는 하수상한 세상이기도 하지만, ‘바람이 지나가면 더 이상의 전설(傳說)은 없다’는 감동과 위안의 말도 있다.

 ‘입맛을 돋우어 밥을 많이 먹게 하는 반찬’을 이르는 밥도둑은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엔 눈총을 받았을 수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흰쌀밥을 먹으려들지 않아 걱정이라지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저냥 지나치지 않거니와 고기는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배고팠을 때 받아든 음식은 호불호(好不好)를 가릴 것도 없이 ‘게(蟹) 눈 감추듯’ 꿀꺽하는 그 맛이 아닐는지….

 낚시나 그물에 걸려 물위로 올라온 복어는 배를 잔뜩 부풀리는 습성 때문에 ‘진어(嗔魚)’, ‘기포어(氣泡魚)’라고 불렀다. 옛말에 ‘복어 한 마리에 물이 서 말(斗)’이라고 했다. 복어의 대표적 신경 독(毒)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의 위험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복어 맛은 목숨과 기꺼이 바꿀 수 있을 만큼 값지다”고 갈파했다던 소식(蘇軾)은 오늘날의 ‘맛 칼럼니스트’ 자질도 겸비(兼備)했었나보다. 복어 요리의 진수(眞髓)는 종잇장처럼 얇게 썬 회(膾)인데 흰 접시에 복어 회를 펼쳐놓으면 마치 아무 것도 없는 빈 접시처럼 보인다.

 오마가세(御任せ)란 ‘믿고 맡기다’는 뜻의 일본어로 스시(壽司)집의 셰프가 알아서 제공해주는 만큼 신뢰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히비키(響)30년, 스카치위스키, 마오타이(貴州茅臺). ‘딱 한 잔 술’이 간절할지나 건강을 위해 외면해야하는 그 심정을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도 저미는 듯했지만, 아무렴 적당한 음주는 없는 법이다. “더욱 힘내시고 빠른 회복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누구든 나이 들면 젊은이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말은 사회학적인 의미에 앞서 걸음이 느려져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을 가로막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폭(步幅)은 줄어들고 점점 팔자걸음이 돼 가지만 뚜벅뚜벅 걷고 싶어도 허벅지 안쪽 근육 약화로 발 앞꿈치가 밖으로 돌아가고 좌우 발 사이가 벌어져 안타까움에 거참 하시겠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인생 남 탓으로 치부할 일은 결코 아닌 줄로 안다.

 꽃길만 걸을 순 없다고 해도 “독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세속적 초월(超越)이다.”고 한다. 얼핏 잘못 들으시면 서운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사람 모두 발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단 하나뿐인 지구촌이다. 정쟁(政爭)보단 민생(民生)을 보살폈으면 오죽이련만… 어찌하자고 ‘달걀이 먼저인지? 아니면 닭이 먼저인지?’ 해묵은 질문에도 공멸(共滅)하자는 이야긴 아닐 테고 막무가내(莫無可奈)라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일 수밖에.

 추억이란 지난세월 힘들었던 일도 괴로웠던 일도 아름답게 채색(彩色)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마냥 추억에 젖어들게도 한다. 정도(程度)가 지나쳐 반(半)은 맞고 나머지는 뜬구름 같아도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줄도 모른 허풍선이가 되기 쉬운 줄 안다. 롤스로이스 후드 위에 자리한 ‘환희의 여신(Sprit of Ecstasy)’은 자타공인(自他共認)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엠블럼이라 도난사고가 많이 발생해 ROLLS-ROYS는 엠블럼을 만지거나 누를시 쏙 숨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한다.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여물지 않아 겪어야했던 춘궁기(春窮期)를 에둘러 보릿고개라고 했다. 설마~하시겠지만, 초근목피(草根木皮)나 멀건 죽(粥)으로 간신히 연명하며 기아선상(饑餓線上)에서 허덕이던 시절을 엄연하게 겪어온 끈질긴 우리민족이다. 특정(特定)지을 것도 없지만, 뉘시라 자랑삼아 유세(有勢) 떨지 말자! 겪어보지 않아 두려움이 앞장선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감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중자애(自重自愛)하며 최선을 기울여야 마땅하겠다.

 어머님의 산소에 다녀왔다. 소리꾼 장사익님의 ‘하얀 찔레꽃’ 노랫가락을 들으며 먼 옛날의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났다. 천방지축(天方地軸) 동네 꼬맹이들끼리 찔레 순(筍)을 따먹다 가시에 찔린 나머지 눈물콧물에 범벅이 되어 울며불며 집으로 돌아오는 철부지 어린자식을 바라보는 우리어머님의 심정은 어떠하셨을까? 어머님의 마음은 가시에 찔린 자식보다 더 아프면 아프셨지 덜 아프시진 않으셨을 터이다. 꾸중이라기 보단 말썽꾸러기 아들에게 “이 사람 될 놈아~”하시며 잔잔하게 타일러주시던 어머님의 말씀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一夜滿林星月白 且無雲氣亦無雷 平明忽見溪流急 知是他山落雨來”/ - ‘한 밤 숲 가득 별과 달 밝은데 / 또한 구름 기운 없고 우레도 없네. / 동틀 무렵 문득 개울물 급한 걸 보니 / 다른 산에 비 내린 줄 알겠네.’ - [옹권(翁卷)/南宋, <산에 내리는 비(山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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