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의 독백

 

한번쯤 잎새 아닌 꽃이고 싶었네

한번뿐인 푸른 잎새 청춘이 저물고 있음에

눈부시던 지난날 연분홍 꽃과 열매를 피우기 위하여

일개미처럼 한시도 쉬지 않고 부산한 손놀림으로

초록빛 두레박마다 햇살 넘치는 샘물을 끌어 올렸네

꽃과 열매인 주인공의 무한한 영광을 피우기 위하여

허리가 다 휘도록 줄기차게 물 반 햇살 반 사랑을 퍼올렸네

가녀린 발걸음마다 초록빛 노동가로 어깨춤을 추며

나누는 기쁨을 긍지 삼아 온몸으로 꽃봉오리를 감싸안았네

추숫날도 지나가고 빈 들판인 무대의 막을 내려야 할 시각

한순간이나마 일벌인 잎새가 아닌 향기없는 무늬만이라도

단풍빛 성장으로 여왕벌 꽃인양 변신을 꿰해보고 싶었네.

 

 

 

한번쯤 조연 아닌 주연이고 싶었네

긴 노고의 결실의 날도 기울어 가는 석양 아래

잠시 잠깐 푸른 노동복을 색동옷으로 갈아 입고 싶었네

청춘의 꽃향기 물씬 풍기는 새신랑 신부로 변신하여

나비의 꿈나래를 펼치고 생명의 황홀경에 젖어보고 싶었네

가을 바람에 낙엽되어 종종 걸음으로 떠나가야 할 시각

생명의 뒤안길을 힘없는 눈물 바람으로 보내기 보다

최후의 명줄이나마 촛불 춤 한마당의 심지로 불타올라

차마 떨치지 못한 불꽃 열정을 사르는 연인이고 싶었네

벌새의 나래춤으로 새봄을 언약하는 꽃엽서이고 싶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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