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꽃

 

인류의 행군은 일제히 겨울꽃의 차디찬 시달림

어딘가에 있을 듯한 잃은 것을 더듬어 보아도

잃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악몽 속에서

바닷가 아이들의 모래성처럼 쌓아도 쌓아도

다시금 스러지고 마는구나

끝없이 헤엄쳐도 파도에 떠밀려 다시금 

뭍으로 저작거리로 절망 속에 헤매는 

이어도는 끝내 손에 넣을 수 없는 신기루로구나. 

 

창세부터 인류가 갈구해 온

이브가 손에 넣고 싶어했던 황금 사과는

뜨거운 청춘의 입김인 잎새로도

연분홍 연서인 꽃잎으로도 여물지 못해

차마 황금성에 도달하지 못한 채

사랑의 야밤 도주꾼처럼 떠돌다가 

찬서리에 서둘러 시들고 마는구나.

 

알파와 오메가인 신의 손길로

해와 달이 빛 주기를 멈춘 것도 아닌데

겨울꽃으로 파리하게 떨리다가

깊은 산골짜기 생명의 샘터를 지키는 

산토끼가 전해주는 환생의 밀어

전설의 떡방아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펄떡이는 대지모의 심장 소리에

자아를 잃어버린 채 장단을 맞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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