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들의 분노

 

방탄소년단(BTS)을 세계적인 K-팝 그룹으로 키워낸 방시혁 하이브 대표. 그는 수 년 전 서울대 강연에서 “분노가 나를 키워낸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사회 전반에 깔린 악습과 불공정, 사회 경제적 부당함에 분노하며 여전히 싸우다 보니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분노’와 ‘성공’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질감 때문인지 방 대표의 강연은 화제가 됐다. 어느 예능프로그램의 퀴즈로도 등장했다.

‘분노’는 방 대표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사회를 움직이는 본질적 메커니즘이다.

최근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는 주말마다 분노한 시위대가 정부를 성토한다. 물가 폭등과 경제 불안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것이다. 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는 남미, 중동 등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올해 초 한국에서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 역시 민심의 저변에 깔린 분노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내몰았지만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 역시 정의롭거나 그다지 공정하지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동산이든 남녀 젠더 갈등이든 분노의 불쏘시개가 될만한 곳에 언론은 정확히 집중 폭격을 가했고, 분노를 폭발시켰다.

어찌 보면 검사 출신 윤석열이 하루 아침에 대통령에 오른 것도 분노의 산물이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검찰직무에 충실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편인 것으로 생각했던 민주당으로부터 견제와 압박을 당하게 되자 분기탱천했고 마침내 정치에 입문했다.

또한 특수부 검사 시절 대기업 회장이든, 유력 정치인이든, 검사실에 불려오는 순간 바짝 얼어붙었던 ‘같잖은’ 주제에 감히 자신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퍼붓는 정치권에 윤석열은 분노했을 것이다.

‘이 XX’라는 단어가 입에 붙은 것도 아마 분노 때문일 것이다.

분노의 밑바닥에는 뭔가 새롭고, 공정하고, 살기 좋은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의도가 일정 정도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의롭고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기준이 각자 다르다는 데 있다. 언제나 ‘세상의 왕’으로 대접 받으며 살기를 원하는 70억 인간 각자가 기대하는 정의와 자유, 공정의 가치는 모두 다르다.

적을 향해 칼을 뽑고 멸문지화시킬 자유가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면 분노하지만 상대가 자신에게 똑 같은 잣대를 요구하면 코웃음을 치며 또 분노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 이외에 또 다른 왕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분노’가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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