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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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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세인트앤드루 골프장과 폐허가 된 대성당?

 

우리 옆 동네에 있는 세인트조지 골프장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캐네디언오픈이 지난주 월요일(7월22일)에 열렸다. 그 바람에 우리가 사는 아파트 입구까지 차가 막혀서 좌회전 하려면 한참 기다려야했다. 

 

 

한국선수 위창수가 공동 4위에 올랐다고 신문에 크게 났다. PGA투어에 오기 전에 골프의 성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에서 열린 제139회 브리티시오픈에서 활약했던 나상욱은 14위에 머문 것이 아쉽다. 그러나 그 대회에서 정연진이라는 젊은 한국학생이 실버 메달을 탔다. 

 20세의 청소년인 정연진은 이번 대회에서 아마추어선수 가운데 최고성적을 올렸다. 앞서 브리티시아마선수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세인트앤드루 골프장에서 그의 아버지가 한국에서부터 달려와 캐디를 자청하고 아들의 골프백을 메고 다닌 일이다. 그 눈물겨운 광경을 못 본 것이 아쉽다. 우리가 세인트앤드루 커시드럴과 그 골프장을 구경하고 나서 한 달 후의 일이었으므로.

 우리 부부는 지난달에 에든버러2010세계선교대회가 끝난 다음 예정대로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여행했다. 스코틀랜드 북쪽 해안에 폐허로 허망하게 서 있는 세인트앤드루성, 그 성채 안에 지었던 세인트앤드루 대성당의 웅장하고 아름답던 대리석 기둥과 돌들과 비석들이 슬픈 옛날 역사를 이야기 해주는 듯 보슬비 소리가 처량하다.

 이 큰 교회와 성채가 깨지고 부서진 자리엔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가인 존 녹스라는 인물이 대체된다. 녹스가 존경하던 위셔트가 화형 당한 후부터다. 조지 위셔트(George Wishart, 1513-1546)는 쯔빙글리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스위스에서 그의 신앙과 복음을 16세기의 스코틀랜드에 전수한 인물이다. 

그는 여러 곳에서 복음을 선포하다가 보스웰 백작에게 체포되어 이곳 세인트앤드루성 지하감옥에 갇히고, 1546년에 세인트앤드루 대성당의 데이빗 비튼 대주교에게 금지된 성서를 선포한 이단이란 죄목으로 화형을 당한다.

이미 18년 전에 패트릭 해밀튼이 비이튼 대주교의 삼촌이며 전임 대주교였던 제임스 비튼에게 세인트앤드루대학의 살바토르 채플 앞마당에서 화형을 당해 스코틀랜드교회의 첫 순교자가 되었다. 

두 번째 순교자인 위셔트의 화형은 비튼 대주교가 세인트앤드루 성루에 앉아, 그곳에서 잘 내려다보이는 자리를 화형장으로 지정했다. 시체가 불에 빨리 타고 연기가 더 멀리 퍼지도록 위셔트의 사지에 화약을 비끄러매어 온 사방에 그의 시체가 불에 튀는 모습을 즐겼다.

 처형당하기 전에 위셔트는 성루에 융단을 깔고 앉아 있는 비튼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벽에 의기양양하게 앉아있는 저 사람에게 하느님의 용서가 임하기 바라오. 며칠 안에 저자는 지금의 위풍에 걸맞은 엄청난 수치를 당하면서 저곳에 눕게 될 것이오"라고. 

그의 예언이 맞았는지 아니면 자극을 받았는지 한 용감한 청년과 일당이 비튼 추기경을 습격하고 ‘위셔트와 하느님의 종들을 처형시키면서 보여준 자비만큼 갚아주겠다’고 하면서 칼로 찔러 죽인다. 비턴은 위셔트의 화형을 즐겼던 바로 그 자리에 차가운 시신으로 눕게 된다.

 위셔트의 순교로, 녹스는 신부의 옷을 벗어버리고 장로교개혁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위셔트의 복음전도 활동과 불꽃으로 사라진 그의 죽음은 오히려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마음속에 종교개혁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녹스는 세인트앤드루성의 설교자와 지도자가 되었으나, 프랑스군의 침략으로 갤리 노예선을 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칼뱅의 제자가 되어 귀향한다. 성에 다시 돌아온 그의 불을 뿜는 듯한 설교에 청중들이 들고 일어나 대성당과 성을 모두 때려 부순다. 쓸 만한 돌들은 그 동네 주민들의 집을 짓는데 써버렸고.

기독교는 핍박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종교 같다. 핍박을 받을수록, 피를 흘릴수록 피로써 인류의 죄를 대속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 결속하는 힘이 생기는 듯, 국가의 이름인 스코틀랜드를 교단이름으로 붙인 스코틀랜드장로교회가 번창해 갔다. 

 

 

성채 안에 견고하게 서 있던 세인트앤드루 대성당은, 어부였으나 예수의 제자가 된 앤드루 성인에게 로버트 브루스 왕이 1318년에 봉헌한 교회다. 지금은 십자로 위에 세웠던 교회와 제단은 무너지고, 앤드루 성인의 유해가 있는 ‘Rule’s tower‘만 남아있다. 그 탑 지하석관에 조각된 용감한 다윗왕의 이야기가 그 탑을 지켜준 듯 세인트앤드루의 온 시내를 굽어보며 높이 서 있다. 

 위셔트가 화형당한 푸른 표지판에서 비셔트 주교가 앉아있던 성곽을 올려다보았다. 발길을 돌려 녹스가 공부한 곳, 스코틀랜드에서 제일 오래 된 명문대학 세인트앤드루대학을 따라 ‘The Scores’ 거리를 걷다보면, 갑자기 넓고 푸른 골프장 벌판이 파랗게 펼쳐진다. 

신사적인 골퍼라면 모두 지키며 따르는 세계 골프 단체들의 매너의 기준이라고 하는 '로열에인션트 골프클럽(The Royal & Ancient Golf Club)' 이 있는 세인트앤드루 골프장이다. 

 골프경기는 16세기 초에 스코틀랜드 왕가에서 크게 퍼져나갔다고 한다. 미인박명의 대명사 같은 스코틀랜드의 매리 여왕이 1560년경에 이곳에서 남편인 단리경과 골프를 치던 행복한 날의 그림처럼(비록 그 남편이 죽은 지 며칠 안 되었는데도 이곳에서 골프채를 휘둘렀다고도 하지만) 멀리 푸른 들판 위에 빨간 셔츠를 입은 한 여인이 자신이 퍼팅을 밀어 넣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창창한 젊은 골퍼 정연진과 그의 골프백을 메고 이 드넓은 운동장을 땀 흘리며 걸어가는 그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려면 1년 후 이곳에 다시 찾아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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