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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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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성지의 향기' 겟세마네 동산의 감람나무

 

 

“하루는 나무들이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왕을 세우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은 올리브나무(감람나무)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네가 우리의 왕이 되어라'. 그러나 올리브 나무는 그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어찌 하느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이 풍성한 기름 내는 일을 그만두고 가서, 다른 나무들 위에서 날뛰겠느냐?”(사사기 9:8,9)" 

 고대언어에 영(spirit)이란 말은 '바람'이며 '숨'이며 '생명'을 말한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는 있는 영적 체험과 같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 내렸을 때 내 뺨을 스쳐간 그 바람은 분명 베들레헴에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리고 갈릴리에서 주님의 영이 보내주시는 환영의 뜨거운 숨결이었다. ‘숲의 영혼’인양, 그 숨결은 내게 활기와 기쁨을 그리고 그리스도가 탄생한 아름다운 성지의 향기마저 불어넣어 주었다. 

   

대추가 빨갛게 익기전의 진초록색을 띈 올리브 열매는 중동사람들의 주식이며 향유를 만들어준다. 그 감람나무(Olive Trees)가 있는 동산 중턱엔, 예수님께서 자주 올라가 기도하시던 겟세마네 동산이 있다. 동산에 있는 겟세마네 기념성전 안에 들어가 예수님이 기도하시던 바위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그 당시의 고뇌가 내 가슴에 아프게 전해진다.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피하고 싶었으나, 어리석은 우리들의 죄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리시며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셨던 곳! 겟세마네가 기름 짜는 틀을 의미한다면, 이곳은 주님께서 피와 땀을 기름 짜듯 흘리며 기도하시도록 이미 마련된 장소일까? 

   

 

겟세마네 기념교회 옆에 그 당시부터 있었다는 -그렇게 믿고 싶은- 감람나무 여덟 그루가 우람하면서도 간신히 지탱하는 듯한 뿌리 한 귀퉁이가 땅위로 솟아올라 신비스런 모습으로 서 있다. 감람나무 둘레엔 붉은 들양귀비와 수선화, 하얀 칸나가 한데 어우러져 예쁘게 피어 있다. 

이스라엘 땅 어디를 가나 붉은 아네모네과의 들양귀비뿐인데,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들의 백합화' 라는 것. 온 들에 지천으로 피어있을 ‘흰 백합화’를 머리에 그리고 온 사람들은 웬 붉은 꽃들만 있나, 모두 실망한다. 하긴 예수님이 '들의 백합화'가 하얀 빛깔이라고 말씀하진 않으셨지만…. 

 

 

이 동산은 감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아침마다 동산 울타리 밖에 서서 성경을 읽는다는 여인 옆에 가서 나도 묵상하고, 동산을 열심히 넘겨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동산지기인양 뜰을 가꾸고 있던 한 수사님이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들어와서 얼른 찍고 나가라고 호의를 보여, 그 귀한 감람나무들을 가까이 드려다 보며 사진에 담았다.

 앙상한 나무뿌리는 땅 위로 솟아 있어도, 땅 밑으로 십여미터 박혀 있는 속 뿌리는 생명의 샘에 잇닿아 있으리라. 그곳에서 이 거룩한 나무들에게 양분이 되는 물을 보내고 있으리라. 이 감람나무는 우리 주님의 고뇌를 연상시키기에 이 <숲의 영혼>은 바로 이 감람나무라고 느끼며, 살그머니 그 나무에 몸을 기대어 보았다. 후더분한 아침인데도 서늘하고 편안함이 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 했다. 

 노아시대에 홍수가 끝나고 '노아의 방주'에서 풀려 나간 비둘기가 제일 먼저 생물의 소식을 알려준 것이 바로 이 감람나무의 올리브 잎새였다는 생각이 문득 난다. 왜 감람나무가 평화의 상징이며 민족의 번영과 승리와 풍요의 상징이 되었는지, 이 숲의 영혼인 감람나무의 숨결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거룩한 땅 이스라엘에 성서시대부터 축복 받은 일곱 가지 식물들 - ‘밀과 보리와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올리브기름과 올리브 꿀’(신명기8장)-이 지금도 ‘좋은 땅’을 일구는 식물로 이곳에서 자라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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