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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hail

    김하일 칼럼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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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小貪大失)

 

 예상보다 장사가 잘되어 준비된 식재료가 떨어지거나 아니면 소량만 필요해서 주문하지 못하고 인근 마트에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차이나타운이 있고 그곳에 가면 어지간한 것들은 구매가 가능하여 자주 이용한다. 

 

 

 


 주로 다니던 곳이 세 곳 있는데 그 중 두 곳은 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한곳은 가족이 운영하는 집이다. 그 가족이 운영하는 집은 거리도 제일 가깝고 조금 많이 사면 배달도 해주는 등 나름대로 편리하기는 했지만 최근에 거래를 끊어 버렸다.


 너무 무거울 것 같아 휴대가 편하도록 두개의 봉투에 나누어 담아 달라고 하면 충분히 튼튼하니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영수증은 꼭 달라고 해야 마지못해 주고, 카드로 결재하려고 하면 표정이 달라지면서 혹시 현금이 없느냐고 묻기도 한다. 


 좀 싱싱한 재료를 고르려고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다 보면 뒤통수가 따갑다.


아무래도 주인이 직접 운영하다 보니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봉투 한 장도 아까워하고, 카드 수수료도 절약하고 싶고, 혹은 세금 관계로 현금을 강요하는 것 같다.


 물건을 구매하는 입장에서 대접은 못 받을 망정 눈총 받아가며 거래를 계속하고 싶지 않아 어느날부터 발길을 끊어 버렸다. 몇 분만 더 걸어가면 더 마음 편하게 쇼핑할 곳이 있는데 굳이 그 집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다.


 주인 마음이야 봉투 한 장이라도 아끼고 싶겠지만 그로 인해 손님을 실망 시키고 손님의 발길을 멀어지게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왜 손님이 발길을 끊었는지 그 사람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집은 비닐 쇼핑백 몇 장 아끼려다 손님을 하나 잃었다. 그것도 가정용으로 소량을 구매하는 손님이 아니고, 구매량도 적지 않은데다가 거의 매일 구매하는 제법 큰 손님을 하나 잃은 것이니 제대로 소탐대실(小貪大失)한 셈이다.


 그에 반해 다른 집은 종업원들로만 운영되다 보니 지나치다 싶을 만큼 봉투 인심이 좋고 요청하지 않아도 당연히 영수증을 발행해 주며 카드로 계산한다고 표정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종업원들에게만 맡겨 두면 아무래도 낭비가 생기기는 한다. 아껴봐야 내 것 되는 것 아니니 굳이 인색하게 굴어 손님 눈총 받을 일 있겠나 싶은 마음도 있겠고, 그냥 귀찮아서 일 수도 있다.


 종업원 입장에서야 손님이 현금으로 결재하든 카드로 지불하든 하등 달라지는 게 없다.


 식당에서도 주인과 종업원의 마음은 다르다. 손님이 추가로 냅킨을 요구하면 나는 그 테이블에 몇 명의 손님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사람 수만큼 세어 가져다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준다. 아껴야겠다는 의식이 부족해서 이기도 하고, 귀찮고 바쁘니 얼른 집어주고 다른 손님에게 가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집히는 대로 가져가서 한두 장 쓰고 남은 냅킨을 상을 치우다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내 마음 같아서는 꼼꼼히 살펴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은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좋으련만 직원들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넣어 버린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그것이 오히려 바람직할수도 있다. 자칫 실수로 다른 손님이 썼던 냅킨이 섞여 나간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래도 너무 아까워 그런 것들은 따로 보관하는 자리를 만들어 청소할 때 쓰도록 했으나 일부 직원만 그렇게 할 뿐, 대부분 그냥 버려지고 있고 굳이 그걸 가지고 잔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다. 누군가가 다른 시각으로 내 식당을 보면 한심할 정도로 낭비가 심해 보일 수도 있다.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문을 열어 두기도 한다. 


 페티오에 손님이 있을 때 음식을 들고 불편한 자세로 문을 열다가 균형을 잃어 다치거나 음식을 쏟는 것이 염려되어 에어컨을 가동하면서도 문을 열어 둔다. 전기요금 조금 더 나가는 것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번 손님상에 나간 것은 무엇이든 절대로 다시 쓰지 않는다. 테이크아웃 포장시에도 혹 국물이 새더라도 묻어나지 않도록 겹으로 포장하고 일회용 수저나 냅킨도 넉넉히 넣는다. 직원들이 쓰는 소모품들도 가능하면 좋은 것, 비싼 것을 산다.


 작은 것에 집착하다가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가끔씩 눈을 질끈 감는다. 돌이켜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작은 것에 욕심 부리다가 더 많은 것을 잃었던 기억이 꽤 있다.


 어린 시절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동생과 다투다가 부서진 일부터, 친구나 가족 관계에서 또는 직장생활 하던 중에 작은 욕심이 결국은 큰 손실로 돌아온 일들이 적지 않다.


 공직자들이 높은 자리에까지 오르게 될 줄 모르고 젊은 시절 행했던 위장전입, 다운 계약서, 병역 문제, 논문 표절 등으로 직을 잃거나,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기회를 잃는 작금의 한국 상황을 보면서 소탐대실의 교훈을 다시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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