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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남의 기획 연재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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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31회)


                    ∽ 21 ∽

 


 당신이 내 앞에 계셨건만, 나는 내 자신에게서 떠나있었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찾지 못 했으니, 어찌 당신을 뵈었으리요. -고백록

 

 어거스틴에게 세월이 바람 부는 날 배 띄운 듯 흘러갔다. 9년이란 세월. 9년이란 세월 속에 기쁨과 환멸이 교차했다. 그의 지성이 승리한 세월이기도 했다. 낙담과 좌절의 세월이기도 했고, 자기를 실험하고 자기를 기만하는 세월이기도 했으며, 우리의 진흙 인생을 어떤 틀로 짜서 만들어 보려고 한 피나는 노력의 세월이기도 했다.


 “향락이란 어찌 그리 소돔의 사과 맛일까! 보기는 근사한데 만지면 부서져 버리니 말야.” 그가 늘 멜라니에게 불평하는 소리였다.


 그는 카르타고의 아가로 지방에 갈색 칠로 단장한 아담한 집을 구했다. 그곳에서 수사학교를 열고 삼년동안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멜라니를 몹시 아껴 주었다. 

 

 

 


 아데오다투스에겐 꿀처럼 달고 크림처럼 향기나는 고전을 읽게 했다. 그의 아들은 열살이 되자 이미 열다섯 살난 아이처럼 성숙했다. 어거스틴의 아들만큼 집안이 화목해지는 데 큰 영향을 준 아이는 일찍이 없었으리라. 그의 아름다운 성품과 귀여운 태도가 여러가지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었고, 부모의 마음속까지는 몰라도 집안엔 평화가 깃들었다.


 어거스틴은 그의 연인을 성실하게 사랑했다. 그녀와 결혼하게 될 것을 갈망했고 결혼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 해왔다. 그때마다 그 계획을 방해하는 그림자가 생겨 주저하게 만들곤 했다.


 멜라니를 사랑하고자 할 때도 서로 간에 미묘한 반목이 생겼다. 영과 영의 숭고한 결합이, 그런 융합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서로가 장벽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것을 서로 말로 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거스틴은 점성학 연구를 포기했다. 일단 그 학문에 만족하게 되자 그 이상 나아갈 흥미가 없어졌다. 점성학에 대한 책과 도표들을 불태워 없앴다. 부적도 내다버렸다.


 그가 29세 되었을 때, 그는 몸집도 늘고 어른다운 위엄마저 갖추었다. 학교 일은 잘되어 갔다. 친구와 친지가 늘어남에 따라 그 도시의 정치생활에 관여하고 있는 뛰어난 인물들도 알게 되었다. 카르타고는 어거스틴을 최고의 지성인으로 대접했다.


 알리피우스는 외교관이 되려고 로마에 머물고 있다. 호노라투스와 네브리디우스는 지방 변호사를 양성하고 몇해 지나 번창하게 되었다.


 어느 여름날 오후 늦게 이 세 친구는 가르길리우스의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 속에 알몸을 담고 앉아 마니교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금속 히터와 연결된 파이프에서 솟아나는 뜨거운 물을 바라보고 있던 네브리디우스가 입을 열었다.


 “근데 말야, 난 그 운동을 얼마나 더 끌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야.”


 그 말에 어거스틴은 깜짝 놀랐다. 자기 자신도 몇 달 동안 그 생각을 해 온 터였고, 점성학의 허망함을 발견한 그는 모든 사상 체계의 순수성에 대한 의혹이 마음에 가득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그 진리를 의심하게 되었나?” 어거스틴은 마니교 신앙에 대해 물어볼 때의 습관대로, 네브리디우스를 곁눈질하며 물었다.


 “첫째로, 높은 성직자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비리를 보아왔어. 우리 세 사람은 탐구자다. 그렇다면, 원로들이 맨날 떠들어대는 자랑스런 신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9년 전보다 더 알게 된게 무엇인가 말일세.” 네브리디우스가 말했다.


 “자넨 에피파니우스를 읽고 있었군?” 어거스틴이 손바닥에 물을 가득 떠서 그의 얼굴에 끼얹었다.


 “아닐세. 그가 우리 선생들의 부패를 폭로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


 “자넨 그 부패성을 직접 본 적이 있나?” 호노라투스가 물었다.


 “나도 봤네.” 어거스틴이 말을 받았다. “며칠 전에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였네. 소위 우리가 선출한 세 분 선생께서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지. 이야기를 엿듣지 않을 수 없었지 뭔가, 음탕한 이야기? 그 말은 자네들이 이교도에게서 들어온 어떤 말보다 더 할뿐더러, 그 몸짓이라니, 언어보다 더 음탕했다네. 난 성자인체 하진 않네, 그러나 내가 그들과 같은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는 게 부끄러워졌네.” 


“그런 일은 동지회에 고발하는 게 자네 의무가 아닌가?” 호노라투스가 말했다.


 “그 일을 마…마…마리우스한테 얘기 했다네.” 어거스틴이 마리우스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우…웃음으로 어…얼버무려 버리더군.”


 탕에서 나오며 어거스틴이 다시 말했다.


 “파우스투스 박사가 마침내 이 고장에 오신다네. 마리우스는 그분과 만나게 해준다고 약속했어. 난 그분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할 작정이야. 만일 그가 시원한 해답을 줄 수 없다면 마니교에서 나오는 거야.”


 “나도 그래. 내가 캠페인을 벌이기 전에 파우스투스 박사가 오기를 바라는 건 나 뿐만이 아니니까.” 네브리디우스가 말했다.


 그날 저녁 네브리디우스는 강연장에 나가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마니교 지도자들을 놀라게 했다.


 “만일 하느님이 악의 힘과 대항해서 싸우지 않았다면 악의 힘은 하느님께 어떻게 했을까요?" 하고 묻자, 신의 선민들은 그들의 당황한 모습을 숨기려고 애썼고, 그들 중의 한 사람이 힘없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이 하느님을 이겼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하느님도 더럽혀지고 부패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네브리디우스가 대꾸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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