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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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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예루살렘 성전 미문과 통곡의 벽

 

 

예수님이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하셨다는 예루살렘 성전 미문이 아침 햇볕을 받아 그 이름대로 '아름다운 황금문'으로 반짝이고 있다.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이 쌍둥이 문의 북쪽문은 '통회의 문',남쪽문은 '자비의 문'이다. 아랍인들은 이 문을 '영원의 문'이라고도 부른다.
메시아인 예수께서 입성하신 이후로 닫힌 이 문은 예수 재림 시에 다시 열린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이 미문은 어느 날 베드로와 요한이 기도시간이 되어 성전에 들어가다가 그 앞에 앉아 구걸하는 앉은뱅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게는 돈이 없소. 그러나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일어나 걸으시오!”하고 오른 손을 잡아 일으키자 태어날 때부터 앉은뱅이였던 그가 일어나 걸으며, 베드로를 따라 성전 안에 들어가 뛰면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 ‘영원의 문 - 미문’ 건너편에 있는 감람산 밑에는 정통 유대인들의 돌무덤들이 하얗게 엎드려 있다. 이 중에는 스가랴, 학개, 말라기의 무덤도 있다. 이 무덤들이 기드론 골짜기와 예루살렘성이 마주 보이는 감람산 기슭에 있는 것은 심판의 자리가 기드론 골짜기라는 것. 메시아가 오실 때 부활의 장소가 바로 이 감람산이라고 믿고 있기에 예수 재림 시에 제일 먼저 부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 무덤들 위에 하얀 돌판을 올려놓고, 돌 한 귀퉁이엔 꽃 대신 촛대를 꽂는 구멍을 만들어 놓고 제례를 바친다. 건들거리는 회향목 끝에 간신히 앉아 있는 연약한 참새 한 마리도 돌보아 주시는 주님께서 부활을 기다리는 이 죽은 자들의 영혼도 보호해 주시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회교사원이 된 옛 예루살렘 성전 지붕에 아침 해가 혹은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드는 모습은 참으로 황홀하다. 솔로몬이 ‘야훼께서 거처하실 집, 곧 성전’을 화려하게 지은 이래로, 그리고 예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으로 인해 ‘성전 파괴’를 예언하신 이후로 유대교-기독교-회교로 주인이 바뀔 때마다 폐허와 재건을 거듭한 이 성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저주를 받은 곳으로 여겨왔다. 
이 성전의 서편 뜰에 '통곡의 벽'이라고 부르는 큰 성벽이 눈에 띈다. 예루살렘 제2성전이 파괴 된 주후 70년 아브월 9일, 하얀 비둘기가 이 성벽 위에 내려와 유대인들과 함께 울었고 그날 밤 성벽의 돌들도 슬픔의 눈물인 듯 밤새 이슬이 맺혀 '통곡의 벽'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유대인들이 이 성전의 파괴를 가슴아파 하는 곳, 2천 년 동안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인 디아스포라들의 귀향의 꿈과 기도를 상징하는 성소이다.

 

 

1967년 6월, 6일 전쟁 때 예루살렘 성에 진격한 이스라엘 병사들의 돌진목표도 이 '통곡의 벽'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유대인들은 검은 하심을 입고 검은 키파를 쓰고(여자는 하얀 탈 리트를 쓴다) 통곡의 벽 앞에서 탈무드를 읽는다. 때로는 13세 된 유대인 성년식과 '막카비 운동'을 기념하는 하누카 행사를 갖기도 한다.
통곡의 벽이 된 성전 벽은 그들이 주먹으로 두들겨 대도 끄떡도 않지만, 큰 돌담 사이에는 조금씩 틈새가 나 있다. 그 틈새엔 그들의 소원이 적힌 하얀 종이쪽지들로 가득 메워 있다.
 나도 어느 사이 종이쪽지를 꺼내어 세 가지 소원을 적어 바위 틈새에 끼워 넣었다. 주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비는 주의 기도와 회개의 기도, 그리고 간절한 내 개인의 소원을 비는 기도를 바쳤다. ‘통곡의 벽’에 메아리 친 나의 기도가 눈물이 되어 소리 없이 내 볼 위로 흘러내렸다.
 

 

슬픔에 잠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우러러 본다고 한다. 내 옆의 모든 슬퍼하는 이들과 함께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행운의 약속인양,벽 틈에서 자란 둥근 겨우살이 나무, 불사초(不死草)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위로의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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