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ON
  • kimhail

    김하일 칼럼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289-597-8810
    [email protected]

    • 65
    •  
    • 113,768
    전체 글 목록

갈수록 어려워지는 고객 만족도 지키기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식당을 평가하는 요소들을 생각해 본다. 디테일을 빼고 좀 굵게 정리하면 맛있다/맛없다, 싸다/비싸다, 기분 좋다/기분 나쁘다 등이 될 것 같다. 


 얼마전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하나 먹고 나온 적이 있는데 지금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식사를 한끼 한 것인데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이’ 이다. 이게 뭐지? 왜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거지? 

 

 

 


 곰곰 생각해 보다 내린 결론은 ‘기대치’에 있었다. 그곳에 가면서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나올까? 분위기는 어떨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가격이 너무 비싸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야 원래 값싸게 먹는 음식이니 ‘싸다/비싸다’를 평가할 이유조차 없고, 그런 저렴한 음식에 음식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변질되지만 않은 것이라면 굳이 맛을 평가할 이유도 없다. 


 ‘옆에 있는 수제 햄버거집에서는 햄버거 패티를 순 살코기로만 즉석에서 만들어 넣어 주는데 여기는 왜 공장에서 만든 것을 쓰느냐’고 항의하는 건 말 안되는 갑질이라는 사실도 안다. 


 단정한 웨이츄레스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음료를 서비스하기는커녕 돈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넥스트!”를 외치며 귀찮으니 빨리 비키라는 표정을 지어도 불쾌하기는커녕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얼른 옆으로 비켜선다.


 만족도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음식점의 경우 맛, 서비스 등)에 크게 좌우하는데 맥도널드는 손님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렸다. 그러니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손님들은 맛에 대해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맛에 감동 하는 손님도 없지만 회사도 손님들이 자사의 햄버거 맛에 감동해 주기를 기대하지도 않는 듯하다. 회사는 좋든 나쁘든 손님에게 어떤 특별한 인상을 남기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비단 조리 뿐 아니라 서비스에 관한 것도 매뉴얼화 하여 어느 한 지점이 특별히 훌륭한 서비스를 하는 것도 용납지 않는다. 한 지점의 특별한 서비스는 전체 맥도널드 브랜드에 대한 손님의 기대치를 높여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인의 추천을 받거나 인터넷에서 좋은 리뷰를 보고 미리 예약까지 해서 방문한 식당에서는 또 다르다. 웬만큼의 맛과 서비스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져 있기 때문에 같은 음식이라도 음식의 가격, 분위기, 평판 등에 따라 손님의 기대치와 만족도는 달라진다. 


 장사가 안정되고 손님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어 인터넷에 좋은 평가가 많아지고 하면서 은근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손님의 기대치와 만족도이다. 지인의 추천 또는 인터넷의 좋은 리뷰를 보고 방문했는데 서비스나 음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은 배로 커지기 마련이니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손님의 과한 기대감도 많이 부담스럽다.


 좋은 소문이 나는 것은 좋은데 그로 인해 고객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다소 두렵기도 하다. 어렵게 고객의 기대 수준을 충족해도 고객은 다음번에는 기대 수준을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골손님에게 특별한 추가 서비스를 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고객만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직원 교육에도 애를 쓰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음식과 서비스의 질을 높여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라면집에서 호텔 레스토랑급의 품질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특히 앞서 예를 든 맥도널드의 사례와 같이 가격대비 기대치는 꽤 연관성이 크므로 음식의 가격을 인상하였거나 애초 오픈 당시부터 가격 정책을 비싸게 가져갔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메뉴 제작 시 많은 음식점들이 본인 가게의 실제 음식 사진이 아니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맛있어 보이는 사진, 또는 인쇄업자에게 의뢰하여 좋은 사진을 구해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하는데 메뉴판 자체의 품질은 높아질지 몰라도 손님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결과적으로 실망감을 크게 하는 역효과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객 만족도는 직원 만족도와 큰 연관성을 보인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이며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한때 행복 바이러스라는 말이 유행 했었다. 그렇다, 직원이 행복해야 그 행복감이 바이러스처럼 가게 전체에 퍼져 손님이 들어서면서부터 식사를 하는 내내, 계산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뭔지 모르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된다. 


 두개의 음식점에서 똑같이 사장의 방침으로 ‘음식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더라도 직원의 태도에 따라 손님이 느끼는 감정은 달라진다. 그저 퉁명스럽게 “그래 음식이 잘못 되었으니 돈 내지 말고 가시오”하는 것과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주방이 좀 바쁘다 보니 실수가 있었군요. 다음부터는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해서 오늘 음식값은 받을 수가 없겠습니다.”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것은 교육으로만 되지 않는다. 직원을 채용할 때 뭔가 좀 밝은 분위기의 표정과 성품을 지닌 사람을 채용하고, 또 그런 밝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늘 ‘손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왔는가? 우리 음식과 서비스가 고객의 뇌에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같은 수준의 음식과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 당연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