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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작은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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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 변한 아나콘다

 

건강이 화두다. 특히 해가 바뀌고 새해인사를 나눌 때면 모두 건강 이야기다. 젊을 때도 건강하라는 이야기 많이 들었지만 나이가 60이 넘고 70을 바라보면서 더욱 많이 듣게 된다. 나는 건강한 편이었다. 어깨가 떡 벌어지고 알통이 불끈불끈하게 튼튼하진 못했어도 병치레는 별로 해보질 않았다. 그저 일년에 한번 정도 감기를 앓던가 했을 뿐이지 건강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다 나이가 40중반쯤에 High Cholesterol 이라고 가정의가 조심하라고 했다. 그때는 약을 먹기는 애매한 경계선이라나?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은 조심할 수가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을 조심하라고 하니까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가령 걸어가는 길에 웅덩이가 있다거나 부딪힐 만한 전봇대가 있다면 피하거나 또는 위험한 짐승이나 해충들이 보인다면 도망가기는 쉬운데 보이지 않는 것을 조심하라…어떻게?

결국 50정도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당도 없고 혈압도 정상이라 그런대로 건강은 유지한 편이다. 그러다가 약 4년 전 원래의 가정의가 은퇴를 하고 현재의 가정의로 옮기자마자 첫 번째 피검사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는지 빨리 들어오라고 한다. 예감이 상당히 불길했고, 드디어 마주한 가정의가 나에게 당이 있으니 약을 먹어야 한단다.

우리 부부가 몇 년 전부터 같이 당약을 먹기 시작하고 걷기도 같이하는 등 나름 노력을 했는데 얼마 전 아내는 수치가 내려갔으니 좋아졌다고 하고 나는 수치가 잘 변하지를 않으니 약을 바꿔야 한단다. 그래서 바꿨다 더 독한 걸로. 그런데…

내가 위에서 건강체질이라고 했다. 나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채소, 곡물, 고기, 국물 등 주는 대로 있는 대로 잘 먹는다. 그리고 잘 잔다. 누우면 별 생각없이 바로 골아 떨어진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특별히 불편하지만 않다면 잘 잔다. 그리고 특히 배출을 잘했다.

아침에 식사하고 나서 한 30~40분 후면 시원하게 배출을 했는데 그야말로 굵은 아나콘다 한 마리가 쭉 뻗어있는 것 같은 그림이었다. 먼 길을 가기 전에는 속을 편하게 하려고 책 한 권 들고 화장실에 한 30분 정도 앉아있으면 스르르 하고 배출을 했다. 배에 찬바람이 닿지 않으면 배탈도 잘 나지 않고, 거의 내 스스로 조절할 수가 있었다.

며칠 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배에 신호가 와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왔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도대체 아무 진전이 없는 거다. 아니 좀 전에 배 아프다고 난리를 치더니 왜 이러는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난 3일 동안 배출을 하지 못했다. 웬일이람 하루에 한번은 꼭 배출을 했었는데…

먹는 건 예전 그대로인데 배출이 잘 안되니 사는데 큰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영 께름칙하고 시원한 기분은 안 난다. 그리고 오래 앉아있다 보면 어떨 때는 정말로 어렵게 어렵게 배출을 하게 되는데 예전의 아나콘다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무슨 새알 같은 것들이 모여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아내 이야기로는 당약을 바꿨기 때문에 변비가 온 것 같다고.

아나콘다였을 때는 아무리 굵어도 하수도로 빠져나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대가리만 들어가면 일자로 쭉 나가니까. 그런데 알들이 모여있을 때는 서로 먼저 나간다고 아우성 치다가 막혀버리는 수도 있다. 그래서 알 한두 개가 모이면 바로 빼내야 한다. 남자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는데 일 보면서 힘주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졌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의 부고소식이 들려온다. 연로하셔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많은 나이도 아닌데 아파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꽤 있다. 그리고 투병중인 분들도 많다. 죽고 사는 거야 우리들의 영역이 아니니 어쩔 수 없지만 건강은 우리의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는 좋아질 수 있다. 좀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투자해야 하지만 평생 일을 해왔으니 건강하게 살면서 이제는 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좀 즐기다 가고 싶다.

당이여 나에게 물러나고 아나콘다여 나에게 다시 돌아오라. (202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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