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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주제(主題)던가?”

 

 간밤에 비바람이 불더니 공원 산책로의 크고 작은 나무들 감쪽같이 목욕한 듯하다. 계절의 변화는 인간에게 낭만의 정서를 전달해주는 아름다움이다. 

 

 

 


 “산(山)은 높음을 꺼려하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꺼려하지 않는 법.” 하나의 사물을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계신가하면, 현명한 사람은 할 말만 하고 묻지 않은 것은 굳이 대답조차 않는 경우도 있다지요. 하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낼 일이 한둘이 아닌 줄로 안다. 


 지난 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일본 자민당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원인을 분석해 전하는 K특파원의 소식이 일목요연하다. “여느 정치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권력에 대한 집착과 강박일 것이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밀어붙이는 독선, 비판에 귀를 닫는 불통, 힘없는 사람을 멋대로 다루는 교만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불러들인다. 우리들의 보수도, 진보도, 세상의 그 어떤 권력도 스스로 망하지 남 때문에 망하지 않더라는 간명한 깨달음이다. 국민들은 잠시 맡겼을 뿐인데 자기가 영영 움켜잡은 줄로 착각할 때 불행이 싹트게 된다.” 


 “중국의 반체제(反體制) 양심수이며 “인권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투쟁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중국에서 기본적 인권을 위해 길고 비폭력적 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가 7월13일 복합장기부전(複合臟器不全)증세로 유명(幽明)을 달리했다“는 외신보도다. 그는 1989년의 톈안먼(天安門)사태 이후 4차례에 걸친 14~15년 영어(囹圄)의 상태에서도 줄기차게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해온 용맹과 불굴(不屈)의 상징이었다.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는 그의 조기사망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높이 평가하는 자유세계의 대표들도 타인의 이익을 위해서 그가 주장한 인권을 기꺼이 지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던 건 안타깝고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12월 유엔 인권헌장 발표 60돌을 맞아 중국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08헌장’ 서명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으며,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소식도 옥중에서 전해 들었지만 시상식 참석의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었다. 


 “증오는 지혜와 양심이 아니다, 적대적인 감정은 국가의 영혼을 오염시키고, 야만적인 삶을 악화시키고, 사회의 관용과 인간성을 파괴한다. 또한 국가가 자유와 민주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던 올곧은 용기와 의지는 경외심(敬畏心)마저 갖게 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에 “시민의 권리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류샤오보를 추도한다.”고 썼다. 지구촌 곳곳에선 애도(哀悼)의 물결이 넘실거리는데 정작 중국내에서는 깜깜무소식이라니 더욱 안타깝게 들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빌어마지 않는다. 


 연꽃을 두고 불교에서 이르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은 세속(世俗)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음을 뜻하리라. 노자(老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인의(仁義)와 덕행(德行)을 갈파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짐짓 사통팔달(四通八達)의 경지인 게 분명하다. 결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자연을 대하라”는 맹목적이 아닌 ‘무위자연’이 도교(道敎)의 시발점이라면 “자연의 원리에서 우리가 지녀야할 몸가짐의 비결을 배우라”는 뜻으로 새삼 이해를 해야 하지 않을는지. 


 오늘도 공원 숲속 딱따구리(Woodpecker)가 키 큰 고목을 쪼아대는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온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너무 세고 빠르게 쪼아서 뇌상(腦傷)을 입지 않을까 괜스레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끌 모양을 닮은 딱따구리 부리는 1,300mile/h 속도로 나무를 쪼아 새의 부리에 오는 충격은 초음속 제트기가 산과 정면충돌하는 충격과도 같다하니 말이다. 두리번거려 살피면 먹이사슬의 먹잇감이 지천일 텐데 어이해 힘들게 먹이를 구하는 그 별난 습성을 우리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마땅할까? 


 이러한 충격을 감내(堪耐)하는 뛰어난 능력은 딱따구리의 목 근육에 있는데 만약 어긋난 각도로 쫀다면 사망에 이를는지 모를 테다. 머리와 부리가 일직선으로 움직여 나무줄기로 균등하게 충격을 퍼뜨린 점을 간파해낸 다자인 전문가들은 모듈로서 딱따구리를 관찰하고 상해(傷害)로부터 사람의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헬멧을 고안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불 밝혀가며 심혈을 기울인다는데….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김 영 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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