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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작은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에이젼트 Jaiki Kim
    Broker 김재기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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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의 횡포

 

지난주 아들네 집에 다녀왔다. 가는 날 비행기가 오후 1시 5분에 이륙을 하니 오전 9시반 경에 집을 나서는데 가는 길에 문자가 왔다. 비행기 이륙시간이 240분 늦어진단다. 그런데 그 문자는 항공사에서 온 것이 아니고 비행기표를 예약한 곳에서 왔다. 집에서 멀리 나오지 않았으니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 바로 뒤의 문장을 보니 Check-in 시간은 원래의 시간보다 늦으면 안 된다고 써있다.

공항에 도착해서 Check-in 을 하면서 카운터 직원에게 비행기가 연착됐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Let me check it for you”. 컴퓨터를 살펴보더니 “Yes, delayed by 4 hours”. 그런데 날씨도 너무 좋고, 도저히 비행기가 연착될 만한 사유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4시간이 슬며시 5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보내준 몇 개의 이메일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런데 연착된 이유가 한심했다. 자기네의 일손부족으로 인하여 연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10짜리 Food Voucher 를 한 장씩 줄 테니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정말로 배포가 큰 항공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쩌랴 그들은 고래고 우리는 작은 새우들일 뿐이니.

항공기 일정 게시판을 쭉 살펴보니 다른 곳은 거의 정상이었고 가끔 연착이 있긴 한데 기껏해야 몇 십분, 길어야 한 시간 반 정도인데 우리 것만 5시간이나 연착이다. Gate에서 유튜브 등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Boarding 또한 느리게 하더니 그나마도 한 시간 정도 늦게 비행기가 창공을 박차고 날랐다. 좀 일찍 가면 그날도 손주하고 놀 시간도 있으려니 했는데…

에드먼튼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시간이었다. H-Mart에서 장 좀 보고 아들네 집에 도착하니 손주도 자고 아들 내외도 자야 하는 시간이었고 우리 또한 열 몇 시간을 시달리다 보니 너무 피곤했다.

다음날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까치(Magpie) 한 마리가 울타리에 앉아있다가 옆집의 용마루로 옮겨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까치라 사진을 찍으려고 전화를 드는데 그만 벨이 울리고 만다. 그래서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워했는데 그곳에는 까치가 무척 많았다. 내가 움직이는 곳마다 까치들이 앞에서 옆에서 날아다녔다. 한국에서는 까마귀가 나쁜 놈이고 까치가 좋은 놈인데 서양에서는 그 반대라고 한다.

다음날 아침에 손자와 반갑게 해후를 했는데 처음에는 날 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우는 듯 하더니 잠시 후에는 빤히 쳐다본다. 이 영감이 누구지? 하는 듯이. 아이와 놀다가 동네를 몇 바퀴 도는데 옆집에서 캐네디언 영감님이 나오셨다. 앤드루 아버지 아니냐고, 자기 이름은 Len 이며 자기 아내도 곧 나올 텐데 그녀의 이름은 Lill 이란다. 집에 있다가 내가 걷는걸 보고 인사나 나누려고 나왔다나?

그 집에서 1973년부터 살았으니 무려 49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를 보니 나이는 70대 중반 정도 된 것 같았다. 그의 아내도 합류해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와 헤어져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세상에… 70 정도된 동양인 노인네가 거울 한복판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마에, 눈 밑에, 입가에 주름이 잔뜩 낀 얼굴로.

일주일을 잘 보내고 일요일 오전 6시반 비행기이니 3시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4시반에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하고 커피한잔 사들고 Gate 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출발시간 40분전부터 Boarding 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12시반 도착 예정이니 토론토에 돌아가면 쇼핑도하고 고장 난 컴퓨터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로 하루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잠시 후에 방송이 나오는데 몇 명이 없어져서(missing) 비행기가 못 떠난다고 보딩패스를 다시 조사하고 계속 출석을 부르고 난리법석을 떨면서 두 시간 이상을 허비하더니 급기야는 새로운 Crews 로 바꿔야 하니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리란다. 서비스로 커피나 차 그리고 스낵을 하나씩 공짜로 준단다. 결국 비행기 안에서 3시간 반을 기다리고야 출발을 했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6시도 넘었다. 컴퓨터고 나발이고 우선 배가 너무 고팠다.

물론 비행기가 연착할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정기항로에 자기네의 일손부족으로 무려 5시간 이상을 연착시키고 미안하다고 $10 Voucher 로 때우다니. 그리고 Check-in 을 하게 되면 Boarding Pass 를 몇 번이나 스캔하면서 들어가게 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순전히 그들의 실수로 인하여 출석을 부르고, 내 앞에 있던 인도인은 무려 3번이나 손을 들었다. 모든 사람의 Boarding Pass 를 다시 조사하는 미숙함은 도대체 어찌된 것인지 참으로 한심했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그저 다루기 좋은 호구일 뿐이다.

이렇게라도 다녀와 잘 자라고 있는 손자도 보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네도 보고 또한 오랜만에 친구들도 보고 와서 정말로 감사하지만 항공사의 횡포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고, 오고 가는데 너무 힘들어 당분간은 열심히 일이나 하면서 내 동네에서 놀아야겠다. (2022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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